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암치료에 대한 객관적 지식을 알려달라고 해서...

나도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내가 아는 한도내에서 상세하게 써볼게. 

원래 댓글로 쓸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너무 길어져서 입력이 안되네;;



암치료의 원칙에 대해 설명해 주자면...


일단 지금까지 나와있는 고형암에 대한 가장 확실한 치료는 '수술을 통한 암 근치적 절제술' 이야. 여기서 근치적 절제란 뭔가? 우리몸에서 암세포가 남지 않도록 해당 장기를 절제해낸다는 말이야. 암 수술에서 암이 있는 부위만 도려내지 않고 주변장기까지 도려내는 것이 바로 이것을 위한 것이야. 암이 눈에 보이는 부위 보다 더 많이 퍼져있기 때문에 이것까지 다 제거하기 위해서지. 

어느부위까지 잘라내야하는가는 이미 과거의 의사들이 수백, 수천개의 조직표본을 보고 육안으로 어디에 암이 보일때 어디까지 암세포가 퍼져 있을 수 있다는 연구를 토대로 결정되는거야. 


여기서 알아둘것은 암수술의 목적 = 암의 근치적 절제


그러면 이까지 하면 수술만으로 다 되겠는데 왜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를 하느냐?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에는 크게 2가지가 있어.


첫번째는 수술만으로 제거하지 못한 암세포들을 제거하기 위해서야.

아무리 수술을 잘한다고 해도 병기가 어느수준이상 진행했을 경우엔 육안이나 영상에서 보이지않은 미세한 암세포들이 혈액중을 떠돌거나, 주변조직에 남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을 없애기 위해서 항암,방사선치료를 하게 되는거야.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나중에 암이 재발할 위험이 매우 높아지거든. 물론, 모든 암에서 다 하는건 아니고 보통 병기가 어느정도 이상 지났을때 사용하고, 암의 종류마다 다양한 적응증이 있어. 

참고로 알아둘것은 이 적응증이라는게 그냥 만들어 진게 아니고 수많은 임상 연구를 통해서 '효과가 있는 것이 검증되는 경우'를 적응증에 넣는거야.

이때 하는 화학치료를,  보조항암화학요법(adjuvant chemotherapy), 보조방사능치료(adjuvant radiotherapy)

예를들어 원래 유방암 수술은 유방 안쪽의 근육까지 모조리 다 들어내는 것이 표준 수술법이었어. 이럴 경우 다른 곳에 전이된게 없다면 그곳에 다시 전이될일은 없지. 유방조직 자체가 남아있지 않을 테니까. 그런데 그럴경우 한쪽 유방이 모조리 다 없어지니까 외관상 후유증이 너무 큰거야. 아무리 유방복원술이 뛰어나다고 해도 원래 유방만큼 좋진 않지(참고로 유방복원술과 확대술은 완전 다른 수술). 그래서 되도록 유방을 적게 잘라보자는 시도가 나오게 되었고 최근에 들어 암이 있는 유방조직만 때내고 유방을 살리는 유방보존술이 생겨나게 되었어. 그런데 이럴경우 일단 육안적으로 보이는 암은 다 제거했지만 주변조직에 암세포가 남아있을 지도 모르기때문에 거기에 추가로 방사선 치료를 수술후에 추가로 더 하게 된거야. 그렇게 해봤더니 유방전체를 다 잘라내는것과 생존률을 비교했더니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 확인되었고, 요즘들어서는 이 유방보존술을 많이 쓰고 있지.


두번째는 수술로 암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할때 야.
아까 말했지만 암수술의 목적은 '암의 근치적 절제'야. 반대로 말하자면 근치적 절제가 불가능 하다면 수술을 해봤자 생존률에 별 이득이 없다는거야.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된 말기 암의 경우가 바로 여기에 해당돼.

그럼 이런생각도 해 볼 수 있는데 "전이된 곳도 모조리 수술로 제거하면 안돼느냐? 왜 수술을 안하지?" 

다른 장기로 전이된 암에서 수술을 하지 않는 것은 암세포가 원래 있던곳이 아닌 다른 장기에 전이 됐다는 말은 피속에는 이미 수많은 암세포들이 떠돌고 있고, 보이지 않을 뿐이지 다른장기에도 암세포의 씨가 옮겨가서 자라고 있을거라는 거야. 그렇기 때문에 당장 눈에 보이는 곳을 모조리 수술 한다고 해도 이미 다른장기에 씨를 내린 암들이 자라서 또 재발하기 때문에 완치가 되지 않아. 
그리고 수술로 여러 장기를 절제하면 거기에 따른 여러가지 합병증, 후유증도 있을것이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수술을 하더라도 생존률 향상에 큰 도움이 안돼.

