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대해(大蟹) - 핑까 점 [2]

괴물이라 생각한 것에서 인간의 음성이 나오자 사람들은 한 층 더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아낙네들은 호기심에 뛰쳐나온 어린 아이들을 치마폭 뒤로 감추기 바빴고, 혈기왕성한 청년들은 꼬나쥔 몽둥이와 함께 눈이 번들대기 시작했다.
말 한 마디에 남자를 향한 적대감이 더욱 깊어지고 청년들이 다가오기 시작하자 남자는 급히 말을 이었다.

 

"나는 저주받았소. 이 몰골에서 인간으로 되돌아올 방법을 찾아온 것 뿐이오. 제발 풀어주시오."

 

생명이 경각에 달았다 생각해서인지 남자는 주절주절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전사였던 시절, 사모하던 여인을 져버리고 대전사가 되기 위해 떠났던 방랑길.
그 끝에 영문 모를 주술로 인해 저주받은 몰골이 된 연유에 이르기까지 징그러운 입이 쉴새없이 달각거리며 쏟아낸 이야기에
뒷집 에릭의 돼지가 새끼를 뱃다는 소식이 최고의 가십거리였던 쇠락한 마을의 사람들은 홀린듯이 빠져들기 시작했다.
청년은 어느새 단단하게 쥐었던 몽둥이를 놓고, 아이들을 다그치던 아낙네가 자리에 앉아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내 기구한 인생사요. 이 저주받은 몰골을 버리고 사랑하는 내 연인, 데이미르에게로 돌아가기 위해서..."

 

눈시울이 붉어진 여인들과 동경에 찬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청년들을 보며 남자는 쾌재를 불렀다.
언제나 잘 먹힌단 말이야하고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마을 사람들을 바라봤다.
더듬이가 추욱 늘어지며 겹눈이 또록또록 자신들을 바라보자 사람들은 질겁하며 다시 경계하기 시작했다.

 

"이야기는 잘 들었네만... 그걸로 자네가 마귀가 아니란 증거가 될 수는 없지."

 

"촌장 어른 말씀이 옳다, 마귀야! 마귀는 본디 혓바닥으로도 능히 사람을 죽인다고 하였다!"

 

염소 수염이 난 노인과 얼굴이 달군 쇠처럼 새빨간 남자가 누그러진 분위기에 다시 불을 당겼다.
아무래도 분위기를 타고 쉽게 벗어날 수는 없어 보였다. 축 늘어졌던 더듬이가 위협적으로 팍 솟으며 남자가 성을 내었다.

 

"그럼 날더러 어쩌란 말이오? 보아하니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마귀 타령을 하며 산채로 불태울 기세인데!"

 

굴러온 마귀가 소리를 지르자 사람들이 다시 비명을 지르며 크게 뒤로 물러섰다.
묶인 팔이 이제 끊어지겠다 싶을 정도로 저려오자 남자는 최후의 수단을 쓰기로 했다.
아까 전사이지 않을까 하여 함부로 남자를 해치지 못한 점을 파고들기로 했다.

 

"이런 깡촌이라도 아이갈란드 전사의 표식은 알겠지! 내 검을 뽑아보시오!"

 

모두의 시선이 남자의 긴 칼로 향하자 남자의 칼을 전리품처럼 의기양양하게 들고 있던 청년이 흠칫했다.
그 청년이 아무리 용을 써도 입을 꽉 다문 조개처럼 남자의 긴 칼은 뽑히지 않았다.

 

"장정 두 명이서 양 끝에서 당겨야할거요."

 

팔뚝이 굵은 남자 하나가 칼집 끝을 잡고 청년과 함께 용을 쓰자 끼이익 하고 쇠가 긁히는 기분나쁜 소리와 함께 청년이 뒤로 나자빠지고 말았다.
청년의 손에 들린 칼은 검은 개처럼 새카맣고 깨진 돌처럼 이가 삐죽삐죽 나가있었다.
아이갈란드 전사만 쓴다는 칼날이 저절로 자라는 흑검이 마을 사람들의 눈 앞에 떨그렁 하고 떨어졌다.

 

"아이갈란드 전사의 검이다! 아이갈란드의 검이야!"

 

---------

아니 갈란다! 아니 갈란다!

나 군대 아니 갈란다!

댓글 좀 달아줘 어떤지!

 

2개의 댓글

2023.02.10

창작판이 사람이 없음ㅋㅋㅋ 평가를 바란다면 다른 곳에 가는게 좋을 듯

글은 평상시에 판타지 안읽는 나한테도 흥미있게 잘 읽혀지고, 남자한테 무슨 일이 일어났던건지 궁금함

고치면 좋을 만한 점을 굳~이 꼽자면 약간 클리셰식 진행인 것, 그리고 쾌재를 불렀다 라는 긴 동사를 두번 반복해서 쓴 점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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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10

맞네 맞어 쾌재를 불렀다가 연속으로 나왔네. 사람이 없어서 핑까가 어렵더라도 글 읽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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