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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잼, 약스압] 의과대학 6년. 1부 - 서론, 예과, 기초

개드리퍼들 ㅎㅇ?

 

 

오랜 기간의 눈팅 끝에 두 번 글 싸질렀다가 한번은 처녀글 버프로 개드립갔는데 하나는 닉값하고싶다는 개소리 올렸다가 10초만에 붐베로 사라져버린 과거가 있어 지금은 다시 눈팅하면서 간간이 댓글만 달고 있는 눈팅족임 며칠 전에도 어김없이 눈팅하다가 의대생을 소환하라는 댓글에 댓댓글을 달다가 잠깐 느낀 점이 있어서 다시 용기내어서 펜.. 아니지 키보드를 잡았어.

 

 

 

난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중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개인적인 자리에서는 밥걱정은 안하겠다.’ 라는 부러움이 찬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보면 비판적인 시선이 강한 것 같아. 물론, 몇몇 의사들의 몰지각한 행동들이 이런 사회적인 비난을 초래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우리 의대생들도 물론 알고 있어.. ( 언어 진짜 많이 순화해서 몰지각이지 소리 들을 얘기라는 건 나도 알아 ㅠㅠ 최근에 모 대학교 성추행부터 시작해서, 리베이트도 크게 한건 걸린거 포함해서 자잘하게 계속 걸리고 있고, 프로포폴 투약해 준 의사도 그렇고 뭐 여튼 하고싶었던 말의 요지는 이게 아니니깐 ㅠㅠ 내가 원래 한번 삼천포로 빠지면 끝이 없음 ㅠㅠ )

 

 

 

의대생이라는 학생에 대해서는??? 의대생 하면 생각나는 단어가 머가 있음? 이기적이다. 공부만 한다. 공부량이 많다. 존나힘들다. 대부분 이런 것밖에 없는 듯...

 

중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서 밥을 먹어도. “너 요즘엔 공부할거 많냐? 안 힘드냐?” 만나면 일단 이걸 제일 먼저 물어봄.

ㅅㅂ 난 방학이라 ㅈㄴ 한가하게

 

오늘아침에도 내가 뭘했는지 몰라 아니 내게 아침이란 게 있나 한 아마 12시 쯤에 인나 커튼사이로 해가 빛나면 나도 신나서 양치도 안하고 놀다가 밤이 돼서야.... 니하고 술마시려고 나와서 여기 앉아있는데 나보고 힘드냐고 물어봄...ㅋㅋㅋ ( 시발 또 삼천포 ㅠㅠ ) 뭐 내 주변의 현실이 이래... 그래서 네이버에 한번 검색을 해봤어...

 

 

의대생 검색.jpg

 

 

의대생 현실이랑 공부량은 내가 위에서 얘기했던 거랑 합치할 것 같지?

 

연애하고 소개팅, 남자친구는 안 눌러봤어. 눌렀다가 염장만 지를거 같애서... 아이유닮은 의대생은 뭐냐? 의대생 중에 저런 애가 존재할 확률이 0에 근접하지만 있긴 있는데 솔로일 확률은 0이야. 짜증나니깐 이런 얘기는 하지 말자.

 

의대생 위엄 검색해서 나오는 DC 자료는 사실이야... 내가 경험한 episode들 까지 얘기하면 시발 진짜 경남 사천시 서동에 위치한 삼천포항을 지나쳐서 한려해상국립공원 구경까지 하고 오게 될 것 같아서 얘기는 생략할게...

 

마통이라고 줄려서 불리는 마이너스통장도 예전보다는 사정이 안좋아졌지만 아직까지는 잘 뚫리고 있어. 나는 댓댓글에도 달았듯이 인생 시작할 때 빚지고 시작하는 게 싫어서 안 뚫고 있고, 사실 마통 없는 의대생이 훨씬 더 많은 것 같아.

