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이강인이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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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한국 축구사에 인물은 몇 있었다. 축구에 문외한인 내가 볼 때도 현재 이강인은 선배 세대와 다르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폼 자체가 다르다. 왜 폼이 중요할까?
 
딱히 들먹이고 싶지 않지만 나는 한 10년 정도 심리건강에 대해 공부를 해 왔다. 직접 체득한 것도 있고, 이론으로 간접 경험한 것도 있다. 대학원에서 전공으로 삼기도 했고 말이다. 이 글에서 왜 폼을 가장 먼저 이야기하느냐면, 그게 출발선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즉, 첫 단추를 잘 꿰어야지 나머지도 잘 꿸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이해가 잘 안 된다고? 보자!
 
왜 이강인 선수를 앞선 세대와 차원이 다른 인물로 보느냐면, 이강인은 전혀 주눅 들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2000년 출생 이전 세대만 하더라도 세계의 벽이 어떻다느니 했다. 그런데 이번 U-20 대표 선수들을 지켜보니 확 느낌이 다르더라. 경기 시작 전에 찍은 기념사진에서도 그 기운을 포착할 수 있다. 이 선수들의 표정은 살아 있고, 당당하다.
 
그러면 왜 이 세대들은 되느냐? 그야 한국이 경제와 문화적으로 크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발전에 따른 과실을 이들이 수확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은 헬조선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대학 도서관을 20년 전부터 애용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 뭔가 달라진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처음엔 잘 몰랐고, 세월이 흐르며 요즘 느끼고 있는 점이기도 하다. 뭐냐면, 도서관에 학생들이 점점 많아진다는 거다. 
안타깝게도 나는 잘 그러지 못했지만, 청춘은 도서관에서 공부에 집중하기보다는 세상과 직접 맞부딪히며 밖에서 살아 있는 공기를 호흡해야하지 않나 생각한다. 왜 많이들 얘기하지 않나? 젊어서는 따를 스승을 구하고, 믿을 동료를 규합하고, 사랑할 대상을 창조하라고 말이다. 즉, 머리 굴리는 작업은 나이가 들어서도 충분히 하고도 남으니, 젊을 때는 몸의 에너지가 뻗치는 대로 살라는 거다.
 
다시 말하면, 이건 어느 작가의 견해인데 될 수 있으면 국민들이 공부 덜 하는 사회가 좋은 곳이다. 공부는 그 사회 상위 10퍼센트가 박터지게 하면 된다는 거다. 우리는 공부를 왜 할까? 정답은 지적 호기심이 있기 때문이겠다. 그런데 현실은 각박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한다. 이건 불안에 따른 반작용인데, 뭐든 무엇을 위해서 하는 건 건강한 게 못 된다. 공부를 하는 이상적인 경우는,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고, 발판을 놓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당사자는 그 자체가 즐거워서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학생이 좋아하지도 않는 공부에 매달려 있는 이유도 같겠다. 한국이 이들에게 건강한 미래상을 열어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사회에서 리더를 하겠다는 사람들은 이 점을 분명히 해 두어야 한다. 기성의 질서가 원활하게 통하지 않으니 다들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한국에 현명한 리더가 있다면, 국민들을 숨 막히게 하는 위계질서와 신바람을 죽이는 권위주의를 몰아내야 한다. 이건 세계적 경영사상가인 개리 하멜이 몇 년 전부터 줄기차게 주장해 오고 있는 점이다. 구글을 비롯 세계적으로 일하고 싶은 조직의 선두에 서는 비결은 수평적이고, 거미줄 구조의 조직 형태라는 거다. 우리 한국인도 이제 살맛나는 조직에서 일 좀 해 보자.
 
아무튼, 그건 그렇고 이강인 선수 이야기를 좀 더 해 보자. 이강인이 경기 전 애국가를 부르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다. 이건 개인적인 평이지만, 이강인은 세계 최고의 무대를 어린 나이에 경험한 바 있다. 그는 그곳의 치열함 속에서 아이러니한 결과를 얻은 듯하다. 뿌리와 본질이 중요하다는 깨달음 말이다. 그의 모습을 지켜보면 최고의 기량을 지닌 선수에게서 우러나오는 자신감을 느낄 수 있고, 이방과 경계에 위치한 자의 강한 멘탈이 풍겨진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하자. 박지성이 애초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부지런했다면, 손흥민이 타고난 장점을 ‘발휘하기’ 위해 긴장했다면, 이강인은 뭐 거의 메시급이다. 메시급이란, 그냥 경기장에 ‘장난치러 나온 아이’와 같은 거다. 모든 선수가 이렇게 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걸 지향은 해야 한다. 동서고금에서 최고들이 추구하는 최상의 단계가 바로 어린이다움이기 때문이다. 천진난만함에서 이 시대 최고 인재의 요소인 ‘창의성’이 나오고, 여유로움에서 이 시대에 만연한 적인 스트레스를 이겨낼 ‘유머’가 생기니까 말이다.
 
김신웅 심리상담가 190610

2개의 댓글

2019.06.24

뭐래는 거야 게시판 제대로 읽고 글 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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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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