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2ch]동경하던 자취생활을 통해 이웃 사랑했다. 1

1사랑의 VIP전사@전판 인기 토너먼트 개최중[]:2008/06/17(火) 05:55:20.64 ID:FgtT13KQ0
작년 새해에 한통의 연하장이 왔다.
그 연하장에는 귀여운 글자로 이렇게 써져있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내년에 사토루(悟)군하고 결혼합니다."

이 연하장을 보낸 사람은 내 전 여자친구인 마리아다.
마리아하고의 만남은 내가 동경하던 자취생활을 시작했을 때로 돌아간다.
마리아는 내가 살던 맨션의 이웃였다.

이 스레는, 내가 인생에서 처음으로 사귄 마리아하고의 이야기입니다.
기억이 가물할지도 모르지만 얼마간 상대 부탁드립니다.


3사랑의 VIP전사@전판 인기 토너먼트 개최중[]:2008/06/17(火) 05:56:27.79 ID:QvHDa/VQ0
미안 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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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사랑의 VIP전사@전판 인기 토너먼트 개최중[]:2008/06/17(火) 05:56:57.73 ID:FgtT13KQ0
제 1 장 엄마와 이별

3년전 봄. "초"가 붙을 정도로 4류 대학을 졸업한 난 취직을 위해 자취를 시작했다.
계속 동경해온 자취 생활.
거주지를 고리기 위해 부동산에 가는 것 조차 두근거린다.

몇건의 부동산을 돌아다녀
드디어 집세와 내 희망이 들어맞는 방을 찾았다.
1DK며 거주 공간은 10평.
넓은 공간이다.



6사랑의 VIP전사@전판 인기 토너먼트 개최중[]:2008/06/17(火) 05:58:26.53 ID:FgtT13KQ0
외관도 내장도 고친지 얼마 안 되서 예쁘게 보인다.
방이 정해지자 바로 주말에 이사하기로 했다.
고통과 피로를 끼친 엄마와 이별・・・

중・고등학생 때 발광을 심하게 한 난 엄마한테 항상 걱정을 끼쳤다.


8사랑의 VIP전사@전판 인기 토너먼트 개최중[]:2008/06/17(火) 06:00:26.07 ID:FgtT13KQ0
중학교 때 아버지가 타계했다.
그 때부터 엄마는 여자 손 혼자서 나를 키워주셨다.
그런 엄마의 고통과 노고도 모르면서, 집의 빈곤함 때문에 나는 발광했다.
학교나 경찰에서 호출을 먹는 건 일상다반사.

그럴 때마다 엄마는 밤낮의 여부에 상관 없이 나를 데리러 와주셨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면서, 필사적으로 고개를 숙여주셨다.

집에 가는 길, 엄마랑 같이 걸어간다・・・

그리고 엄마는 항상 이 대사를 말한다.

"가난해서 미안해・・・"


9사랑의 VIP전사@전판 인기 토너먼트 개최중[]:2008/06/17(火) 06:02:47.13 ID:mF9NUv0v0
중학교 때 아버지를 잃었으면서 고등학교에서 발광하다니 어떻게 된 녀석이야!


10사랑의 VIP전사@전판 인기 토너먼트 개최중[]:2008/06/17(火) 06:03:53.31 ID:6gl4hOd0O
>> 9
너무 정론이라 뿜었다


12사랑의 VIP전사@전판 인기 토너먼트 개최중[]:2008/06/17(火) 06:06:05.68 ID:FgtT13KQ0
>>9
아니. 아빠가 돌아가신 건 중1
반년 뒤에는 이미 담배를 피웠고
그 때부터 고등학교 까지는 상당히 악질적으로 행패를 부렸었어.


15사랑의 VIP전사@전판 인기 토너먼트 개최중[sage]:2008/06/17(火) 06:08:36.84 ID:05gP5LNhO
>> 12
악질한 행패라는 건 역시 빼빼로 머리부분에 쵸코가 발라져있지 않아서 화를 냈다든지 그런거냐


18사랑의 VIP전사@전판 인기 토너먼트 개최중[]:2008/06/17(火) 06:13:03.12 ID:FgtT13KQ0
>>15
너무 큰소리로 얘기할 수는 없지만
싸움에 날붙이를 썼어.
그 때는 정말 무슨 생각였지


11사랑의 VIP전사@전판 인기 토너먼트 개최중[]:2008/06/17(火) 06:04:31.68 ID:FgtT13KQ0
이사업자가 내 짐을 포장해줬다.
나도 차에 동승하기로 했다.
현관을 나설 때 난 엄마한테 말했다.

"그럼 갔다올게! 몸 조심해요・・・"

엄마는 옛날처럼 눈에 눈물을 고이면서 내 손을 잡아주셨다.
그리고 "이거 가져가렴"이라고 말하면서 봉투 하나를 쥐어주셨다.


13사랑의 VIP전사@전판 인기 토너먼트 개최중[]:2008/06/17(火) 06:07:45.92 ID:FgtT13KQ0
엄마한테 배웅을 받으며 나는 차에 탔다.

"다음에 이 집에 돌아오는 건 언제지?"
자기가 자라온 집을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봉투 안을 봤다.

메모 1장과 10만엔이 들어있었다.
빈곤한 엄마한테는 괴로운 지출였음이 틀림없다.
죄송하다는 마음과 감사의 마음이 교류한다.

메모를 봤다. 거기에는・・・

"건강하게 지내세요. 야채는 꼭 먹어주세요.
당신은 언제까지나 엄마의 아들입니다"
라고 써져있었다.

이사업자한테 안 들키게 소리를 억누르며 울기가 어려웠다.


17사랑의 VIP전사@전판 인기 토너먼트 개최중[]:2008/06/17(火) 06:11:52.51 ID:FgtT13KQ0
제 2 장 마리아하고의 만남

「니노미야 미츠테루(二宮光輝)」
난 우편함과 내 방의 명패에 가능한 정중한 글씨로 그렇게 적었다.

이런 점은 제대로 하고 싶다.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면서 난 그걸 제일 먼저하기로 정했었다.

맨션 현관 앞에 나가 우편함에 명패를 끼워넣는다.
그리고 방으로 돌아가 명패를 붙인다.

이걸로 좋아.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다!


21사랑의 VIP전사@전판 인기 토너먼트 개최중[]:2008/06/17(火) 06:14:53.56 ID:mF9NUv0v0
>> 17
잠깐 잠깐. 그거 본명이냐?


22사랑의 VIP전사@전판 인기 토너먼트 개최중[]:2008/06/17(火) 06:18:28.55 ID:FgtT13KQ0
>>21
닮았지만 가명입니다


24사랑의 VIP전사@전판 인기 토너먼트 개최중[]:2008/06/17(火) 06:19:25.93 ID:FgtT13KQ0
이사업자가 옮겨준 짐을 정중하게 푼다.
이건 오늘 하루 안에 안 끝날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천천히 방만들기 작업에 착수한다.
정신일 들고 보니 저녁였다.
맞다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다.

이웃한테 인사를 해야지.

집을 나서기 몇일전. 내가 이사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엄마가
"이걸 이웃분들에게 돌려"
라면서 정중하게 포장된 상자를 2개 들고 오셨다.

내용물은 타올과 비누 세트였다.
나는 요즘에도 이사 인사 같은 거 하나? 라고 생각하면서도 그걸 받았다.



26사랑의 VIP전사@전판 인기 토너먼트 개최중[]:2008/06/17(火) 06:22:57.95 ID:oWrS/y6WO
엄마 초 착한 사람・・・


27사랑의 VIP전사@전판 인기 토너먼트 개최중[]:2008/06/17(火) 06:26:44.32 ID:FgtT13KQ0
딱히 버릴 것도 없고, 이런 건 "연륜"이 있는 엄마 말대로 하자.

짐 정리의 작업을 멈추고 이웃한테 인사하기로 했다.
내가 있던 층에는 4개의 방이 있다.
내 방은 303호실. 우선은 301호에 향했다.
두번 정도 인터폰을 눌렀지만 반응이 없다.

없나・・・

이번에는 옆집인 302호실에.
인터폰을 눌러본다. 한동안 기다려본다・・・여기도 반응이 없다.
한번 더 눌러보고 없다면 다음을 기약하자

그렇게 생각하던 순간

인터폰 마이크에서 "철컥"이라는 소리가 울린다.
계속해서 "네" 라는 목소리.
젊은 여자 라는 걸 알았다.


