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반 학생에게 크게 배웠던 경험

딱히 감동이야기는 아니지만, 업무 생활을 쓸 곳을 기웃기웃 해봐도 적당한 곳이 없다.


방학 1~2주 전 쯤에 있었던 일이다.

 

 

나는 작년에 1학년 담임교사였고, 올해 6학년 담임교사를 맡았다.

우리학교에서는 1학년은 동아리를 담임교사가 개설하고, 5~6학년은 학생들이 자율개설해서 운영하는데

올해 6학년 학생들이 만든 여러 부서중 '축구부'를 지원하는 담당교사가 되었다.

 

 

모일 4~5교시가 동아리 시간이어서, 학생들이 축구를 하러 운동장으로 나갔다.

방학 2주 전쯤이었으니 땡볕이 작열했다. 학생들이 축구를 하는 모습을 계속 살펴야하기 때문에

태블릿pc를 가지고 운동장 벤치에 앉아 내일 수업할 부분의 지도서 구경(pdf)을 하고 있었다.

 

4교시가 끝나고 쉬는시간이 되자 다른 학년 학생들이 운동장으로 나왔는데, 그 중 작년에 맡았던 1학년 학생들이 있었다.

 

나를 보고 반가웠는지, 여러 학생들이 와서 말을 걸고, 안기고, 태블릿pc를 구경하는 등 같이 장난을 쳤다.

이전 담임선생님을 보고 반가운 기억은 1분 내로 휘발되므로, 학생들의 관심이 태블릿pc에 집중되었다.

 

내 태블릿pc를 만지작 거리며
"선생님, 비밀번호 패턴이 뭐에요?" 라고 물으며 저들끼리 손가락으로 패턴을 그어댔다.

물론 패턴을 풀지는 못했다.

 

한바탕 이전 담임선생님과 태블릿pc를 가지고 논 아이들은 교실로 돌아갔다.

폭풍이 지나가고 태블릿pc를 다시 살피는데,

태블릿pc에 부착되어있던 펜이 사라져있었다.

 

 

뭐지? 왜 없지?

아까 아이들이 요란히 가지고 놀더니, 주변에 떨어뜨렸나?

주변을 살펴봐도 펜이 보이지 않았다.

뭐지? 혹시 누가 가져갔나?

 

그 순간, 그 무리 가운데에서 한 녀석이 특정되었다.

 

 

내가 담임을 맡던 시절에도 엄청난 장난꾸러기였던 녀석.

수업 공개를 하는 와중에도 옷을 허공에 빙빙 돌리는걸 20분 넘게 하던 녀석이었다.

(사실 당시 1학년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총명하고, 본성이 나쁜 것도 아닌 괜찮은 친구지만, 선악의 구분이 좀 희미한 친구였다.

 

얼마전에는 현 담임선생님에게 악의없는 장난을 쳤는데, 실제로 큰 물리적 피해를 입어 병원에 며칠 입원하셨다는 소식도 들었다.

 

 

이녀석이 또 장난기가 돌았나?

선생님의 태블릿pc 필기용 펜은 다른 펜들보다는 좀 특별히 보이긴 하는데.. 가져갔을까?

면면을 다시 되짚어봐도, 선생님 말하면 헤헤하고 좋다고 하는 아이들 사이에 유독 눈에 띄는 녀석이다.

이녀석이 가져갔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교실을 찾아가 넌지시 물어보았다.

 

"지훈(가명)아, 혹시 아까전에 선생님 펜 못봤니?"

"펜이요? 그 선생님 태블릿에 달린거요? 저는 못봤는데요?"

 

나와 지훈이가 주고받던 것을 주변에 있던 2학년(예전 학생들) 친구들이 듣더니,

 

'얘들아, 선생님이 펜 잃어버렸대!! 우리가 찾아주자!'

 

하더니 아까 태블릿을 만지작거리던 벤치로 우루루 뛰쳐나갔다.

밖에 나가 살펴보니, 벤치 근처에서 5-6명이 샅샅이 뒤지고 있었다.

