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유게에 썼던 현대인이 조선에 간다면 체제를 바꿀 수 있는가에 대한 고찰

본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어떤 분야에서건 박사급 인물이 아니면 아무런 변화를 일으킬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음.

 

그 이유를 지금부터 설명해보자면

 

 

첫 째, 이미 조선은 체제가 완비된 국가였다.

 

체제란 무엇이냐? 좀 많이 축약해서 설명하면 사람들을 지배하는 문화양식, 지배형태, 기타 등등을 말하는 거임.

우리가 민주주의라는 형태의 정치체제를 가지고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한국 특유의 권위주의적 문화도 섞여있고, 정치에 대한 불신들이 곳곳에 내포되어 있는데, 그냥 이 모든 것들을 아우르는게 바로 체제다 라고 보면 됨. 

그리고 이러한 체제가 설립될 때 가장 많이 신경쓰는 부분이 바로 체제의 유지임. 사람이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부분이 신체의 유지인 것처럼 체제 또한 자신의 유지를 가장 큰 목적으로 삼고 있음. 그래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다양한 장치를 만들어두는 거임 대표적으로 사상적 통일 뭐 그런 걸 둘 수 있겠지.

이러한 체제 유지에 대한 예시로는 프랑스 혁명이 있음. 당시 수많은 귀족들과 반동들의 목을 잘랐음에도 앙시앵 레짐, 구체제로의 회귀를 바랐던 사람들이 많았으며, 나폴레옹 전쟁과 1848혁명을 거치면서야 유럽 내의 '구체제'가 사라져갔음. 1790년 대에 시작되었던 혁명정신이 60년 넘게 활동해서 구체제가 사라진 거임. 체제는 이처럼 자신을 유지하는 데에 진심인 편임.

 

이러한 점을 조선에 떨어진 현대인에게 대입한다면 어떻게 될까?

 

우선 조선 체제의 가장 핵심은 성리학임. 그러므로 현대인이 체제를 바꾸기 위해선 성리학을 대체할 만한 체제를 전파해야함. 또는 성리학의 성취를 극한으로 이뤄내서 내가 하는 일에 태클 못걸게 만들기.

2가지 다 문제가 있음. 성리학을 대체할 만한 체제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막막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내 글의 요지를 파악한 거임.

'그냥 기독교 문화나 그런거 받아들이면 되지않나?' 라는 생각이 드는 친구들도 있을 테니 설명해보자면, 아까도 말했다시피 체제는 체제 유지에 가장 많은 힘을 쏟아부음. 그렇기에 성리학 또한 체제 유지를 위해 사람들을 통제할 만한 사상이나 문화를 내포하고 있고, 사람들은 그것을 가장 친숙하게 받아들임. 따라서 기독교 문화를 받아들인다고 가정할 경우, 가장 먼저 부딪힐 문제는 조상에 대한 제사임. 카톨릭에서는 제사라는 문화가 20세기에 들어서야 조건부 인정이 되었고 개신교 내에서는 각 분파 별로 입장이 다양해서 뭐라 딱 집어서 얘기하긴 힘든데 대체적으론 부정적임. 제사만 문제냐? 아니지. 기독교라는 큰 틀내에 카톨릭과 개신교로 나눠져있지만, 따지고보면 더 많은 분파가 존재함. 오리엔트 정교, 동방정교회와 같은 정교회도 존재하고, 개신교 내에서도 장로회같은 다양한 분파들이 존재함. 이러한 분파들 중에서 어떤 것을 따르느냐에 따라 충돌할 문제가 달라지게 됨. 기독교를 예시로 들긴 했지만 다른 체제를 도입한다고 해도 이러한 문제들이 존재할 거라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음. 

 

 

두 번째인 성리학 성취에 관한 문제는 한 짤로 설명가능함

 

 

 

 

정글고 명언(+추가) - 오르비

이 정도로 성리학에서 성취를 이뤄낸다면 칭호부터 달라짐. 공자, 맹자, 주자, 노자처럼 뒤에 자가 붙게 됨. 니가 이 분야에선 탑이라는 거임.

그리고 조선시대에서 학문적 성취로 자 칭호를 받은 사람은 진짜 얼마안됨. 송시열, 이황 정도? 이 정도 성취를 이뤄낸 사람들은 하는 말부터가 다름. 말할 때마다 자신의 발언이 어디에 근거하는 지를 다 파악하고 있는데, 예시로서  http://sillok.history.go.kr/id/kqa_10302003_005 여기를 들어가서 조금 내려가면 있는 '삼가 원하건대' 부터 읽어보자. 이정도는 쓸 줄 알아야 니가 조선시대 학문원탑이 됨. 그리고 이러한 학문적 성취를 위해선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겠지. 결론적으로 체제를 바꾸기 위해선 체제 내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거나, 체제를 바꿀 때에 일어날 반동을 모두 적절하게 대응해야한다는 거지. 따라서 일반적인 현대인으론 불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옴

 

 

자 그럼 두 번째 문제로는 기술적인 문제임.

