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추한 아마추어의 자위

난 하루라도 내가 예체능의 길을 걷고 있다는 데에서 자유로움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평생 월세방을 전전하며 살았는데 양부는 알코올중독 중증이며 알코올에 절어 공과 사를 구분조차 못한다. 난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심한 심적 압박감에 휩쌓여 그걸 견뎌내야만 했다. 원치 않는 진로를 결정하며 스스로 자신의 꿈에서 멀어져가는 친구들을 보며 나는 버텼다. 철없는 고등학생 시절 꿈만 같은 캠퍼스 라이프를 생각키도 했지만 철없는 짓이라 생각했다. 난 이미 고2 때부터 학력은 의미없음을 깨달았다. 나에게 대학은 그저 캠퍼스 라이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였다. 왜 그런 생각을 하냐고? 어차피 취업도 안할거였고 다른 공부는 죽어도 하기 싫었으니까. 내 길은 글이나 그림 둘 중 하나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상황에서 선택한 기능반이라는 학교가 정해주는 방향은 내게 오아시스 같았다. 내가 어렸을 적부터 갖고 있던 미적감각이 빛을 보는 것 같았다. 나는 색에 민감했고 유행에 미쳐있었다. 우아하게 손을 놀려 그림을 그리진 못하더라도 세련된 그림이 무엇인지 알아 볼 수 있었다. 난 내가 능력이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때부터 괴롭기만한 비교는 시작되었다. 초 중학교에서 그림좀 그린다는 오타쿠에서 고등학교로 넘어가니 비상한 친구들이 정말 많았다. 반에서 미적감각이 있다며 칭찬 받은건 딱 그 우물 안 범위가 고작이었다. 나는 내 옆자리의 똑똑한 친구와 계속해서 비교당했다. 그 당시 그림과는 상관없이 나는 열등감에 절어 살아가고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학교 운동장 옆에서 쓰러져 몸이 반 병신이 되었을 때 나는 내가 특별한 대우를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내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나는 병신이 되면서 남의 시선을 지독하리만큼 의식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만 몸이 아픈게 아니며 나보다 불편하고 가난하고 불행한 사람은 널렸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고 내가 이렇게 까지 자학을 해야하나 끔찍한 딜레마에 빠져있었다.


그런 딜레마에 빠져 허우적 거리던 중 나는 계속되는 비교와 놀림에 폭발했다. 살면서 그렇게 화를 낸건 처음이었다. 아니 두번 째인가? 살면서 터져본게 두 세번 정도인데 그 전에는 이 정도로 격렬하진 않았던 것 같다. 너무 화가나니 몸이 통제가 안된다는게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가더라.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피가 안통하면 전기가 오르는 것 같은 느낌이 온몸에 지속되었다. 머리는 하얗게 비어버렸고 하고싶은 말이 나오지 않고 목에서 턱턱 막혔다. 눈물인지 콧물인지 가리지 않고 펑펑 터져내렸다. 난 사람마다 한계치가 있는 법인데 천재와 비교당하는건 너무 불합리 하다라고 선생님께 설명하려고 했었다. 내 뒤에는 같은 동아리원 들이 15명 남짓이 있었다. 하지만 나를 알만한 친구들은 심각하게 나를 쳐다봤었던거 같다. 나는 누구보다 활발해보이려고 했었던 놈이었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성숙하게 학교생활을 했었고 조용하지만 담배피는 친구들과도 어울려 다니며 이리저리 숨어서 담배도 피웠다. 그런 내가 학교에서 선생한테 울면서 소리지르며 떄를 쓰다니 어지간히 어색해보였을 터. 그 어색한 갭이 나를 대변해줬는지도 모른다. 나는 때를 쓰면서도 내가 몸이 병신이라 내게 이러는 거냐며 이상한 헛소리를 했는데 평소면 절대로 하지 않을 이야기였다. 논리적이지 않을 뿐더러 그런 얘기를 평소에 웃어넘기는 사람이었기에.

 

하지만 나는 구태여 숨기지 않았다. 나를 적시고 있는 딜레마의 치부를 15명과 선생님에게 필사적으로 드러냈다. 선생님은 그 날 내게 진심으로 사과했다. 너가 몸이 안좋아서, 그림을 못그린다며 비교한 것도 나를 위해서 한 소리였다고 했다. 내 귀엔 들리지 않았다. 너무 부끄러웠을 뿐. 남들 눈에 한심한 찌질이로 비춰질거라는게 너무 억울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아무도 그 일로 나에대해 험담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적어도 내가 볼 때는 말이다.