30니노미야[]:2008/06/17(火) 06:33:52.43 ID:FgtT13KQ0
일단 닉 붙일게

"오늘 옆에 이사해온 니노미야입니다. 이사 인사하러 왔습니다"
여자는 당황하던 목소리로
"죄송합니다. 금방 나갈게요"라고 대답한다.
서두르지 않아도 될텐데・・・
그런 걸 생각하면서 문 앞에서 기다렸다.

1분 정도 기다리자 문이 철컥하며 열렸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반만 열린다・・・체인이 걸려있다는 걸 알아차린다.
여자는 내 얼굴을 보면서 "네" 라고 대답했다.


33니노미야[]:2008/06/17(火) 06:41:32.02 ID:FgtT13KQ0
그렇구나. 여자는 이 정도 조심은 하지 않으면 안 되는구나.
소라스러운 세상이니 그럴만도 하지.
"옆방에 이사해온 니노미야입니다. 이사 인사입니다. 이거 받으세요"
난 엄마가 준비해준 상자를 꺼냈다.

여자는 일단 문을 닫아 체인을 풀고 문을 다시 열었다.
"일부러 감사합니다"
이 때 여자의 전신을 처음으로 볼 수 있었다.
두근거렸다. 귀여웠다・・・솔직히 말해 내 타입였다.

작고 둥근 얼굴. 큰 눈. 검정 머리에 쇼트.
작은 신체였지만 츄리닝여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거유. 나이는 20 전후.
나는 조금 긴장했다.


35니노미야[]:2008/06/17(火) 06:48:06.68 ID:FgtT13KQ0
"이거 별거 아닙니다만・・・・" 다시 한번 상자를 그녀한테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여자는 상자를 받아 방긋하고 웃었다.

역시 귀엽다.
여자는

"전 이사 인사는 안 했었는데. 하지만 역시 해야했던거죠"
의외로 말도 걸어왔다.

불시의 대화에 약간 당황하면서도
"저도 어머니가 가져가라고 해서・・・"
그 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로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여자와 대화는 할 수 있지만 타입인 여자랑 얘기하는 건 조금 긴장된다.
그녀는 "모르는 일 있으면 편하게 물어봐주세요"
그런 친절한 말을 해줬다.

나는 그럼 실례했습니다 라고 말한 뒤 302호실의 문을 닫았다.
이름 묻는 걸 잊고 있었다.


40니노미야[]:2008/06/17(火) 06:58:07.83 ID:FgtT13KQ0
302호실의 명패를 봤다.
하지만 이름은 없었다. 여자 혼자 사는 걸 안 들키게 하기 위함인가?


304호실은 비어있다고 했다. 빈방 찾고 있을 때 부동산 업자가 그렇게 말했다.
방에 돌아가 약간 텐션이 높아졌다.
그런 귀여운 애가 이웃이라니.
하지만 너무 친한 척하는 건 금물이다.

변태로 여겨지면 살기 힘들어진다.
복도에서 만났을 때 인사하는 정도가 좋겠지.


41니노미야[]:2008/06/17(火) 07:04:34.29 ID:FgtT13KQ0
방에 돌아와 짐을 정리하다 근처 슈퍼에 장을 보러 갔다.
첫 자취 생활이다.
앞으로는 스스로 식사도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저녁 메뉴는 카레로 했다.
그런 것 밖에 못 만든다.

하지만 요리 초심자인 난 묘하게 두근거리고 있었다.

"맛있는 카레를 만들어주마 ! !"
어렸을 때부터 요리 프로를 보는 건 좋아했다.
요리의 지식은 조금은 있다고 생각했다.

당근・양파・감자・소고기・쇠기름(무료)・우유・버섯・카레 루를 사서 돌아간다.

방에 열쇠를 꼽는게 왠지 느낌이 좋다.
내 방이구나. 여기는.
나도 어른이 됐구나・・・

절실하게 느꼈다.


43니노미야[]:2008/06/17(火) 07:10:27.66 ID:FgtT13KQ0
첫 요리 결과는 처참했다.
우선 양파를 써는 방법 조차 몰랐다.
반으로 썬 것 까지는 좋았다.
그 반을 가로로 썰어야되나? 아니면 세로?
적당하게 썰었다. 눈이 따끔해서 눈물이 나왔다.

그래도 카레 같은 건 적당히 하면 되는 거잖아 ! ?
생각이 얕았다. 물의 양을 틀렸는지
묘하게 물카레가 되고 말았다.

밥도 물이 너무 많았다.
카레를 얹고 먹어보니 흐리멍덩한 음식이 되버렸다.
그걸 혼자 등을 굽혀 먹었다.
TV는 아직 연결 안 했다.

혼자 조용한 식사・・・
엄마의 미소를 떠올렸다.
조금 외로운 기분이 덮쳤다.

그 때 인터폰이 울렸다.


46니노미야[]:2008/06/17(火) 07:19:15.10 ID:FgtT13KQ0
묘하게 큰 소리라 움찔했다.
"손님이다! 하지만 누구지 ? ?"
어째서인지 당황해 문 앞까지 갔다.

인터폰도 있으면서・・・

무방비하게 문을 열었다.
거기에 서있던 것은 오타쿠 남자였다.

이 녀석도 20살이려나?
약간 뚱뚱하고 머리카락은 머리에 눌려있다.
피부도 기름졌다.
큰 안경을 착용하고 있었는데, 안경알이 더러웠다.
키도 작아서 160cm 될지 말지 ? ?

"누구야? 이 녀석은?" 마음속으로 그렇게 생각한 순간.

"301호의 아부라다입니다만・・・"
소곤하며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아아・・・"

아까 인사하고 있었을 때 방에 없어서
301호의 문 우편함에 메모를 넣어놨었다.


48니노미야[]:2008/06/17(火) 07:20:37.05 ID:FgtT13KQ0
"303호실에 이사해온 니노미야입니다.
다시 인사하러 가겠습니다"

대충 이런 내용였다.

난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라고 말한 뒤 일단 방으로 돌아가
엄마가 준비해준 타올과 비누 세트를 가져왔다.
그걸 아부라다한테 건네준 뒤 "잘 부탁합니다"라고 말했다.

아부라다는 "하아・・・감사합니다"라고 말한 뒤 그걸 받아
301호실로 돌아갔다.

젊은 사람이 많네. 이 층에는.
그런 걸 생각하면서 또 맛없는 카레를 먹으려고 노력했다.



50사랑의 VIP전사@전판 인기 토너먼트 개최중[sage]:2008/06/17(火) 07:28:51.53 ID:twoZhQ/f0
왠지 엄청 낚시 냄새가 나는데 이 스레
읽지 않았지만


52니노미야[]:2008/06/17(火) 07:29:40.22 ID:FgtT13KQ0
>>50
아니. 실화인게 틀림없어


51니노미야[]:2008/06/17(火) 07:29:04.88 ID:FgtT13KQ0
얼마 안 있어 딩동하며 또 인터폰이 울렸다.

"누구야 ! 또 아부라다냐?"
귀찮네 라고 생각해 이번에는 인터폰으로 응답했다.

수화기에서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나왔다.
"닛타입니다."
닛타? 누구야?
"옆에 사는 닛타입니다"

옆 방의 그 귀여운 애다! 심장이 두근두근거린다.
그 애는 닛타라는 이름였구나 !
나는 당황하는 기색을 안 들키게 "잠시만 기다려주세요"라고 말한 뒤
수화기를 놓았다.

그 애가 대체 무슨 일이지?


55니노미야[]:2008/06/17(火) 07:37:50.95 ID:FgtT13KQ0
여러가지 생각하면서 문을 열었다.
닛타씨는 방긋 웃으면서
"이거 카레에요. 이사 첫날이라 힘드시죠? 뎁혀 드세요"
그렇게 말하면서 카레가 든 락앤락을 건네줬다.

난 놀랐다.
이런 이웃 교제가 정말로 있었다니・・・
시골에서는 있을 법한 이야기지만
인간 관계가 희미해졌다고 하는 현대 사회에서
더군다나 이런 젊은 애가 그런 문화를 계승할 줄은.

닛타씨는 "저・・・밥은 있으신가요?" 라고 물었다.

난 이 이상 폐를 끼쳐선 안 된다고 생각해
"있어요. 괜찮아요" 라고 대답했다.

닛타씨는 "그릇은 문 앞에 놓아주세요"라고 말한 뒤
자기 방에 돌아갔다.

난 얼른 그 카레를 먹었다.
닛타씨의 카레는 맛있었다.
내 카레하고는 비교할 수 없었다.
적당한 끈적함도 있었다.

식후, 난 근처 편의점에 마실 걸 사러 갔다.
거기서 운명의 재회를 했다.
이 재회가 내 자취 라이프를 확 바꾸게 된다.


