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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리딩Dog] 9호 - 죽음에 관한 기록, 책 '마지막 사진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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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월간리딩독 8호를 쓴 지 1달이 넘었다. 그간 디아블로 이모탈에 빠져 지내느라 늦었다. 그래도 '월간'매거진을 표방하는 이 리딩독 시리즈로서는 다행히 월간이란 타이틀에 맞게 7월에 9호를 써 낼 수 있었다.(엄밀히 말하자면 8호는 6월이 아니라 5월29일에 썼었지만...넘어가 주길 바란다.) 한동안이나마 나의 도파민을 맘껏 분출시켜줘서 고마웠다, 디아블로 이모탈! 남자는 게임과 뗄 수 없는 인생인 것이다. 근데 지금 이모탈은 컨텐츠 부족으로 망했으니 하지마라. 각설하고..

 

다시 키보드를 붙잡아 짧게나마 글을 다시금 정기적으로 써 보려 한다. 완벽한 글 보다는 제 때 맞춰 나오는 간행물이 더 인기가 있다. 그러니 글의 깊이를 따지기 보다는 가벼운 정보를 얻어간다는 생각으로 즐겁게 읽어주면 감사하겠다. 이번 편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책에 관한 간략한 글이다. 

 

 

 

 

최근 유명 배우가 안락사 하기로 정했다는 기사가 나기도 했다.

[웰다잉(Well-Dying)]네덜란드, 매년 사망자 4% 안락사…스위스, 세계 유일 외국인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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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배우 알랭 들롱이 지난해 9월 파리의 한 장례식장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뉴시스]

 

“특정 나이, 특정 시점부터 우리는 병원이나 생명유지 장치를 거치지 않고 조용히 떠날 권리가 있다.”

 

‘세기의 미남’으로 불리는 프랑스 유명 배우 알랭 들롱(87)은 지난 3월 스위스에서 의사조력자살로 생을 마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2019년 뇌졸중으로 수술을 받은 뒤 스위스에서 노년을 보내고 있다. 들롱의 전 부인 나탈리 들롱도 안락사를 희망했지만 프랑스 법이 허용하질 않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들롱이 노년을 보내는 스위스에서는 자국인은 물론 외국인에 대한 조력자살도 허용된다. 대표적으로 스위스의 조력사 지원 비영리단체 ‘디그니타스’가 국내에 잘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디그니타스를 통해 조력사한 한국인은 3명이다. 의학적 치료가 불가능한 말기 환자가 자신의 의지로 강력한 수면제 등을 복용하거나 주사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자살 유도 약물은 스위스 의사의 처방을 거쳐야 하며 시술은 병원이 아닌 민간 자택이나 아파트에서 이뤄진다.(생략)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80033

 

...

 

책 '마지막 사진 한 장' 은 유럽의 몇몇 국가들이 환자 스스로 죽을 장소와 방법을 정할 수 있는 안락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서두에 소개하며 책을 쓰게 된 취지를 밝힘으로써 시작된다.

 

더 이상의 가망이 없는 환자는 스스로 치료를 관두고 요양원으로 들어간다. 소박한 개인 짐-옷가지 몇 벌, 책과 가족사진, 낡은 구두 한 켤레 등등-을 가지고서. 이후 최소한의 진통제만 맞으며 죽을 날을 기다린다. 사랑하는 이들은 서서히 진행되는 그의 죽음을 곁에서 지켜본다.

 

각각의 환자들에게 인터뷰 및 죽기 전 후의 초상화 사진을 책에 남겨도 되겠느냐고 제안하여 환자의 동의를 받은 경우에만 그의 행적과 모습, 인터뷰가 이 책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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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모두가 그걸 알지만 모두가 죽음 불감증에 시달린다. 죽음은 나의 삶과 완전히 동떨어진 어색한 단어일 뿐이다.

 

어느샌가 우리를 둘러 싼 다양한 매체들은 미남미녀로 가득한 연예인의 삶이나 사회초년생의 패기를 강조하는 자기계발서 광고, 배신과 음모가 난무하는 액션영화나 돈과 사랑을 쟁취하는 스토리의 인기 드라마 따위가 번쩍번쩍 쉴 새 없이 흘러 나온다. 당신이 사색하려고 집안의 이러한 소란스런 매체들을 피해 조용한 밤거리를 거닐기로 했다 치자.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는 결코 저물어가는 하루의 죽음조차 느낄 수 없다. 어둠을 밝히는 눈부신 간판들과 호객행위로 소란스런 분위기들이 다시금 우리의 오감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이렇듯 우리는 죽음을 잊고 살아간다. 당장 내일 죽을수도 있지만 습관처럼 죽음을 잊고 살아간다. 죽음을 접하고 죽음에 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우리는 빼앗겼다. 그 결과 죽음은 부정적인 것이고, 노화는 피해야만 하는 악이며, 추한 모습과 반짝반짝 빛나지 못하는 모습들은 뜯어고치고 감추어야만 하는 약점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결코 죽음을 피해 갈 수 없고 그것은 운명이다. 따라서 죽음을 눈 앞에서 목도하고 살갗으로 느끼며 자신에게 찾아 올 죽음에 대해 진지한 자세로 생각해 볼 수 있어야 한다.

 

이 책, '마지막 사진 한 장'은 현대사회에서 접하기 힘든 죽음의 다양한 모습들을 관찰하고 실제 환자들을 찾아가 인터뷰함으로써 죽음에 관한 불감증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을 가질 단서를 제공해 준다. 각 인물들의 죽기 전과 후를 사진으로 남김으로써 더욱 더 살갗으로 죽음이 내 삶에 존재한다는 자각을 느낄 수 있게 도와준다.

