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창작

(꽁트)모자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면 그녀는 언제나 말했다. 날아갈 것 같다고, 날아갈 것 같다고 했다. 그러고는 양팔을 활짝 펼치고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녀, 하고 발음해보았다. 그녀는 모자를 한손으로 꼭 누른 채 나를 돌아보았다. 챙이 넓고 하늘하늘 술이 달린 모자. 깃발처럼 휘날리는 모자. 나는 그녀, 하고 되불러보았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었다. 그녀는 여느 때처럼 두 팔을 활짝 벌렸다. 그러곤 나를 있는 힘껏 안아주었다. 나를 결코 놓치지 않았다. 그녀, 모자. 나는 모자를 보았다. 모자는 그녀 뒤에서 맹렬히 솟구치고 있었다.

  날아갈 것 같아. 

  그녀는 모자를 꼭 틀어쥐면서 말했다. 거리에는 뺨을, 이마를, 머리카락을, 겨드랑이를 훑고 지나가는 바람이 불었다. 무겁게 부딪는 바람이었다. 아프다고, 나는 그렇게 발음하지 못했다. 양팔이 의외로 사뿐히 올라갔기 때문이다. 모자를 의외로 가볍게 놓아주었기 때문이다. 모자, 그녀, 모자. 그녀가 의외로 단단하게 나를 바라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대로 달려나갔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 오면 날아갈 거란다. 나는 날아갈 거야. 그녀는 내 귀에 입을 바싹 대고 말했다. 나무가 쓰러지고, 창문이 부서질 만큼 매섭게 바람이 부는 날이었다. 그녀는 두 팔을 활짝 벌린 채였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옷자락이 드세게 휘날렸다. 몹시 부드러운 술이 달린 모자. 그녀는 그 뒤에서 맹렬히 솟구치고 있었다. 

  그때 내 어깨를 꾸욱 누르는 손이 있었다. 내 어깨보다도 큰 손, 딱딱한 손이었다. 나는 간신히 뒤를 돌아보았다. 아버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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