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나치 독일 과학이 거품인 이유.merton

i13590451567.jpg

요약: 이새끼는 허풍쟁이다.

 

물론 지금의 초중고 과학 교과서의 소챕터 하나씩을 만들다시피한 독일 과학자들이 한둘이 아니고, 노벨상을 타간 독일 과학자들도 엄청 많지만, 적어도 나치 독일 시점의 독일과학은 개거품이 맞아. 왜냐면 당시 독일의 세계 탑티어 과학을 이끌었을 두뇌들이 다 낙지를 피해서 뿔뿔이 도망갔거든.

 

고등학교 과학 교과서에 나오는 유명한 사람들 이름을 한데 모아놓으면 실감될거야.

학년이랑 단원이 넘어갈 수록 이탈리아(갈릴레이 등)에서 영국(뉴턴, 돌턴, 켈빈)이나 프랑스(라부아지에, 파스퇴르, 게이뤼샥)으로 넘어온 이름들이 어느순간 독일계 이름(슈뢰딩거, 하이젠베르크, 뢴트겐, 보른, 하버, 키르히호프, 헤르츠...) 잔치가 되는데, 2차세계대전 딱 끝나고 발견됐을 거 같은 내용을 다루는 단원들에서는 독일 이름들이 싹 미국 이름들로 바뀌지. 망원경 이름으로도 유명한 천문학자 허블, 같이 일하던 연구자 X선 사진 긴빠이해서 지들만 먼저 유명해진 DNA 듀오 왓슨과 크릭, 그리고 사람에 따라 장난 치기 좋아하는 맨해튼프로젝트의 유쾌한 막내 혹은 개어려운 물리 전공교과서도 쓴 이론물리학자로 알고 있는 리처드 파인만. 여기에 전후 미국의 과학에 기여한 학자들로 유럽에서 망명온 아인슈타인, 페르미, 폰 노이만같은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2차세계대전 후의 과학은 거의 미국이 지배한다고 볼 수 있어.

 

2차세계대전 이후 과학의 중심지가 독일과 유럽에서 미국으로 넘어가버린 결과는, 어쩌면 전쟁이 터지기 이전에도 예정된 결과였을지 몰라.

왜냐하면 1930년대에 자연과학 분야에서 독일의 기초체력이 개같이 멸망해가는 상황을 글로 남긴 아저씨가 있거든.

 

merton.PNG

미국의 사회학자 머튼 아저씨.

이 아저씨는 1930년대 독일의 꼬라지를 "아 과학 저렇게 하는 거 아닌데" 의 예시로 자신의 글 이곳저곳에 요긴하게 써먹으셨다. 그 글들이 어떤 걸 다뤘냐면,

 

merton_norm.PNG

과학이 잘 발전하려면 어떤 규범으로 움직여야 하는가에 대한 처방을 내리는 글들임. 이 규범들은 우리말로는 보편주의· 공유주의· 이해중립성· 회의주의의 네가지인데, 이 네가지는 그 뜻을 직접 읽는 것보다는 그게 박살난 반례의 사례로 머튼이 글에서 드는 예시들이 이해하기 더 쉬울 것 같아.

 

 

첫번째 보편주의.

머튼은 이걸 설명하면서 "(1935년 나치독일이 유대인 탄압을 위해 제정한) 뉘른베르크법이 존재한다고 (독일인 과학자) 하버의 (질소 고정) 방법이 부정되지 않고, 영국을 싫어한다고 (영국인 아이작 뉴턴이 발견한) 중력의 법칙을 거부할 수 없다"라고 함. 과학 지식이 참이냐 거짓이냐는 관찰과 이전에 증명된 원리들로만 판명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가치라는 뜻을 가지고 있지.