 

 

 

뭐 아무튼 각설하고 의사에 대해서는 이중적인 잣대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는데 의대생에 대해서는 힘들다. 이기적이다 이런 추상적인 개념 이외에는 아예 그냥 관심이 없는 것 같애서... 의대생의 생활에 대해서 적어보기로 결심했어.

 

 

이렇게 말하는 나는 돌아오는 1월에 국가고시를 치게 될 의과대학 6학년에 재학 중인 개드리퍼.

 

우선, 이 글을 읽게 될지도 모르는 모든 의과대학의 수험생들 모두 파이팅임. 그리고 잘 쓰지도 못한 글을 읽고서 잠시나마 추억에 잠기실, 필드에 나가 활동하고 계시는 선배 의사선생님들께 감사인사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3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계시는 군의관과 공중보건의 선생님들께도 인사드립니다.

 

 

 

여튼 다시 개드립 style로 반말로 돌아와서. 이 글은 크게 4개 부분으로 나뉘게 돼. 의대생의 생활도 크게 4부분으로 나누어지거든. 일단 분류부터 하고 시작할게.

 

 

1. 예과 2

 

2. 기초과목 수강 : 본과 1학년 ~ 본과 2학년 1학기

 

3. 임상과목 수강 : 본과 2학년 2학기 ~ 본과 3학년 1학기

 

4. 병원 실습 : 본과 3학년 2학기 ~

 

 

요즘은 통합교과과정이라고 해서 심장학이라고 하면 심장의 해부, 조직, 병리, 임상적인 진단, 증상, 치료를 한꺼번에 배우는 추세로 바뀌는 중이라서 이 분류가 흐릿해지고 있지만, 뭐 여튼 우리 선배들의 대부분과 우리들까지는 적어도 위의 4 기간을 거쳐 졸업을 한 뒤, 국가고시에 합격하는 것으로 의대생 생활을 마무리하게 되지. 저렇게 나눠놓은 이유는, 당연히 생활이나 마음가짐이나 뭔가가 변하기 때문에 나눠놓은 거야.

 

 

예과에서 본과로 넘어가는 시기는 아무래도 대격변의 시기지. 망나니처럼 살다가 이제 9시부터 6시까지 수업을 듣거나 실습을 하고, 그 이후에도 뭔가 공부를 해야지 마음이 불안하지 않은 불편한 시기로 넘어가는 거거든.... 각 과정에 대한 설명은 나눠서 설명할 거니깐 이정도 할게.

 

기초과목을 듣다가 임상과목을 수강하게 되는 변화의 시기는 크게 생활의 변화는 없어. 어차피 강의실에 앉아서 수업듣는 것은 변함이 없거든... 다만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고, 성적 순위가 좀 바뀌게 돼... 아무래도 임상 배우는 초기에는 내가 기초과목은 못했지만 이제 이것도 못하면 진짜 환자를 못 보는 돌팔이가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다짐이 있어서 다시 다잡고 좀 열심히 하는 사람도 있고, 그냥 자기 적성이 기초보다는 임상 쪽을 외우는 데에 머리가 더 잘 돌아가는 사람도 있어...ㅋㅋ

 

마지막으로 임상과목을 배우는 시기에서 병원실습으로 넘어가는 시기가 또 한 번의 격변이지... 이 전까지는 강의실에서 배우기만 했는데, 이제 직접 환자를 관찰하면서 배우는 시기거든... 검사법을 말과 그림으로 된 ppt로만 배우다가 이제 직접 환자한테 해봐야 한다는 차이가 있어. 이 차이가 생각하는 것보다 굉장히 커서, 처음 실습을 들어가게 되면 당황하고 땀나고, 말도 잘 안나오고 하는 경우도 있어ㅋㅋㅋ

 

 

 

 

 

여튼, 각각의 과정은 각각에 나눠서 설명하기로 했으니 1번 예과부터 볼까?

