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검성고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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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하구만

2개의 댓글

2020.12.05

소실점과 이어지는, 구도와 원근감을 통한 연출은 크게 나무랄 데 없이 모범적임. 그럼에도 만족스럽지 못한 이유는 길동과 둘리 양 측 모두 포즈에서 나타나야 할 동선을 살리지 못해 동세의 표현이 막혀버렸기 때문.

 

고길동의 무게중심은 화면의 좌하방으로 이동하면서 멈춘 후에도 경로를 따라 몸을 더 뻗으며 관성이 나타나야 하지만 오히려 뒤로 움츠린 자세로 그린 덕분에 발산했다는 느낌이 아닌, 수축된 용수철같은 터지기 직전의 긴장감을 안겨줌.

팔의 경우 공격의 동선이 둘리에서 시작해 길동 앞을 돌아서 반대편까지 큰 타원을 그리게 되는데, 팔과 손은 그에 맞춰 잘 따라갔음. 문제는 칼. 무기 공격인만큼 동작의 핵심은 칼이 되어야 했다. 칼 끝이 손의 연장인 듯 뒷편을 향해 한껏 돌아가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동선을 거스른 채 앞을 향해 겨눠져 있어. 잔반적으로 고길동의 자세가 공격 후의 여운이라기 보다 공격직전의 준비자세에 더 어울린다고 볼 수 있음. 연극 작법에서라면 카타르시스의 실패라고 하겠다.

공격에 당한 둘리 또한 자세에서 충격이 전혀 표현되어 있지 않고 담담하게 서 있네. 프로레슬링에서 기술 받는 놈의 접수가 중요하듯이 당하는 놈의 표현또한 공격의 만족감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장치임. 요샛말로 타격감이 떨어지는 상황. 인지하지 못한 무방비 상태로 날카롭게 기습당했다고 해석하기에는 검광의 형태가 요란하고 거칠다. 피격부위가 공격효과의 동선을 따라 끌려가거나, 동선상에서 팔다리에 가려지지 않는 열린자세로 바꾸는 것이 좋다. 고전영화에서 피격자들이 취하는 자세를 떠올리면 됨.

 

의도나 생각한 자세가 무엇이든간에 사실성을 중시한 작품이 아니라면, 보는이가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는 직관적 연출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함. 작가의 머릿속은 본인밖에 모르니까. 그리고 그에 맞춘 작법들은 대부분 공식화되어 있음.

예를 들자면 요즘 마블영화에서 잘 보이는 '히어로 랜딩'. 쎈 놈이 빠르게 내려와서 몸으로 버티며 땅에 냅다 들이받아 멈추는 강렬하면서도 안정감을 주는 이상적인 포즈이지.

 

그림에서 핵심적인 요소들을 골라 움직임을 선이나 도형으로 배치해보는 작업을 해 보길. 평면 시각디자인적 기법인데, 동선을 인지하고 제어할 수 있다면 이는 곧 보는 이의 시선을 의도대로 움직이는 것이 됨. 강조하고 싶은 것을 부각시키는 것부터, 시선의 흐름을 이용해 애니메이션마냥 시간적 연출을 하는것도 가능하다. 일본 만화들이 서양 코믹스에 비해 박진감 연출에서 압도적인 이유중 하나. 정지된 2차원에서 움직이는 3차원을 넘보는 것이니, 액션을 그린다면 이 점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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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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