꺄르륵 하면서 찾는 모습이 나를 위한건지 저들의 찾기 놀이인 건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참 고마웠다.

 

"아니야 친구들아. 선생님도 찾아봤는데 여기 없는 것 같아. 선생님이 더 찾아볼게 고마워!"

 

그리고 친구들을 보며 당부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애들아, 혹시 2학년에서 그 펜이 발견되면 선생님에게 알려줘!"

지훈이가 가져간게 맞다면, 다른 친구들에게 참지 못하고 '펜 자랑'을 하는 일이 생길 것이다.

 

 

 

 

동아리 시간이 끝나고 교실로 돌아갔는데, 문득 생각이 났다.

 

'그러고보니 내가 오전 수업시간에 모 여학생에게 이거 빌려줬었는데?'

왠지 그쪽이 맞는 것 같아, 여학생에게 내 펜을 보았느냐고 물었다.

 

여학생은

 

"어, 아까 그거 떨어뜨렸었는데, 제가 다시 주웠었는데요?"

 

떨어뜨렸다. 주웠다. 라는 말을 들으니 분명 다시 떨어져서 교실 어딘가에 있겠구나 싶었다.

여학생과 같이 찾아보니, 책상 다리에 펜이 찰싹 붙어있었다.(펜에 자성이 있다.)

 

 

다행히 펜을 찾고, 점심시간이 되었다.

 

 

화장실에서 혼자 똥을 때리다가, 문득 아까 의심했던 2학년 친구에게 미안한 감정이 몰려왔다.

그리고는 어떤 교의 신자가, 교회에서 죄를 고백하며 용서를 비는 장면이 떠올랐다. (나는 무교다.)

 

'.....한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그렇게 나쁜 마음을 먹었다니. 저의 죄를 용서해주세요.'

 

그렇게 미안한 마음을 곱씹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내가 예상했던 대로 그 친구가 가져간게 맞았다면? 나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에이씨! 이녀석이었구만. 찾아서 다행이다. 휴..'

...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내가 잘못한것과 그렇지 않은것은, 결국 결과에 따라 나누어지는 것일까?

의심을 했는데 틀렸다면 의심한 나의 잘못이고, 만약에 정말 범인을 찾아낸 것이면 잘한 일인가?

의심한 결과가 맞냐, 아니냐에 따라 나의 행위의 잘잘못이 달라진단 말인가?

 

 

 

혼자 속으로 했던 의심이 이러한 생각으로 커지며,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고민이 들었다.

 

 

화장실에서 나와, 교실에 앉아 이 문제를 곰곰이 생각해보고 있는데,

앞에 제법 총명한 6학년 친구가 마주앉아 나를 보고 있기에, 그 친구에게 자문을 구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서윤(가명)아, 선생님이 펜을 잃어버렸는데...(중략) 결국 그 펜을 교실에서 찾았지 뭐야. 이런 경우, 

이전에 있었던 행동들 때문에 2학년 학생을 의심한게 나쁜 일이니?"

 

가만히 듣고있던 서윤이가 되물었다.

 

"선생님, 이거 진짜 겪었던 일을 말하는거에요?"

 

"응. 방금전 동아리시간에 겪었던 일이지."

 

"나쁜 일이죠. 의심을 했는데 결국 다른데서 나온거잖아요."

 

바로 원하던 대답이었다. '잘못된 의심을 했으니 잘못이다.'

 

"그렇다면, 만약에 의심을 했는데, 실제로 그 학생이 펜을 가져간 것이었다면 어때? 이때는 나쁜 일일까?"

 

서윤이가 즉시 대답했다.

 

"아뇨, 그러면 나쁜 일이..."

 

그러다가 멈추고 5초 정도 가만히 생각하더니, 다시 대답했다.

 

"아뇨. 그래도 나쁜 일이 맞죠. 결과적으로 진짜였다고 하더라도, 증거없이 의심했잖아요. 증거없이 의심한 것 자체가 나쁜 것 아니에요?"

 

 

친구의 대답을 듣는순간 깨닫는 부분이 있었다.

