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어떤 동화






숱한 희생 끝에, 인간들은 마족과의 전쟁에서 승리했습니다. 하지만 지도자들은 새로이 자신들에게 찾아온 위기에 여전히 골머리를 싸매고 있었지요. 최전방에서 전선을 이끌던 정예병들이 마왕성 저 깊은 곳까지 밀고 들어가 대마왕의 목을 치는 데 성공했지만, 유감스럽게도 대마왕의 죽음 직전, 그가 마지막으로 벌이는 최후의 주문을 막는 데에는 실패했던 것입니다.
"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것이오? "
노쇠하고 지친 모습으로 왕중의 왕이 물었습니다. 본디 중년을 넘은 나이에 접어들어서도 그 성정과 풍채가 젊은 용사들과의 비교에서도 한 치의 밀림이 없었던 왕이지만 요 몇 년 사이의 전쟁으로 인해 그 모습은 눈에 띌 정도로 늙어 보였지요.
" 일반적인 운석 충돌 마법이라면 모두들 알고 계실 것으로 믿습니다. 우주 공간에 떠도는 운석들을 끌어당기는 것으로, 극히 고난이도의 마법이긴 하나 그 사용이 불가능할 정도의 마법은 아닙니다.  제 제자들 중에서도 자질이 뛰어난 몇몇은 충분히 사용이 가능한 수준이지요. "
왕궁 마법사가 말했습니다. 각종 자료들이 빽빽히 적힌 보고서를 쥐어든 두 손이, 피로로 인해 떨리는 것이 보였죠.
" 하지만 지금의 이 마법은 수준 자체가 다릅니다. 마족의 왕이라는 자가 죽음을 각오하고, 자신뿐만이 아니라 마왕성에 축적되어 있었던 모든 힘을 짜내 써낸 궁극의 주문, 그 크기가 일반 운석 충돌의 수백만, 아니 수천만 배 이상이라는 관측 자료가 나왔습니다. " 
왕을 비롯한 수뇌부들이 앉아 있는 원탁에서부터, 그 주위의 하석(下席) 들까지 혼란이 뒤섞인 웅성거림이 퍼져나갔죠. 오랜 세월에 걸친 마족과의 전쟁에서 승리해 평화만이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는 오히려 더 심각한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웅성거림의 크기가 점점 커져 회의장 안은 이내 사람들이 주고받는 말소리로 시끄러워졌고, 이윽고 쾅 하는 충돌음이 들렸습니다. 소리가 난 쪽으로 모두가 고개를 돌리자, 왕의 주먹이 원탁 위에 올라앉아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왕의 미간에 눈에 띌 정도로 푹 파인 주름을 보자, 청중들은 순식간에 쥐 죽은 듯 고요해졌죠.
" 모두 조용히. 이 곳은 신성한 원탁의 회의장이오. 겁에 질려 꼬리에 불 붙은 망아지마냥 어쩔 줄 몰라할 장소도, 때도 아니지. 자, 마법사여. 그렇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만한 방법이 있는가? 듣기로는 운석 충돌 마법은 그 파훼법이 있다고 들었소. "
마법사는 황송하다는 듯, 고개를 숙이더니. 
" 예 전하. 분명 일반적인 운석 충돌 주문이라면 지상에서의 요격 주문만으로도 파괴가 충분히 가능합니다. 요격하기 어려운 크기라고는 해도, 현대 마법의 기술력이라면 우주 공간에서 다가오는 운석으로 순간 이동을 해 소멸 주문을 시전하는 방법으로 저지가 가능하다는 방법도 이론상으론 충분히 가능합니다. 헌데…. "
" 헌데 무엇이오? "
" 아시다시피 전쟁으로 인해 대부분의 마법사들이 전사했습니다 전하. 남은 것은 저를 비롯해 백 명이 조금 넘는 수의 마법사들 뿐이지요. 지금 다가오는 운석은 우리가 살고 있는 땅보다 몇 배가 큰 거대한 것입니다. 천 명의 마법사들이 소멸 주문을 써도 족히 수십 년이 걸리는 크기지요. 허나 관측상으로는 정확히 일 개월 이후에 운석은 이 땅과 충돌할 예정입니다. " 
" 그렇다면…. 우리는 정녕 멸망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오? "
마법사는 대답 대신 한쪽 손을 들어올려 딱 하고 손가락을 튕겼습니다. 곧 저쪽에서 마법사의 제자 두 명이 다가와 그 앞에 섰습니다. 그 중 한 명이 날카로운 단검을 품에서 꺼내 마법사에게 건넸고 마법사가 말했지요. 
