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계급이 음식을 낳고, 다들 제 분수를 아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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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Ij65wvAGX-c

 

 

평화의 시대

 

농경사회는 무분별한 폭력을 용납하지 않는 사회였다. 농경사회는 수렵채집사회에서처럼 10퍼센트에 달하는 살인율을 유지한다면 유지, 존속될 수 없었다. 농경사회는 어떻게든 평화를 갈구해내야만 했다. 그렇게 계급과 신분이 생겨났고, 적서의 차별과 남녀가 유별함이 만천하에서 당연한 일이 되었다. 이 차별들을 통해서, 인류는 살인율을 5퍼센트 안짝으로, 절반보다 더 줄일 수 있었다. 바야흐로, 계급과 노예의 시대였다.

노예의 시대

농경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세밀하게 분류된 기준에 따라 나뉘었다. 분업이 시작되었고, 대장장이는 신성시되었다. 제사, 상업만 전문으로 하는 가문이 등장했으며, 이것도 모자라 특정 사업을 위해 대규모로 조직된 집단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 집단은 바로 노동자 집단이었다.

임금노동자들은 고대시대때부터 거대 건축물 건설을 위해 동원되곤 하였다. 그러나 농경사회에서는 아무도 임금노동자가 되고 싶어하지 않았다. 누구나 자기 땅을 갖고 있는 자영농이 되고자 하였던 것이었다. 따라서 농경사회의 노동시장은 만성적인 노동력 부족에 시달렸다. 따라서 전쟁포로가 노예로 바뀌었다. 아무도 노동을 하려하지 않는다면, 강제로 하게끔 하는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노예 노동은 가부장제에 이어, 농경사회를 돌아가게 하는 두번째 필수품이었다.

지식인의 시대

또 다른 특별한 집단은 지식인 집단이었다. 문자의 발명을 통해 이들은 문해력이라는 특수한 기술을 얻을 수 있었다. 지식인들은 통치집단의 윤활유 역할을 했다. 이들은 성직자들을 도와 지배질서를 옹호하는 경전을 썼고, 상인들을 도와 빈자들을 착취하는 회계장부를 썼으며, 통치자들을 도와 폭력을 정당화하는 법을 만들었다. 지식인들이 곧 통치집단이 되었고, 통치집단 또한 자식들에게 글공부를 시켰다.

폭력 독점의 시대

사회의 정점에는 통치자들이 있었다. 최초로 폭력을 독점하게 된 통치자, 나랏님들은 성직자들의 권위를 빌어 신의 대리인이나 혹은 신 그 자체의 권위를 뒤집어 썼다. 이들은 처음에는 자그마한 도시국가의 리더에 불과하였으나, 점점 세를 불려 거대한 농경 제국의 지배자가 되었다. 그리고 이들의 신민이 된 사람들은 더 많은 식량을 안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었다. 이를테면 대규모 관개수로 사업은 권력을 독점한 소수만이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이라, 고대 중국의 통치자는 종종 물을 다스리는 신과 연결되어 있었다. 농민들은 통치자들의 강한 권력 덕분에 더 많은 식량을 얻을 수 있었고, 만약 세월이 흘러 수로가 터지고, 부패한 중간관리들의 수탈에 그런 권리를 얻지 못하게 될 때엔 반란을 일으켰다. 그때엔 통치집단 또한 교체될 수 있었다. 그리하여 통치자들은 따라서 어떻게든 평화의 사도가 되어야 했다.

모두가 제 분수를 알면 좋은 세상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우며,

아비는 아비답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한다

君君臣臣父父子子

 

공자, 정치에 대해 묻자

사회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농민들은 상호 단절된 공동체를 유지했다. 이들은 평생 죽을때까지 고향에 머무르곤 하였다. 지배층이 저들끼리 운신의 폭을 자유롭게 잡는 동안에, 이들은 가축처럼 농지에 매여 고유의 풍습과 방언을 발달시키며 고여있었다. 이들이 가끔가다 움직일 때는 굶주림에 지쳐 도저히 버틸 수 없어 반란할 지경에 이르렀을 때이다. 이들은 대대적인 반란을 일으킬때도 몇가지 레퍼토리에 따라 움직였다. 첫번째는 '착한 군주 -나쁜 귀족' 이야기이고, 두번째는 '좋았던 옛날' 이야기이다. 두 레퍼토리 모두 농경 사회의 계급 질서를 옹호한다.

착한 군주 - 나쁜 귀족 이야기는, 멀리 있는 임금님은 선하지만, 가까이 있는 나쁜 귀족들이 임금의 눈과 귀를 흐리고 우리들을 착취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농경사회에서는 흔한 이야기였다. 그래서 농경사회의 반란 세력은 임금님의 신성을 부정하지 않으며, 단지 가까이에있는 사악한 귀족들(수령)만을 단죄하려 궐기했노라고 주장하곤 했다. 정말 어디서 많이 본 패턴 아닌가?

좋았던 옛날 이야기는 농경 사회의 구성원들이 먼 옛날을 이상세계로 설정하는 경향을 말한다. 이것도 정말 어디서 많이 본 패턴 아닌가? 유교 경전은 언제나 주나라를, 성경은 다윗 시대를 이상시대로 설정한다. 통치집단이 천명을 잃었다면, 통치집단은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모두 농사를 짓는 한, 통치집단은 남아있어야 했다. 이것은 농경시대를 사는 누구나 동의하는 사실이었다.