 

우리 학교는 한 번 반 배정이 끝나면 그 인원으로 졸업 때 까지 함께하는 구조의 학교였다. 그 구조의 장단점은 내가 3년간 겪은 일로 깔끔히 설명이 될 것이다.

처음에는 흔치않은 방식이 새로워 기뻐했다. 끈끈한 유대감 헤어지지 않을거라는 안도감. 하지만 그 뒤에는 유형과 말투 취미 등으로 사람을 나누고 뒤에서 무시하고 헐뜯는그런 역겨운 갈라짐이 시작되었다.

 

2 수학여행 때의 그 일은 사소한 일에서 벌어졌다. 즐거운 여행이 되어야 할 스케쥴에 지쳐버린 나와 다른 그룹의 한 친구는 그 날 유독 툴툴거렸다. 이거해라 저거해라 똥씹은 표정으로 내게 티가나게 쓴소리를 해댔다. 난 그 소리를 딱 10분을 참고 일어서서 욕을 내뱉었다. 그 친구는 집에 돈이 많다는걸 자랑스럽게 떠들고 다니는 반 뒤에서 연예인, 아이돌 얘기를 하며 남들을 내려 까는 내가 싫어하는 부류에 속한 놈이었다. 물론 그 부류의 잘난 놈들도 담배피며 노는 척 한다라며 내 부류를 같이 역겨워 했다.

나는 머리채를 잡히고 온갖 쌍욕을 들었다. 나는 흥분하면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그 잘난 놈의 허벅지를 부여잡고 있어야 했다. 뒤이어 옆반 앞반 같은반 텐트에서 애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잡힌 나와 그 땅딸만 한 놈을 때어냈다. 나는 내팽겨쳐졌다. 그 잘난 놈은 친구들에 휩쌓여 나를 헐뜯기에 바빴다. 나는 커다란 바위에 앉아 그 모습을 지켜보며 이를 갈다 전신경련으로 쓰러졌다. 참 우스운게 그 때 나와 싸운 놈과 어울려 다니는 두 놈이 오더니 나를 스윽 보더라. 5초 정도? 얘 뭐하냐? 라는 목소리가 들렸고 곧이어 나를 일으켜 세우며 다급히 여기저기 도움을 청하더라. 미안하다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내게 용서를 구하면서.


난 병원으로 실려갖고 다음 주 학교를 등교하며 여러 친구들과 등굣길에서 마주쳤다. 괜찮냐며 세상 온화한 표정으로 내게 다가오는 친구들이 정말로 고마웠다. 그리고 그 친구들과 남은 1년 반 동안은 모르는 사람으로 지내야 했다.

 

학교 얘기는 이게 전부다. 여기서 길어지거나 디테일해봐야 동정유발 뿐이 더 되겠는가. 아무튼 나는 백수로 졸업했다. 끝끝내 친구들을 따라가지 않았다. 취업한 친구들과 연락이 하나 둘 씩 끊겼다. 대부분이 내가 연락을 끊은 거였다. 학교에서 내가 베스트프렌드라던 친구는 그 잘난 놈의 몇 마디에 나를 벌레취급하고 내 호박씨를 깠기에 선택한 이성적 판단이다.


21살이 될 때까지 폐인처럼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글을 썼다. 하지만 남는건 없었다. 글은 조잡하고 유치했고 집에선 2주마다 순회공연처럼 부부싸움이 났다. 그 당시에는 난 그 집안 분위기가 나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학점은행제 학교에 다니며 불안감을 떨쳐내려 발버둥 쳤다. 내가 간 과의 대표 교수님은 동네의 이웃이었다. 자기만 따라오면 성공한다고 대학졸업? 취업까지 시켜주겠다고 호언장담을 하더라. 나는 믿고 그 사람을 따랐다. 나 혼자가 아니라 대 여섯 명이 그를 따랐다.


그리고 그 교수는 다른 학교의 총장이 되버리면서 우리 과를 버렸다. 버려진 나머지 사람들은 각자 알아서 학점을 따서 졸업해버렸고 나를 보고 같이 따라온 친구는 귀신같이 잠수를 탔다. 괜히 내가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못채운 학점을 따기 위해서 과를 옮겼는데 설상가상 그 과에 들어가지 말았어야 했다.