" 하거라. "
고개를 끄덕인 제자가 무언가 주문을 외우더니 그 자리에 픽 하고 쓰러졌고, 그 뒤를 이어 다른 한 명이 마법사의 앞에 누웠습니다. 장내의 시선이 마법사에게 집중된 순간, 모두가 궁금해했던 마법사의 다음 행동은 날카로운 단검을 그대로 누워 있는 제자를 향해 떨어트리는 것이 아니겠어요? 
" 어어엇! "
왕을 비롯한 사람들은 화들짝 놀라 비명을 질렀고, 더러는 두 손으로 눈을 가리기도 했습니다만 다행히도 그 사람들이 예상하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누워 있던 제자는 조금도 다치지 않았고, 단검은 바로 그의 가슴께 위에서 멈춰선 채 둥둥 떠 있었지요. 
" 이게 대체 무엇이오, 마법사. "
" 바로 우리가 직면한 문제의 해답입니다. 전하. "
누워 있던 제자가 옆으로 슥 비켜 일어서자마자, 단검은 그제서야 쨍 하는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모두가 어리둥절하는 와중에, 주문을 외운 뒤 쓰러져 있던 제자가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왠지 모르게 몹시 지친 얼굴이었고 식은땀이 잔뜩 흘러내리고 있었지요. 그를 가리키며, 마법사가 말했습니다. 
" 제 제자는 방금 이 칼이 되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이 칼이 되는 꿈을 꾸었지요. "
" 꿈? 꿈이라? "
" 빙의(憑依)를 아십니까 전하. "
" 빙의라면 마법사가 다른 사람에게 영혼이 씌이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오. "
" 네, 방금 보여드린 것 역시 방법은 약간 다르지만 마찬가지입니다. 빙의라는 건 비단 살아있는 생명체에게만 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마법사가 주문을 맺고 잠에 빠지면, 그 마법사는 빙의한 사물에 혼이 깃들어 사물의 꿈을 꿀 수 있습니다. 생물에 빙의하는 것보다 배의 집중력과 고통의 인내를 요하지만, 자신의 의지를 섞어 사물을 통제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저는 방금 전 이 제자에게 칼이 되어 '사람의 몸에 닿지 말 것' 이라는 의지를 가지게 했습니다. 생물이 아닌 무생물로서의 의지이기 때문에 복잡한, 예를 들면 '공중에 떠서 이 자리를 세 번 돌아라' 같은 것은 불가능하지만, 간단한 동작이라면 충분히 사물을 의도대로 통제할 수 있습니다. "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마법사의 의도를 이해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진 왕이 마법사에게 물었습니다. 
