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하던 썰 -05-

침대 내자리에서 자고있길래 그냥 옷갈아입고 그 옆에 누워 잤다.  

한참 꿀잠자고있는데 누가 막 때리는거야.  
뭐지.. 하고 눈만 떴는데 졍이가 옆에 다소곳하게 앉아서 조용하게 눈물 막 흘리면서 내 가슴팍을 툭툭 때리고 있더라고.  

왜 때리냐고 말하고싶었는데 볼타고 눈물 뚝뚝 흐르는거 보고있자니 아무말도 못하겠고 그냥 벌떡 상체만 일으켜서 안아줬다.  
내가 안아주니까 더 펑펑펑 울더라고.  

내가 못할짓 한건가 하고 안아줬던거 놔줬는데 오히려 다시 나한테 안기면서 더 펑펑 울더라.  

그상황에서 나란 새끼가 하던 생각이라고는 '아 옆집 노처녀 시끄러운거 싫어하는데....'   지금 생각하면 내가 좀 병신 핫바지였긴 하네.  

뭐 아무튼 내가 안아주면 덜 울겠구나 싶어서 꽉 안아줬어.
남동생 어렸을때 울면 안아주듯이.  
우는 정도가 점점 약해지고 훌쩍훌쩍 거리기만 할때 물어봤어.

"졍이 울다가 잤어?? 왜 울었어. 혹시 오빠한테 말해줄 수 있니?"
(위엄터지는 유아교육화법)  

졍이가 훌쩍이면서 대답해주더라.  

"오빠랑 같이... 요리할려구 기다렸는데... 안오구.. 왔는데 안깨우구... 오빠 그냥 자구... 우리 쫌 있으면 결혼할건데..  오빠는 나 막 별로 안좋아하구... 나만 오빠 좋아하고.."  

두둥! ...  
안겪어보면 모를 그런 느낌.
뭔가 찡- 한데 잘못하면 발찌찰것같은 그런 느낌이 들더라고 ㅋㅋ..  

"졍이 오빠랑 결혼하고싶어?"  
"응!"  

물어보니까 거의 뭐 세뇌수준으로 나랑 결혼해야된다고 생각하고 있던거여..

난중에 알았는데 우리 부모님이 내 사진 찍는거 좋아해서 그냥 그런가부다... 했는데 매년 2-3개월단위로 내 사진 인화해서 편지로 졍이네집에 보내줬고.

또 그걸로 '이 오빠가 앞으로 지영이랑 결혼할 사람이다' 라고 세뇌를 시킨거여 ㅡㅡ

이 범죄자들. 누굴 은팔찌 차게하려고 ㅎㄷㄷ...

얼타고 있다가 "그래 졍이 더 커서 오면 오빠가 채갈테니까 조급해하지마" 하니까 훌쩍거리다가 베시시 하고 웃는데.
진짜 발찌찰뻔.

참 졍이랑 지내면서 처음으로 당해보는게 참 많더라고.
자다가 쳐맞아보질않나 덮쳐지질않나 좋아하던 동기한테 오해받게 하질않나 ㅋㅋ..

그때가 즐겁긴 했지... 하고 요즘 생각하고 그러긴 하는데.

아무튼 그렇게 별 탈없이 동거(?)를 하다가 겨울방학이 됐어.

집에 가려고 어마마마한테 전화를 했는데

"Yo 마미! 나 짐 언제 옮겨줄거야?!"

우리엄마 차가 카렌스2? 인가 그거 중고로 산거라 짐을 옮겨줬었거든 ㅋㅋ
근데 울 엄니께서 말씀하시기를..

"집에 오지마 ㅋ"
"예?"
"오지말라고"

"잘못들었슴다?"
"아들이 들은게 맞어 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집에서 쫓겨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취방은 계약 엄마가 연장해놨으니까 거기서 그냥 지내면 돼!"

졍이 전학을 자주하면 정서상 안좋을거같으니 당분간 돌보라느니 어쩌니 하는데 뒤에서 아부지 수근대는게 들리더라.

이 음흉한 엄마아빠가 아들내미 발찌하나 차게 해주려고 단단히 마음 먹었던 상태인것같더라 ㅡㅡ..

이사람들이.. ㅠㅠ 난 스물이고 요 꼬맹이는 열세살인데 진짜로 어떻게든 결혼을 시키겠다고.. 어이구 하느님맙소사.

물론 그 사실을 눈치챈건 휴학하고 군대입대할때.

당시엔 상상도 못했지.

어쨌든 겨울방학에도 계속 강제로 동거하게됐다.

3개의 댓글

2013.11.23
더없누?
0
2013.11.23
빨리 다음을 원한다 !!
0
2013.11.23
다음!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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