과에는 온갖 꼰대질과 내가 다닌 학교 못지않은 파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곳에서 나를 위로 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떄부터 나는 조금더 능동적이여 보자 생각했다. 이쯤 힘들면 내 위안을 위해 조금 이기적이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는 1년을 휴학했다.


실컷 쳐 괴롭히더니 내가 휴학한다고 하자 미안했는지 주변 꼰대들이 나를 말리기 시작했지만 나는 여전히 소심한 병신이었다. 힘들어서 집안사정 떄문에라며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나. 하지만 여전히 집은 쉼터가 아니였다.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다녔던 학점은행제 마저 때려치니 난 더욱이 돈에 민감해졌다. 3 때부터 하던 주식과 펀드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날히 갉아 먹히기만 했다.


양부의 아들인 우리 형은 중졸이다. 1때 교실에서 담배를 피다가 걸렸단다 누구를 패다가 걸렸단다. 그러다 18살인가 19살 즈음에 문닫은 슈퍼를 털다가 잡혀 경찰서에 끌려갔다. 이거하게 돈 줘 저거하게 돈 줘 형이 내게 보여준 모습의 7할은 부모님에게 돈을 꿔가는 모습 뿐이었다. 그런 형도 내가 우스워 보였는지 어느날 묻더라. 넌 일 안하냐?, 맨날 집에서 뭐하냐??


과를 버리고 간 교수도 그런 말을 했었다. 너 후다닥 책 낼 생각은 말고 30살 중 후 반까지는 바라보고 공부하고 글을 써라. 그 말을 기억하다 언젠가 친구에게도 말한 적이 있다. 나는 꼭 작가가 될거라고. 30살 중 후반 까지는 집에서 얹혀 쓰레기처럼 살 각오가 되어있다고.

 

 

 

그렇다 나는 이제와서 돌아 갈 자신이 없다. 이 정도는 나를 위해 이기적이어도 되잖아? 라는 생각은 태세전환이 아니라 본능처럼 각인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난 굶어 죽어도 취업은 못하겠다. 고등학교 때 매일 공모전이며 대회며 휩쓸던 학교에서 인재라며 칭찬받던 천재와 비교 당하던 때, 없는 사람 취급 당하며 보냈던 고2, 3 시절, 그래도 고집을 꺾지 않고 버티다가 백수가 되버렸을 때, 고작 스트레스 해소를 하겠다며 들어간 사이버대학교에서도 더 큰 스트레스만 껴안고 중퇴한 최근 시간까지. 이 많은 시간은 내가 나의 본능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도와주었다. 나는 편하고 기쁘게 작업하고 싶다. 피나는 노력? 하기 싫다. 힘든 집안 환경에서도 나는 조금 만 더 낭만적이면 아무도 슬프지 않을거라고 생각한다. 글 쓰면서 알바를 해보라고? 그렇게 써진 글이 내 마음에 들리가 없으니까 거절한다. 나는 이렇 듯 폐기물 같은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나는 지금도 환경 탓을 하지 않는다. 남에게 동정받고 싶지 않다. 언젠가 개드립이라는 사이트에서 본 적이 있다. 여자 회사원이 드럼을 신나게 치는 영상에서 여자라고 이쁘고 몸매좋다고 저 실력에 저렇게 박수갈채를 받는게 너무 역겹다고. 아쩌고 저쩌고조금더 이성적이게 생각 할 수는 없는걸까?

왜 많은 사람들이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는 걸 깨닫지 못한걸까?


내가 이성적이면 나 자신은 컨트롤 할 수 있어야 하는게 아닌가. 내가 논리적으로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대꾸 할 때마다 나만 손해보는거 같다.


내가 이렇게 하면 어떻게 보일까


내가 이렇게 말하면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언제까지 나만 스트레스 받아야 하나.


그냥 편하게 살고 싶다. 원하는 거 하고 먹고 싶은거 먹고


불행히도 난 알고 있다. 집이 무너져가도 내가 이 걷고있는 길을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것, 이 그림자 같은 끔찍한 자학은 내가 죽기 전 까지 계속 될 거라는 걸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글을 쓰겠다고 다짐하는 횟수가 늘수록 머리속은 검고 끈적하게 뒤엉킨다. 다짐이 늘수록 자괴감도 늘어난다. 뒤늦게 환경을 탓해보지만 그럴수록 내가 나약하게만 느껴진다.


아 맞춤법 검사기는 안돌려도 되겠지?


1개의 댓글

2017.12.21
마니 힘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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