" 그렇다면 지금 오는 이 행성도 이 방법을 사용해 다시 되돌릴 수 있겠군? "
" 아니오 전하. 간단한 동작이라도 사물의 크기에 따라 조절할 수 있는 정도 역시 달라집니다. 한낱 단검을 다루는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때문에 살아 있는 마법사 모두가 한데 모여 동시에 빙의한다는 계획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크기의 운석을 움직이는 데에 '돌아가라' 라는, 완전히 힘의 역방향을 요하는 통제는 불가능합니다. " 
" 그렇다면 날라오는 궤도를 바꾸는 것은? "
" 확실히 그게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긴 합니다만 전하. 정말 아쉽게도 그럴 수가 없습니다. 백 명이 힘을 모아야 하기에 정교한 마법진의 제작이 필요하고, 그 마법진의 제작 기간 또한 정확히 일 개월이 걸립니다. 그때쯤이면 운석이 이 땅에 거의 접근했을 터라 어지간한 궤도의 수정만으론 빗겨나가게 하지 못할 겁니다. 때문에, 우리는 행성을 멈춰야 합니다. "
" 하지만…, 언제까지나 행성을 멈출 수는 없는 것 아니겠소? 당신들 모두가 빙의한다는 것은 곧 마법사가 한 명도 남지 않는다는 것 아니오! 결국 저 땅을 영원히 잡아둬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그것이 가능한 일이오? 게다가 저 자를 보면…. "
왕의 시선이 아직까지도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단검을 조종했던 마법사의 제자에게 닿았습니다. 어쩐지 아까 깨어난 이후보다 상태가 더욱 심각해 보였습니다. 처음 들어올 때가지만 해도 건장한 체구의 젊은이였지만 지금은 얼굴이 백짓장처럼 창백해져 있었고, 당장이라도 숨이 끊어질 듯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것을 보니 엄청난 집중력과 고통을 요한다는 것이 허언이 아닌 듯 했습니다. 
" 한낱 단검을 조절한 자의 상태가 저렇지 않소. 하물며 이 땅보다 큰 돌덩어리라면 단검과는 차원이 다른 것인데 아무리 백 명이라고 해도…. " 
하지만 마법사는 덤덤한 표정이었습니다. 
" 숫자가 백 명이라고 해서 단순히 힘이 백 배 늘어난 것에 그치는 것은 아닙니다. 전하. 뜻을 한데 모은 마법사들의 의지는 종종 범인들이 상상하지 못할 만큼의 힘을 발휘하기 마련이지요. 물론 고통은 피할 수 없는 것이겠지만, 저희는 이미 영원에 가까운 세월일지라도 이 땅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는 결의를 끝냈습니다 전하. 잠에 빠진 저희의 몸은 가사상태로 보존될 수 있는 함에 담겨질 것이고, 함은 그 어떤 것도 저희의 잠을 깨우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지하 깊숙한 곳에 봉인될 것입니다. 그 준비 역시 이미 끝마친 채로 이 자리에 참석했습니다. "
사방에서 감탄사와 박수소리가 터져나왔고, 왕 역시 이루 말할 수 없는 감격에 젖은 표정으로 마법사를 바라보았습니다. 박수소리가 잧아들 즈음, 마법사가 제자들에게 뭔가 귓속말을 했고 제자들은 어디론가 사라지더니 이내 어린 아이 한 명을 데리고 나왔습니다. 
" 영특한 아이입니다. 마법사들 사이에선 신동이라는 평가를 받는 아이이지요. 이 아이가 잠에 빠지지 않고 이 세상에 남은 마지막 마법사가 될 것입니다 전하. 남은 일 개월의 시간 동안 모든 마법사들이 이 아이에게 모든 지식을 남겨줄 것이고. 오랜 세월이 걸리겠지만 이 아이가 공부를 끝마치고 세상에 다시 나왔을 때,  마법은 다시 번영을 시작하겠지요. 그리고 언젠가 마법사들이 예전처럼 많아져, 저 저주받은 운석을 제거할 때가 오면, 우리도 마침내 긴 잠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
그렇게 말하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는 늙은 마법사의 눈빛은, 참 많은 것을 담고 있었습니다. 