그리고 이걸 부정하는 타산지석의 반례 중 하나로 언급되는 사건이 아인슈타인을 탄압하는 나치 독일이었어. 이 때 옆에서 같이 상대성이론을 변호한 하이젠베르크도 "하얀 유대인" (동양인이 봤을 땐 뭔 쓸데없는 짓인가 싶겠지만 당시 유럽 사람들은 유대인을 같은 백인이라고 생각을 안했음. 유대인이 아닌데 유대인을 두둔한다는 표현이지) 이라고 불리면서 함께 조리돌려졌지. 이때 머튼은 1933년 이후로의 나치 독일이 논리적, 비논리적 수단을 동원해서 과학을 방해하고 독일의 과학을 약하게 만든다고 박제를 해버림. 인종과 혈통을 모든 것에 우선하면서 이걸 자연과학 투자에 제일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버리니까 자연스럽게 독일 국내의 과학 발전이 후퇴할 수밖에 없다는 거야.

 

 

두번째 공유주의.

이건 단어가 좀 골때림. 1930년대 원문에는 communism, 그러니까 공산주의라고 적어놨음. 여기서 이 단어를 쓴 건 이 사회학자가 생산수단을 자본가로부터 뺏어와야 한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스스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과학계의 모습이 경제적인 공산주의의 모습과 유사해서 쓴 표현이라고 봐야 해. 이후에는 공산당의 공산주의랑 구분하려고 공유주의, 혹은 영어로 communalism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고. 만들 수 있는 자가 능력대로 만들고, 필요한 자가 필요한 만큼 가져간다라는 원리가 아무리 나눠도 줄어들지 않는 과학 지식에서는 꽤 잘 먹히거든. 

shouldersofgiants.PNG

여기서 머튼은 이 표현을 직접 인용해서, 과학자들이 자기들의 발견을 공유하기 때문에 과학이 더 빨리 발전할 수 있다고 하지. 여기가 예외적으로 머튼이 자기가 있는 미국의 사례를 반례로 가져온 경우일 거야. 왜냐면, 그 시대가 단순히 과학자들이 비밀 실험노트 어따가 숨겨놓고 안알랴줌만 한다고 세상에서 쉽게 인정받을 수 있는 세상도 아니었고, 이게 깨져서 소유와 수요의 논리가 과학에 들어오려면 학자들이 이걸로 돈을 벌어먹을 수 있는 구실이 있어야 되거든. 하지만 20세기 초반 세상에서 저렇게 규범을 깨는 "외도"를 할 수 있는 나라도 당시 미국밖에 없었을거야. 무려 조지 워싱턴이 1790년에 비료 만드는 법으로 처음 특허 승인을 내준 사례가 있을 정도로 미국은 지적재산권, 특히 이걸로 독점적으로 돈을 벌 수 있게 해줘서 새로운 기술 개발을 장려하는 정책과 관련한 역사가 오래됐거든. 그렇기 때문에, 연구 결과를 특허로 내고 기술이전해서 나오는 돈을 다른 연구를 더 할 수 있는 경제적 기반으로 삼는 대학 교수님들이 보편적인 지금과 달리, 당시 상황에서는 미국사람으로서 미국에서 타산지석을 찾기 싫다고 하더라도 과학 지식의 소유권을 놓고 법정으로 달려가는 모습은 미국에서 찾는 게 제일 확실했을 거야.

 

 

세번째 이해중립성.

이게 깨진 과학자들은 학문 자체 대신 다른 인물 혹은 집단에 봉사하는 연구를 하게 돼. 머튼은 이걸 어떻게 표현하냐면 "과학은 의사나 변호사와 같이 의뢰인 혹은 고객이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하지. 이것도 나치 독일에서는 무참히 깨지게 돼. 왜냐면 굳이 지식인들을 적으로 간주하지 않더라도, 이런 독재 정권들은 자기들이 지원하는 과학자들이 지금 당장 독일을 부유하고 강력하게 만들어주는 데 복무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 여기서 머튼은 나치의 대변인이 "과거의 과학 위에 지금의 실용이 서있듯 지금의 연구는 미래의 실용이 된다" 라고 한 표현을 이용해. 이렇게 이해중립성이 깨진 세상에서 과학은 오직 가까운 미래에 실용적인 효용이 있어야만 의미가 있어. 꼭 문명 시리즈 등의 4X게임처럼 앞길이 다 정해진 과학 트리에서 순서만 정하면 될 것만 같은 발상이지?