56사랑의 VIP전사@전판 인기 토너먼트 개최중[sage]:2008/06/17(火) 07:42:20.05 ID:Wvvc+nKU0
동경 타워의 표절이냐?


61니노미야[]:2008/06/17(火) 07:45:10.79 ID:FgtT13KQ0
>>56
그건 시골에서 도시로
난 그저 그런 도시에서 그저 그런 시골로


63니노미야[]:2008/06/17(火) 07:54:57.56 ID:FgtT13KQ0
제 3 장 아부라다라는 남자

편의점에 들어갔다.
힐끔하고 잡지 코너 앞을 둘러보니 왠지 본적 있는 사람의 모습이.
서서 읽고 있던 그 남자는・・・

아부라다였다.

마이너한 에로 만화 잡지를 서서 읽고 있던 모양이다.
나는 고민했다. 인사해야되나?
모른 척하고 넘어갈까?

하지만 나중에 아부라다한테 들켜
무시했던 걸 짜증나게 여겨지는 것도 곤란하다.

난 아부라다한테 다가가 "안녕하세요" 라고 말을 걸었다.
아부라다는 이쪽을 향해 안경 너머로
움찔한 눈동자를 띄우며
"아아・・・안녕하세요"라고 소곤・・・

이걸로 끝내도 되지?


66니노미야[]:2008/06/17(火) 08:03:52.45 ID:FgtT13KQ0
난 "그럼"이라고 말한 뒤 그 자리를 벗어났다.
몇개의 마실 걸 들고 계산대로 향한다.
그러자 내 뒤에 아부라다가 줄섰다.

이러면 무시할 수 없어진다.
분위기 파악하고 줄서라 ! 마음속으로 그렇게 외쳤다.

난 어쩔 수 없이 말을 걸었다
"아부라다군은 거기 맨션은 언제부터?"
확실하게 연하겠지. 반말여도 OK겠지.

"대학교 들어갔을 때부터니까・・・1년 정도입니다"
라는 건 지금이 2년째.
20살 전후의 예상이 틀린 건 아니다.

"거기에 사는데 뭐 주의할 점 있어?'
얘기할 화제가 없어서 무리하게 만든다.
"음~. 그러게요"
아부라다가 대답하려던 순간.


69니노미야[]:2008/06/17(火) 08:09:25.48 ID:FgtT13KQ0
"다음 분 오세요!" 계산대의 누나한테 안내 받았다.
대화는 중단.

이건 계산이 끝난 뒤에도 아부라다를 기다려야할 흐름인건가?
타이밍이 안 좋아.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계산한다.
아부라다는 얼른 대답하면 될텐데
부처님처럼 내 계산이 끝나길 기다리고 있다.

결국 난 아부라다를 기다리기로 했다.

아부라다가 계산을 끝낸 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같이 가게를 나와 나란히 걸었다.
맨션까지 10분 정도.
내 머리는 화제를 찾는게 빙글빙글 회전하고 있었다.




73니노미야[]:2008/06/17(火) 08:17:28.70 ID:FgtT13KQ0
둘이서 걷다가 아부라다는 작은 목소리로
"거기서 주의할 점은・・・없네요"라고 말했다.
아아, 그렇군요. 좀 더 빨리 대답해줬으면 좋았을텐데.

강가를 걷는다.
길에는 벚꽃이 피고 있었고, 이 시기에는 밤에 보는 벚꽃이 예뻤다.
난 이후, 몇번이나 이 강가를 걸을 때마다
이 마을로 정해저 다행이다 같은 걸 생각했다.

난 옆에 걷고 있는 오타쿠한테 말을 걸었다.
"우리 집에 아직 TV가 연결되지 않아서 심심해"
난 정말로 잡담 정도로 한 얘기였다.

하지만 그 순간 아부라다의 안경에서 반짝하고 빛났다.

"그럼・・・제 방에 놀러오시겠어요?"



74사랑의 VIP전사@전판 인기 토너먼트 개최중[]:2008/06/17(火) 08:19:05.95 ID:GdKxzC0+O





75사랑의 VIP전사@전판 인기 토너먼트 개최중[]:2008/06/17(火) 08:20:08.75 ID:0vuNNNn0O

플래그 떴다~~



77니노미야[]:2008/06/17(火) 08:22:14.02 ID:FgtT13KQ0
진심이냐 ! ? 그런 사교성 있는 거냐? 이 오타쿠.
"어・・・아아. 그러게・・・"
안 되겠다. 허를 찔린 나머지 거절할 말이 안 나온다.

"만화책도 꽤 있고, 마음에 드는게 있다면 빌려드릴게요"
계속해서 아부라다는 열심히 추진해온다.

냉정하게 생각할 수 있다면 "짐정리가 안 끝나서" 같은 이유도 떠오르겠지.
하지만 이 때의 난
"그럼・・・조금 실례할까?" 라고 대답했다.

말한 순간 엄청난 후회가 밀려왔다.

"느긋하게 있어주세요"

끈적이는 말투로 그렇게 말한 아부라다는 살짝 알 수 없는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85니노미야[]:2008/06/17(火) 08:30:27.72 ID:FgtT13KQ0
나랑 아부라다는 맨션 입구에 도착했다.
왠지 분위기가 무겁다・・・
둘이서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면서 생각한다.

어째서 이렇게 되버린거지?

어디에 실수가 있었던거지?

그러자 도착한 엘레베이터에서 여자애가 내렸다.

닛타씨다 !

지금은 머리를 고무줄로 묶었다. 역시 귀엽다.
양손에 쓰레기 봉투를 들고 있었다.
그렇구나 오늘은 쓰레기 배출일이구나.

난 카레의 답례를 말해야지 해서 "아까는 감사・・・"라고 말하던 순간
의외의 말을 들었다.

"야! 쓰레기 버려?"
친근하게 닛타씨한테 말을 건 인물.













아부라다였다.


89니노미야[]:2008/06/17(火) 08:39:31.14 ID:FgtT13KQ0
난 답례의 말을 삼켰다.
이 오타쿠・・・닛타씨랑 지나칠 정도로 친한 거 아냐?

"안녕하세요. 쓰레기 회수 내일이야. 아부라다군도 오늘 안에 꺼내두는게 좋아"
닛타씨도 미소로 대답한다.

에에에ーーーーーー엑!!!???

이 두 사람 아무래도 상당히 친한 모양이다.

일반적으로 서로 "안녕하세요"로 끝나는 거 아닌가?
것도 "아부라다군"이라고 불렀다.
이건 두 사람의 친밀도를 암묵적으로 표시하고 있었다.

난 아부라다랑 엘레베이터에 탔다.
난 닛타씨한테 고개를 숙이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옆의 오타쿠는 "바이 바~이"하며 손을 흔들었다.
닛타씨도 나한테 고개를 숙인 뒤
아부라다한테 손을 흔들며 "나중에 봐"라고 말한다.




90사랑의 VIP전사@전판 인기 토너먼트 개최중[]:2008/06/17(火) 08:41:39.00 ID:mF9NUv0v0
>> 1의 글재주에 반했어

이거 픽션였나?


92니노미야[]:2008/06/17(火) 08:45:07.55 ID:FgtT13KQ0
>>90
완전 실화야


93니노미야[]:2008/06/17(火) 08:47:57.26 ID:FgtT13KQ0
난 엘레베이터 벽에 기대 오타쿠의 뒷모습을 보며 경직했다.

엘레베이터가 3층에 도착한다.
제일 첫방이 아부라다의 방이다.
아부라다가 철컥철컥하며 문을 연다.
이 뒤 이 안에서 이 남자와 몇분을 함께 보낼 것인지.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기운이 죽기 시작했다.

아부라다의 "들어오세요" 라는 말에 이끌려 실내에 들어간다.
난 눈을 의심했다.
이런 방이 현실에 있다니.

벽면에 가득 붙인 애니 포스터.
핑크 머리 여자애가 짧은 세일러복 스커트에서 허벅지를 들어내고 있었다.

다른 포스터는 노랑 머리를 트윈 테일로 묶은 여자애가 피스 싸인을 하고 있다.

그런 포스터가 벽면에 붙여져있었다.

그렇다. 아부라다는 외견 뿐만 아니라
틀림없는 진성 오타쿠였다.



94사랑의 VIP전사@전판 인기 토너먼트 개최중[]:2008/06/17(火) 08:48:49.80 ID:Wvvc+nKU0
그게…뭐가 잘못 됐다는 거야


99니노미야[]:2008/06/17(火) 08:57:49.90 ID:FgtT13KQ0
애니라고 하면 사자에상 밖에 안 본 나한테는
한 사람이라도 이름을 아는 캐릭은 없다.

