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어느날 잊고 가져오지 않는 것

약을 두고 왔다.

 

침착하려 했다. 내 몸뚱아리하나 멀쩡히 건재하지도 못하는 인간일까 자신을 치켜 올렸다.

 

치켜올린 손가락이 하늘에 닿았다.

 

머리가 닿았다.

 

발바닥에 더 이상 남는게 없다.

 

아득히 멀리 정신을 날려 버렸다.

 

평생을 살았음에도 애써 부정했던 감각들이 돌아온다.

 

현실을 애써 마주하게 하는 역한 느낌.

 

그것이 나인가 그것이 나인가.

 

내가 있는 곳이 그것이 있던 곳인가 그것이 내게 온 것인가.

 

난해한 질문만 하며 대답을 하려하지 않았다.

 

날아간 정신을 붙잡을 것이 필요했다.

 

내가 못잡으니 남이 잡아주면 되겠지 싶었다.

 

뱉어 멀리 뻗어 질퍽할게 질척였다.

 

기분나빠 찡그린 얼굴에서 환희를 느꼈다.

 

손가락에 감각이 돌아온다.

 

기분나빠 내뱉은 욕설에 미소를 지었다.

 

핑 돌던 머리가 멈췄다.

 

머리가 바닥을 향했음을 몰랐다.

 

잘못됨을 깨달았을 때는 손가락이 갈색 하늘에 닿았을 때.

 

아 맞다. 약을 두고 왔다.

 

아. 약을 두고 왔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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