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준비하느라 쳐자야되는데 잠도 안 자고 뭔 짓인가 모르겠다.
고등학교 정치를 수강한 읽게이들이라면, 그게 아니라도 아마 토마스 홉스의 유명한 "리바이어던"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을 거야.
토마스 홉스는 "공포의 사생아", 공포와 함께 태어났다고 해. 자기의 어머니가 스페인의 무적함대가 쳐들어온단 소식을 듣고 놀라서 토마스 홉스를 조산했단 이야기가 있거든.
근데 이 공포라는 개념이 홉스에겐 매우 중요해.
국가가 왜 생겼는지에 대해 토마스 홉스는 기존의 견해들과는 다른 굉장히 파격적인 견해를 제시해.
기존의 경우에는 국가관에 도덕적인 요소들이나 종교적인 요소들이 많이 개입돼 있었거든. 예를 들어서 신의 명령인 자연법이니, 이성에 합치하는 법이니 같은
일종의 뜬구름 잡는 소리가 어느정도 들어있었어. 근데 토마스 홉스는 그걸 다 해체시켜버리지.
그리고 가정을 세우는거야. 국가란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은 어땠을까? 하고.
토마스 홉스의 상상은 이래. 국가니 나발이니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지 않으면서 평등해.
무슨 소리냐면, 니네들이 많이 들어봤을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모든 인간이 자신의 욕구를 실현하기 위해 다투는 지옥같은 상황이 펼쳐지지.
그러다보면 당연히 누군가가 힘이 강한자들이 타인을 지배하는 관계가 되겠지.
근데 평등하지 않으면서도 평등하단게, 누구도 죽음의 공포 앞에서 탈출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평등해.
아무리 강한자, 약아빠진자라도 반드시 "잠은 꼭 자야"하거든. 그 순간에 누가 니 목을 따버릴지 몰라.
그런 공포에서는 누구나가 평등해지지.
그리고 다들 알다시피 여기서 리바이어던, 괴물과 같은 권력을 지닌 존재가 법을 어기는 인간들을 통제하고 처벌하게 돼.
사람들은 서로가 죽고 죽이는 세상에서 사는 것 보단, 누군가 강력한 권력자, 처벌자를 내세우고 그의 다스림에 따르는게 그나마 나은 편이라 생각하거든.
재미있는 점은, 토마스 홉스가 현대 정치학 방법론 중에 "합리적 선택 이론"의 시초라고 불리는 점이야.
이 이론은 누구나가 합리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는 가정하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살펴보는 이론적 관점인데.
특히 죄수의 딜레마 게임이 홉스의 국가론 설명에 가장 많이 쓰여.
죄수의 딜레마 상황이 뭐냐면, A와 B가 범죄를 저질렀어. 얘들은 서로 이야기를 못하고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야.
이 상황에서 A와 B 모두가 범죄 사실을 자백하지 않으면 증거 불충분으로 1년형만 받게 돼.
반대로 둘 다 범죄 사실을 자백하면 5년 형을 받게 되지.
만약에 A만 자백하고 B가 입을 다물고 있으면, A는 형사가 자백해줬으니 넌 걍 집에 가라 ㄱㄱ. B는 괘씸죄로 10년형을 받게 돼.
반대로 B만 자백하고 A가 입을 다물고 있으면, B는 방면, A는 괘씸죄로 10년형을 받게 되는 상황이야.
| A | 자백 | 침묵 |
B |
|
|
|
자백 |
| (A:5년, B:5년) | (A:10년, B:방면) |
침묵 |
| (A:방면, B:10년) | (A:1년, B:1년) |
이 때 게임이 1번만 실행되고, 범죄자끼리 협상은 할 수 없어. 니가 범죄자라면 어느게 가장 합리적 선택이 될까?
1. A의 입장에서 : B가 자백을 하면 A는 자백을 하는 것(5년)이 침묵하는 것(10년)보다 나으니까 자백해.
B가 침묵을 하면? A는 자백을 하는 것(방면)이 침묵하는 것(1년)보다 나으니까 자백해.
