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2)그림 형제의 동화 '피처의 새'와 삼두구미 본풀이와 유사설화 비교

일전에 '피처의 새'와 삼두구미 본풀이'를 비교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더라구요. 그래서 이번엔 다른 판본들과 비교해 보려구요.

그 이전 글 : 

https://www.dogdrip.net/?_filter=search&category=22526565&search_target=content&search_keyword=%EC%84%A4%ED%99%94&page=1&mid=doc&document_srl=414813782

제가 이전에 비교한 판본이 그림 동화 '피처의 새'와 진성기본 '삼두구미 본풀이' 였다면 이번엔 거기에 추가해서 한국구비문학대계 '버드나무 잎이 제일 무섭다.(강화군)', '와라진 귀신(남제주군)' 샤를 페로의 '푸른 수염' 을 비교해 보겠다. 

버드나무 잎이 제일 무섭다.(경기도 강화군 화도면)

1. 옛날 옛적 어느 산골에 세 자매를 둔 아버지가 살았다.

2. 나무를 하고 사는데 '아.'소리를 하자 키가 9척에 뿔과 털이 나고 귀가 큰 도깨비같은 놈이 나타났다.

3. 도깨비가 왜 날 불렀는지 묻고, 나무꾼이 "부른 적 없다." 고 하자 "내 이름이 '아'인데 당신이 부르지 않았느냐?" 고 반문한다.

4. 삼자매가 있단 걸 알고 나타났고 삼일 안에 딸을 안 주면 죽이겠다고 협박한다.

5. 결국 승낙한 나무꾼이 집으로 돌아와서 근심걱정을 하고있다.

6. 큰딸이 아버지에게 "왜 이렇게 기운이 없냐?"고 묻자 하는 수 없이 털어놓는다. 

7. 아버지가 큰딸에게 "너를 안 주면 잡아가겠다는데 어떻하냐?"고 한탄한다.

8. 큰딸이 "내가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가겠다."고 한다.

9. 삼일째 되는 날 도깨비가 나타나서 큰딸을 데려간다.

10. 큰딸을 대궐같고 으리으리한 집, 깨끗하게 꾸며놓은 방에 대려다 준다.

11. 도깨비가 사람 뼈다귀를 주면서 "내가 어디 갔다올 동안 먹어라. 이걸 먹지 않으면 널 죽이겠다. 죽이지 않으면 가두겠다." 고 협박한다. 

12. 사람 뼈를 먹을 수 없었던 큰딸은 뼈를 굴뚝에 넣었다.

13. 도깨비가 돌아와서 큰딸에게 먹었는지 묻는다.

14. 큰딸은 먹었다고 대답했고, 그 말은 들은 도깨비가 "다리 뼈야 나와라." 라고 물으니 뼈가 굴뚝에서 나와 대답한다. 

15. 큰딸에게 속은 것을 안 도깨비는 큰딸을 철장 속에 가둔다.

16. 아버지는 큰딸을 줬으니 더 이상 도깨비가 안 나타날줄 알고 나무를 하는 중 도깨비가 또 나타난다. 

17. 도깨비가 또 나타나서 둘째 딸을 달라고 요구한다. 

18. 죽을까봐 겁난 아버지가 둘째딸을 데려가는걸 허락한다.

19. 도깨비가 둘째딸을 데려가서 큰딸에게 했던 요구와 똑같은 요구를 명령한다.

20. 둘째딸은 뼈를 아궁이에다 집어넣었다. 

21. 도깨비가 돌아와서 둘째 딸에게 먹었는지 묻는다.

22. 둘째 딸은 먹었다고 대답했고, 그 말은 들은 도깨비가 "다리 뼈야 나와라." 라고 물으니 뼈가 아궁이에서 나와 대답한다. 

23. 둘째딸에게 속은 것을 안 도깨비는 둘째딸도 철장 속에 가둔다.

24. 철장 안에서 큰딸과 둘째딸이 만난다. 둘은 대화한다.

