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제논의 역설은 어떻게 풀렸을까? (2) - 측도론의 늪

 

 

 

 

 

 

{B

뇌절 파트 B입니다. 괄호 안에 들어간 글은 많이 어려우니 넘기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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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그렇다면 초한수와 측도론에서 어떤 문제점을 말할 수 있을까요.

 

칸토어는 초한수의 개념을 고안한 때에 둔 어떤 목표가 하나 있었습니다.

오늘날에는 쓰이지 않는 표현이지만, 칸토어는 서수 중에서 유한한 수의 경우를 first number class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 나오는 초한수인 ω, 그리고 ω+1이나 ω+2에 대해서 second number class라고 했습니다. 오직 그 전임자(predecessor)들의 집합이 셀 수 있는 집합일 때에만 second number class라고 했고, 이렇게 그는 ω와 ω+1을 넘어서 ω+ω인 ω·2, ω·2에서 ω·3, 그리고 이를 넘어선 ω·ω 등을 구성해나갔습니다. 그리고 이 second number class의 집합의 크기는 first number class의 집합의 크기보다 더 큼을 증명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칸토어는 third number class라는 것을 도입합니다. 전임자들의 집합이 처음으로 셀 수 있는 집합보다 더 큰 경우를 서수로 두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fourth number class, fifth number class... 를 도입했습니다.

 

이러한 서수에 대한 생각은 그의 정렬 집합에 대한 생각을 위해 나왔습니다. 집합에 순서관계를 부여할 수 있고, 그때 어떻게 부분집합을 잡아도 최소원소가 있는 경우 그 집합을 정렬집합이라 합니다. 자연수에 우리가 아는 <가 순서관계로 정의된 경우는 이미 0 혹은 1로 시작하기 때문에 최소원소가 있기에 정렬집합이지만 , 정수에 <로 정의된 경우는 부분집합을 {-1, -2, -3, …}로 잡으면 최소원소가 없기 때문에 정렬집합이 아닙니다.

칸토어는 모든 집합이 정렬집합이 될 수 있다고 봤고, 이를 위해서 실수 집합을 third number class를 사용함으로서 정렬집합으로 만들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이것이 정렬 정리입니다.

 

나중에 체르멜로는 이 모든 집합이 정렬집합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을 더 직관적이었던 선택 공리를 통해서 증명했습니다. 

선택 공리가 다른 공리와 독립이고 선택 공리가 정렬 정리와 동치이며, 이러한 역사를 볼 때 정렬 정리를 하나의 공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공리라는 점은 이상해 보입니다. 공리라고 말할 때 일반적인 뜻은 증명할 필요가 없는 자명한 진리를 진리라 가정한 명제를 뜻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그렇게 자명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이야기하겠습니다.

 

 

17

초한수와 정렬 정리의 관계를 더 설명하기 전에, 측도론에 대한 문제점을 설명하겠습니다.

 

이것은 다른 화살의 이야기입니다.

원의 반지름이 1인 과녁이 있다고 합시다. 여기서 화살을 날려, 원의 중점을 맞힐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확률을 제시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양의 실수를 대입해도 그보다는 작은 값을 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0도 아닌 것 같습니다. “원의 중점을 맞힐” 사건은, 분명히 있기 때문입니다.

답은 0입니다.

이것은 “원의 중점을 맞힐” 사건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사건은 분명히 있습니다.

이것이 0인 이유는 이것이 0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에는 어떨까요. 원의 반지름이 1이고, 좌표축에 중점을 (0,0)으로 둔 뒤에, 화살이 x와 y값이 모두 유리수인 경우의 점을 맞힐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이것 또한 답은 0이라는 결과가 나옵니다.

점의 개수가 무한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답은 0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에는 어떨까요. 원의 반지름이 1이고, 중점을 지나는 길이 2의 선분 하나를 놓습니다. 화살이 선분을 맞힐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답은 0입니다.

 

이것을 measure 0라고 합니다. 이것은 제논의 역설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측도론을 통해 이렇게 ‘크기를 재기’ 위해서는 이런 비직관적인 결과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더 비직관적인 결과가 나옵니다.

이것은 잴 수 있다고 합니다. 0이라고 해도 잴 수 있는 것입니다.

잴 수 없는, 측도를 정의할 수 없는 경우가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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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절 파트 C입니다. 괄호 안에 들어간 글은 많이 어려우니 넘기셔도 됩니다.

 

 

18

수직선을 하나 생각합시다.

-1부터 2까지의 구간의 길이는 3입니다.

0부터 1까지의 구간의 길이는 1입니다.

그리고 화살처럼 한 순간, 하나의 점의 길이는 0입니다.

 

그리고, 0부터 1까지의 숫자를 정렬합니다.

이것에 정렬 정리가 된다고 생각하세요. 이것은 굉장히 이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것을 빠짐없이 나열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간단한 크기 순서, <의 기호로는 표시할 수 없습니다. 0 다음 숫자라는 것을 정의할수도 없을 테니까요. 어쩌면 이것을 표기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이 가능하다고 봅시다.

 

그리고 정렬된 0부터 1까지의 실수를 초한수를 사용해서 대응한다고 합시다.