773ac58f-b97f-457c-b49a-d65a03ab270b.jpg

물론 이해중립성이 깨지고, 과학이 순수한 지식의 탐구 대신 다른 목적에 봉사하는 상황이 항상 나치 독일처럼 바람직하지 않은 결말로 이어지지는 않아. 우리는 지난 2년동안 과학이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처음 등장한 전염병의 백신을 개발한다" 라는 현실의 목적에 봉사해줬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전염병으로부터 목숨을 구하는 모습을 봤으니까. 그렇지만 이 백신을 만드는 데 필요했던 과학 원리는, 박테리아들이 바이러스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이 순전히 궁금했던 생물학자들이 찾아낸 기전에서 비롯된 거야. 그러니까, 산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올라가고 싶어하는 과학자들이 평소에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순수학문으로서의 과학을 평소에 많이 풀어주지 않았더라면 급할 때 빠른 시간 안에 자원을 집중에서 실제로 세상에 도움이 되는 물건을 만들어낼 기회도 없었을지 몰라.

 

 

그리고 네번째 회의주의.

여기서도 머튼은 단도직입적으로, 끊임없이 질문하고 의심해야 하는 과학의 윤리가 위에서의 명령에 군말없이 복종해야 하는 전체주의, 그러니까 나치 독일의 윤리와 맞지 않는다고 표현하지. 전체주의 사회에서는 나라가 연구 방향을 정해주는 것도 모자라서, 연구 결과까지 정해주는 경우도 있어. 이때는 정치적으로 힘이 센 리셴코 같은 과학자들을 반박하는 이걸 반증하는 연구를 하는 학자들은 다 부르주아라고 족치는 소련의 모습도 등장해. 사실 스탈린 이새끼도 맥주홀에서 폭동만 안일으켰지 수염 달고 저지른 짓은 히틀러랑 어께동무할 수준이니까, 머튼이 생각하는 "과학하면서 해서는 안되는 짓"만 골라서 하는 전체주의 나라로 소련이 등장하는 건 어느정도 예정된 수순이지.

 

 

이러한 이유로, 머튼은 과학이 잘 발전하기 위한 사회적 규범을 어기는 짓만 골라서 하는 나치 독일이 자국의 과학을 열심히 지원한다고 해도 그 결과가 좋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어.

 

 

그리고 그 예상은,

1024px-Einstein-Roosevelt-letter.png

독일에서 건너온 유대인 과학자 아인슈타인이 나치를 막기 위해 서명한 편지로 핵무기를 세계에서 제일 먼저 개발하기 위한 극비 프로젝트가 시작됐으며,

 

 

800px-Enrico_Fermi_1943-49.jpg

여기에는 유대인 아내의 신변의 안전을 위해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한 핵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가 합류했고

 

 

PWDec21REV_Neumann-635x476.jpg

전쟁 후에는 영국의 앨런튜링과 함께 현대 컴퓨터를 만든 두 거물 중 하나인 존 폰 노이만이 지금의 컴퓨터 하드웨어의 기본 원리를 세운 사람이라는 걸 생각하면

 

 

 

a0b.jpg

1930년대에서 80년 넘게 지난 미래의 시선에서 우리는

이새끼가 한참 떡상하던 독일의 과학기술 포텐을 얼마나 후퇴시켰는지

그리고 머튼 아저씨가 독일 과학의 침체를 꽤 잘 예상했다는 걸 체감할 수 있을거야.

 

 

 

 

여담, 저새끼만 지네 나라 과학 포텐을 박살냈을까?

benedict-cumberbatch-alan-turing-are-connected-in-real-life-001.jpg

ㄴㄴ 혐성국도 한 건 했음.

아까 폰 노이만이 컴퓨터 하드웨어의 원리를 세웠다면, 이 사람은 컴퓨터 소프트웨어 언어의 원리를 세운 사람인데, 지금 생각하면 침대에서 동성끼리 서로 "세운" 게 들켰다고 뭐가 대수인가 싶지만 그때는 그게 대수였던 거지.