책장에 눈을 돌렸다.

예외 없이 미소녀 ? 피규어가 나란히 서있었다.
서재에는 동인지 ? 로 여겨지는 잡지가 정중하게 꽂혀 있었다.

빌리고 싶은 책이 이 안에 있을 리가 없다.

"적당히 앉아주세요"
아부라다의 말에 따라 일단 앉아본다.
난 작은 동물처럼 떨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중・고 한참 싸움만 해온 나지만
이 공포심은 그것들하고는 또 달랐다.

뭘 당하는 거지?
쉽게 공포심을 없앨 수가 없었다.

한편 아부라다는 이런 방에 살고 있는 걸
나한테 들키더라도 부끄러운 모습은 전혀 없었다.

그 심리가 또 새로운 공포를 생성한다.

"커피라도 끓일게요" 부엌에 사라져가는 아부라다.
커피를 끓이게 된 날에는 되돌아갈 수 없어진다.

"아・・・네 상관 없어요!" 드디어 경어를 쓰고 말았다.



102니노미야[]:2008/06/17(火) 09:07:40.99 ID:FgtT13KQ0
하지만 내 말에 상관 없이
아부라다는 컵을 2개 들고 왔다.

"여기요" 라며 그 중 하나를 내 앞에 놓았다.
마실 생각이 안 든다.

공통 화제가 전혀 안 떠오른다.
뭘 얘기해야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부라다는 그런 거에 상관 안 하듯 커피를 마시고 있다.

그래! 닛타씨에 대해 물어보자.
어째서 이 오타쿠가 닛타씨랑 친한 관계인건지?
그건 몹씨 신경 쓰이는 부분였다.

"마・・・맞다. 아부라다군. 아까 지나친 닛타씨.
옆 방의. 친해?"

아부라다는 나를 올려다보더니 히죽하며 불안한 미소를 띄운다.

"아아・・・마리아짱말이군요. 같은 학교에요"

마・・・마리아짱!!??



104니노미야[]:2008/06/17(火) 09:15:39.07 ID:FgtT13KQ0
이 작은 뚱땡이. 이번에는 "마리아짱" 이냐!!

아부라다는 계속해서 "그런 것보다・・・

그・・・그런 것보다・・・뭐야??

"이쪽 계통에 관심 있으신가요?"
오른손에 들고 있던 건
아무래도 미소녀 ? 의 애니 DVD였다.

"아니. 미안. 전혀 없어"
즉답했다.
뭐야 그거 ? 라고 했다간
어떤 설명울 들을지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니노미야씨는・・・그렇겠죠. 후히히"
후히히의 의미를 잘 모르겠다

그러더니 아부라는 벽장롱 안을 뒤지더니
골판지 상자 1개를 나한테 내밀었다.

"이거 빌려드릴게요"
「더 파이팅」을 나한테 보여줬다.
"50권까지 있어요"
그런 것보다 닛타씨의 얘기는 ? ?


105니노미야[]:2008/06/17(火) 09:15:58.85 ID:FgtT13KQ0
"빌려주는 건 언제든지 괜찮으니"
그러더니 아부라다는 히죽하고 웃었다.

이 이상 여기에 있어도 닛타씨의 얘기는 물을 수도 없어보인다.
그렇다면 얼른 책을 빌려 철수하는게 이득이다.

"고마워. 그럼. 실례했습니다"
난 만화책이 가득 든 상자를 들고 아부라다의 방을 빠르게 빠져나왔다.

이 날을 계기로 나랑 아부라다의 거리가 급속도로 좁혀졌다.
하지만, 이 때의 난 그런 걸 알 리가 없었다.



106니노미야[]:2008/06/17(火) 09:17:12.73 ID:FgtT13KQ0
VIP에서는 말도 안 될 정도의 무반응ㅋㅋㅋ
독자도 적은 모양이니 조금 쉴게요
스레가 있으면 또 쓸게요.



107사랑의 VIP전사@전판 인기 토너먼트 개최중[age]:2008/06/17(火) 09:19:19.38 ID:+gvhygIvO
>> 106
힘내라ㅋㅋ


109사랑의 VIP전사@전판 인기 토너먼트 개최중[]:2008/06/17(火) 09:20:26.63 ID:iaBuitLYO
얼른 써


110사랑의 VIP전사@전판 인기 토너먼트 개최중[]:2008/06/17(火) 09:20:42.08 ID:1H03JITKO
아니, 보고를 기다리고 있는데


114사랑의 VIP전사@전판 인기 토너먼트 개최중[]:2008/06/17(火) 09:28:21.56 ID:0vuNNNn0O
아니 신경 쓰이는데ㅋㅋㅋㅋ
아마 늦어질 것 같으니까
힘내라 !


116사랑의 VIP전사@전판 인기 토너먼트 개최중[]:2008/06/17(火) 09:35:07.06 ID:xaiGHQnE0
계속 써줘



119니노미야[]:2008/06/17(火) 09:54:21.54 ID:FgtT13KQ0
제 4 장 사회라는 엄격함

그 날부터 2~3일간 닛타씨나 아부라다하고 만나는 일은 없었다.
맨션에 있어서 이웃의 교제라고 하면
원래는 그런 걸지도 모른다.

생활 패턴이 다르면 몇개월간 얼굴을 못 보더라도 신기할 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사해온 첫날.
아부라다의 방까지 들어갔다는게 비현실적인 일로 생각됐을 정도다.

그 아부라다한테 책을 돌려주는 건 우울의 원인였다.

하지만 아부라다 덕분에 심심풀이를 떼울 수 있었던 것도 사실였다.
빌린 "더 파이팅"은 의외로 재밌었다.
실은 나도 복싱 경험자다.


125사랑의 VIP전사@전판 인기 토너먼트 개최중[]:2008/06/17(火) 10:01:20.06 ID:0vuNNNn0O
복싱 경험자가 싸움이라니 비겁해ㅋㅋㅋㅋㅋ


122니노미야[]:2008/06/17(火) 09:56:03.69 ID:FgtT13KQ0
그러다 입사의 날을 맞이했다.
난 이걸 위해 고향에 엄마를 남기고
자취를 시작한 것이다.

그 날 아침, 난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맸다.
현관을 나설 때 "엄마 힘낼게!" 마음속으로 그렇게 외쳤다.

회사까지는 3정거장. 나는 조금 일찍 집을 나섰다.
전철이 흔들린다.
난 앞으로 매일 매일 이 열차를 타며
나이를 먹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니 괜히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엄마의 얼굴이 떠오르고는 다시 사라졌다.

내가 취직한 곳은 중소 영상 제작회사였다.
동기는 7명 있었다. 모두 현역 입사다.

전문용어가 펑펑 나온다.
동기 모두 전혀 이해하지 못한 모습이다.
선배는 "자연스레 알게될 단어니까 지금은 생각하지 않아도 돼"라고 말했다.

단순한 회사 안내가 끝나자 신입사원은 각각 부서에 배치를 받았다.
난 제작1부라는 부서에 배치됐다.
7명 중 나랑 같은 제작부는 4명 있었다.
나머지 3명은 기술부 부서였다.



128니노미야[]:2008/06/17(火) 10:08:21.43 ID:FgtT13KQ0
난 나한테 주어진 데스크에 앉았다.
5분 정도 서랍 등을 열며 시간을 떼운다.
하지만 아무도 말을 걸어오지 않는다.
뭘 하면 좋은거지?

묘하게 진정되지 않는다. 불안한 마음이 덮쳐온다.
모두가 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는 것 같다.
이게 회사라는 곳인가.

문득 동기한테 시선을 돌려본다.
다른 동기는 선배랑 얘기하면서 빠르게도 일을 시작하고 있는 모습.
당황스러워졌다.

그 때.

음기 팍팍 나는 아저씨가 "니노미야군・・・"하며 말을 걸어왔다.
50지난 키가 작은 남자.
양복이 주름져서 빈곤한 인상였다.
하지만 눈빛이 날카롭다.
일을 잘한다는 느낌의 눈빛은 아니다.
뭐라고 해야할지 "사람의 마음은 전부 파악하고 있다는 눈빛"이라고 하면 좋을지.
그 남자는 아카마츠라고 자기를 소개했다.



133니노미야[]:2008/06/17(火) 10:13:47.51 ID:FgtT13KQ0
내 직속 상사라고 했다.
이 아저씨 밑에서 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건가.
풀이 더욱 죽었다.