일 개월 뒤, 운석은 지구에 점점 가까워졌고 마침내 육안으로도 명확하게 보일 만큼 커져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었지만, 그것이 지구에 부딫히는 일은 없었습니다. 잠에 빠진 마법사들은 운석을 성공적으로 정지시켰고 사람들은 마법사들에게 마음 깊이 감사했지요. 왕은 매년 그들을 기리는 축제를 벌이기로 선포했습니다. 비록 마법사들이 모두 없어져 당장 일상 생활에서도 불편함을 수도 없이 집어낼 정도였지만, 그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삼십 년의 세월이 지났습니다. 왕은 죽어 왕위를 왕자에게 물려주었고, 마족들과의 전쟁을 겪었던 세대들은 주역에서 밀려나 새로운 세대가 등장했습니다. 전쟁으로 인해 황폐해질 대로 황폐해진 땅을 다시 일구며 살아가는, 강인한 세대였지요. 
마법사들이 긴 잠에 빠져들기 전 남기고 떠난 어린 마법사는 어느덧 중년의 남자가 되었습니다. 삼십 년이라는 세월 동안 선대 마법사들이 남기고 간 지식들과 자료들의 연구를 끝마치고, 다시금 세상에 마법의 불씨를 싹튀우고 마법으로 세상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어린 마법사는 세상에 나와 자신의 존재를 알렸습니다. 
헌데 어린 마법사가 세상에 다시 나타났을 때, 그가 사람들에게 처음 받은 부탁이 무엇이었는지 아십니까? 바로 저 하늘에 떠 있는, 마법사들이 멈추고 있는 운석으로 한 번 가 봐 달라는 것이었지요. 처음에는 아직까지 사람들이 운석이 충돌할까 두려워, 운석에 대한 어떠한 조치를 요구한다고 생각했던 어린 마법사였으나, 이내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순간은 이태껏 연구실에서 평생을 지내오던 어린 마법사가 처음으로 밤하늘의 운석을 바라본 순간에 찾아왔습니다.
저주받은 운석, 흉측한 돌덩이라는 어린 마법사의 삼십 년 예상과는 달리. 밤하늘에 떠 있는 운석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것이 아니겠어요? 아니, 운석이라는 표현 자체가 틀렸다는 것을 어린 마법사는 깨달았습니다. 그것은 흡사 푸른 옥구슬과도 같은. 너무나도 아름다워 보이는 행성이었거든요. 매일 밤마다 그 행성을 봐오던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박 없이, 어린 마법사 또한 그 행성에 매혹되었습니다. 마법의 번영이라는 우선목표도 잊은 채, 일 년을 꼬박 매달려 그 행성으로 가는 마법의 문을 만들었지요.
그리고 행성으로의 첫 발을 내딛은 순간, 어린 마법사와 그와 동행한 사람들의 눈 앞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온갖 동식물들이 가득한 녹색의 땅, 원래 있던 땅에서 한 번도 마시지 못했던 신선한 공기와 기분 좋은 바람. 마왕이 죽기 전 세상을 파멸시키기 위해 끌어온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이제까지 사람들이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천국이었던 것이지요. 
그들이 다시 문을 통해 돌아왔을 때, 더 이상 하늘에 떠 있는 행성은 한때 세상을 멸망시키러 다가왔던 저주받은 것이라고 불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땅' 행성에 붙여진 새로운 이름이었지요. 소문은 일파만파로 퍼져나갔고, 소문을 듣고 온 모두가 새로운 땅에 가 보고는 큰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다가, 언제부터인가 점점 돌아오지 않고 새로운 땅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차츰 생겨나기 시작했지요. 이들은 원래 살던 땅을 '옛 땅' 이라고 불렀습니다. 
처음에는 약간 망설이는 느낌이 있었지만, 처음 몇 명의 이주자가 생기고 나자 남은 사람들도 앞다투어 새 땅으로의 이주를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새 땅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하나같이 풍요의 느낌을 품고 있었으니까요. 처음엔 이주를 막던 지도층들도 시간이 지나자 자신들의 이주를 결정했고, 오히려 새 땅에서의 자신들의 지배권을 염려하는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이주를 장려하기까지 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오히려 어리둥절해진 것은 어린 마법사였습니다. 