하지만 뭐든일에 예외가 있듯이, 난소암의 경우에는 아무리 다른 장기에 전기가 돼있더라도, 눈이보이는 모든 암을 되도록 많이 제거할 수록 생존률에 향상이 있어.

하지만 완치가 안되더라도 암이 위장관을 막는등의 증상을 일으킨다면 그 증상을 완화시켜주기 위해 수술을 하기도 하는데 이때 하는 수술은 근치적 수술(radical surgery)라고 안하고 고식적 수술(palliative surgery)라고 해.

암세포가 자라게 되면 그 덩어리 자체가 여러증상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여러 물질을 분비하거나 해서도 여러 많은 증상을 일으켜. 이를 부종양증후군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말기 암환자의 모습(살이 빠져있고, 엄청 고통스러워하고, 기운없고 등등...)의 대부분이 이것때문에 생긴다고 보면돼. 

부종양증후군에는 여러가지가 있어서 뭐가 있는지 알고 싶으면 네이버나 구글로 검색하면 잘 나오니 한번 보도록하고...



완치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암으로 인한 이런 증상들을 줄이고, 암이 더이상 진행되는 것을 막기위해서 사용하는 항암치료를 palliative therapy 라고해.


이런 방사능화학요법에 잘 반응 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암을 지닌채 수년을 사는 사람도 있긴해. 반면에 이렇게 하더라도 별로 반응이 없어서 그다지 오래 못사는 사람도 있고...하지만 아무리 항암방사능이 잘듣는다고 해도 결국 이것가지고는 암을 완치 할 수 없다고 보면돼.



암치료법에 표적치료제라던지 RF ablation, 온열치료 등등 여러가지 많지만 일단 기본적인 치료원칙은 이래.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하자면

현재의학에서 하는 치료들은 거의 다 '근거를 바탕으로해서(Evidence based)' 이뤄졌다는 걸 알아줬으면해. 의사들간에 견해차는 있겠지만 무작정 의사 마음대로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임상실험에서 정말 효과가 있다고 검증됐다고 하는 것들을 치료에 사용하고, 임상실험에서 환자에게 해가된다고 밝혀진것은 치료에 사용하지 않는 것이 현대의학이야. 심지어 요즘 말이 많은 대체의학도 현대의학에서는 치료효과가 명확히 밝혀졌다면 치료에 사용해.


어째 쓰다보니 이것저것 말이 길어졌는데, 나름 이거 쓰느라 시간 많이 들였으니 많은 도움 되길 바라고...



혹시나 쓰면서 내용이 틀릴 수도 있는 데 그럴때는 적절한 피드백 부탁.ㅎㅎ

7개의 댓글

2013.10.21
아까부터 암 치료 관련 글들이 많이 올라오던데

이 글에서 암 치료에 대한 개론적 지식을 잘 요약해 놓은듯

딱히 피드백 줄게 없네
0
2013.10.22
@컨셉
아까 요청글에 달린 댓글보니까 어처구니 없는 글들이 많아서 열심히 글써봤음.