 

먼저 예과 2년에 대해서 알아보자. 예과 2년은 다른 대학생들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해. 되려, 예과 2년 성적은 나중에 과를 선택할 때나 인턴에 지원할 떄 반영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되려 다른 타과 학생들보다 더 개막장에 빠지기가 쉬워.

 

이 때는 화학, 생물, 물리, 수학, 유기화학 등의 이과 쪽 학문들을 필수로 듣게 되고, 문과 쪽 뭐 세계사라든가, 국문학이라든가, 배드민턴이라든가 이런 잡 과목을 배우는 때야. 딱 봐도 아직 의과대학에 특화된 과목을 배우지는 않지? 그래서 이 때는 내가 의대생이라는 근자감만 있을 뿐, 아직 의대생이라는 정체성이 뚜렷하지는 않아. 예과생에게 야 내가 어제부터 배가 아픈데 괜찮을까?’ 라고 물어보는 건 공대 신입생한테 똑같은 질문을 하는 것과 같은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 거야. 당연히 돌아오는 대답은 병원가봐 병신아’, 아니면 그러게 어제 술좀 작작쳐먹으라니깐정도겠지.

 

예과생은 그나마 의과대학 6년 중에 시간이 제일 많은 시기야. 그래서 선배들은 예과생들에게 놀 수 있을 때 놀아라고 주입식 교육을 시키지. 10명한테 물어보면 9.9명은 저 대답을 할 거야. 공부를 하라는 사람은 없어. 힘든 본과공부를 미리 해두면 안되냐고 반문을 할 수도 있지만, 예과 때 다들 옆에서 놀고 있는데 책을 잡고 싶지 않을뿐더러, 예과때 예습한 본과 공부가 본과 때 기억이 날 리도 만무하지. 물론 놀라는 말에는 연애, 운동, 취미활동, 악기 등이 내포되어 있는데, 일부 ( 나같은 ) 예과생들은 그냥 잉여거리라는 뜻으로 알아듣고 FM같은 게임을 시작하곤 하지 ㅡㅡ;;;;;

 

 

사실 예과에 대해서 할 얘기가 별로 없어... 오래되기도 했지만 사실 그만큼 특별한 event가 없는 시기야. 물론, 개인 각각에게는 배낭여행이나 첫 ㅅㅅ나 술먹고 취해서 꼬장을 부렸다거나 하든 추억들이야 많은 시기겠지만, 의대생으로서의 공통적인 event는 없네...

 

 

 

 

이렇게 잉여거리면서 2년을 보내다가 보면 드디어 운명의 시간, 본과가 찾아오게 돼.

 

 

아까 4개로 분류할 때, 2번에 기초과목 수강 본과 1학년 ~ 본과 2학년 1학기라고 나눠놓았잖아? 물리 화학 생물만 배우다가 갑자기 병의 진단, 치료, 예후 같은 것에 대해 배울 수는 없어. 저런 과목들을 배우다가 갑자기 병에 대해서 공부하는 걸 굳이 비유하자면, 어디에 어떤 장기가 있는지 모르면서 외과의사를 하겠다고 나서는 것과 같아. , 어떤 장기가 정상적으로 어떤 작용을 하는지, 병이 어디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약이 어떤 효과가 있는지, 어떤 기전으로 작용하는지 모르면서 내과의사를 하겠다고 나서는 거하고 같겠지? 여기서 어디에 어떤 장기가 있는지배우는 과목이 해부학이고, ‘장기가 정상적으로 어떤 작용을 하는지배우는 과목이 생리학, ‘병이 어디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배우는 과목이 병리학, ‘이 약이 어떤 기전으로 어떤 효과를 내는지배우는 과목이 약리학이야. 대충 이해가 되지?