농경사회의 하층민들은 따라서 평등해지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가 제 분수를 지키며 사는 세상이 좋다고 여겼고, 누군가에게 통치당하는 걸 고까와했지만, 통치 자체가 문제라곤 생각하진 않았다. 그들은 정치 경제적 위계 자체를 때려부수기보단, 모두가 제 직분을 지키고 조화롭게 평화를 유지하는 세상이 옳다고 보았다. 그리고 그들은 반란할때조차 농경사회의 질서를 무너뜨리려는 일부 악당들을 때려부수고자 반란했을 뿐이었다.

농민들은 부자나 귀족을 두려워했지만 동시에 부자나 귀족이 되기를 원했다. 누군가는 부유하고, 누군가는 가난한 것은 이 세상의 당연한 법칙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들의 생각은 일리가 있었다. 계급이 있었기에 농경 사회의 제국은 더 거대하고 촘촘해질 수 있었고, 계급분화가 미미하던 초창기의 원시농경민들에 비해 더 잘먹고 잘살 수 있었던 것이다. 초창기의 원시농경민들은 더 평등했을지언정, 더 적게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농경 사회가 거대해져 촘촘한 신분제의 그물망을 형성하자, 인류는 다시는 계급이 없던 시대로 돌아갈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영원한 폭력의 상태에 놓이게 된 노예들은 찬란했던 과거를 동경할수밖에 없게 되었던 것이다.

기적적인 예외

그러나 이러한 농경사회의 길을 걷지 않은 기적적인 예외의 사례들이 있기도 하였다. 바로 무역 중심지에 위치한 도시국가들이었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 아테네가 있다. 아테네는 토지가 척박하여 농업에 유리하지 않았던 대신, 거대 교역망의 중심에 위치해 식량을 수입하는 대신 농업 사회의 짐을 떠맡지 않을 수 있었다.

아테네에서는 계층화가 미약했으며 평균적인 여타 농경 사회에 비해 소득불평등이 낮았고, 실질임금이 매우 높았다. 농경사회의 지배층이 보통 극소수 엘리트인 것과 달리, 아테네에선 노예, 거류외인이 아닌 모든 성인남성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었으며, 신분이 아닌 재산의 차이에 따라 느슨하게 규정된 상류층이 있었을 뿐이었다. 이러한 부유함과 높은 문해율에 힘입어 아테네에서는 위대한 사상과 철학이 꽃을 피울 수 있었다.

그러나 아테네에서도 세명 중 한명은 노예였으며, 남녀차별 또한 심했다. 결국 아테네도 도시의 규모가 더 커지고, 주변의 도시국가들을 복속시켜 제국의 길을 걷기 시작하자, 이들또한 농경사회의 전례와 죄악을 따를 수 밖에 없었으며, 결국 남은 아테네의 철학또한 농경사회에 흡수되고 말았다.

축의 시대

그런데, 정말로 나랏님들 덕분에 농사꾼들은 더 잘먹고 잘살게 되었던걸까? 정말로 위대한 혈통을 지닌 신-통치자 덕분에 칼로리 섭취량이 늘었던 것인가? 어쩌면 이 번영은 세분화된 신분제, 존재의 대연쇄라는 거대한 사슬 '덕분'이 아닐수도 있지 않을까? 어쩌면, 이 사슬을 한번 끊어 낸다면, 그리고 새로운 세상을 연다면,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사회에서 더 잘 살 수 있게될 수도 있지 않을까? 정말로 우리가 농경 사회에 매인 소와 같은 존재라는 것인가?

기원전 900년~200년, 칼 야스퍼스가 축의 시대라고 부른 이때에, 위와 같은 질문을 하던 사상가들이 생겨났다. 단순히 더 많이 먹기 위해서 이 모든 불평등이 자연스럽게 설계되었으리라 믿지 않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리고 이들의 질문은 현세를 떠나 있었다. 인간의 세속적인 사욕을 극복하고, 이웃의 몸을 너의 몸과 같이하며, 새로운 엄격한 윤리를 주문했다. 무엇보다 이들은 진리를 향해 나아갔다. 바야흐로 혁명가들의 시대였다. 위대한 인간들의 의지는 과연 농경 사회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세상을 열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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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의 댓글

2022.06.28

지금 축의 시대 읽고있는데 ㅋㅋ

생각보다 재미없더라고

0
2022.06.29
@acolumn

지금은 이과의 시대다

0
2022.06.28

축이 무슨뜻이야?

axis 아니면 바둑에 축 말고는 모르는데 다른뜻있음?

0
@ㅇㅅㅇㅗ

정신문명(종교, 윤리, 철학 등)이 태어난 시기를 기준 축으로 그 이전과 이후가 나뉜다는 뜻같던데..

0
2022.06.28
@별거아닌데그만들싸워

문돌이들 지맘대로 단어 정의 하네

1
2022.06.28
@ㅇㅅㅇㅗ

이과놈들처럼 자기이름 안붙이는걸 다행으로 여겨야할지도

1
2022.06.28
@ㅇㅅㅇㅗ

각 문화마다 인류가 정신적 발전 했을때가 있음.

종교, 철학, 사상과 같은 것들을 중심 축으로 발전 되었다고 함.

전세계적으로 기원전 900년 부터 200년 까지 이루어젔다고 해서 이 시기를 '축의 시대' 라고함.

3
2022.06.28

순자왈 두 명의 고귀한 사람이 서로를 섬길 수 없고 두 명의 천한 사람이 서로를 부릴 수 없다. 이것은 하늘의 이치다. 세력과 지위가 나란하고 바라는 바와 싫어하는 바가 같은데도, 물질이 넉넉하지 못하다면 반드시 다투게 된다. 다투면 반드시 어지러워진다. 어지러워지면 궁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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