아카마츠는 나를 회의실에 불러 한권의 팜플렛을 내밀었다.
"이 VP를 만들거야. 로케는 2주 뒤. 디렉터는 프리의 시무라 라는 남자다"
VP는 뭐지?
"자세한 건 시무라한테서 들어. 시무라의 지시대로 움직이도록"
그 말만 끝내고 아카마츠는 회의실에서 사라졌다.

혼란스러웠다.
VP는 뭐지?
프리의 디렉터라는 건 이 회사에 없다는 건가?
시무라라는 인물은 어떤 사람이야?
아카마츠한테 따라갈 수 있을까?
불안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난 내 자리로 돌아가 아카마츠한테 받은 팜플렛을 봤다.
거기에는 수상한 기계를 허벅지에 대고 있는 여자의 사진이 있었다.

드라이어의 끝부분에 둥근 물체가 달린듯한 기계다.
미용도구인듯.
그 금속을 닿은 부분은 슬림해진다는 설명였다.
너무 수상한데.



136니노미야[]:2008/06/17(火) 10:18:42.75 ID:FgtT13KQ0
점심 시간이 왔길래 아카마츠의 허락을 받아 점심을 먹으러 나왔다.
묘하게 해방된 것 같은 기분였다.
회사의 1층에서 동기 여자애랑 만났다.
와타나베라는 애였을 것이다.

와타나베는 여기저기 두리번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내가 말을 걸자 와타나베는 나를 쳐다봤다.
눈에는 눈물이 고여있었다.
"점심 먹을 곳을・・・"
난 와타나베한테 같이 먹자고 했다.
그녀는 단대를 갓 졸업한 20살였다.

그녀는 여자애면서 기술부의 부서에 배치됐다.
카메라나 삼각대. 그 외의 짐을 메고 일하는 건
남자여도 힘들 부서다.

난 점심을 먹으면서 와타나베한테 물었다.
"아까 울 것 같은 표정 짓고 있었지?"

와타나베는 불안한 표정을 띄우며 말했다.
"배치된 곳에서 선배한테 기재의 설명을 들었지만
전혀 이해못했어. 기술부는 전기 계통에 대해서도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잘 해나갈 수 있을지 불안해서・・・"



137니노미야[]:2008/06/17(火) 10:20:05.36 ID:FgtT13KQ0
모두 불안한 건 마찬가지구나.
내가 소속한 제작부도 이해할 수 없는 말이 날라다니지만
기술부보다는 낫겠지.

라페
포페
NP1
트라이
프로미스트
하츠하츠

이런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쓰는 곳이 기술부다.
또 이것들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면 기술부의 자격이 없다.
첫날에・・・빠르게도 이런 전문용어를 들어야만 했다.
와타나베의 불안은 잴 수 없다.

하지만 이 와타나베는 몇년뒤 훌륭한 카메라맨이 된다.
아직도 남성사회의 색이 진한 이 업계에서 남자한테도
절대적으로 딸릴 체력면을 커버해서 와타나베는 카메라멘이 됐다.
멋진 노력가라고 할 수 있겠다.

나랑 와타나베는 점심을 먹고 회사에 돌아갔다.
와타나베의 부서는 1층이다.
엘레베이터에 타는 나한테 불안한 표정을 보인 와타나베.
나도 불안해.
마음속에서 그렇게 읊었다.


138사랑의 VIP전사@전판 인기 토너먼트 개최중[]:2008/06/17(火) 10:22:57.60 ID:0vuNNNn0O
와타나베는 내 부인


140사랑의 VIP전사@전판 인기 토너먼트 개최중[]:2008/06/17(火) 10:25:20.17 ID:dxGLpk410
>> 138
쓰려고 했더니 누가 먼저 썼다


139니노미야[]:2008/06/17(火) 10:24:43.13 ID:FgtT13KQ0
점심 시간이 끝나자 아카마츠한테 안내받아 아까 회의실에.
거기에는 30살 전후의 살짝 통통한 남자가 있었다.
"시무라입니다. 자네가 니노미야군?"
가볍게 말을 걸어주는 시무라한테 호감을 가졌다.

"나도 2년전에는 이 회사에 있었어.
이번에는 내 AD로 붙여진 것 같네. 잘 부탁해"
난 안심했다. 이 사람하고라면・・・이 사람하고라면
따라갈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세상 그렇게 쉬운 일은 없었다.


141니노미야[]:2008/06/17(火) 10:32:13.10 ID:FgtT13KQ0
아카마츠가 "시무라 뒤는 부탁한다!"라고 말한 뒤 회의실에서 나갔다.
자, 뭘 도우면 되는 거지?
난 시무라한테
"죄송한데요 VP는 뭐에요?" 라고 물었다.

그 순간, 시무라의 얼굴색이 바뀌었다.

"VP이이이이이 ? ? 그런 것도 모르나 자네는?"

아까까지 부드럽던 시무라는 어디에도 없다.
무슨 더러운 거라도 보는 듯한 눈빛으로 날 내려다본다.
"비디오 패키지"라고만 말했다.

그 비디오 패키지도 의미를 모르겠다고.

난 솔직히 쫄았다.

이 세상의 신입사원은 모두 이런 느낌인가?
왜냐면 신입사원이잖아.
모든 말을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아니면 내가 공부 부족인거야?

난 빠르게도 시무라한테 말을 걸기가 어려워졌다.



142사랑의 VIP전사@전판 인기 토너먼트 개최중[sage]:2008/06/17(火) 10:34:13.52 ID:8ldC6yxD0
꽤나 리얼한 묘사네
이런 녀석 꼭 있지


143사랑의 VIP전사@전판 인기 토너먼트 개최중[]:2008/06/17(火) 10:34:18.98 ID:iaBuitLYO
짜증나는 녀석이네


149니노미야[]:2008/06/17(火) 10:43:51.19 ID:FgtT13KQ0
그래도 용기를 쥐어짜 목소리를 냈다.
"저・・・시무라씨. 전 뭘하면・・・"
완전히 쫄았었다.
어떤 말이 나올지?
그게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었다.

학생 시절이라면 단숨에 샌드백으로 만들었을
작은 뚱땡이가 회사에서는 무섭다.

"이거. 이번 대본. 읽어놔"
털썩하며 던진 A4의 복사 용지를 클립으로 고정시킨 대본.
이게 대본이라는 건가.

난 그걸 훑어봤다.
일본어라 이해는 할 수 있지만
진짜 의미로는, 업계 상의 의미로는 물론 이해되지 않는다.

난 한번 훑어보고
"읽었습니다"라고 시무라한테 말했다.

"그래. 그럼 내일까지 향반표 부탁해"라고 시무라는 말했다.

향반표・・・뭐야 그거 ? ?

시무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럼 난 갈게. 수고~"라는 말만 남기고
방을 나가려고 했다.


151니노미야[]:2008/06/17(火) 10:49:39.11 ID:FgtT13KQ0
"좀・・・잠시만요"
난 시무라를 멈춰세웠다.
애매하게 할 수 없다.
말의 의미 조차 모르는데 받아들일 수 없다.

시무라는 또 그 시선을 던졌다.
그래. 더러운 오물을 보는 듯한 그 눈빛.
"향반표는 뭡니까?"

에혀 라는 손짓을 하며 시무라는 대답했다.
"촬영 순서야. 그걸 스탭이 보고 다음에는 이걸 촬영하는건가.
를 확인하는 표야"
그 말만 하고 시무라는 방을 나갔다.
프리라 언제든지 가버려도 아무도 뭐라 불평하지 않는다.

시무라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카마츠씨. 그럼~ 나중에 봐요~"
이봐 이봐. 진짜냐.
진짜로 간거냐?

난 뭘하면 좋을지 혼란스러웠다.



152사랑의 VIP전사@전판 인기 토너먼트 개최중[]:2008/06/17(火) 10:52:35.18 ID:BF8G4w5r0
이런 경험담은 정말 참고가 된다


155니노미야[]:2008/06/17(火) 10:57:25.77 ID:FgtT13KQ0
실은 지금 생각해도 시무라의 이 행동은 폭권였다.
향반표라는 건 1개의 촬영에 대해 꽤 중요했다.

40명 정도의 모든 스탭이 그걸 바탕으로 움직인다.
이 향반표가 대충 만들어지면 촬영 종료시간도 대폴 늦춰진다.

그러면 외부 스탭의 비용이나 스튜디오 비용이 대폭 UP 되고 만다.

그렇다고 타이트하게 스케쥴을 짜면 너무도 무모한 향반표라며
스탭들한테 반감을 사고만다. 심한 경우에는 기술 스탭한테 욕먹을지도 모른다.