25. 도깨비는 막내딸을 달라고 요구하고, 그렇게 막내딸을 데리고 와서 큰딸과 둘째딸에게 했던 요구와 똑같은 요구를 명령한다.

26. 막내딸은 삼자매중 제일 영특하고 인물도 좋았다.

27. 막내딸은 곰곰히 생각한 후 장작불에다 뼈를 태우고 뼛가루를 배에다 감았다.

28. 도깨비가 돌아와서 막내딸에게 먹었는지 묻는다.

29. 막내딸은 먹었다고 대답했고, 그 말은 들은 도깨비가 "다리 뼈야 나와라." 라고 물으니 뼈가 뱃속에 있다고 대답한다. 

30. 막내딸이 뼈를 먹은 것으로 착각한 도깨비가 "너밖에 나하구 살 시악시가 없다."며 막내딸과 함께 산다.

31. 막내딸은 원수인 도깨비도 처단하고, 언니들도 찾으려고 도깨비를 설득해서 도깨비의 약점을 묻는다.

32. 도깨비는 버드나무 잎사귀만 귀에 안 닿으면 무적이라고 말한다.

33. 도깨비가 자는 틈을 타 버드나무 잎사귀를 귀 양쪽에 넣었다. 

34. 도깨비가 기절하자 아버지에게 가서 장정들을 데리고 와서 버드나무 잎사귀를 더 뜯어 도깨비의 몸에 칭칭 감는다.

35. 가마솥 끓는 물에 도깨비를 넣어 죽인다.

36. 언니들을 구출한다.

37. 광을 열어보니 어떤 곳은 금이 가득하고, 어떤 곳은 옷이 가득했다. 막내딸 덕분에 가족들은 부자가 되었다. ​

와라진 귀신(남제주군)

1. 옛날옛적 와라진이라는 땅 밑에서 사는 귀신이 살았다.

2. 늙은 할아버지가 손녀 세 명을 데리고 푸나무 장사를 하며 살았다. 

3. 어느 날,  할아버지가 소나무 밑에서 한숨을 쉬자 와라진 귀신이 나타났다. 

4. 와라진 귀신(이제부터 와라진이라 약칭하겠음.)이 할아버지에게 "할아버지 왜 그렇게 고달픈 소리를 합니까?"하며 묻자 할아버지가 "난 푸나무 장사를 하며 사는데 항상 가난하게 산다. 그게 힘들어서 한숨을 쉬었다."라고 말한다.

5. 그 말을 듣자 와라진이 손녀 하나를 나한테 팔고 편하게 살아라 한다.

6. 할아버지는 와라진에게 돈을 받고 와라진은 23살 된 큰손녀를 데리고 집으로 간다.

7. 와라진이 큰손녀를 데리고 가는데 땅 속으로 데리고 간다. 사람은 안 살고 와라진만 살며 첩첩산중 나무가 우거진 곳이다. 

8. 와라진의 집은 열두 대문이 있고, 집 안에는 장방이 있는데 장방을 열쇠로 잠가 놓았다.

9. 와라진은 처녀에게 "나와 살려면 사람 고기를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 

10. 큰딸은 승낙하고 와라진이 "다리야."라는 말을 하니 다리가 와라진 앞에 떨어진다.

11. 와라진은 삼일동안 어디를 갔다올 테니 다리를 먹으라고 당부한다. 

12. 큰딸은 고민하다가 새나 까마귀가 다리를 물어가길 바라며 다리를 지붕 위에 던진다.

13. 삼일 후 와라진이 와서 다리를 먹었냐고 묻고, 큰딸은 먹었다고 대답한다.

14. 와라진이 "다리야."하니 다리가 지붕 밑으로 떨어졌다.

15. 화가 난 와라진이 큰딸을 죽이고 시체는 장방에 가둔다. 

16. 와라진이 할아버지에게 "손녀를 보고프면 소나무 밑에 있어라."고 말한다.

