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소설에서 볼 수 있는 정체성과 한국인

*예전에 모 사이트에 올렸던 글을 그대로 가져왔음을 알림

 

 

 

김사량.jpg

위의 사람은 일제시대 작가로 활동했던 김사량이다.

이 사람이 쓴 글 중 「천마(天馬)」라는 소설이 있다.(천마펀치할때 천마 아님)

 

「천마」의 주인공은 '현룡'은 조선에서 삼류 작가지만 스스로를 반도의 지식인, 당대의 유명 작가로 착각하며 살아간다.

또한 진정한 일본인이 되기 위해 내선일체를 열광적으로 지지하며 조선어를 괄시하고 일본어로 소설을 써야한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조선에 온 일본인 작가에게 '조선어로 소설을 쓰고 있다고 들었다'는 이야기를 듣자 기뻐 어쩔 줄을 몰라하는 이중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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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그는 일본에서 학업을 마치지도 못한 채 아버지, 형님께 의절당해 생활비도 조달받지 못하는 떠돌이 신세가 된다.

동시에 내지에서는 조선인이라고 차별당하며 하숙할 집조차 얻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당장의 나쁜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자신이 조선의 일류 작가이자 귀족이라고 거짓 행세를 하고 다녔는데

이것이 효과가 좋아 후원자도 모집할 수 있을 정도가 되자 자신이 진짜 일류 작가이고 진짜 귀족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된 것이다.

 

 

 

 

허언증.png

그러나 밑천은 금방 드러나버렸고 일본에서 중범죄를 저지른 후 조선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허언증은 조선에서도 계속되어 자신의 동경 문단에서의 활약했다는 둥 유도 유단자라는 둥 구라를 계속해나가지만

그의 문학적 재능은 형편없었고 행동거지 역시 당대의 지식인이라고 하기엔 턱없이 모자랐다.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 와중 기댈 곳은 자신이 어려울 때 도와준 일본인 '오무라'였다.

그러나 오무라 역시 현룡에게 속아 도와줬을 뿐이었고 현룡의 추악한 실태는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술이나 마시고 퇴폐적인 글이나 쓰고 조선문단에서 사고나 치는 현룡을 참을 수 없었던 오무라는 일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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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에서 술값을 떼어먹고, 계집을 강탈하고, 남에게 공갈을 치고 다니는 것은 당치도 않아. 자넨 내선일체 내선일체하고 미치광이마냥 부르짖고 다니지만, 조선인 누구 하나 자네를 상대하지 않지 않나."

"내선일체라고 하는 것은 자네와 같은 인간의 혼까지 구제해서 정화해 내지인과 동등하게 하는 것이란 말일세."

"자네들 조선인은 너무나 자학적인 생각에 빠져있네. 내 주변에 있는 조선인은 모두 자기 민족의 험담만을 해대는데 그것이 우선 가장 해서는 안 될 짓이네."

"자신을 소중히 하지 않으면 못쓰네. 소중하게 말이야. 그것을 못하는 것이 열등한 점이야. 내지인을 보게나! 내지인은 결코 그렇지 않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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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어마한 팩트폭력을 경험한 현룡은 그토록 되고 싶었던 일본사람에게 인정받지도 못하고 자신이 멸시했던 조선사람도 되지 못했다.

현룡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려면 조선적인 것을 지켜야 하고, 조선적인 것을 지키면 조선인으로 남을 수밖에 없지만 동시에 내지인도 되어야 한다.

조선인으로 살 수도, 일본인으로 살 수도 없는 자기 정체성의 분열이 온 것이다. 현룡은 결국 미쳐버린다.

 

(중략)그때 갑자기 발밑에서 개구리들이,

"요보!"

"요보!"

하고 소란을 떨기 시작한 것처럼 들렸다. 그는 겁을 먹은 듯 갑자기 귀를 막고 도망치면서 부르짖었다.

"요보가 아니야!"

"요보가 아니야!"(후략)

 

(중략)"이 내지인을 살려줘. 살려달라고!"

"이제 난 요보가 아니야! 겐노가미 류노스케다, 류노스케다! 류노스케를 들여보내줘!"

 

 

 

 

물음표.webp

오무라의 일갈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한국인이란게 있는건가?

무엇이 한국인을 만드는 것일까?

어떻게 하면 진정한 한국인이 되는 것일까?

 

 

 

 

민족의 용광로.jpg

인종의 용광로 미국은 어떨까.

 

영화 「스파이 브릿지」를 보면 인상깊은 대화가 나온다.

"이름이 호프만이랬죠?" "그렇소"

"독일계군요" "그래서요?"

"내 성은 도노반이요. 양친이 모두 아일랜드인이죠. 난 아일랜드계고 댁은 독일계인데 무엇이 우릴 미국인으로 만들까요? 단 하나죠. 단 하나. 규정. 달리 표현하면 '헌법.' 법을 지키기에 우리가 미국인인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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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일본인을 형성하는 방식과 영화 속 미국인을 형성하는 방식은 아주 다르다.

요즘 대한민국은 국제결혼, 외국인 노동자 등으로 외국인이 많이 들어와있다. 그리고 더 많아질 것이다.

실제 대한민국 정부 통계를 보면 코로나로 주춤하기 전까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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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국제화를 보며 한국인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 스스로 오무라가 되지 않았는지, 누군가를 한국판 현룡으로 만들고 있진 않은지 다시 되돌아보는 기회를 가져보는게 어떨까.

11개의 댓글

사이버 현룡들이 많긴 해

4

뭘 말하다 마는것같네

2
2022.12.08

굳이 어느 하나만을 고집해야 할까?

난 이민 1.5세고 법적으로 호주인이지만 한국계로서의 내 문화적, 사회적, 개인적 배경을 배제하고서 나를 오롯이 정의하지는 못할 것 같은데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이민 2+세대들은 복합적인 정체성을 끌어안고 살아가고 있음

0
2022.12.08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스스로가 구하는것이나

한국사람은 자기확신이라는게 없어서 남에 눈치만 보고 권위에 의탁하고 시류에 부유하며 삶

그런 삶의 방식에서 자기자신과 남에대한 혐오가 증가하고 있는거 같음

0
2022.12.08

아주 오래전에 이에 대해서 누군가와 이야기한 기억이 있는데, 나는 위에 대한 물음에 그것을 '그 사람이 한국과 운명을 같이하고, 그것을 받아 들이고 있는 가'의 여부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남.

 

문제는 이 기준이면 교포나 외국 이주해서 다시 한국에 들어오지 않을 작정인 사람은 한국인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와서 욕을 푸짐하게 먹을 거 같아서 더 이상 그 소리는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있음. 그래도 지금도 생각은 그래.

5
2022.12.09
@불타는밀밭

개드립과 운명을 같이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가?

 

그렇다면 너는 개붕이다

0
2022.12.11
@불타는밀밭

나도 동의함. 한국계가 꼭 한국인이라는 생각은 구시대의 유물이다

0
2022.12.10

걍 국적이 한국이면 한국인이지 뭘 더 생각하고 의미부여할 필요가 있남

0
2022.12.12

현룡 부분에서 불현듯 스치는 그 만화가

0
@AI3RAXAS

최지룡?ㅋㅋ

0
2022.12.16

덕분에 일제강점기 흥미로운 작가를 더 알게 됐어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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