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외로움은 하루가 지나야 알 수 있구나.

어제 중학교 친구의 결혼식에 갔었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애와 애엄마를 데리고 식장에 왔다.

 

애기들 중에는 아는 얼굴도 있었다. 애기가 커서 나를 삼촌이라고 부르는 어린이도 있었다.

사실 나는 어린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성가시다.

입맛은 까다롭고, 맛있는 걸 해줘도 별로 먹지도 못하고, 특히 바라는 게 많아서 대하기가 까다롭다.

애기가 남겨서 흩어진 음식을 제수씨가 뒤늦게 먹는 것도 딱히 보기 좋은 풍경은 아니다.

 

다행히 어제의 결혼식은 진행중에 식사가 서빙됐다.

신혼부부 입장에서는 돈이 아까워 죽겠지만 양가 부모님 재력을 뽐내느라 축의금은 정중히 사양했다.

동국대 박사과정 밟은 친구가 있어서 근처는 자주 갔었는데 그 옆의 호텔은 처음 가봤다.

 

아울렛에서 산 양복과 편하게 신을 요량으로 산 락포트는 호텔 결혼식장 앞에서 너무 초라했다.

그래서 연신 와인을 들이켰다. 다행히 내가 좋아하는 맛의 와인이었다.

왜냐하면 그 와인은 내가 골라준 거거든. 모든 테이블에 내가 골라준 와인이 서빙됐다.

비싸고 맛있는 와인.

 

한참 와인을 마시고 있는데 누가 내 등 뒤에서 술을 따라줬다.

인사를 못 드린 선배인가 싶었는데 고개를 돌려보니 내 첫사랑이었다.

 

첫사랑님 : 어릴 때도 그렇게 술 마시더니 오늘도 주구장창 술이구만.

너 내가 바로 옆 테이블에 있는 것도 몰랐지?

몽실언니 : 당연하지. 사람이 변하나. 너도 한 잔 받아라.

첫사랑님 : 아니, 난 이따 운전해야돼. 신랑이 술을 마셔서.

 

그리고 고개를 두리번했더니 불쌍한 얼굴의 남자가 유모차를 왔다갔다하면서 내게 고개를 까딱한다.

 

첫사랑님 : 우리 신랑이야. 

몽실언니 : 그렇구나. 애가 둘이라고 들었는데 큰 애는?

첫사랑님 : 큰 애까지 데리고 오면 민폐지.

몽실언니 : 야아- 너 어른 다 됐구나. 

첫사랑님 : 너는 진짜 어릴 때 그대로다. 

 

그리고 밖에 나와서 담배를 한 대 태우는데 첫사랑님이 왔다.

 

첫사랑님 : 술 그렇게 먹고 담배도 피워? 아이고- 니 여자친구는 속 썩겠다.

몽실언니 : 나 여자친구 없는데? 결혼도 안 할 거야. 난 나 같은 애 낳아서 키울 자신 없어.

첫사랑님 : 너도 어른 다 됐네.

 

그리고 남편이 비머 x5를 몰고와서 내 첫사랑을 태우고 떠나갔다.

1개의 댓글

2019.07.14

마음이 짠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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