 

 


의학의 기초과목이란 해부학, 조직학, 생리학, 병리학, 약리학, 미생물학, 생화학, 면역학 등을 말하지. 학교에 따라서 특색이 있긴 하지만, 기본 개요는 이 정도라고 보면 될 것 같아. ( , 척수 등 신경계에 해당하는 장기들의 해부, 조직, 생리, 병리, 약리학을 기초신경과학이라는 이름으로 한꺼번에 배우는 통합교육도 있지만, 뭐 아무튼 개요는 다르진 않으니깐. 각각의 과목으로 설명을 할게 )

 

 

 

 

일단 해부학. 해부학은 은 인체 장기의 구조에 대해서 배우는 학문이지. 근데 왜 그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거의 모든 학교에서 해부학을 배우기 전에 골학이라고 예과의 마지막 방학 때, 뼈에 대해서 배우는 과정이 있어. 왜 굳이 이걸 먼저 해야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많은 학교에서 방학 때 선배들이 뼈에 대해서 가르쳐주는 전통이 있지. 어떤 학교는 전체소집해서 가르쳐 주기도 하고, 어떤 학교는 동아리별로 나눠서 가르쳐주기도 하고... 안 하는 학교도 있나? 안 하는 학교는 못 들어본 것 같아. 여튼.

 

 

 

골학골학 뼈에대해서 배운다 말만 듣고서 정작 골학을 가르쳐주는 기간에 가면 진짜 머리가 멍해지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206개의 뼈에 대해서 이름만 열심히 외운다고 생각해서 아, 며칠에 나눠서 이름 열심히 외우면 다 외울 수 있겠다. 라고 생각하고 들어가는 순간.... 뼈 이름은 기본이고 그 뼈 안에 있는 작게 튀어나온 돌기며, 작게 패인 홈이며, 그 뼈하고 인접하고 있는 뼈. 그 사이의 관절 이름에, 머리뼈의 쥐좆보다 작은 구멍 이름에, 그 구멍을 통과하는 구조물들을 다 외워야되고.

 

쇄골을 예로 들어줄게. 나는 쇄골. 아 한글로는 빗장뼈지. 영어로는 clavicle이라고 하더라. 이렇게 외우면 되겠지? 라고 생각하고 들어가면 선배들이 나눠주는 그림은 이래.

 

 

 

clavicle.jpg

그나마 쇄골은 굉장히 쉬운 편에 속하지.

 

 

 

 

 

 

 

 

골학 = 발.jpg

 

 

 

이게 뭐냐고????? 니 발뼈 중에 하나. 발 뼈가 몇 개냐고? 니 발 한쪽에만 뼈가 26개 있어. 다행히 신이 존나 자비로워서 우릴 대칭적으로 창조하사 한 쪽만 외우면 된다는 점에 감사드리자. ... 마지막으로 답이 없는 머리뼈 보여줄게.

 

 

 

 

 

 

골학 - 머리뼈.jpg

 

 

뇌가 손상되지 않도록 최대한 위에서 조심해서 수평으로 머리뼈를 자르고 나서 뇌를 들어내고, 머리 위에서 머리뼈를 쳐다보면 ( 머리 안쪽에서 아래쪽을 향해서 본 그림이라고 생각하면 쉬우려나? ) 이 그림도 나름 대충 나온거네. 여기 나름 자세한 그림이 있어.

 

http://www.rci.rutgers.edu/~uzwiak/AnatPhys/APFallLect9.html

 

 

여기 있는 구조들만 외우기도 힘든데 시험은 이 구멍을 통과하는 구조물이 뭔지 쓰라고 하네 ㅁㅊ... 그래서 이떄부터 말도 안되는, 그냥 닥치고 외운 이상한 암기법이 등장하기 시작하지. 본과생 혹은 의사선생님들이라면 기억날법도 한.... 오발레말레 중뇌핏줄 소뇌가지 앞집파리가 오이를 팔아서 티비를 장만. 팩라테...... 지금 보니 별게 다있네. ... 뭐 여튼 그렇게 겨우겨우 외워서 시험장에 들어가곤 해. 이 문단은 그냥 눈으로 읽고 흘려버려.... 이해할 필요가 없는 문단이야.... “구조 이름을 외우기도 힘든데 그 구조와 연관이 있는 다른 것들까지 외워야 한다정도

