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2ch]아이스크림 용기

604 おさかなくわえた名無しさん :2008/07/29(火) 13:06:13 ID:NJRpOhWp
초등학교6학년무렵
친구와 선생님의 자료정리를 돕고 있었을 때, 친구가 "앗"하고 작게 소리지르길래 그쪽을 봤더니, 명부의 내 이름 뒤에 [양녀]라고 쓰여 있었다.
그 때까지 친부모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깊이 충격을 받았다.
귀가길에, 어떤 얼굴로 집에 돌아가야할지 몰라 공원 그네에 주저앉아있던 나와, 친구는 쭉 함께해 주었고
 "좋아, 그럼 나랑 자매의 잔을 나누자"면서, 가방에서 멜론 아이스크림의 용기(멜론 모양)을 꺼내, 수돗물을 담아 마셨다.
대체 무슨 방송을 본건지 "잔의 맹세는 피보다도 강한거야" 라며 멜론 컵을 한 손에 들고 말하는 친구가 우스워서, 나도 모르게 울다가 웃어버렸다.
십수년이 지나 내가 결혼하게 되어, 결혼직전에 둘이서 술이라도 마시기로 했다.
 "그 땐 고마웠어"라고 놀래켜주려고, 그 때 받은 멜론모양 컵을 가방에 담아 와서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친구가 질질 울면서
 "그 때, 그 때 알아채게 해서 미안"이라고. [양녀]라는 글자를 숨기지 않은 것을 줄곧 후회해 왔다며 울었다.
그딴거, 반항기에 반발하려 했을 때도, 진학 학비로 부모님께 말도 못하고 고민할 때도, 책상 위에서 멜론 컵이 지켜봐줘서, 네가 있어주어서 버텨왔다고 전하고 싶었건만,
엉엉 눈물 흘리면서 쉰 목소리로 도라에몽처럼 "이거어~"하고 멜론 컵을 내미는 수밖에 없었다.
친구도 엉엉 울면서 "아아~그거어!"라면서 서로 울고 웃으면서 술잔을 기울였다.
물론 멜론 컵으로.
이제 곧 친구의 결혼식이라 생각났다.

출처 : 잭 더 리퍼의 화이트 채플 (http://yaksha.egloos.com/2472516)

2개의 댓글

2012.08.14
오메 소름돋넹ㅇㅇ ㅜㅜ 좋은친굴세
0
2012.11.15
귀엽냐 왤캐 ㅋㅋ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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