17. 할아버지가 손녀 둘을 데리고 와라진을 만난다.

18. 할아버지는 와라진에게 손녀 하나를 돈도 안 받고 준다. 할아버지는 손녀가 시집 가는 줄로만 안다. 

(이제부터 둘째 손녀, 막내 손녀는 둘째 딸, 막내딸이라 칭하겠음)

19. 와라진이 둘째 딸에게 "다리를 먹어야 언니를 보여준다." 고 말한다. 

20. 무서운 둘째 딸은 승낙하고 다리가 썩길 바라며 마루 판자 밑에 넣는다.

21. 둘째 딸도 언니와 똑같은 패턴으로 죽는다. 

22. 와라진은 막내딸을 데려가면서 "다음은 할아버지를 데리고 가겠다. "고 말한다.

23. 막내딸은 와라진과 가면서 언니들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궁금해진다. 

24. 와라진은 막내 딸에게 "다리를 먹어야 언니들을 보여준다." 고 말한다. 

25. 막내딸은 언니들을 보여줘야 다리를 먹겠다고 버틴다.

26. 결국 다리를 먹겠다고 승낙한다.

27. 와라진이 가고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해진 막내딸이 하늘을 향해 우니 하늘에서 백발노인이 나타나 방도를 가르쳐 준다.

28. 백발노인 왈 : 다리를 방아에 찧어 가루로 만들고 가루를 수건에 담아서 배에 차라.

29. 돌아온 와라진이 다리를 먹었냐고 묻고, 막내딸은 먹었다고 대답한다.

30. 와라진이 "다리야."하니 다리가 뱃속에 있어서 못나오겠다고 말한다. 

31. 와라진이 "드디어 나와 같이 살 아내를 만났다.고 기뻐한다." 와라진은 막내딸에게 "너는 이제부터 나와 백년동거(百年同居)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32. 와라진이 가지고 있는 물건 중 하얀 병에 담긴 물과 검은 병에 담긴 물을 보게되고 막내딸은 이 물들이 어떤 용도로 사용하는 물건인지 묻는다. 

33. 와라진 왈 : 하얀 물은 죽은 사람에게 뿌리면 살아나는 물이고, 검은 물은 산 사람에게 뿌리면 즉사하는 물이다. 

34. 막내딸은 와라진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뭐냐?"고 묻고 와라진은 "그런 거 알아서 뭐하냐?" 고 대답한다. 막내딸은 그에 응수하며 "할아버지와 같이 살려면 할아버지가 가장 무서워 하는 걸 알아야 할 것 아니냐?"고 말한다.

35. 와라진은 "사람도 귀신도 안 무섭지만 버드나무를 제일 무서워 한다." 고 말한다. 버드나무가 몸에 닿으면 죽는다고.

36. 와라진이 삼일 동안 어디 갈 동안 막내딸은 버드나무를 찾는데 기껏 찾은 버드나무가 시들시들하다.

37. 막내딸이 하늘에게 버드나무를 찾게 해 달라고 빌자 버드나무가 살아난다. 

38. 버드나무 가지를 여러개 꺾어 집으로 돌아온 후, 와라진이 집으로 돌아와서 잠을 자는 도중 버드나무 가지로 와라진을 두드리니 와라진이 기절한다. 그리고 검은 물을 뿌려 죽인다.

39. 열쇠로 장방문을 열어 하얀 물을 뿌려 죽은 사람들을 살린다. 

40. 언니들은 살아나면서 "너무 많이 잤다."고 말하며 일어난다. 

41. 살아난 사람들은 기뻐하며 "살아나서 기쁘니 우릴 살린 색시네 집에서 잔치를 갖자."고 말한다. 

42. 막내딸은 와라진의 재산으로 방이 5칸이나 되는 집을 마련한다. 

43. 와라진의 시체는 문간방에 놓고 나머지 방은 삼자매가 쓴다. 혹시라도 와라진이 살아날까봐 집안에 버드나무 가지를 놓는다. 