아무리 아름답다고는 해도, 그에게 있어 새 땅은 여전히 마왕이 세상을 멸망시킬 목적으로 끌어당긴 것이요 무엇보다 그에게 있어 부모와도 같았던 선대 마법사들이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을 겪어가면서 충돌을 막고 있는 미운 존재였습니다. 마법의 문 역시 호기심이 앞선 탓도 있지만, 언젠가는 부숴야 할 장소라고 생각했기에 미리 준비하는 차원에서 제작한 것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어린 마법사는 사람들에게 새 땅으로의 이주를 멈출 것과, 이미 이주를 한 사람들에게 다시 돌아올 것을 요청했으나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냉소뿐이었습니다. 풍요를 맛본 사람들은 다시 황폐한 옛 땅으로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았거든요. 하다 못해 어린 마법사가 이주를 계속할 경우 사람들에게 마법을 가르쳐주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으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읍니다. 마법은 확실히 놀라운 힘이었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마법은 사람들의 굶주림을 해결해주지는 못했습니다. 게다가 이미 마법이라는 것이 없이 삼십 년의 세월이 지나, 사람들은 마법이 없는 세상에 익숙해진지 오래였지요. 마법의 번영을 제대로 기억하는 사람들은 늙거나 죽은 사람들 뿐이었습니다. 오히려 마법사들의 수를 늘려 새 땅을 파괴하는 것이 어린 마법사의 의도임을 아는 사람들은 자진해서 마법을 배우는 것을 거부할 정도였습니다.
결국 끝내 옛 땅의 모든 사람들은 새 땅으로 떠나 버렸습니다. 남아있는 사람은 어린 마법사와, 아직도 지하에 여전히 잠들어 있는 마법사들 뿐이었죠. 영원히 깨지 않을, 이제는 깨는 것이 불가능해진 꿈을 꾸며,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언젠가 어린 마법사가 이끄는 새로운 마법사들이 새 땅을 부수고 자신들을 깨워줄 거라 믿었던 사람들. 아직도 꿈 속에서 고통받고 있을 사람들을 생각하며 어린 마법사는 한참을 목놓아 울었습니다. 하지만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어린 마법사는 배은망덕한 사람들이 두 번 다시 고향에 돌아오지 못하도록 자기가 살던 땅과 새로운 땅을 연결하는 문을 닫아버렸습니다. 하지만 어린 마법사의 생각만큼 사람들은 고향을 그리워하지 않았지요, 사람들이 살고 있는 땅은 옛 고향의 풍요로웠던 시기와 비교해도 배는 아름다웠던 곳이었고, 안락함은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고향에 대한 추억을 차음 지워나갔습니다. 그저 태양빛이 사라지고 별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밤이 되면, 하늘에 가장 크게 드러나는 것을 가르키며, 저것이 우리가 옛날에 살던 땅이었다라는 기억을 이따금씩 상기했을 뿐이죠.
세월이 좀더 흘러 옛 땅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점차 나이를 먹어 사라지고, 옛 땅이 자신들의 고향이라는 사실조차 기억하는 사람들은 적어졌습니다. 마법사들을 기리는 축제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고 그들에게 있어 옛 땅은 밤하늘에 떠오르는 무수한 별들과 다르지 않은 존재였죠. 그것이 별들과 다른 점이라면 밤하늘의 그 무엇보다도 크고 밝아서, 어두운 밤을 환하게 비추는 것이랄까요. 그 이유 때문인지, 아니면 선조로부터 물려 받은 옛 고향에 대한 희미한 추억 덕분이었는지, 옛 땅은 사람들에게 있어 새로운 의미를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밤하늘의 왕, 태양의 누이, 때로는 신비로운 광대들이 춤추며 노니는 곳. 옛 땅에 대한 새로운 전설과 신화, 이야기들이 무수히 생겨났습니다. 