이건 B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A, B둘 다 모두 사실 1년씩만 받는게 전체적으로 보면 나은 선택지인데도, A랑 B는 둘다 자백하고 5년형씩을 받는 결과로
나타나게 돼.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뭘까? 사실 여기는 다른 여러가지 대안들이 있는데 홉스는 이 게임 구조 자체를 바꾸고자 한 거야. 무슨 말인가 하면.
| A | 도둑질 | 자제 |
B |
|
|
|
도둑질 |
| (A:1만원, B:1만원) | (A:0원, B:3만원) |
자제 |
| (A:3만원, B:0원) | (A:2만원, B:2만원) |
이 국가가 없는 상황이야. 도둑질 하는 데 드는 비용이 1만원이라고 치자. 그럼 아까전처럼, 그냥 서로 자제하는게 사회적으로 가장 나은데(4만원)
아까전처럼, 자기가 가만히 있으면 뭘 해도 손해를 보는 상황이 만들어져. 내가 뒤통수를 맞기 전에 남의 뒤통수를 후려치는게 이득인 상황인거지.
여기서 국가라는 제3자가 나와서 도둑질에 대해 처벌(벌금 4만원)을 내린다고 하자.
| A | 도둑질(처벌) | 자제 |
B |
|
|
|
도둑질 (처벌) |
| (A:-3만원, B:-3만원) | (A:0원, B:-1만원) |
자제 |
| (A:-1만원, B:0원) | (A:2만원, B:2만원) |
이렇게 되면, A가 도둑질을 한다고 하면, B로서는 자기도 똑같이 A걸 도둑질하는 것(-3만원)보다 자제하는 것(0원)이 그나마 이득이야.
이건 B가 자제할 때도, A로서는 도둑질하느니(-1만원) 자제하는 것(2만원)이 좋은 거지.
이걸 보수 구조를 바꾼다. 라고 해.
여기서 국가의 존재 의의가 탄생하게 되는거야. 제 3자가 나서서 사회를 어지럽히는 자들을 처벌하고 공동체의 안전을 보장한다. 그 결과로 모두가 행복해짐.
근데 여기서 문제가 있어. 만약 제3자가 공정한 제3자로 행동하지 않고, 토마스 홉스의 표현대로 "리바이어던이 미쳐날뛰어서 자기 몸을 자기가 찌르는" 상황이 오면
어떻게 될 것인가?
토마스 홉스는 여기에 대해, 그래도 절대 자연 상태로 돌아가는 것만은 안 된다. 라고 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상태, 서로 죽고 죽이고 뒤통수 치는 사회보다는,
미쳐돌아가는 리바이어던이 그나마 나은 거다라는 논리지.
이거때문에 고등학교 교과서에선 홉스가 저항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라고 하기도 해.
근데 사실, 토마스 홉스의 저항권은 소극적 저항권이라고 보는 편이 맞아. 리바이어던이 미쳐날뛰면, 그걸 해체하고 없애버리기보단 다른 정상적인 곳으로 도망가면
된다고 보거든. 실제로 토마스 홉스는 그랬어. 영국에서 내전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나라를 떠났지.
이게 과거만의 이야기인가? 하면 아니야.
예를 들어서 미국 내부에선 테러 관련해서 이것저것 사람의 신상 정보를 수집한다든지, 테러리스트를 고문한다든지 하는 것들이 인권 침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어.
반대편에서는 그래도 그걸 통해서 공동체의 안전이 보장된다면 다소간의 인권침해는 인정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
우리나라에선 이걸 인권 vs. 대북안보 구도로 봐도 좋을 것 같아. 그리고 후자의 사람들은 리바이어던을 주장하는 사람이라고도 볼 수 있지.
사람을 무슨 채찍으로 때려가며 키우는 말처럼 여겨서 거북하게 느껴지는 사람도 있어. 그런데, 현실에서 우리의 태도를 보면 홉스를 무조건 부정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야. 우리가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도덕을 준수하면서 살아가는 건, 양심이란 면도 있지만, 제도적인 "처벌"과 그에 대한 "공포"라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거든.