향반표를 작성하는 작업은 촬영을 인지한 뒤 또 기술적으로
필요한 시간까지 이해하지 않으면 도저히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157사랑의 VIP전사@전판 인기 토너먼트 개최중[]:2008/06/17(火) 11:05:10.88 ID:iaBuitLYO
꽤 리얼한 얘기다
이런 부조리한 상사 막장이다


162니노미야[]:2008/06/17(火) 11:14:15.68 ID:FgtT13KQ0
"신지를 때리고 회사 때려칠까"
입사 5시간만에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신지가 안 돌아왔다면 그랬을지도 모른다.
너무도 무리한 일이다.

그래도 모르는 나름 짜본다.
하지만 힌트의 하나도 없는 상태로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어쩔 수 없다. 아카마츠한테 물어보자.
하지만 아카마츠가 있어야할 데스크에 그의 모습은 없었다.

난 당황했다. 그 음기 팍팍 나는 아저씨여도 최후의 보루라고.
화이트 보드를 확인한다.

"아카마츠 A대리점 미팅→귀가"

끝났다・・・
입사 첫날에 완전한 절망감이 덮쳐왔다.

난 비틀비틀거리며 사내를 돌아다녔다.
어쩌면 좋을지 전혀 모르겠다.
그때 한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너 신입사원이지? 왜 그래? 얼굴색 안 좋은데"


163니노미야[]:2008/06/17(火) 11:14:28.04 ID:FgtT13KQ0
타바타씨다.
시무라의 하나 후배에 해당하는 이 사람은
사내에서도 유명한 변질자다.

담배랑 커피를 사랑하며 항상 일하고 있다.
한번 회사가 정전되서 모두 패닉 상태였을 때도
그만은 대본을 게속 쓰고 있었다.
암튼 회사 사람들과 거리를 두며 이상의 연출만을 추구하는 사람였다.

당시, 낚시 프로를 메인으로 담당하던 그는
결과적으로 천재 연출가로서 사내의 에이스 디렉터가 된다.


165니노미야[]:2008/06/17(火) 11:22:38.40 ID:FgtT13KQ0
지금 생각해봐도, 그 때 타바타씨가 나한테 말을 걸어준 것은
정말로 변덕였겠지.

난 눈에 눈물이 맺혔을지도 모른다.
몇시간만에 이런 바닥 상태였다.

난 암튼 기뻤다.

황야에 덩그러니 혼자 남겨진 것 같은 상태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

그런 나한테 말을 걸어준 사람이 있다.
그게 누구든간에 구원 받은 기분이 들었다.

"부탁합니다. 향반표 쓰는 걸 알려주세요. 부탁합니다"
이 때 타바타씨가 어떤 인물였는지 몰랐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천재연출가한테 향반표의 작성 방법에 대해
묻다니 두려운 행위다.

하지만・・・하지만. 난 이 사람을 놓쳐 어떤 상황이 될지를 상상 조차 할 수 없었다.

타바타씨는 "향반표?"라면서 눈을 동그랗게 했다.


169사랑의 VIP전사@전판 인기 토너먼트 개최중[sage]:2008/06/17(火) 11:28:27.06 ID:8ldC6yxD0
일을 못하는 녀석에 한해서 남한테 일을 넘기지
아, 못하니까 넘기는 건가…


170니노미야[]:2008/06/17(火) 11:29:06.05 ID:FgtT13KQ0
타바타씨는 "잠깐만"이라더니 자기 데스크로 향했다.
그리고 한권의 대본을 손에 들고 돌아왔다.
"그 1번 뒤 페이지가 향반표야. 참고하면 될거야"

신으로 보였다.
한줄기의 광명이 보인 순간였다.

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라며 몇번이나 고개를 숙였다.

타바타씨는 "그럼"이라며 자기 책상에 돌아가려고 했다
그러다 "P (프로듀서)는 누구?"라며 물었다.
난 "아카마츠씨입니다" 라고 대답했다.
"D (디렉터) 는?"
"시무라씨입니다"

타바타씨는 잠시 생각한다는 표정을 지은 뒤 "・・・그래" 라고 말만 남기고 사라졌다.


179니노미야[]:2008/06/17(火) 11:42:31.00 ID:FgtT13KQ0
그 때부터 난 필사적으로 향반표를 만들었다.

이 촬영 시간은 어느 정도 걸리지?
모르겠다.

휴식 시간은 넣어두는 편이 좋으려나?
모르겠다.

식사는 역시 60분 확보해야되나?
모르겠다.

전혀 몰랐지만 타바타씨한테 받은 향반표 덕분에
쓰는 법은 알 수 있었다. 지금은 그걸로 충분하다.

무리한 작업여도 알바냐!
맡긴게 잘못이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작업에 몰두했다.

하지만 하루만에 모든 촬영을 끝낼 향반표는 완성되지 않는다.

시간은 물처럼 흘러갔다.
19시. 20시. 21시. 아직도 안 끝난다.


180니노미야[]:2008/06/17(火) 11:42:55.81 ID:FgtT13KQ0
입사 첫날에 뭐하는 거야? 난.
가끔 그런 생각이 다가온다.
그 때마다 엄마의 얼굴이 떠오른다.

엄마는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거라고는 아마 모르겠지.
알면 슬퍼하려나?

절실함과 싸우면서 어떻게든 향반표를 완성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시간 분배가 엉망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때의 난 하늘을 보면서 "이제 갈 수 있겠다・・・"
그렇게 생각하는데 한계였다.


186니노미야[]:2008/06/17(火) 11:54:00.12 ID:FgtT13KQ0
제 5 장 마리아의 카레 가게

입사 첫날 어떻게든 빠져나와 집에 귀가했다.
자취를 해서 다행이다.

만약 고향에서 출근해서 첫날부터 이런 시간에 집에 가면
엄마도 걱정해버리겠지.

난 밥도 안 먹고 목욕만 하고 잤다.
이불 속에서 생각했다. TV・영상 업계의 엄격함은 소문대로였다고.

둘째날 출근. 오늘부터 사복이다.
이건 이 업계에서 몇 안 될 좋은 부분이다.

출근한 시무라한테 먼저 향반표를 보여줬다.
"이 촬영이 이렇게 짧은 시간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이런 무모한 향반으로 촬영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다시 해"

깔끔하게 내가 만든 향반표를 돌려줬다.
"시무라 언젠가 죽인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다시 향반표를 만든다.
시무라를 주기고 싶어! 그 외 일의 원동력은 없었다.

실제로 시무라를 패는 모습을 상상하며 히죽히죽 웃는
알 수 없는 행동도 했을 것이다.


187사랑의 VIP전사@전판 인기 토너먼트 개최중[]:2008/06/17(火) 12:01:23.20 ID:obI+683T0
글재주 좋다


189사랑의 VIP전사@전판 인기 토너먼트 개최중[禿]:2008/06/17(火) 12:03:27.18 ID:k581fk12O
엄청난 인내심이네
나라면 다음 날부터 못 갈텐데. 진짜로


190니노미야[]:2008/06/17(火) 12:03:31.87 ID:FgtT13KQ0
암튼 이틀째는 하루종일 향반표를 작성했다.
시무라의 허락이 내려오지 않는 한 안 끝나는 이 작업.

공부라면 스스로 하지 않으면 시험 점수가 나쁠 뿐이다.
언젠가는 끝난다.

하지만 회사는 상사가 OK를 해줄 때까지 못 끝낸다.
아니 안 끝난다.

그 날 18시가 되서 향반표는 완성됐다.
10번 이상 다시 만들어 그제서야 시무라를 납득시킬 수 있었다.

물론 "내 첫 시련에 잘 견뎠군! 앞으로 니노미야는 내 멋진 파트너야!"
같은 말은 없다.

시무라는 "그럼 다음은 이거 컴터로 쳐줘"라면서 대본을 건네줬다.
이 작은 뚱땡이는 워드를 못 쓴다.
대본은 모두 손글씨다. 적당히 해!

하지만 난 그걸 할 수 밖에 없다.
싫으면 포기하든가, 스스로 디렉터가 될 수 밖에 없다.



191사랑의 VIP전사@전판 인기 토너먼트 개최중[]:2008/06/17(火) 12:03:52.36 ID:obI+683T0
시무라 진짜 열 받네・・・



194니노미야[]:2008/06/17(火) 12:12:09.16 ID:FgtT13KQ0
그런 매일이 계속 되던 중, 어느 날 한가한 날이 생겼다.
아카마츠도 시무라도 없다.
오늘은 일찍 퇴근할 기회다.

