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나도 고민판 소설게이 글보고 자작소설

아래 올린 애처럼 뭐 길지도 않고 그렇게 잘 쓴 것도 아니지만 습작쓰는 방법 하나 소개해줄 겸 제작년에 쓴 초단편 습작 하나 끼얹음


이건 친구한테 "어이! 아무거나 단어를 네 개만 던져봐라! 우와아아앙?" 해서 손, 주름, 노동, 아버지 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쓴 거임

무작위로 친구나 아는 사람한테 키워드를 받아다가 즉흥적으로 스토리를 짜고 상황을 만드는 연습을 하면

글을 쓸 때 종종 막막해 질 수 있는 상황묘사나 에피소드 창작 연습에 꽤 도움이 됨.

쓰다가 슬럼프가 왔을 때도 이렇게 한두페이지짜리 단편을 쓰면 손도 풀리고 극복에 약간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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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 휴가.



  차를 타고 좁은 길을 따라 논두렁을 가로지른다. 포장되지 않은 흙길위로 타이어가 덜컹이며 흔들린다.

오랜만의 느낌이라 그런지 그 진동이 썩 기분 나쁘지만은 않다. 마치 처진 어깨를 다독이는 손길처럼 정겹기까지 하다. 

간간히 풍겨오는 소들의 냄새까지 즐길 만큼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찾는 고향의 정취는 답답하게 뭉쳐있던 마음을 조금은 풀어주고 있었다. 어쩌면 부모님의 얼굴도 마주보기 전에 고향이 나를 알아보고 위로해준 것인지도 모른다.

마치 말 그대로, 고향 어르신처럼…….


마침내 흙먼지를 뒤집어 쓴 타이어가 멈추고 낯설면서도 낯익은 파란 양철대문 앞에 내가 섰다.

3년만이었나, 계절을 열 번도 넘게 건너뛰도록 찾아오지 않은 이곳에 다시 서니 시상대 앞의 선수처럼, 혹은 경찰서 앞의 전과자처럼 가슴이 두근거렸다. 파란 양철사자가 물고있는 파란 고리를 움켜쥐고 파란 문을 두드린다.


캉 캉 캉


“왔니이?”


철판 한가운데에 울리는 금속음과 함께 길게 늘어지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린다.


“네에 아버지~.”


나 역시 길게 늘어지는 억양으로 대답하며 마당에 들어선다. 이 마당 안에 들어와 본지도 참 오래됐다. 마루에 앉아계신 아버지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매번 바쁘다더니 이번엔 어찌 이리 바쁘게 왔누?”

“뭐어... 시간이 우연찮게 난거죠 뭐.”


사실대로 말하지 못했다. 그저 오랜만에 온 아들이 반갑다는 듯 웃고 계신 아버지의 얼굴을 마주보기도 쉽지 않았다. 가만히 고개를 돌려 오랜만에 찾아온 집의 마당을 다시금 둘러보는 척 휘휘 돌아본다. 아버지도 따라서 마당을 둘러보신다. 허름한 돌담과 소박하게 심어놓은 국화들을 보며 말하신다.


“너무 바쁘게 일해도 안 좋다, 가끔은 쉬엄쉬엄 해야지-.”

“넵.”


고개를 어색하게 꾸벅 숙이며 대답했다. 단단하게 굳었던 관절에 힘이 조금은 풀린듯하다.

힘이 풀려 살짝 숙여진 시선으로 아버지를 바라보니 마루를 짚은 아버지의 주름진 손이 보인다. 

거칠고 투박하고, 손가락엔 때가 낀 반창고까지 붙어있었다.


“손은 언제 다치셨어요?”

“아아, 뭐 별거 아니다. 그냥그냥 허다가 생채기 난게지 무어.”

“쉬엄쉬엄 할 사람은 아버지시네요. 반창고도 때 낀 거 보세요.”

“아 괜찮대두 그러네, 촌 살면서 이 정돈 다 하는 거여.”

"...."