 

체제를 바꾼다는 목적 말고 단순히 기술적인 발전만 목적으로 방향타를 돌려보자. 흔히들 비누, 연필 정도를 생각할 수 있을 거고, 좀 역사에 대해 알거나 화학에 대해 아는 친구들이 있다면 질소에 대해서 집착할 거임. 또는 유리나 강철을 대량생산하고자 하는 친구들도 있을 거임

비누 정도는 확실히 히트상품이 될 수 있을 거임. 가성소다, 물, 기름 정도만 있으면 어느 정도 만들어낼 수 있음. 가성소다가 조금 문제겠네

연필도 현지기술력으로 충분히 가능함. 해봐야 나무에다가 흑연심을 박아넣는거니까

근데 현대인이 별다른 기술없이 비누와 연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건, 현지의 조선사람들도 그걸 따라서 만들 수 있다는 거임. 초기에 독점적인 자본력 또는 압도적인 권력을 지니고 있지 않는 한, 저작권적인 보호를 받지 못해서 순식간에 기술유출이 될 거임.

또한 질소와 같은 화학적인 문제, 유리나 강철 같은 경우엔 많이 힘들거임.

화학은 솔직히 난 잘 모름. 근데 과학실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이 실험환경의 통제라는 점은 알고 있음. 외부 변수 없이 진행되어야 공정이 올바르게 진행되겠지. 근데 당시 야금술적 수준이나 기술적인 부분에서 통제되는 실험공간을 만들기가 굉장히 힘들었음. 페니실린도 통제되지 않은 환경에서 우연히 발견된 거긴 한데 이후 상업적 활용을 위해서 몇십년 가까이 연구해야 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일반적인 현대인이 만들어내기엔 무리지. 이러한 이유로 유리나 강철도 대량생산이 불가능할 거임.  

 

마지막으로 순수학문적인 분야의 문제를 살펴보자.

 

이 부분은 의외로 일반적인 현대인이 먹고살 만한 부분임.

왜냐면 우리가 일반적인 지식으로 알고 있는 부분이 당시에는 어느 정도 고급 지식에 해당하기 때문이지. 삼강오륜으로 대변되는 나름의 유학 지식, 일반적인 농민들과는 다른 어휘(중세 한국어를 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나름 알고 있는 역사 등의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지. 아마 못해도 지방의 잔반 쯤으로 취급받으면서 식객으로 먹고 살 수 있을 거임. 이과적 지식을 지녔다면 아마 중인신분으로 상단이나 관리로 일하게 되겠지.

이 분야라면 먹고 사는 데는 지장없을 거임. 다만 학문을 통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선 너만 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남들도 알면서 그걸 이용할 줄 알아야한다는 거임. 즉 누군가에게 이걸 가르치고 퍼뜨려야 함. 너 혼자 미분적분 할 줄 아는 건 중요하지 않아. 이게 왜 필요하고, 이걸 어떻게 써야하며, 이를 통해 무엇을 할 수 있는 지에 대해 니가 알고 있으면서, 이걸 남들한테 가르쳐야한다는 거임.

이 부분은 인문학이건 이과적 학문이건 다 통용되는 부분임. 거시 경제학 미시 경제학 니가 알면 뭐하는데? 구리가 없어서 화폐 발행이 힘든 국가에서 인플레이션을 알아서 뭐할까? 저 멀리에 안드로메다 성운이 있다는 걸 알면 뭐할까? 결국 학문이라는 건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거고, 이걸 내 뜻대로 전달하기 위해선 결국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야한다는 거임.

 

 

결론적으로 말하면 현대인이 조선에 가서 변화를 줄 수 있을까에 대해 난 회의적인 입장임. 조선에 떨어지게 되면 무연고 일푼 하나 없는 떠돌이 신세가 된 현대인이 가장 먼저 할 일은 결국 돈버는 거겠지. 일반적인 현대인은 그 정도로밖에 못할거임. 박사정도 되면 뭐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겠지만 말이야.

