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국제표준음]클래식 악보에서 "원키"찾기가 어려운 이유

 

[무삭제 원 내용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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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jpg

 

국어영역을 언어영역이라 부르던 아주 머나먼 옛날

언어영역 모의고사에

"서양악기가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되던 시절의 이야기"

지문으로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2006~2008년 모의고사들 중 하나인데 지금 찾아보니 안보이네여... 사설 모의고사였던것 같음)

 

서양악기가 들어오고

우리나라의 국악기와 합주를 하려 할 때

튜닝하는 음높이부터 서로 달라

이걸 맞추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내용이었죠

[02].jpg

 

음악은 지금처럼 교통이 발달하기 전부터

각 나라, 문화권마다 독자적으로 발달해왔으니

생각해보면 지역마다 서로 다른 음을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언제, 어느 나라, 어떤 문화권을 가더라도

같은 음을 기준으로 악기를 만들고, 튜닝을 하고, 연주를 합니다

 

이와 관한 이야기들,

국제표준음에 대해 나눠보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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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png

 

이미 선생님들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중세시대는 교회음악이 메인스트림이었습니다

 

중세시대의 교회사람들은 이렇게 생각을 했죠

 

"악기는 신을 찬양하는 가사를 담을 수 없다. 

그런 악기들을 교회음악에 사용하는 것은

자칫 말초적인 쾌락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교회음악은 주로 노래로,

특히 반주가 없는 아카펠라로 불렸습니다

(심지어 교회악기의 대표주자 오르간은 10세기경에 도입됐고, 

현대 교회에 하나쯤은 있는 피아노는 16세기에 도입되었다고 합니다)

 

악기가 없으니 실제 연주할 때의 음높이는

부르는 사람 목소리 따라 달라졌죠

노래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높으면 첫 음을 높게 잡고

낮으면 첫 음을 낮게 잡으면 그대로 끝까지 연주가 가능하니까요

 

이런 환경이다보니

중세시대의 음악가들은 절대적인 음 높이를 다음세대에 전수할 특별한 이유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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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jpg

 

교회에 오르간이 들어오고 나서도

각 나라, 지역, 심지어는 각 교회마다도

사용하는 음높이가 제각각이었습니다

 

오르간 파이프의 녹이 슬면

망치로 그 녹슨 부분을 다듬어줬습니다

 

당연히 망치로 다음으면 그만큼 깎이거나 변형이 되면서

오르간의 음 높이가 달라지죠

 

이러한 이유들로 교회음악의 음들이 서로 다르게 되었고,

그 주류를 따라 지역별로 사용하는 음높이가 달라지게 됩니다

 

맨 위의 영상에서 든 예시(1분 24초)는 정말 극히 일부분이라 할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달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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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 점점 기악음악의 세력이 강해지면서 주류의 반열에 들어오고

또 교통과 통신이 발달함에 따라

문제가 점점 드러나게 됩니다

 

절대음감이 옆동네만 가도 쓸모없어지는 것은 당연하거니와

 

(띵♪

이태리 절대음감 : 내가 절대음감이라 이는데 이 소리는 솔이야

독일 절대음감 : 무슨 소리야 내가 절대음감인데 이건 솔#이야

이런 식)

 

첫음만 잡아주면 되는 합창과 달리

악기를 합주할 때는 어려움이 발생하게 되죠

 

그래도 현악기까지는 연주하는 지역의 음높이에 맞춰

튜닝을 새로 해주면 연주가 가능하지만

[05].png

 

가장 큰 문제는 관악기였습니다

관악기는 조절이 사실상 불가능 했죠

 

관악기는 보통 관의 길이에 따라

음높이가 달라지는데

튜닝 하나 하자고 악기를 톱질해서 자를수도 없는 노릇이고

 

다른 지역에 가서 연주 할 때마다

그 지역의 관악기를 산다면

관악기 주자는 악기값으로만 어마어마한 지출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시대가 변하고 음악의 주 흐름이 변하면서

사람들은 점차 음높이를 합의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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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jpg

 

이렇게 시작된 음의 기준을 잡는 과정은

유럽의 나라들마다 나름의 방식으로 맞추기 시작합니다

 

위의 책 A History of Performing Pitch: The Story of "A"에 의하면

주로 5~6개의 나라를 중심으로 

이 합의과정이 진행되죠

 

그러다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지금의 기준은

1939년 영국 런던에서 있었던

국제표준화기구의 회의를 통해

전 세계의 음높이 기준을 "440Hz"로 정하게 됩니다

 

이렇게 표준음이 생김으로

우리는 어느 나라에서 어떤 악기를 구매하더라도

똑같은 음높이의 악기를 가질 수 있고

각기 독자적으로 발달한 민속음악이라도

손쉽게 교류가 가능하게 되었죠

 

국제표준음 440Hz의 합의로

기존의 서양음악이라 불리는 유럽음악 뿐 아니라

전 세계의 여러 음악들이 서로 섞여

새로운 시도의 합주를 하는 데 더욱 편리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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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png

 

여기까지 내용을 보시면서 의문이 드실 수도 있습니다

"전승할 필요가 없었다며? 근데 어떻게 알고있는거임?"

