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부모님께서 바쁘셔서 냉장고엔 항상 양념에 재워놓은 돼지고기가 있었다.
배가 고프면 그걸 볶아서 전기밥솥에 있는 밥을 퍼서 같이 먹었었지.
근데 그 불고기는 어머니께서 직접 양념하신 게 아니라 마트에서 파는 거였다.
부모님이 바쁘신만큼 나는 용돈을 두둑히 받았었고 간섭하는 사람이 없으니 하루의 대부분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었다.
그러니 마트에서 산 것이든 어머니께서 만든 것이든 아무런 불만이 없었다.
게다가 도시락 반찬으로 매일 불고기를 싸오는 나를 다들 부러워했으니 그럴 수밖에.
지금은 마트에서 팔았던 것보다 훨씬 맛있는 불고기를 만들 수 있다.
그런데 가끔 그 싸구려 불고기의 저급한 맛이 그리워지는 날이 있다.
하지만 마트에서 불고기를 사지는 않는다.
그건 피천득의 수필 <인연>에서 아사꼬를 세 번째 만나는 것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다.
그리고 돼지불고기를 먹을 때마다 씨익하고 한 번씩 웃게되는 게 좋기 때문이다.
3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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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이런
인칭
커피맛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