내가 그 2학년 친구를 의심했음에도 '네가 가져갔니?' 라고 묻지 않고 '펜을 잃어버렸는데 혹시 봤니?'

 

라고 물었던 것,

 

직접 '2학년이 가져간 것 같은데 찾으면 알려줘!'가 아니라, '2학년에서 혹시 발견되면 알려줘!' 라고 한 것들이

결국 증거없이 의심하는 행위 자체가 나 스스로도 나쁜 행위라고 생각했다는 방증이다. 나도 알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고마워 서윤아. 니가 그렇게 말해줘서 내가 많이 배웠다. 고마워!"

 

보통 '의심해서 맞았다면 잘 짐작한거죠' 라고 할법도 한데, 친구가 정확하게 구분을 해준 덕에 크게 배웠다.

 

 

 

이 문제에 대한 관점은 서로 다를 수도 있다.

 

아마 반 학생들에게 혹독한 경험이나, 정서적 배신을 많이 당한 경우에는 의심하지 않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냥 '아주 개인적인 해답'을 내는 것에 학생의 통찰이 큰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학생들에게 배우는 일이 참 많은 것 같다. 특히 올해는 참 마음이 따뜻하고 서로 배려가 있는 학생들을 만났는데,

 

덕분에 서로 즐거울 일이 많아서 다행이다.

34개의 댓글

2022.08.05

그래서 서윤이 고등학교 졸업하고나면 결혼할거임??? 아님 내가 데리러 가야겟음

23
2022.08.05
@파랑새007

제발

13
2022.08.05
@파랑새007

ㅋㅋㅋㅋㅋㅋㅋ

0
2022.08.05
@파랑새007

0
2022.08.06
@파랑새007

서윤아 도망쳐

0
2022.08.06
@파랑새007
0
2022.08.08
@파랑새007
0
2022.08.08
@파랑새007
0
2022.08.09
@파랑새007

첫댓 개조졌네

1
2022.08.09
@파랑새007
0
2022.08.05

좋은 글이다

0

좋은 글 감사합니다

0
2022.08.05

잘읽었어 다음에도 써줘

0
2022.08.05

선생님은 그러믄 안되지만 경찰이나 수사관은 예외

3
2022.08.05

좋은 글 잘 읽었음

0
2022.08.06

아이들의 애정이 겁나거나 부담스럽다고 느낀 적은 없었음? 가령 애들이 와서 안기거나 안아달라고 할 때 처럼

아무리 내가 좋은 의도, 깨끗한 마음으로 애들을 대했어도 타의에 의해서 그게 아닌게 돼버리기도 하는 세상이잖아

0
2022.08.06
@시간은구미야

6학년 학생들이라면 그러면 안되고..

 

1학년은 사회통념상 괜찮지 않나? 그리 생각함.

 

만약 1학년 아가들 안아주는것도 뭐 추행이다 뭐다 하며 문제제기 한다고 하면, 그정도엔 맞서 주장하겠다는 생각은 함. 그걸로 ㅈㄹ해서 정 안되는 상황이 오면 더러워서 안한다고 때려칠 생각도 해본적은 있음.

 

저학년 아가들 많이 만났는데, 실제로 그런 문제를 제기한 학부모는 없었음.

0
2022.08.06
@팡팡팡팡팡팡

ㅇㅇ 나도 1, 2학년 애기들

 

뉴스나 인터넷에서 보는 거랑 달리 현실의 내 삶은 그렇게 팍팍하지 않더라 싶으면서도, 다른 어딘가의 누군가는 어쨌든 겪은 일이라는 걸 생각하면 또 혹시나 싶기도 하더라고

그래서 가끔 영화 보고 나서 만약 내가 주인공 같은 상황에 처하면 어떻게 하지? 하고 망상하는 것 처럼 막연하게 그런 생각에 잠길 때가 있음

이 경우엔 하필 그 영화가 더 헌트라서 문제지ㅋㅋ;

 

하튼 그렇구나

이런 문제를 실제로 겪기는 커녕 선생님 좋아라 해 주는 학생들의 호의를 오롯이 받을 수 있다는 거에 감사해야겠지

1
@시간은구미야

5학년이 내 허벅지에 앉은적 있었는데 진짜 오만가지 생각이 다들었음

내가 밀어내면 애가 상처받을까?