 

 

 

11개의 댓글

2022.05.18

실제로 이떄 터키와 같은 3국으로 런한 독일 학자들 많고 덕분에 일부 부분에선 독일 과학계가 엄청난 타격을 입기도 함 특히 정신의학이나 수학, 사회과학같은 부류들은 독일이 원탑 달렸는데 죄다 박살나버리고 그 꿀을 다른 나라에서 쪽쪽빰

2
2022.05.18

앨런 튜링 선생님…

0
2022.05.19

https://www.dogdrip.net/226235864

https://www.dogdrip.net/226237671

https://www.dogdrip.net/226239818

관심있으시면 이것도 참고해보세요

5
2022.05.19

머튼센세..

0
2022.05.19
@돼지바

나이먹은 양...

0
2022.05.19
@혼세마왕
0
2022.05.19

사실 맨해튼 프로젝트보다 더 큰걸 해낸게 엘런튜링의 에니그마 해독 장치였을껄

0
2022.05.20
@선장입수

울트라 암호해독기 덕에 1944년 서부전역에서 독일군은 그야 말로 참패당함. 얘들이 자랑하던 SS 최정예 기갑사단들이 모르탱에서 회심의 반격을 가했으나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연합군에 의해 처참한 손실을 당함. 벌지에서 모델과 만토이펠이 그렇게 허접한 군대를 가지고도 초반에 선전한건 날씨탓도 있지만 무선이 아닌 유선과 구두로 작전명령을 했기에 초반에 미군들이 쓸려나감

0
2022.05.19

대튽님..

0
2022.05.19

산타나는 이길수있다고 ㅋㅋㅋ

0
2022.05.25

독.오는 철학이지

0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추천 수 날짜
563 [과학] 경계선 지능이 700만 있다는 기사들에 대해 34 LinkedList 11 13 일 전
562 [과학] 번역)새들은 왜 알을 많이 낳는가? - 후투티의 형제살해 습성... 7 리보솜 3 2024.03.23
561 [과학] 학계와 AI, 그리고 Bitter Lesson (쓰라린 교훈) 26 elomn 35 2024.02.17
560 [과학] 지구의 속삭임, 골든 레코드의 우주 9 Archaea 10 2024.02.16
559 [과학] 잔혹한 과학실험 이야기 <1> 절망의 구덩이 19 개드립하면안됨 37 2024.02.15
558 [과학] 스트레스를 받으면 술이 땡기는 이유 12 동식 16 2024.02.10
557 [과학] 지능은 모계유전이 아니다. 40 울릉특별자치도 35 2024.01.26
556 [과학] 진화를 생각할 때 고려할 것들 23 날씨가나쁘잖아 12 2024.01.17
555 [과학] 학문적(과학적) 접근과 유사 진화심리"학" 26 날씨가나쁘잖아 19 2024.01.15
554 [과학] 호모 사피엔스의 야릇한 은폐된 배란에 대한 남녀 학자의 다... 14 개드립하면안됨 15 2023.12.29
553 [과학] 김영하의 작별인사를 읽고 느낀 점 (스포있음) 21 장문주의 2 2023.11.28
552 [과학] 제4회 포스텍 SF 어워드 공모전 ( SF 단편소설 / SF 미니픽션 ) 2 따스땅 1 2023.11.25
551 [과학] 펌) CRISPR 유전자 가위 치료제 "최초" 승인 12 리보솜 7 2023.11.25
550 [과학] 러시아는 기술산업을 어떻게 파괴시켰는가(펌) 9 세기노비는역사비... 15 2023.11.18
549 [과학] 고양이에 의한 섬생태계 교란과 생물 종의 절멸 (펌) 2 힘들힘들고 6 2023.11.16
548 [과학] 번역) 알츠하이머병 유전자는 어떻게 살아남았는가? 12 리보솜 10 2023.11.15
547 [과학] 『우영우』의 자폐 스펙트럼 장애 개념이 왜곡인 이유 (펌) 47 힘들힘들고 10 2023.11.12
546 [과학] 흑수저 문과충 출신 구글 취직하는 파이썬 특강 -1 14 지방흡입기 11 2023.09.27
545 [과학] 국가별 당뇨 유병율 이거 뭐가 바뀐건지 아는사람? 8 LAMBDA 1 2023.09.27
544 [과학] 물샤워 ㅇㅈㄹ 하는 놈들 봐라 171 철동이 48 2023.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