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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성

모두가 알듯 미국은 총기의 소유가 합법인 나라이다.

주 마다 총기소유의 조건은 다르지만 텍사스 같이 보수적인 주는 AK47을 등 뒤에 차고 공원을 걸어다녀도 합법일 정도로, 매달 열리는 총기박람회에는 핑크핑크한 어린이용 라이플이 100달러에 나올 정도로, 개나소나 총기를 합법이든 불법이든 간단하게 구할 수 있는 나라이다.

사격란

머리깎이고 강제로 입대당하여 총기=여자친구라고 배운 우리와 다르게 미국 양놈들에게 사격은 남성성을 표출할 수 있는 '취미'이다. 누구들처럼 좋은 부대를 가기위해 사격을 잘 해야할 이유도 없고, 영점조정을 가르쳐주는 사람도, 탄피 하나 잃어버렸다고 온 난리 법석을 부릴 사람들도 없다. 다시 말하지만 '사격'은 '스카이다이빙' 같은 취미이다.

취미란 무엇인가. 

잘하면 좋지만, 못해도 재미만 있다면 굳이 잘 할 필요없는, 순전히 재미를 위한 행위 아니던가. 

동네 뒷산 올라가는데 폴대에 등산화 등산복 깔로 맞춰 올라가시는 우리 아저씨 아줌마들처럼, 25미터 표적쏘는데 초록,빨강 레이저 포인트에 4배율 줌되는 스코프/도트 사이트를 달고 싶은게 취미 아니던가.

그래서 여긴 기본적으로 도트를 달고 총을 쏜다. 권총이든 라이플이든 샷건이든, 10중 8,9는 레이저 또는 도트 싸이트를 이용해 조준을 한다.

그거랑 우리가 명사수인거랑 무슨 상관?

쌩눈에 아이언사이트로 사격연습을 한 우리는 마치 일부러 레벨업을 하지 않고 다크쏘울을 클리어하는 고인물과 같다. 확대도 안되는 아이언사이트로 70m, 150m, 200m 사로에서 상하좌우 조준선 정렬 후 표적 정렬, 날숨 후 정지, 그리고 격발을 훈련한 우리는, 대충 표적에 레이저를 가져다대고 방아쇠를 당기기만 해본 대부분의 양놈들과는 다른 '군사훈련'을 받은 사람들이다. 그런 우리가 영점 조준도 필요 없고 카메라마냥 줌인도 해주는 도트 또는 총알이 어디에 박힐지 미리 보여주는 레이저가 달려있는 총을 사용한다? 2년 먹은 짬밥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견착과 조준 그리고 약간의 도구적인 도움과 함께 우리는 명사수가 되는 것이다.

당신이 미국에 있는 사격장에 갈 기회가 있다면 꼭 가보길 추천한다. 냄새나는 깡통을 쓰고 강요된 침묵속에 몇 시간을 기다리다 열 발 남짓 빵빵빵, 표적보단 탄줍는데 신경을 세우는 한국 군대에서 해보았던 사격과는 차원이 다른 해방감과 아드레날린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총을 이렇게 잘쐈나 하는 의문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