 

 

(책의 흥미로운 일화들을 기억나는대로 임의로 간략화 해 나열해 보았다.)

 

살아가는 각자의 삶의 모습이 다양하듯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심경의 변화나 태도 역시 다양하다.

누군가는 살아생전 모습처럼 과묵하고 차분한 죽음을 맞아 마치 삶과 죽음이  하나의 끈 처럼 이어진 듯 조용하고 정적인 마침표를 찍은 이도 있었고, 또 누군가는 살아 생전 여러 딸들을 홀로 키운 굳센 어머니였지만 떼쓰는 아이처럼 돌변해 그녀를 믿고 의지했던 주변사람들에게 평소 보이지 못한 행동들로 일관하다 물음표로 끝나는 듯한 마무리를 지은 이도 있다.

 

또한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왕성한 티비쇼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유명 방송인사는 급작스레 치료불가 사망예고를 받게 되었고 후유증으로 매일 기억을 잃어갔기에 그의 정체성은 갈 수록 약해지고 있었던 반면, 그에게 매일 병문안을 오는 수많은 방송계 사람들은 그가 처한 상황과 대비될 뿐인 조언만 해주고 간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들은 '힘 내', '싸워서 극복해내', '포기하지마 넌 이길수 있어' 따위의 조언을 한 것이다. 그들 앞에서는 밝은 척 강한 척 반드시 이겨낼 거라고 호언장담하던 그였지만 결코 이길 수 없는 죽음의 문턱 앞에서 그는 무력감과 좌절감 그리고 기억상실에 따른 정신분열증적 스트레스만 맛 볼 뿐이었다. 그렇게 그 방송인은 나날이 극심해지는 정체성 상실에 따른 고통에 빠진 채 삶을 마무리하기도 했다.

 

아버지의 죽음예고가 생소했던 자녀들은 병문안을 와서 무슨 이야기를 꺼낼지 몰라했다. 어색한 공기가 흐르는 속에 자녀들은 반려견 산책 중 일어난 재밌는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는데, 그들이 돌아간 후 환자는 크게 화를 냈다. 나는 당장 죽음이 목전에 임박했는데도 저들은 내 죽음같은 것에는 관심조차도 없다는 듯이 시시콜콜한 개 이야기나 늘어놨다고, 저게 정말 가족이 맞냐고 그는 대노했다. 배신감과 외로움을 느낀 그. 그는 가족들에 둘러싸인 채 왜 하필 혼자서만 이런 고통을 겪고 있어야 하냐고 마지막 순간까지 분해 했다.

 

어느 누군가는 자신의 예고된 죽음에 앞서 생전 알고지내던 친한 이들이 많이 와 주는게 자신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다른 누군가는 되도록 가까운 이들에게 자신의 죽음을 내비치지 않을 수 있게끔 병문안이든 뭐든 어쨌든 자길 찾아오지 않는 것이 자신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책에 첨부되어 있는, 죽기 전 인터뷰 할 당시의 사진과 그 후 사망한 직후의 사진 한 장 예시. 

(이미지 출처 : https://m.blog.naver.com/lazyhammer/10129983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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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6주가 지났는데 아직도 살아 있다니
그래도 살아보기는 했으니까 괜찮아
가지 말고 내 옆에 있어줘
싸워야 해, 이 고집불통! 다시 한 번 고집을 부려봐
잘 싸웠어, 아들아! 엄마도 따라갈게
안녕, 내일 보자!
남편은 폭군이었어. 그런데 그가 너무 보고 싶어
인생의 졸업시험
내 남편은 내가 지킬 거야
또 한 번의 삶이 있을까?
재미있죠? 변화를 기다리는 중이에요
난생 처음 살고 싶어졌는데, 그게 지금이야
잘자요, 엄마. 내가 옆에 있을게요
그의 머릿속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마지막 여행을 떠날 차례야
내가 없으면 누가 어머니를 돌보지?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
크리스마스 소원
하루하루를 몸으로 느끼고 있어
갑자기 시간이 넘치는 기분이야
왜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은 다 떠나가지?
회복 계획표
‘웰다잉’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

 

 

모든 죽음이 비극적인 것은 아니며 죽음의 모습과 형태들도 살아온 삶의 모습들 만큼이나 다양하는 것은 이미 언급했다. 이 책에 나오는 다양한 죽음의 형태들은 당신에게 어떤 인상을 주고 또 어떻게 삶의 태도와 인식들을 바꾸게 될까? 또는 바뀌지 않고 여전히 죽음은 내게서 먼 일로만 느껴질 수도 있다. 죽음에 관한 조용한 관찰일기, '마지막 사진 한 장' - 사진, 발터 셸스.

 

 

5개의 댓글

2022.07.25

좋은 글 감사합니다

0
2022.07.26

표지에 애기 사진은 왜 있는거임? 안락사 시킨것도 아닐테고.

0
2022.07.26
@charlote

아기가 요양원에서 피치못할 사정으로 삶을 끝내야 했던 일화도 있었거든

0
2022.07.26
@리딩Dog

아..... 옛날에 같은 경우 겪어봐서 너무나 실감나네. 요양원까지 보낼 수도 없었지만.

0

웰다잉 해보고싶네... 사후세계라는게 있으면 어쩌지 싶기도 하지만...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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