여기서 v라는 집합을 하나 만듭시다. v의 첫번째 원소는 그 정렬된 0부터 1까지의 실수 중 첫 숫자입니다. 그리고 v의 두번째 원소는 정렬된 숫자에서 v의 첫번째 원소와의 차이가 유리수가 아닌 첫 숫자로 합시다. 그리고 v의 세번째 원소는 v의 첫번째 원소와도 v의 두번째 원소와도 차이가 유리수로 나지 않은 첫 숫자로 두는 것입니다. 이렇게 v의 네번째 원소, 다섯번째 원소, 를 무한히 반복하여, 그 뒤에도 더 무한히 반복하여, 정렬된 0부터 1까지의 실수 중 마지막 수까지 과정을 진행한다고 합시다. 그렇다면 v가 만들어집니다.

 

이 v를 수직선상에 놓습니다. 0과 1 사이에 v의 점들이 놓여 있습니다.

v+1이라는 집합을 수직선상에 놓아봅시다. v+1은 v의 모든 원소에 1을 더한 집합입니다. v+1의 점들은 1과 2 사이에 놓여 있을 것입니다.

이제 v의 모든 원소에 어떤 유리수, 예를 들어 3/7을 더한 v+3/7이란 집합을 수직선상에 놓는다고 생각해봅시다.

여기서 v와 v+3/7 간에 중복이 있는지를 생각해봅시다. 모든 v의 원소들은 각각이 유리수로 차이가 나지 않게 구성되었습니다. 이는 어떤 v의 원소도 각각이 3/7만큼 차이가 나지 않음을 뜻합니다. 따라서 v와 v+3/7 간에는 중복이 없습니다. 이와 같이, v+1와 v+3/7 간에도 중복이 없습니다.

 

v+3/7에 이어서 다른 유리수를 더한 집합을 수직선상에 놓아서, -1부터 1까지의 모든 유리수에 대해 집합을 만들어 이런 식으로 수직선상에 놓아봅시다.

여기서 하나의 사실을 알려주겠습니다. 이렇게 할 경우, 0부터 1까지의 모든 숫자는 v나 v에 유리수를 더한 집합 중 하나에 속하게 됩니다.

이것에 길이가 있다면 0부터 1까지의 모든 숫자가 속하니 1보다는 클 것이고, 모든 숫자가 -1부터 2 안에 속하니 3보다는 작을 것입니다.

여기서 v 하나의 길이가, 측도가 있다고 가정합시다.

v 하나의 측도는 0이 아닙니다. v들의 합은 1 이상이어야만 합니다. 0의 합은 0일 수밖에 없습니다.

측도는 어떤 양수가 될 수 없습니다. v들은 무한하고, v들의 합이 무한히 커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이럴 수밖에 없습니다. v들은 셀 수 있습니다. 덧셈의 원칙은 계속 적용될 수밖에 없습니다. 0이어서 0인 경우, 양수여서 무한한 경우, 이 이외에 다른 경우는 없습니다.

v는 측도를 정의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뇌절 파트 C가 끝났습니다.

}

 

 

19

이런 측도를 정의할 수 없는 집합을 비가측집합이라고 부릅니다.

측도가 불가능한 집합을 사용해서 나오는 결과가 있습니다. 그것은 사실 같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반직관적인 결과를 함의합니다. 

 

이 비가측이란 것으로부터 최근 굉장히 유명해진 역설이 나옵니다. 바로 바나흐-타르스키 역설이라고 하는데, 유튜브 Vsauce 채널에서 다뤄서 아실 수도 있습니다. 링크는 https://www.youtube.com/watch?v=s86-Z-CbaHA 여기 있습니다.

3차원 상의 공을 유한 개의 조각으로 잘라서, 변형 없이 순수 공간이동만으로 재조합하면 원래 공과 같은 부피를 갖는 공 두 개를 만들 수 있다는 정리입니다. 

 

이 영상에서 도형을 조각내는 방법, 분해하는 방법이 많이 괴상하다고 느껴질 것입니다. 지금 위에 다룬 v를 구성하는 방법도 아주 비슷하게 괴상하다고 느낄 것입니다. 이것을 수학자들은 “역설적 분해”라고 합니다. 이렇게 이상한 방법으로 선택하고 분해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역설이라고 하고, 수학자들도 “역설적 분해”라고 이름붙였지만, 현대수학에서 technically, 기술적으로 말하자면 증명되었으므로 정리입니다. 수학자들은 보통 이 역설, 이 정리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결과가 직관과 맞지 않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수학의 중요한 점입니다. 처음에 맞부닿친 사람이라면 선택 공리의 결과가 이상하겠지만, 선택 공리를 계속 사용하고부터는 선택 공리의 결과가 아닌 사례가 더 이상해 보이게 됩니다. 이것을 오래 공부한 수학자들은 기저가 없는 벡터공간이 존재한다고는 생각하지도 못하고, 모든 집합이 가측이게끔 집합의 정의가 한정된 경우를 괴상하다고 받아들이며, 더 나아가서는 바나흐 타르스키 역설이 잘못되었다는 생각도 이해할 수 없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저는 이것에 동의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사실, 선택 공리를 공리로서 받아들인 것에는 수많은 이유가 있고, 선형대수학이라도 안다면 아주 설득력과 정당성이 있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선택 공리가 직관을 아주 벗어나는 것이라는 의견은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들은 직관과 아주 다른 것을 받아들인 뒤 그에 따른 정리를 받아들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엄밀히 말하는, “논리”적인 것을 요구하는 상황에서는 좋은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그들은 받아들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반직관적인 것에 대해 적응이 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직관적인 것이 엄밀하지 않은 것처럼 수학자들의 생각도 똑같이 엄밀하지 않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다른 직관을 만든 것입니다.

 

 

뇌절 파트 B가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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