홉스의 논지는 신제도주의 이론가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해.
"모든 인간들이 이기적(합리적)으로 행동한다." 그렇다면 우린 어떻게 해야할까? 여러분 그래선 안 돼요 하고 교육을 하고 사람들 인성을 바꿔야할까?
아니야. 결국은 제도라는거지. 모두가 이기적으로 행동하더라도 모두에게 최상이 될 수 있는, 그런 제도, 법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거야.
---------이거 다음에 시간나면 국가는 "조폭" 깡패 집단으로부터 생겨났다는 침략국가론에 대해 건드려볼게.
2-3년전에 듣던 비교정치학 수업 내용 간추린거라 기억이 모호하다.
접속금지자
닉만들기귀찮당ㅇ
로컬
요약 ㅊㅊ
로컬
닉만들기귀찮당ㅇ
정치학은 윤리학이랑도 좀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무엇이 옳은가에 대해 공적인 장소에서 토론하고, 사회적(정치적)으로 어떻게 살아야하는가), 1950년대 이후 미국 정치학이 정치의 윤리적인 측면을 다 제거해버렸다고 불만인 사람들도 있어.
정치를 윤리와 연결시켜보는 사람들은, 그런거지. 인간을 법이나 제도, 형벌과 처벌로 다스릴 경우에 이들이 도덕적으로 행동하게 되는데, 외부의 형벌과 처벌이 두려워서 도덕을 지키는 것을 진정한 도덕으로 볼 수 있는가? 자기 스스로 지키려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도덕과 윤리가 진정한 것이 아닌가? 라고 비판을 하지. 그리고 이런 비판을 제기한 사람이 바로 루소야. 리바이어던? 채찍질하고 때려가면서 애들 말 잘 듣게 시켜봐야 뭐하냐. 속으로 ㅅㅄㅂ거릴텐데란거지. 그게 진짜 도덕이고 윤리야? 라는 질문이 제기가 돼.
로컬
어차피 지가 진짜 자신의 신념을 갖고 도덕적으로 행동하든 남이 시켜서 하든 그건 사회가 구분짓기 불가능하고 따라서 그 이유는 별로 중요치 않다고 생각해서
결국 뭐라하든 사회의 입장에서는 채찍을 어느정도 드는게 좋다는 거지
닉만들기귀찮당ㅇ
내가 우리아버지가 허구한날 "사람의 인성이 바뀌어야" "인간의 생각이 바뀌어야" 운운하는거에 질려서(인성 교육, 시민 교육만으로 세상이 100년 안에 바뀔리가 없지), 나도 인성 교육보단 법적, 제도적 설계가 중요하다곤 생각해. 근데 무조건 처벌만 있는가하면, 좋은 행동을 이끌어내도록 당근을 제공하는 방법이 있을수도 있고, 기묘하게 제도를 만들어서 사람들을 처벌하지 않고도 사람들이 도덕적으로 행동하게 만드는게 중요하다고는 생각해. 그게 행정가, 정치가, 입법가들이 할 일이지.
아무튼, 루소와 같은 사람들은 "거짓된 도덕"에 만족하지 못하고, 진정한 도덕의 정수에 이르고 싶어하는 사람으로 봐야겠지.
접속금지자
ChocoLatte
닉만들기귀찮당ㅇ
ChocoLatte
접속금지자
ChocoLatte
노예로봇
나한테맡겨
캔디스파티
암튼 리바이어던 지금 인간론 지금 제~자연법 파트 읽고 있는데 생각할 수록 존나 아리송하다.
정념이 뭐니 감각이 뭐니 상상이 뭐니 그냥 통상적으로 쓰던 용어들을 그리 정의 해 놓으니 다시 생각해 보게됨...
이게 사회계약론의 시발점이라고 했었나 아니였나? 암튼 무관하지는 않은 그런 책으로 대충 알고 있는데 나도 관심있게 보는중.
암튼 글 잘 읽었음여
Tony Stark
후타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