 

 

 

 

골학에 대한 얘기는 여기까지만 할게. 다시 학기중에 배우는 해부학 애기로 넘어와서.... 본과 1학년의 꽃이라고 불러도 과언은 아닐 정도로 해부학은 양도 많고, 부담도 많고, 해부학 때문에 유급당하는 사람도 많아. 해부학...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을 두 권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야. 한 권은 내용, 한 권은 그림.

 

일단 그림을 보는 책부터 설명할게. 아래에 있는 책은 시바책이라고 불리는 원색인체해부학 책이야.

 

 

 

untitled.png

 

 

Netter라는 의사가 있는데 이 사람이 그림을 진짜 미친 듯이 잘 그려. 이 사람이 해부학에 심취해서 해부를 하면서 그림을 자세하게 그리고, 그 그림에 각각에 해당하는 신경, 혈관, 구조물 등의 이름을 적어놓은 그림이 바로 시바책이야. 시바책이라고 하니깐 이름이 좀 욕같지? 그래서 우리는 공부하다가 빡치면 아 시바 거기 내 시바책 좀 줘 시바라고 하거나, 선배한테 장난으로 , 시바... 책좀 빌려주세요하고서 놀곤 했지. 여튼 시바책은 의과대학에서만 쓰는 게 아니라 다른 과에서도 다양하게 쓰기 때문에 재밌는 일화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

 

 

 

 

내용을 보는 책은 각 학교에서 다양하게 쓰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 우리 같은 경우는 무어책이라는 책을 썼고, 무어책 그림을 밑에다가 첨부할게.

 

 

 

 

무어책.jpg

 

 

얇아보이지? ㅇㅇ 1176 페이지밖에 안 돼. 임상을 배울 때 쓰는 Harrison이라는 내과 책은 2권으로 나눠져 있는데 한권이 1654 페이지거든. 그거에 비하면 뭐 2/3 수준밖에 안 되네. 이 정도는 의대생 머리라면 3번 외우고도 남아......................는 개 허세고 시발 이걸로 시험공부하다가 유급당해서 6개월 + 등록금 날린 인간도 있음. 의대생이 천재는 아니거든. 간혹 천재였던 놈들도 있는데, 걔들도 2년 동안 술먹고 머리가 병신이 됐기 때문에 저걸로는 공부를 못해. 두 학기동안에 저걸 다 외울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 절대! 두 학기 내내 저것만 봐도 못 외우는 마당에 우리는 생리학, 조직학, 병리학, 약리학, 생화학, 미생물학도 배워야 하거든.

 

 

그래서 이때부터 족보혹은 일부 학교에서 야마라고 부르는 기출문제 복구본이 돌아다니기 시작하지. 양이 너무 많다는 걸 알기 때문에, 교수님들은 제발 중요한 것만이라도 알라는 심정으로 시험문제에 작년 문제와 비슷한 문제를 내게 돼. 이 기출문제를 학생들이 복구하고 모아서 다음 학번에 내려주고, 또 추가되는 문제를 복구해서 모아서 다음 학번에 내려주고 해서 매년 갱신되는 한 권의 책이 족보야. 이 족보만 완벽하게 외우면 유급당할 일은 별로 없다고들 하는데, 족보도 한 과목당 책 한권이고 과목이 존나 많아서 이걸 다 외우기도 벅차긴 해. 게다가 족보만 봐서는 이해가 안가는 경우가 많거든. 그래서 가끔 신임 교수님이 열의에 차서, 아니면 수업태도가 개판 5분전이라서 교수님이 빡치는 경우가 아니면 대규모 탈야 없이 무탈하게 지나가는 경우가 많아.

