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하트웰 본스틸(Charles Hartwell Bonesteel III) 장군

사진으로만 보면 영화에서 나올 흑막처럼 보이지만 안대는 망막박리 때문에 왼쪽 안구를 적출해서 그런거지 실제론 옥스퍼드를 졸업한 수재이자 한국과 연이 깊은 미군 장성이었다.

대표적인걸 꼽자면,

1. 1945년 국방부 전략정책위원회에서 대령으로 근무 당시 조지 링컨 소장의 지시에 따라 본인이 직접 지도 보고 38선 라인을 그려서 보고

2. 준장 시절 제 24보병사단 부단장으로 한반도에서 근무

3. 휴전선 일대 대침투작전이 한창이며 산발적으로 교전이 일어나던 1966년 9월 주한미군 사령관(유엔사령관 겸직) 보직

4. 사령관 재직 간 김신조 사건, 푸에블루호 사건, 울진 삼척 무장공비 침투 등 온갖 실작전 경험 외 수많은 국지전을 경험

본스틸 장군은 군 생활 대부분을 참모로 근무하였기에 실전 경험은 부족했지만 옥스퍼드 출신답게 워낙 똑똑했던지라 상황에 맞는 판단과 결정을 내릴 줄 알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인물이었다. 고착된 한반도의 안보 환경에서 어찌보면 가장 주한미군에 필요로 했던 인물이 온 것이다.

1969년 당시 DMZ 일대.

무장공비들이 활개를 치던 격동의 60년대 후반 본스틸 장군의 가장 큰 업적은 김일성의 지난 2년간의 연설문을 탐독해 대침투작전에 대한 작계를 창안한 것이었다. 가장 강력했던 조치는 목책 밖에 없던 DMZ 선상에 155마일의 철책선 설치를 주도한 것이다. 철책선 설치는 1967년 당시 1군 사령부 작전참모 이재전 장군(당시 준장)이 직접 미 8군 사령관을 설득한 결과로 본스틸 장군은 이 아이디어를 흔쾌히 수락했을 뿐만 아니라 잉여물자를 아낌없이 지원했다. 물론 한반도 특유의 난지형으로 인해 공사는 70년대까지 계속 되었다.

DMZ 일대를 순찰 중인 미 2사단 장병들.

그 외에도 임진강 이북 DMZ 정찰임무에 특화된 '임진 스카웃'의 창설에 관여했다. 임진 스카웃은 미 2사단 정예병력을 추려 3개월의 훈련을 거친 뒤 DMZ 수색정찰 임무에 배치했는데 당시 분계선상에서 산발적인 교전이 발생했었고 북한군 특수부대의 전선침투도 활발했기에 수 많은 전투를 겪어야 했다. 다만 당시 월남 전쟁이 한창이었기에 이들의 활약이 세간에 그리 잘 알려지진 않았다.

MDL 선상 GP 설치도 본스틸 장군의 지시로 추진되었는데 이는 현재까지도 분단의 상징으로 남아있다.
 

안대를 쓰지 않은 본스틸 장군의 모습. 왼쪽 눈을 자세히 보면 수정체임을 알 수 있다.

본스틸 장군이 주한미군 사령관에 재직하던 당시엔 정말 온갖 대남도발이 자행되던 시기였으며 그가 사령관을 재직하던 1966년부터 1969년까지 단 3년간 국군이 299명, 주한미군 75명, 북한군 397명이 전사할 정도로 국지적 교전이 치열했다. 심지어 1969년 사령관 퇴임 후 전역하기 전에는 미군 정찰기 EC-121이 북한에 격추되어 한반도의 위기가 절정에 달하던 시기였다. 역대 주한미군 사령관들 중 여러모로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냈던 미 장성이었다고 할 수 있다.

본스틸은 1977년 사망하여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군 소장 출신인 아버지 옆에 안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