또다시 말이 끊겨버렸다. 역시나 이런 때 말을 이어가는 건 아버지시다.

“그래, 밥은 먹고 온 거여?”

“그냥...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그럼 마침 솥에 밥 얹어 놨으니 밥이나 묵자. ”


휴게소에서 때웠다곤 말했지만 그래봤자 짭짤한 핫바 하나일 뿐이라 아버지의 밥상이 내심 반갑기 그지없었다. 철없이 흘러나오는 침 때문에 침샘언저리가 저릴 지경이었다. 바쁘게 오가는 수저와 젓가락의 뒤로 밥공기가 비어갔다. 잠시 동안이나마 입안에서 맴돌던 응어리를 뱉어낼 틈이 생긴 것 같았다. 빈 그릇이 늘어선 소반을 들어 부엌으로 나르며 설거지를 돕겠다하자 아버지는 돌아선 나의 등을 향해 말하셨다.


“네 어머니도 함 뵈려무나.”

  나는 가볍게 그러겠다고 답했다.

차가운 수돗물을 느끼며 뒷산에 둥그렇게 솟은 봉분을 떠올렸다. 

오랫동안 들르지 못한 풀이 얼마나 자라있을지는 상상이 되지 않았다.

깨끗이 비워 이미 씻을 것도 그리 없던 조그만 밥그릇들을 싱크대 선반위에 늘어놓고 슥슥 바지에 손을 닦으며 밖으로 나섰다.


아버지와 나란히 걸어 올라간 언덕엔 가지런히 정돈된 녹색 봉분이 있었다.

바로 얼마 전에 벌초를 한 듯 빳빳하게 늘어선 잔디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기일도 멀었는데 벌써 벌초를 하셨어요?”

“꼭 무슨 날이어야만 하나. 네 어머니 보고 싶을 적에 와 쐬주나 한잔 뿌려주다가 보니 이발도 해주고 한 게지.”

“벌초기는 잘 다뤄보지도 않으셨으면서...”


그제야 난 웬만한 일엔 생채기 하나 없던 아버지 손에 반창고가 붙은 이유를 알았다.

“마누라한테 해주는 건디 까짓게 대수더냐 흐흐흐... 넌 사귄다던 그 처자한테 안이러드냐?”


웃을 타이밍이었지만 입에서는 쓴웃음만이 흘러나왔다. 

아버지는 반창고 감긴 손으로 종이컵을 들고 피식 웃으셨고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젖어서 그 손처럼 주름지기 시작한 잔에 소주를 부었다. 


고향냄새 물씬 나는 언덕에서 술잔을 주고받다가, 어머니의 체취가 사라진지 오래인 방안에 누워 잠을 청한다.

그리고 다음날 차안 가득 장이며 김치며 나물을 실은 차에 시동을 걸며 말했다


“그동안 못 찾아봬서 죄송해요! 앞으로 종종 찾아뵐게요!”

“그려, 몸조심하고. 너무 힘들면 쉬어라-.”


손을 흔드는 아버지의 모습이 백미러 속으로 멀어진다.


나는 멋쩍게 미소 지으며 논길을 지나 고속도로로 접어들었다.

중간에 들른 휴게소에서 핫바를 사 입에 물곤 잠시 우물거리다가,

문득 핸드폰을 꺼내 익숙한 번호를 눌렀다.


“…….”

“왜 전화했긴, 사과하려고 그랬지.”

“.....그래, 사실... 정말로 별것도 아니었어. 미안.”

“아.. 회사..? 그냥... 오랜만에 집에나 내려가 보려고 휴가 냈지.”

“....아직 휴가는 며칠 더 남았어.”

“그래서? 음... 내일 시간 있어?”


“응.. 그래. 그럼 내일, 거기에서.”



아직 꼬챙이에 남아있던 핫바를 마저 입안에 밀어 넣는다.

매콤하니 참 맛있다.







2개의 댓글

2012.08.18
재밌다 ㅋㅋ
0
2012.08.18
나도 함 글싸볼까 ㅋㅅㅋ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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