 

역사를 배울 때 역사적 상상력은 중요한 요소지. 개붕이들이 '내가 만약에 조선에 떨어진다면?' 이라는 주제로 이렇게 의견을 교환하고 상상하는 것은 그만큼 너희들이 역사에 진심이라는 소리겠지. 하지만 이러한 역사적 상상력에는 객관적인 인식도 항상 존재해야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줬으면 한다.

 

 

3줄 요약

 

1. 조선에 일반적인 현대인이 떨어진다고해서 큰 변화가 일어나긴 힘들다.

2. 그 이유로는 체제와 같은 문제가 끼여있다.

3. 따라서 박사와 같은 해당분야 전문가 정돈 되어야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긴 글 읽어줘서 고맙다

 

개드립 - 조선시대에 현대인이 떨어지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가에 대한 고찰 ( https://www.dogdrip.net/406885901 )

 

장작도 넣을 겸 가져왔음

8개의 댓글

2022.10.27

예로부터 현대까지 기득권의 주요 목표는 자기들의 기득권을 놓치지 않는거였음. 왕은 왕권 귀족은 특권 이걸 해체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일거임...정치란게 그런 목적으로 쓰였으니깐..

0
VTI
2022.10.27

한건사 3부 언제?

0

잘 읽었음 ㅋㅋ

커뮤새끼들 이세계물 까는건 존나 잘하면서

왜 맨날 조선한정으로는 지들이

이세계물 주인공마냥 조선이 이러니 저러니 내가 어쩌겠니 저쩌겠니 이러는거 보는건 존나 웃겨 ㅋㅋ

3
2022.10.28

누가 근대화하라고 칼로 협박함?

0
2022.11.03
@aebaeb

주변에서...

0
@aebaeb

누가 포로 협박함

0
2022.10.29

그냥 서울에서 은퇴한 시민이 시골 내려가서 그 시골 마을 바꿀 수 있냐 라고 보면 됨. 서울에서 검사하다가 왔던 기업 사장 하다가 왔던 은퇴해서 시골 내려왔는데 그들만의 리그를 깰 수 있을까? 어지간해서는 쉽지 않다. 체제라는건 바꾸기 힘듬. 쉬웠으면 신안 염전 노예 이런것도 없었겠지

1

그래도 가서 뭔가 하면서 성공하는 이야기가 재밌는거야

0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추천 수 날짜
1214 [역사] English) 지도로 보는 정사 삼국지 3 FishAndMaps 3 1 일 전
1213 [역사] 인류의 기원 (3) 3 식별불해 6 3 일 전
1212 [역사] 지도로 보는 정사 삼국지 ver2 19 FishAndMaps 15 10 일 전
1211 [역사] 군사첩보 실패의 교과서-욤 키푸르(完) 1 綠象 1 11 일 전
1210 [역사] 아편 전쟁 실제 후기의 후기 3 carrera 13 13 일 전
1209 [역사] 왜 사형수의 인권을 보장해야만 하는가 72 골방철학가 62 24 일 전
1208 [역사] 세계역사상 환경적으로 제일 해를 끼친 전쟁행위 17 세기노비추적꾼 13 29 일 전
1207 [역사] 송파장과 가락시장 5 Alcaraz 9 2024.03.28
1206 [역사] 미국인의 시적인 중지 4 K1A1 17 2024.03.26
1205 [역사] 역사학자: 드래곤볼은 일본 제국주의사관 만화 17 세기노비추적꾼 13 2024.03.23
1204 [역사] 애니메이션 지도로 보는 고려거란전쟁 6 FishAndMaps 6 2024.03.13
1203 [역사] [English] 지도로 보는 광개토대왕의 영토 확장 3 FishAndMaps 4 2024.03.08
1202 [역사] 지도로 보는 우크라이나 전쟁 2년 동안의 기록 9 FishAndMaps 12 2024.03.06
1201 [역사] [2차 고당전쟁] 9. 연개소문 최대의 승첩 (完) 3 bebackin 5 2024.03.01
1200 [역사] [2차 고당전쟁] 8. 태산봉선(泰山封禪) 3 bebackin 4 2024.02.29
1199 [역사] 일본에 끌려간 조선인 이야기 3 에벰베 6 2024.02.28
1198 [역사] [2차 고당전쟁] 7. 선택과 집중 bebackin 4 2024.02.28
1197 [역사] [2차 고당전쟁] 6. 고구려의 ‘이일대로’ 2 bebackin 4 2024.02.27
1196 [역사] [2차 고당전쟁] 5. 예고된 변곡점 1 bebackin 3 2024.02.26
1195 [역사] [2차 고당전쟁] 4. 침공군의 진격 1 bebackin 3 2024.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