난 정시가 되자 후다닥 회사를 뛰쳐나왔다.
18시에 회사 밖에 있는 나.
이런 이른 시간에 자유를 손에 넣은 나.

난 기뻤다.
그리고 전철에 뛰어올랐다.

집 근처 역에 도착하자 공복감이 나타났다.
그러고 보니 입사 이후 제대로 밥을 먹은 적이 없다.

난 집에 가는 길에 있는 모 유명 카레 체인점에 들어갔다.

메뉴를 본다. 낫토 프라이드 치킨 카레로 정했다.
조금 징그러울지도 모르겠지만 난 이걸 엄청 좋아한다.

정하셨나요? 여자 점원이 말을 걸어왔다.
난 메뉴에서 고개를 든 순간 "앗・・・"하며 목소리를 흘렸다.

마리아였다.

마리아도 놀란 표정으로 "아・・・니노미야씨"라고 말했다.



197니노미야[]:2008/06/17(火) 12:20:17.74 ID:FgtT13KQ0
마리아는 방긋 웃으며 "퇴근하시는 길이세요?" 라고 물었다.
난 당황하면서도 "네・・・맞아요"라고 대답하는게 고작였다.
그건 그렇고.

카레 가게의 유니폼이 멋지게 어울린다.

역시 귀엽다.

난 주문을 끝내고 아부라다를 떠올렸다.
생각해보면 그 녀석한테 만화 안 돌려줬었지.

마리아가 낫토 프라이드 치킨 카레를 가져왔다.
"천천히 드세요"라며 미소를 덧붙여줬다.
그걸로 가슴이 가득했다.

500g은 너무 많았다.

내가 카레를 먹고 있을 때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목소리가
카운터에서 들려왔다.

뭐야? 마리아 끝나는 시간인가?
주방 끝에서 사라져 가는 마리아.

나는 조금 실망하면서도 카레를 먹었다.

그러자 돌연 앞자리에 사람이 앉는 기척을 느꼈다.
카레에서 고개를 들어보니 거기에는 마리아가 있었다.



203니노미야[]:2008/06/17(火) 12:29:47.65 ID:FgtT13KQ0
눈을 깜빡깜빡거리는 나를 보며 마리아는 말했다.
"지금 알바 끝났어요. 식사 끝날 때까지 기다릴테니 같이 안 가겠어요?"

난 처음에 이해할 수 없었다.

누구랑 누가 같이 간다고 ? ?

나랑 마리아가!!??

"응. 금방 끝낼게" 난 필사적으로 카레를 삼켰다.

마리아는 웃으면서 "천천히 먹어도 돼요. 정말로"라고 말해줬다.
미소가 정말로 귀엽다.
하지만 대화가 필요하다.
난 아부라다한테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말을 걸었다.

"대학생이지. 여긴 알바?"
당연한 걸 묻는다.
"네. 주에 3~4일 하고 있어요. 카레를 좋아하거든요"

바보 같은 이유다. 하지만 알바 고른다는게 그런 거지.

"그러고 보니 나 이사온 첫날에 카레 고마워요. 맛있었어요"

그릇은 마리아 방 현관에 뒀지만 인사는 제대로 하지 못했다.



210니노미야[]:2008/06/17(火) 12:43:27.28 ID:FgtT13KQ0
"아부라다군하고는 친구?" 이것도 신경 쓰인다.
설마 남자친구라는 건 아니겠지?

"맞아요. 그하고는 수업이 같았고 어느 새 같은 맨션이라는 걸 알게됐어요.
그 때부터 학교에서 만나도 얘기하는 사이가 됐어요"

그렇군. 각별히 친한 사이는 아닌 모양이군.
마리아짱이라고 부를 정도의 사이도 아닌 기분이 들었다.

나중에 안 얘기지만 아부라다는 조금 친해진 여자애한테
친한척을 함으로써 자신을 크게 보이려는 버릇이 있었다.


211니노미야[]:2008/06/17(火) 12:43:50.38 ID:FgtT13KQ0
난 카레를 다 먹고 마리아랑 같이 가게를 나왔다.
나란히 걷는다.
맨션까지 10분 정도의 거리.

바로 얼마 전에 아부라다랑 나란히 걸었을 때하고는 엄청 차이난다.

행복했다.

하지만 어느 새 맨션에 도착하고 말았다.

"그럼 나중에 봐!"라는 말을 나눈 뒤 각자 자기 방에 들어갔다.

난 행복의 여운에 빠졌었다.
앞으로 더 친해질 수 있을지도・・・

하지만 내 행복은 오래 가지 않았다.
가방 안에서 진동 모드로 설정해둔 핸드폰.

그 핸드폰에 24번이아 부재자 수신이 있었다는 점.
그 발신자가 시무라였다는 점.

이 때의 난 내가 놓인 상황을 아직 알아차리지 못했다.


212니노미야[]:2008/06/17(火) 12:44:27.24 ID:FgtT13KQ0
미안. 역시 피곤해졌어.
조금 쉴게.


213사랑의 VIP전사@전판 인기 토너먼트 개최중[]:2008/06/17(火) 12:45:03.17 ID:qbMNrVylO
따라잡았어.
재밌어 >>1 힘내!


216사랑의 VIP전사@전판 인기 토너먼트 개최중[sage]:2008/06/17(火) 12:46:24.80 ID:0opfUU0N0
니노미야!!시무라 ! 시무라 !


217사랑의 VIP전사@전판 인기 토너먼트 개최중[]:2008/06/17(火) 12:47:58.84 ID:L+TFob+eO
시무라 너무 무서워ㅋ



218사랑의 VIP전사@전판 인기 토너먼트 개최중[]:2008/06/17(火) 12:49:48.65 ID:BF8G4w5r0
신경 쓰이는 전개군요


휴식 천천히 가져


220사랑의 VIP전사@전판 인기 토너먼트 개최중[]:2008/06/17(火) 12:53:28.15 ID:k581fk12O
시무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까지 왠지 열받기 시작했어ㅋㅋㅋㅋㅋㅋㅋ


222사랑의 VIP전사@전판 인기 토너먼트 개최중[sage]:2008/06/17(火) 13:02:17.08 ID:8ldC6yxD0
시무라 ! 이 자식…24번이라니
기분 나뻐 시무라


223사랑의 VIP전사@전판 인기 토너먼트 개최중[]:2008/06/17(火) 13:04:49.50 ID:HEmvnhC40
1의 글재주에 질투



236니노미야[]:2008/06/17(火) 13:42:38.58 ID:FgtT13KQ0
제 6 장 지옥

난 방에 돌아가 기분 좋게 샤워를 했다.
샤워한 뒤 냉장고에서 캔 맥주를 꺼내
단숨에 들이켰다.

맛있다 !

TV의 스위치를 킨 뒤 두번째 캔 맥주를 딴다.

난 방금 전의 마리하고의 일을 회상했다.
입꼬리가 멋대로 실룩거린다.
머리속에는 마리아의 미소로 가득했다.

아무렇지 않게 가방 안의 핸드폰을 꺼낸다. 충전해야지.

핸드폰이 번쩍 번쩍 빛났다. 부재중 수신인가?
핸드폰을 연 난 눈을 의심했다.

"부재중 수신 24건"

누구지? 24건이나 걸다니
이력을 본다. 단숨에 등골에 한기가 사무친다.

시무라 시무라 시무라 시무라 시무라・・・・・

모두 시무라한테서 걸려온 전화였다.

두근・・・심장의 고동 소리를 알 수 있었다.



241사랑의 VIP전사@전판 인기 토너먼트 개최중[]:2008/06/17(火) 13:44:53.16 ID:obI+683T0
등골이 어는 감각 알지


242니노미야[]:2008/06/17(火) 13:47:11.45 ID:FgtT13KQ0
취기가 단숨에 날아갔다.
마리아의 미소도 사라졌다.
설마・・・사무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나는 떨리는 손으로 시무라한테 전화했다.
무서웠다.
앞으로 듣게될 사실은 대체 누구의 짓이야?

상상 조차 안 간다.

신호 소리가 들린다. 1번・・・2번・・・

철컥

두근・・・받았다・・・

갑자기 시무라의 고함 소리가 들려온다.
"너 임마! 지금 어디야!?"

난 놀랐다. 시무라가 설마 이런 고함을 지를 줄은.
지금까지 실컷 들어왔지만, 그건 그래도 소리를 지르진 않았었다.

그 시무라가 소리를 지르고 있다.
사태가 심각하다는 건 쉽게 상상할 수 있다.



245니노미야[]:2008/06/17(火) 13:54:45.11 ID:FgtT13KQ0
"죄송합니다. 집입니다만・・・"
이미 사과하고 있던 내가 있었다.

