기타 지식

[번역소설] 과거 by 카지이 모토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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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고(과거)

 

    by 카지이 모토지로

 

 


어머니가 램프를 끄고 나오기를, 아이들은 아버지와 할머니와 함께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누구 한 사람 배웅이라고는 없는 출발이었다. 
마지막 저녁밥을 담았던 식기.
마지막 시간까지 켜져 있던 램프. 
그것들은 그것들을 받을 야채 장수가 가지러 올 내일 아침까지 빈 집 속에 남겨져 있다.

 

등이 꺼졌다. 
어둠을 짊어지고 어머니가 나왔다. 
다섯 명의 어린 아이들. 부모님. 할머니. ㅡㅡ
떠들썩한, 하지만 쓸쓸한 일행은 발걸음을 옮겼다. 
그로부터 십여 년이 흘렀다.

 

 

 

그 다섯 형제 중 하나였던 그는 다시 그 대도시로 나왔다. 
그곳에서 그는 학교에 다녔다. 
모르는 마을뿐이었다. 
기원. 당구장. 궁도장. 커피 가게. 하숙집. 
그는 그 비좁은 전망을 벗어나 교외로 이사했다. 
그곳은 우연히도 예전에 지낸 적 있는 마을과 가까웠다. 
서리가 녹고 얼음이 어는, 그 냄새에는 기억이 있었다.

 

한 달, 두 달이 지났다. 
햇빛과 산책을 즐기던 그의 생활은, 어느 샌가 기이한 불협화음에 빠져 있었다. 
머나먼 부모님이랑 형제의 얼굴이, 어느 때보다 꺼림칙한 그림자를 띠고 그의 마음을 어지럽혔다. 
전보 배달부가 두려웠다.

 

어느 날 아침, 그는 양지 바른 그의 방에서 방석을 말리고 있었다. 
그 방석은 그의 어린 시절로부터의 기억과 이어져 있었다. 
같은 천으로 침구가 만들어졌기 때문이었다. ㅡㅡ 
햇볕 냄새를 내면서 낡은 줄무늬 방석은 부풀기 시작했다. 
그는 눈을 크게 떴다. 
어찌 된 일인가. 
전혀 기억이 없다. 
이 무슨 줄무늬인가. ㅡㅡ 
그리고 이 무슨 여정……

 

 

 

예전에 살았던 마을을 걸어볼 날이 드디어 다가왔다. 
그는 길이나 마을의 이름이 바뀌진 않았을지 걱정하면서 사람들에게 길을 물었다. 
마을은 있었다. 
마을에 다가갈수록 마음이 무거워졌다. 
한 채 두 채, 옛날과 변함없는 집이 새로운 집에 끼인 채 남아있었다. 
덜컥 가슴이 철렁하는 순간이 있었다. 
하지만 그 집은 아니었다. 
확실히 마을은 그 마을이 틀림없었다. 
어릴 적 친구의 집이 한 채 있었다. 
대가 바뀌어 친구 이름으로 되어 있었다. 
부엌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는 어머니 같은 사람의 눈을 그는 피했다. 
그 집을 찾는다면 길은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그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는 길에 선 채 움직이지 못했다. 
13년 전의 자신이 길을 달리고 있다! ㅡㅡ 
그 아이는 아무것도 모른 채, 길목을 돌아서 보이지 않게 되어버렸다. 
그는 눈물을 머금었다. 
이 무슨 여정인가! 
그것은 이제 오열에 가까웠다.

 

 

 

어느 날 밤, 그는 산책을 나갔다. 
그리고 어느 새인가 낯선 길에서 헤매고 있었다. 
그것은 길도 불빛도 없는 큰 어둠이었다. 
더듬으며 걸어가는 발이 때때로 구덩이를 밟아 떨어졌다. 
그것은 울고 싶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추위는 옷에 스며들고 있었다.

 

시각은 상당히 늦은 것 같기도 하고, 또 그렇지도 않은 것 같기도 했다. 
길을 어디에서 엇갈렸는지도 분명치 않았다. 
머리는 아예 공허했다. 
그저 추위만을 느꼈다.

 

그는 성냥갑을 품에서 꺼내려고 했다. 
팔짱을 끼고 있는 손을 그대로, 오른손을 왼쪽 옷자락으로, 왼손을 오른쪽 옷자락으로 쑤셔 넣었다. 
성냥은 있었다. 
손으로는 잡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쪽 손으로 잡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끄집어냈는지 몰랐다.

 

어둠 속에 켜진 불은 또한 그의 공허한 머릿속에 켜진 불이기도 했다. 
그는 제정신이 들었다.

 

한 개비의 성냥불이 불꽃이 꺼지고 잿불이 되고 나서도, 
어둠을 얼마만큼 비출 수 있는 힘이 있었는지 그는 처음으로 알았다. 
불이 완전히 꺼져도 잠시 동안은 잔상이 그를 이끌었다 ㅡㅡ

 

 

 

갑자기 세찬 음향이 들판 가장자리에서 일어났다.

 

화려한 빛의 행렬이 그의 눈앞을 스쳐갔다. 
빛의 물결은 흙을 뚫고 그의 발 언저리까지 밀어닥쳤다.

 

기관차의 연기는 불이 되어 있었다. 
반사를 받은 화부가 붉게 움직이고 있었다.

 

객차. 식당차. 침대차. 
빛과 열과 환담으로 가득 찬 열차.

 

격렬한 차륜의 울림이 그의 몸에 전율을 전했다. 
그것은 처음엔 거칠게 그를 정신없게 했지만, 
마침내 정체를 알 수 없는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눈물이 흘러나왔다.

 

울림은 마침내 사라져버렸다. 
그대로 평상복 차림으로 부모님 집으로, 급행에 타자.
그는 눈물 속에 결심하고 있었다.

 

 

 

-

 

 

 

몇년전에 학교 다닐때 취미로 번역했던 단편소설 하나를 개드립에 소개된 deepl 번역기 참조해서 다시 다듬어봄.

여기에 올려도 되나 싶은데 여기 말고는 딱히 올릴 데도 없어서 그냥 올려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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