그리 말해주니까 기분좋네. 헤헤
0
2013.10.22
그러면 안심하고 진료받아도 되는건가? 효과가 있어서 처방을 내린다는건 맞다는거네?
0
2013.10.22
@뻐큐머거니스
확실히 효과는 있음, 다만 그 효과라는게 개인에게 효과가 있다고 장담할 수 있다 이런게 아님. 즉 동일 질병을 가진 환자들에게 동일 약물을 사용했을 때 일정 비율만큼 효과가 있더라 라는 것이지. 항암제는 워낙 종류가 많은데... 항암제=세포독성을 가진 약물이기 때문에 표적치료제(ex. Gleevec=imatinib)를 제외하고는 정상세포 중에서 암처럼 원래 분화/재생산 능력이 좋은 세포들(ex. 모근세포, 위장점막세포)도 함께 영향을 받아. 암세포라는 건 미성숙한 분화도를 보이면서 무한정 증식하는 세포를 말하는건데, 이 '증식'을 억제하는게 대다수의 항암제의 기전이기 때문에 정상 세포도 증식에 영향을 받게 되는 거지.
암튼 효과는 있다. 효과는 있는데 그만큼 부작용이 크다는 거. 그리고 효과라는 말을 대개의 사람들은 '치료효과'라고 생각하는 거 같은데, 엄밀하게 말해서 항암제의 효과는 대개 5년 생존율을 기준으로 해서 평가해. 병이 낫는다? 노노. 병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일단 5년 뒤에 더 많이 살아있게 하면 "효과있는" 항암제가 되는거야. (백혈병처럼 일단 관해-눈에 보이는 백혈병 세포는 없는 상태-가 유도되는 암의 경우에는 disease free period 같은 개념도 있긴 함) 그러니까 현대 의학은 증거 있는 거긴 한데 좀더 엄밀하게는 "통계적 증거"가 있는 것들을 기준으로 해서 이뤄진 학문이야. 그래서 다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통계적으로 5년 생존율을 늘린다는 증거가 있는 물질이 곧 항암제이므로, 특정 환자에서 암의 완치 효과가 있음 or 암의 완치 확률이 몇퍼센트 이런건 아니지만 5년 생존율을 몇% 증가시킨다, 이런건 사실인거야.
0
2013.10.22
게이야, 형이 평소에 궁금해하던게 있는데
니가 말한 CTC(혈액을 따라 순환하는 암세포)진단 쪽도 고려를 하고 있거든

만약에 CTC가 발견이되었다라고 하면
어떤 수순을 밟아서 치료가 되는거야?

예를 들면, 혈액을 filter해서 size 차이로 암세포를 걸러낸다든지
하는 방법등으로 치료하는 방법이 있기는 한건지
(혹은 그 외 다른 방법이라도)
조금 자세히 썰좀 풀어주시겠나?
0
2013.10.22
@시크한달식
백혈병과 같은 혈액암에 대해서는 그런 개념이 잘 정립돼있어. 이쪽에서는 혈액내에 있는 암세포를 잡아내는 기술이 점차 발전함에 따라(최초에는 그냥 현미경보고, 점차 기술이 발전해 나가서 단백질을 검출한다던지, immunofluroscence(면역형광염색)을 이용하는 방법도 나왔고, 그리고 최근에는 PCR까지 사용해서 암세포 존재 유무를 판단 한다고 해)이용해서 민감도를 올렸고 이에 따라 치료반응정도인 Remission의 정의가 바뀌고 이에 따라 치료방침도 바뀌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

그런데 고형암에서의 CTC는 몇십년전에 밝혀졌었어. 한곳에 국한된 암이라도 그 환자의 혈액을 보니 암세포가 있다는 것이 확인된거야. 이걸보고 처음에 의사들은 '수술로 암을 절제하더라도 혈액내에 암세포가 있으니 효과없다'라고 생각하고 항암제만 가지고 암을 치료하고자 하는 시도를 하게돼. 이런 시도를 몇년간 했는데, 그런데 결과를 보니 수술한것 보다 생존률이 떨어진거야. 아무리 항암제로 혈액내 암세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암세포의 근본을 제거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었던거지. 그래허서 다시 수술이 암치료의 기본원칙으로 자리 잡게 돼.

잡설이 길었는데, 현재로서 온몸의 혈액으로 퍼져있는 암세포를 잡아내는 효과적인 치료법으론 항암화학요법이나 표적치료제외엔 딱히 없어. 면역요법이라고 해서 암세포에 대한 면역을 강화하는 치료가 시도됐었는데 그다지 효과를 보진 못했고...
초기 암이라도 혈액내 암세포가 있을 수 있는데, 그 경우에도 보조적 항암화학요법(Adjuvant chemotherapy)를 시행하는 연구가 있었는데, 생존률에 향상을 기대하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왔고, 그렇기 때문에 초기암의 경우에는 항암치료를 따로 하진않아(이건 암종류마다 다르니 그냥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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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2
@시크한달식
그런 얘길 수업때 들어보긴 했음... 즉 암세포에 특이적으로 발현되는 표면단백질이나 수용체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마커를 투석막 같은데 잔뜩 붙여놓고 피를 통과시키면 암세포가 딱 들러붙겠지? 말하자면 그런 식으로 해서 암세포만 포집하는.... 그런 것도 연구하고 있다고는 하던데 딱히 획기적인 뭔가가 나오지는 않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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