"너 대본 어쨌어 ! ! 내가 너한테 쳐달라고 부탁한 대본 말이야 !"

"그거라면 시무라씨한테 FAX로 보냈습니다만・・・"

"바보 자식! 그거 말고. 오늘은 대리점에 가져가는 날이잖아!
친 데이터 말이야!"

눈 앞이 새까매졌다.
맞다・・・오늘은 대본을 ROM에 구워 대리점에 제출하는 날였다.
완전히 잊고 있었다.

"니 덕분에 프리인 나한테 전화가 실컷 들어오잖아.
아무리 전화해도 안 받고. 대리점에 변명도 할 수가 없잖아!"

이미 시무라의 고함 소리보다, 몇단계 위의 공포가 나를 찾아오고 있었다.
시계를 본다. 22시・・・30분・・・피가 식고 있었다.

나는 암튼 시무라한테 말했다 "죄송합니다. 지금 당장 대리점에 가겠습니다. 끊겠습니다"

나는 방을 뛰쳐나왔다.
손이 떨려 열쇠가 구멍에 안 들어간다.

열쇠는 됐어. 암튼 서두르지 않으면!



246사랑의 VIP전사@전판 인기 토너먼트 개최중[sage]:2008/06/17(火) 13:56:31.96 ID:obI+683T0
우와
무섭다


248사랑의 VIP전사@전판 인기 토너먼트 개최중[sage]:2008/06/17(火) 14:02:16.59 ID:8ldC6yxD0
신입사원의 일이 아니라
아카마츠가 어떻게든 해야지. 이 경우에는.


249사랑의 VIP전사@전판 인기 토너먼트 개최중[か]:2008/06/17(火) 14:02:46.82 ID:k581fk12O
이런 무서운 압력 속에서 일할 수 있는 녀석 대단하다고 생각해. 점점 사회가 무서워졌어.

니트 탈출 못하겠어・・・


251니노미야[]:2008/06/17(火) 14:04:38.07 ID:FgtT13KQ0
난 역까지 전력으로 달렸다. 땀이 뻘뻘 흐른다.
하지만 상관 없다.

역에 도착했다.
이 때 이미 23시. 전철은 아직 충분히 있다.
하지만・・・하지만・・・

여기서 내 실수가 어떤 건지를 설명해둘게.
보통 1개의 VP (기업 설명이나 작품 소개 비디오로 생각하면 돼)는

스폰서→광고 대리점→제작 회사의 흐름으로 발주된다.

우리 제작 회사 사람은 스폰서를 만나는 일은 전혀 없다.
고작해야 촬영일이나 완성해서 시사할 때 보는 정도다.

스폰서의 계약은 전부 광고 대리점의 업무다.
그리고 스폰서의 의향을 우리들 제작 회사에 전해주는게
광고 대리점의 일이다.

즉, 우리들 제작 회사는 대리점으로부터 일을 받고 있다.
그건 지금까지의 실적이나 신용으로 일을 받을 수 있다.



255니노미야[]:2008/06/17(火) 14:11:08.37 ID:FgtT13KQ0
그리고 오늘・・・

난 18시에 대리점에 대본을 들고 가기로 약속했었다.
대리점은 19시에 스폰서한테 대본을 가져가기로.

・・・라고 했던 기분이 든다.

그걸 떠올린 난 더욱 공포감에 덮쳐졌다.

두근・・・또 심장이 고동 소리를 냈다.

그건 그야말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맛본 적 없는 공포라는 말 밖에 할 수가 없다.

오늘 19시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스폰서는 물론 격노했겠지.
중소 기업한테 신제품 VP는 회사의 운을 걸고 있다.

사장급이 미팅에 참가했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간부급은 확실하게 전원 참가다.


256니노미야[]:2008/06/17(火) 14:11:32.80 ID:FgtT13KQ0
거기에 대리점 사람이 가서
"죄송합니다. 대본이 아직 안 들어왔습니다"라고 말하는 건가・・・
대리점의 고통을 상상하자 죽고 싶어졌다.

그리고・・・。
머지않아 그 대리점의 고통은 분노로 변해
제작회사에 향해진다.

이 일이 날라갈지도 모른다.
만일 그걸 면했다 하더라도, 그 대리점에서 우리한테 일을 맡기는 일은
두번 다시 없겠지.


258사랑의 VIP전사@전판 인기 토너먼트 개최중[]:2008/06/17(火) 14:15:15.41 ID:k581fk12O
책임・・・인가・・・


259사랑의 VIP전사@전판 인기 토너먼트 개최중[]:2008/06/17(火) 14:18:04.00 ID:1H03JITKO
>> 1이 잊어버린 것도 잘못했지만 시무라의 리스크 관리가 부족했네.
음 시무라도 이런 걸 경험했으려나.
아니면 그냥 부조리인 것 뿐인가.


263사랑의 VIP전사@전판 인기 토너먼트 개최중[sage]:2008/06/17(火) 14:20:45.94 ID:8ldC6yxD0
>> 259
그러게 리스크 관리지
>>1만의 책임은 아니야


260니노미야[]:2008/06/17(火) 14:18:30.93 ID:FgtT13KQ0
이미 나 같은 신인이 상상할 수 있는 범주의 사태가 아니였다.
지금 타고 있는 전철에서 뛰어내려 죽고 싶다.

얼른 도착해주라! 제발!

전철의 스피드가 이상할 정도로 느렸다.
고작 3정거장이지만 이렇게 멀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역에 도착한 난 개찰구에 달렸다.
자동 개찰구에 정기권을 넣을 시간도 아깝다.

난 직원용 출구로 빠져나왔다.
만약 역무원이 뭐라고 해오더라도 멈출 생각은 없다.

난 회사까지 뛰었다.
이미 아무도 없었다.

난 벽의 불 스위치를 난폭하게 키고 자기 책상에 달려갔다.
서랍을 열어 목적인 CD-ROM을 꺼내 회사를 뛰쳐나왔다.



267니노미야[]:2008/06/17(火) 14:27:43.85 ID:FgtT13KQ0
시계를 보니 23시 30분.
상식적으로 생각하더라도 이미 무리다.
절대로 확실하게 무리다.

만일 대리점 사람이 있다면, 격노하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사과하면 좋지?

폐가 아프다.
전철을 내려 계속 달렸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에서 대리점까지는 달려서 5분 정도의 거리다.

대리점이 위치한 건물에 도착했다.

고개를 올려다본다.
대리점이 위치했을 층의 불은 꺼져있다.
현관의 문을 열려고 했지만 안 열린다.
건물 전체가 잠겨 있었다.



268니노미야[]:2008/06/17(火) 14:28:18.94 ID:FgtT13KQ0
난 지갑을 뒤졌다.
아마 대리점 사람한테서 받은 명함이 있을 것이다.

찾았다. 나는 서둘러 대리점에 전화했다.

어두운 층을 올려다보면서・・・

몇번이나 몇번이나 다시 걸었지만,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 전신을 덮친다.
난 그 자리에서 무릎을 끓었다.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내일이 안 보였다.



269니노미야[]:2008/06/17(火) 14:29:49.53 ID:FgtT13KQ0
이걸로 장기 휴식해도 되겠죠.
등이 아파요



271사랑의 VIP전사@전판 인기 토너먼트 개최중[]:2008/06/17(火) 14:31:43.86 ID:0nt+j4Vo0
>> 1 수고
그 다음 기대해둘게ㅋ


273사랑의 VIP전사@전판 인기 토너먼트 개최중[sage]:2008/06/17(火) 14:33:59.16 ID:Ouu44nY30
>> 1
닉 붙여놔
 
출처 : 비 내리는 날의 홍차 두 잔

7개의 댓글

2012.09.13
이웃을 사랑했다 이 편 진짜 재밌어.
이틀만에 전편 다 읽었었음ㅋ
0
2012.09.13
@이과
난 하루만에 다 읽었어 ㅋㅋㅋ

어제는 공강이었거든
0
2012.09.13
@위치
올ㅋ 쩌네
0
2012.09.13
@이과
개인적으로 마리아 이해불가
0
2012.09.13
@위치
순정녀라서 그랬나?
내가 봐도 그다지 이해되진 않음ㅋ
0
2012.09.13
@이과
역시 그라챼 나만 그런게 아니었어ㅋㅋㅋ

난 이제 그만 자러가봐야겠다

첫 시간표가 9시라는게 함정 너도 얼른 자라
0
2012.09.13
@위치
ㄴㄴ나 원서 읽어야함.
잘자라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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