( 탈야 - 탈야마, 야마에서 벗어나는 문제를 말함. 탈야가 있을 경우 거의 대부분의 학생에게 멘붕이 시전됨과 동시에 평균점수의 급락이 일어나고 대규모 재시험과 유급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함. 야마 대신 족보 라고 부르는 일부 학교에서는 탈족보를 줄여서 탈족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음 )

 

 

 

 

 

 

 

그리고 해부학 실습!!! 딱히 별로 재미있는 episode가 생각보다 많진 않아. 해부학 실습이라는게 사람 배 반으로 갈라 열고 오 이게 심장, 오 이게 간, 오 이게 폐, 오 이게 뇌이러고 끝나는 게 아니거든... 일례로 오늘은 심장을 보는 날이다라고 하면. 심장의 모든 구조물들에 대해서 파악해야하지. 시험에 나오기도 하니깐.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들을 찾아야 하고, 심장에 전기신호를 처음으로 보내는 SA node라는 동방결절도 찾아야 하고, ‘오늘은 팔을 보는 날이다라고 하면 팔에 영양공급을 담당하는 동정맥을 안 끊어지게 조심해서 찾아내야 하고, 팔에 있는 근육들을 시바책을 보면서 일일이 대조하면서 찾아봐야 해... , carpal tunnel syndrome이라고 들어본 개드리퍼도 있겠지만, 수근관 증후군이라고, 이런 증후군을 일으키는 수근관이라는 구조물 등 기타 구조물들도 하나하나 찾아봐야 해...

 

 

근데 이런 구조물들이 저 여깄어염 의대생님. 님께서 절 찾아보실 줄 알고 깨끗이 정돈하고 기다렸사옵니다라면서 친절하게 나와주지 않아. 때론 지방조직에 섞여서 구분이 안 되기도 하고, 때론 variation이라고 해서 사람마다 좀 차이가 있어서 그림에서는 분명 이 위치에 있어야 하는데, 내가 해부실습하는 카데바에서는 없거나 이상한 데에 붙어있기도 하지.... 이런 걸 찾아내야 하기 때문에 해부실습은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고 힘들어 ㅠㅠ 하지만 또 머리를 비우고 마음을 비우고 그냥 손만 놀려서는 안 되는게, 생각없이 손을 놀리다가 중요한 구조물을 끊어먹기도 쉽고, 시험에 뭐가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머리를 비워서도 안되지 ㅠㅠ

 

 

오늘은 뇌를 보는 날이다라고 하면, 우선 뇌의 혈액공급을 담당하는 동맥들을 우선 찾아야 하고, 뇌 쪽과 연관있는 뇌신경을 찾아야하지. 그리고 뇌 주름 하나하나에 붙여져 있는 sulcus, gyrus ( sulcus는 파인 부분 , gyrus는 튀어나온 부분... 일반적으로 알려진 뇌 그림을 상상해보면 누리끼리한, 길게 나눠져 있는 부분이 gyrus, 그걸 나누고 있는 검은 선이 sulcus 라고 생각하면 돼 ) 에 대해서 그 이름들을 내가 들고 있는 이 뇌에 대응해서 맞출 정도로 외울 수 있어야 하지. ,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알고 있겠지만, 특수한 기능을 하고 있다고 알려진 일부 구역들에 따로 이름이 붙어있거든? 브로카 area, 베르니케 area 이런 식으로... 이런 이름들도 따로 외워야 해.

뭐 여튼 한줄 요약은 생각보다 길고 생각보다 재미없고 생각보다 지루하다? 이정도.ㅠㅠ

 

 

 

ㅡㅡ 생리학, 병리학, 생화학, 미생물학, 면역학, 약리학 이런 것도 다 하나하나 각각 얘기해야하는데 해부학 얘기하다보니깐 그로기 상태가 돼서 ㅡㅡ 힘드네 아 시발 스압주의 해놓고서 스크롤이 안보일 정도로 글 쓰는 애들은 진짜 작가 시켜줘야된다.