지금 누군가보면 오해하지 않을까?

혹시 오해받으면 해명은 뭐라고해야하지 지금이라도 뿌리쳐야하나 애한테는 뭐라고 해야하지?

 

긴급상황이 오면 시간이 느리게가면서

뇌가 빨리돌아가는걸 느꼈음

그리고 나온 답은 허벅지 아프니까 옆에 앉으라고했음 복잡한 어른들의 법을 설명할 필요도 없고 상처되는말도 아니고 좋은 방법인것같아서 종종 써먹음

0
2022.08.06

이 글을 보면서도 느끼지만 배움에 있어서 나이 그리고 직책(?) 없다고 생각이 듦.

원래는 교사와 학생이지만 이번 사례의 경우 반대가 되지 않았나 싶음. 그런 와중에 '어린 것이 뭘 안다고...'라는 폐쇠적인 마음이 아닌 열린 마음으로 자문을 구하고 거기서 깨달음을 얻은 것 자체가 참된 스승이지 않나 싶음.

오만과 편견을 떠나, 누구에게나 조언을 구하고 그 조언이 내게 깨닫는 무언가가 된다면 그 조언을 해준 이가, 설령 나와 대척점에 있는 사람일지언정 인정하고 받아들일 줄 아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함.

 그래서 나 역시도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땐 편견을 갖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조언과 충고등을 받아드릴 줄 아는 대인배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더 굳게 하게 됐음.

0
2022.08.06

"확실하지 않으면 승부를 걸지 마라, 이런거 안 배웠어?"

2
2022.08.06

???: 그래서 서윤아 니 교과서를 선생님이 가져갔을까 안가져갔을까?

0
2022.08.06

우리는 합리적 의심을 해봐야합니다

모두을 의심해야합니다ㅋㅋㅋㅋ

0
2022.08.06

나는 좀 다르게 생각함. 글쓴 게이는 글쓴 게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높은 확률의 확실한 경우부터 찾는게 합리적이었음

다만 이건 확률의 문제기 때문에 그 경우가 확실하지 않을 확률 또 한 존재했음

글쓴이가 그렇게 돌려서 말을 했던 건 그게 '무의식적으로 잘못이라 인지'해서가 아니라

그 아이가 가져갔다는 것이 틀렸을 가능성 또한 존재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음

 

틀릴 경우였다면 그 아이가 상처를 받게 되고 글쓴이 커리어에도 문제가 생기는 등 좋을 게 하나도 없으니

글쓴이가 그렇게 돌려 말하는 거는 맞을 확률과 아닐 확률이 동시에 존재하니 합리적으로 행동한 것이 맞을 거임

 

그 아이한테 가장 먼저 물어본 건 물론 그 아이 입장에서 유쾌한 건 아닐 거임

그래서 그 아이가 눈치채지 않도록 돌려 말했고

그 아이부터 조사한다는 사실을 다른 아이들이 알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봄

펜도 찾아야 하고 그 아이의 입장도 생각해야 하니까

0
2022.08.06
@헤겔

펜을 찾거나 아이의 입장이 중요한게 아니고

증거도 없이 아이를 의심한 것 자체를 반성 하는 것 같아

1
2022.08.09
@차삼

그럼 또 의문이 드네 형사들이 전과자를 먼저 조사해보는 것도 실은 도덕적이지 못한 나쁜일인건지

0
2022.08.09
@물어뜯는햄찌

글쓴이가 형사니...?

왜 자기반성에 자꾸 옳고 그름을 따지는거야?

0
2022.08.09
@차삼

나도 옳고그름을 따지는거야 글쓴이의 반성적 태도라는 말 한적 없음. 의문이 든다는거지;

0

서윤이가 판사감이네

0
2022.08.07

첫댓조졌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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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7

한 6학년쯤 되니깐 명석하네 6~7살은 그저 악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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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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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8

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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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2

사과는 하셨나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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