지금도 우리는 달에 관한 수많은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지요, 개중에는 옛 땅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것도 있었을 수 있겠습니다만은. 지금에 와서는 새로 만들어진, 더 흥미로워 보이는 이야기들에 밀린 오래되고 허무맹랑한 동화일 뿐이지요. 
매일 찾아오는 밤이면 달은 변함 없이 우리의 머리 위에 아직도 떠 있습니다. 어쩌면 거기선 아직도 어린 마법사가, 잠들어 있는 스승들을 기억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하긴 누가 알까요. 지금은 그저 잊혀진 동화 속 이야기인걸.


출처 : 판갤러 아지트 판갈(Fangal) '넬론'작 

13개의 댓글

와우
2012.09.02
와우!!! 할 말이 이것밖엔 읎다.
0
2012.09.02
올 ㅋ
0
2012.09.02
0
2012.09.02
올ㅋ
0
2012.09.02
쩌네 ㅋ 나 이런내용 좋아하는데 고맙다
0
2012.09.02
올ㅋ
0
네비ㅣㄱ
2012.09.02
운석 모일때 부터 지구이야긴거 같았는데 레알이네 이거 대박소설이넵
0
2012.09.03
난 달얘긴줄알았는데 ㅋㅋ계속보니까 운석이 지구네ㅋ
0
잘읽음
2012.09.03
결말에 운석이 터지는줄 알았는데.
아니넹.
0
위치
2012.09.03
우왕ㅋ

재밌다 링크타고 놀러가야지
0
2012.09.03
@위치
올ㅋ 다른 ip로 쓰면 삭제가 안되는구나
0
2012.09.03
올ㅋ
0
재밌었음 왜 여기는 추천같은게 없는지 모르겠다
0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추천 수 날짜
513 [감동] 내 13년도 JSA공동경비구역 군생활 35 기분이이상해요 24 2024.04.05
512 [감동] 중국에서 겪은 인간의 아름다움 48 골방철학가 36 2024.02.21
511 [감동] 불행에 익숙해지면 3 호조지망생 3 2023.11.29
510 [감동]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 관련... 8 세움의중요성 2 2023.04.11
509 [감동] (긴글주의) 오랜만에 예전 여자친구 사진을 봤다. 23 훈다킨데 27 2023.03.29
508 [감동] 사람 일 모른다 (feat. 더글로리) 5 김비밀 5 2023.03.11
507 [감동] 인생에 있어 무언갈 놓치고 있다고 생각이 될때 6 사랑하는아버지 8 2023.02.15
506 [감동] 어른스러운 생각 꼬깔꼬깔대작전 1 2023.01.04
505 [감동] 여행중에 목숨구한 소방관 2 이바닥의 5 2022.10.02
504 [감동] 오징어 게임 심리학 5 나라라호떡 0 2022.09.19
503 [감동] [고전]여자친구가 이발하라고 만원을 쥐어주던데. 9 우당탕탕탕슉 2 2022.08.22
502 [감동] 반 학생에게 크게 배웠던 경험 34 팡팡팡팡팡팡 75 2022.08.05
501 [감동] 부잣집 아가씨 만난 썰 - 1 14 DeusExMachina 5 2022.07.20
500 [감동] 4번의 실패와 취향찾기 8 아이스아프리카노 11 2021.12.12
499 [감동] 어느 카페 알바 이야기 8 아이스아프리카노 18 2021.12.10
498 [감동] 자작시 3편 읽어볼래? 17 번째 헬반도환생 4 2021.11.26
497 [감동] 엄마 생각나서 쓰는 글 8 일간주간월간 1 2021.06.03
496 [감동] 군대에서 읽은 책들 37 김산소 3 2021.03.31
495 [감동] 오늘읽은책ㅡ 냉정과열정사이blu 29 프린이 0 2021.03.31
494 [감동] 수필) 꽉찬냄비 아무도안물어봤지... 5 202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