 

악기들 중에는

조율이 쉽게 가능한 악기가 있고 (주로 현악기)

조율에 한계가 있는 악기가 있습니다 (주로 관악기)

 

조율이 쉬운 현악기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현이 느슨하게 풀려

어렵게 어렵게 중세시대의 현악기를 구해보더라도

그 악기를 무슨 음에 튜닝했었는지까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반대로 조율의 한계가 있었던 관악기들은

오히려 그 조율의 어려움 때문에

중세시대의 관악기를 보면 무슨 음을 사용했는지 알아낼 수 있었죠

 

그 외에도 작곡가들이 사용했던 소리굽쇠같은 장비들을 통해서도

"아 이 당시에는 이 음으로 튜닝했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A History of Performing Pitch: The Story of 'A'에서는

부록으로 대략 6종류의 악기를 단서로

시대와 지역별로 사용했던 음높이를 정리한 차트를 볼 수 있습니다

 

※ A History of Performing Pitch에서 사용한 단서들

- 오르간

- Curved Cornetts(뿔피리의 일종)

- 르네상스 플루트

- Traversos(플룻계열 악기)

- 리코더

- 클라리넷

- 오르간

- 피치파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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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표준음이 제정된 것은 1939년,

즉 1900년대 중반에 가까워서야 정해졌습니다.

 

그 말은,

지금 우리가 클래식이라 부르는 시기의 음악들은

전 세계적인 음높이 기준이 정해지기 전,

시대마다 지역마다 다른 음을 사용하던 시기의 음악들이라는 말이죠

 

클래식음악을 연주하는 방법 중에는

시대연주, 정격연주라는 것도 있습니다

 

작품이 구상되었던 당시의 방식대로 연주하기 위해

그 시대의 악기, 연주법, 편성등을 살리는 것이 특징입니다

고증을 빡세게 지킨 사극같은 느낌이죠

 

이 고증을 살리는 과정에서 사용된 것 중 하나가

"당시에 사용했던 음높이"입니다

 

예를 들어 바흐가 사용했던 음은

우리가 썼던 음보다 반의 반음정도 낮았습니다(415Hz)

[08].png

 

그래서 현대에 살아가는 우리가

바흐의 음악을 악보 그대로 연주하면

바흐 입장에서는

"왜 내 음악을 반음보다 약간 더 높게 연주하는거지?"가 되는것이죠

 

고증을 빡빡하게 하지 않더라도

조옮김에 약한 순정률 음악(아카펠라, 현악4중주 등)에서는

좀 더 화성감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바흐의 악보를 반음 낮춰 연주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일부러 정해진 튜닝음에 변화를 주는 경우도 있죠

지금도 적지 않은 연주홀에서

연주의 긴장감을 약간 더 높여주기 위해

440Hz보다 야간 더 높은 442Hz로 튜닝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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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정해지는 중간과정은 다 생략했나연?

[09].png

 

이 글의 내용은 두 권의 책을 참고하여 만들어졌습니다

- How Music Works(과학으로 알아보는 음악의 원리)

- A History of Performing Pitch

 

A History of Performing Pitch에 상세한 과정이 나와있긴 하던데

문제는 이 책이 영어로 되어있는데다, 550쪽이 넘는 어마어마한 분량이죠

 

애초에 주요 메세지도

"모든 나라가 같은 음을 쓰게 된 것은 생각보다 최신(1939년)의 일이다"

→그러므로, 경우에 따라 국제표준음을 벗어나는 것도 좋은 시도다

였기 때문에 음악사적으로 깊이 들어갈 필요가 있나 싶었어연

 

그리고... 일일히 설명하기에는 노잼인 내용인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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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

 

소리의 크기 #1

"10명이 함께 노래부를 때, 혼자서 노래할 때보다 2배밖에 안커지는 이유"

 

※ 맨 위 영상 유툽 채널에서 앞으로 쓸 내용들 미리 영상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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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의 댓글

2021.09.29

너 이쉑 똑똑한데

1

Info: 독일은 443이다

2
2021.09.29

헠헠 너무 재밌다 계속 올려줘

1
2021.09.29

왜 익숙한 내용인가 싶었더니 참고했던 책을 읽었었네

2
2021.09.30

더가져와

1
2021.09.30

10명이 함께 노래부를 때, 혼자서 노래할 때보다 2배밖에 안커지는 이유가 뭐야???!

1
2021.09.30
@형살살

조만간 내용 올리겠슴다

기다리기 싫다! 싶으면 영상으로 미리 볼 수도 있음 ㅋ

https://www.youtube.com/watch?v=qbhP2mizQ_c

1

시대연주의 재미있는 점은 음을 만드는 방법도 다르단 거지

지금은 평균률이라 2^(1/12)만큼 차이가 나지만, 시대연주는 2:3을 지켜서 만들기에...

1
2021.10.05

재밌당

1

뮤지션겸 피아노 조율도 하고 있음

 

440은 국제 평균이고 세계 유명 교향 악단들은 442는 기본이고 445~449 좀 더 높아 지는 추세임

이게 기준음이 높아지면 질 수록 앙상블에서 음을 맞추려면 되게 힘들어진다고 하는데

높여서 연주 하는 이유는 기준음이 높으면 높을 수록 뭔가 음색이 화려해짐.

 

피아노는 440이상으로 기본적으로 하고 있고 대체로 442~445까지도 가고 있음

피아노도 마찬가지로 A4 기준이 조금 높아지면 질수록 음이 화려해지고 뭔가 더 뽀샤시 해지지만

비교적 조율이 쉽게 틀어지고 해서 피아노 상태가 좋지 않으면 442는 커녕 438 437도 맞추기가 힘들어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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