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잘 지내요?

잘 지내요?

 

또 네가 잘 지내지 못한다는 뜻이다.

꼭 잘 지내지 못할 때만 전송되는 안부 인사.

반사적으로 걱정이라기엔 조금 가벼운 신경이 쓰인다.

나라고 평소에 네 생각을 딱히 하고 지내는 건 아니지만

한번 생각하기 시작하면 괜히 마음 쓰이는 너다.

 

마침 서울에 있다고 하니 네가 당장 바쁘냐며

냅다 만나자고 한다. 몇 년 만이지.

며칠 전에라도 본 듯이 안부인사는 완전히 생략.

잘 지내요? 라고 연락을 받은 지 세 시간만에

우리는 뜬금없이 패스트푸드점에 마주앉았다.

 

코로나가 기승이라 카페에 갈 수도 없어서

볼품없는 치킨텐더 몇 조각을 사이에 놓고

나는 천 원짜리 커피를, 너는 핫초코를 두고 앉았다.

2주? 3주 동안 제대로 자지도 먹지도 못했다는 너는

씹을거리에는 눈길 한번 주지 않고 그간의 근황들,

잠도 못 잤다는 최근의 일 대신 몇 년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속사포처럼 쏟아낸다. 어떤 일을 했고 최근까진 무슨 일을 했고,

여기까지 들으면 너도 너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고

또 내 생각보단 사회성 있게 잘 지내고 있구나 안심하다가도

핫초코 한 잔을 채 마시지 못하고 배부르다고 하는 말을 들으니

뭐라도 먹어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

 

밥도 거의 안 먹는다면서 무슨 기운이 있는지

내가 기억하는 것보다 목소리톤은 한껏 올라가 있고

시선이, 손가락이 부산스럽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물어볼 생각도 들지 못할 정도로

너에 대한 새로운 정보들, 하는 일, 했던 일,

이런 저런 사정을 다 기억할 수도 없다.

그래서 지금 무슨 일인 건데 - 라고 묻고만 싶은데도

나는 나대로 지금의 사정과 하는 일

이런 얘기를 나열하고 결국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나름대로 잘 살고 있었네요"

 

그뿐이었는데, 그 말을 하고 그제서야 치킨 한 조각을 입에 물었는데

이미 한참 전에 다 식어있었다. 끝까지 너는 손도 대지 않았고

곧장 집에 가야겠다며 일어난다.

언뜻 보기에도 네 겹은 껴입었는데도 춥다고 난리다.

그냥 보내면 되나? 괜찮은 건가?

괜찮지 않다면?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대로 잊혀지나 했는데 집에 채 도착하기도 전에 핸드폰이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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