 

 

 

마지막으로 유급얘기만 하고 1부를 마칠까 해... ㅠㅠ

 

 

유급은 본과에서 가장 무서운 단어야 ㅠㅠ

보통 한 과목에서 F가 뜨거나 평점 2.0 미만이면 유급을 당하게 되지 ( F가 뜨면 그 과목 재수강을 하거나 할 수 없는 건지 )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재수강 없이 바로 F뜨면 아래 학번과 같이 다녀야 해...

일반적으로 20, 혹은 그 이상 똑똑하다는 말만 들어온 사람이 대부분인 의과대학에서 유급을 당하면 처음에는 굴욕감이 든다고 해.....

ㅅㅂ 암울한 얘기는 하지 말자 ㅠㅠ

 

 

 

 

여튼 2부는 준비중인데, 3번 임상과목을 글로 배우는 시기와 4번 병원에 실습을 나가는 시기로 나눠서 얘기할게

 

 

 

두서없어서 미안.... 근데 의대 6년이 내 글보다 더 두서가 없다..........

 

 

 

 

60개의 댓글

2013.04.20
국가의 미래는 공과대학인가 의과대학인가
의대생의 의견을 듣고 싶음
갠적으로 인공계로의 인재유입이 필요하다고 생각됨
0
2013.04.20
@누나자지
삶의 질 향상, 복지를 위해서라면 의과대학
사회경제기술 발전을 위해서라면 공과대학
둘 다 필요한거지 뭐
0
2013.04.20
좋은글이네요..
하지만 읽지는 않았습니다
0
2013.04.20
공대생으로 의대생 공부하는거 존경함.. 공대서적도 이렇게 빡센데 저런 원서들을 언제 다외우는겨..
추가로
개인적으로 궁금한게 카데바는 도대체 출처가 어딘지 궁금함.. 너님은 의대생이니 그런거까지는 알수가 없겠지? 그냥 궁금한거여.. ㄷㄷ...
0
2013.04.21
@basdmg
다 안외움ㅋㅋㅋ
그래도 공부하던 애들이라 시험공부 처음 시작할 때는
아시바그래 내가 진짜 해부에 대해 완전히 다 알아보자 뭐 아니면 면역학 조져보자 하고 시작하는데
하루이틀 하다보면 어느새 시험이 코앞인데 내 머리속은 텅비어있고
아시바 해부고 나발이고 유급할거같다 ㅅㅄㅂ거리면서 걍 기출? 이나 아니면 진짜 기어이 싹다 공부해버린 놈들이 중요하다고 집어준것들만 공부하게 됨ㅋㅋ
근데 그래도 많아....
카데바는 죽기 전에 자기 몸을 카데바로 쓰게 허락하겠다고 이미 말한 분들로 사후처리에 한 2~3년? 정도 걸려서 만들어져
만들어진다고 하는 게 좀 이상하긴한데 이과생머리에선 적당한 단어가 안떠오른다 미안ㅋ
그리고 해부 실습을 다 마친 후에 제사를 지내
아나도 공부해야하는데 개드립함ㅎㅎㅎ유급할듯ㅎㅎㅎ
0
2013.04.20
의대생은 아니지만 의학을 배우는 사람으로써 참 의학이란게 머리 아픈거 같아.
0
2013.04.21
슈벌 의사가 괜히 되는게 아닌겨
0
2013.04.21
ㅋㅋㅋㅋㅋㅋㅋ아오 지금 해부생리학 듣는데 예과 안 가기 잘했었음 ㅎㅎ
0
2013.04.21
의대에 과고출신 많나요?
0
2013.04.21
이번년인가 작년인가 문닫은 개인병원만 5000개라던데 힘내형
나도 의사 하고싶었는데 공과갈라고
이런말 해도 될까 모르겠는데 우리나라 너무 의검판에 몰리는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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