44. 살아난 사람들이 잔치를 하려는 순간 와라진이 살아나서 모두 도망을 쳐버렸다.

45. 삼자매는 와라진을 끈으로 묶고 버드나무로 때리니 기절한다.

46. 사람들이 쇠고기, 돼지, 찹쌀, 벼 등을 가져와서 와라진이 죽은 기념으로 원수풀이를 한다.

47. 와라진을 빻아서 가루로 만들어 가루로 떡을 만든다. 떡을 만들어 던지니 새로 변했다.

분석 : 일단 이 설화는 전국적인 광포 설화가 아니다. 지금까지 무가집에 1편, 한국구비문학대계에 3편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설화가 광포 설화가 되지 못한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현지화에 실패했다는 것 같다. 지금부터 이 설화를 '삼두구미'라고 칭하겠다.삼두구미는 유럽의 마법담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삼두구미의 행위(신부를 죽이는 폭력성, 자신의 다리를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능력)가 너무 이질적이어서 청자가 정서적으로 이해하지 못해 설화의 전파가 잘 이루어지지 못했고, 결국 현대에 4편밖에 채록되지 못했던 것 같다. 여담이지만 '와라진 귀신'판본은 필자가 확인한 3편의 판본중 막내딸이 조력자의 도움을 가장 많이 받는 판본이다. '삼두구미본'과 '버드나무가 제일 무섭다.'는 남편이 금기를 제시했을때 자신의 계교로 남편을 속이는 반면 '와라진 귀신'은 초월자(백발노인)의 도움을 받아 속인다. 설화의 본형태라기 보단 화자가 이야기의 비현실성을 보고 바꾼 것 같다. 쓰면서 알게 된 건데 아버지가 괴물에게 협박이나 거래를 통해 딸을 주는 장면은 미녀와 야수의 초반부와 비슷하다. 제주도에는 삼두구미가 이장풍습과 연관이 있는 반면 육지에서는 이장의 'ㅇ'도 안 나타난다. 이를 통해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육지에서도 이장과 관련된 풍습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며 소멸했거나, 둘째는 삼두구미는 원래 이장과 관련이 없고, 육지를 통해 제주도에 도착했을때 제주도에서 이장과 관련된 풍습이 붙여졌다는 거다. 이것은 추가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

 '피쳐의 새'에 나오는 계란과 제주도에 전래되는 두 판본은 계란이 나온다. 차이점이라면 마법사는 계란을 자매들에게 주는 반면 삼두구미들은 계란을 무서워한다. 혹시 계란에도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닐까?

'와라진 귀신'은 필자가 조사한 세 편의 이야기 중 열쇠가 가장 많이 나오는 판본이다. 예)장방을 열쇠로 잠근다.

 또한 언니들을 찾자마자 언니들이 살아나는 것이 아니라 생명수를 뿌려야 산다. 이 부분은 여타의 설화들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예)바리공주가 오구대왕을 생명수를 뿌려 살리는 것, '연이와 버들잎 소년'에서 연이가 생명수로 도령을 살리는 부분. 나머지 판본에서는 생명수로 살리는 부분이 없다. 종합해보면 여타 판본들중 '와라진 귀신'이 가장 현지화가 많이 된 이야기 같다. 그리고 '와라진 귀신'은 다른 판본들에 비해 주인공이 상대적으로 수동적인 부분이 많은데 (가령 금기를 제시하자 막내딸이 막막해서 우는 장면이 있는데 다른 판본에선 우는 장면이 없다.)이 부분은 '푸른 수염'의 주인공과 미약하게나마 비슷한 점이 있다.

정서적으로 이질적인 부분이 많으니 동아시아에서 전래된 설화라기보단 유럽에서 전래된 설화같다. 그렇다면 언제쯤 전래됐을까? 삼국시대? 고려시대? 

중국과 일본, 몽골에도 이와 비슷한 설화가 있을까? 이 부분도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으아~~~ 제대로 쓴건지 모르겠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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