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달의 밤

고려 중기, 해질녘의 산골 마을은 검은 달이 뜨는 밤을 두려워했다. 이 마을은 사방이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그 숲속 깊은 곳에는 누구도 가까이 가려 하지 않는 오래된 사찰이 있었다. 사찰은 이미 오래전에 버려졌지만, 그곳에는 기이한 전설이 내려오고 있었다.

달이 검게 변하는 밤이면, 사찰에서 알 수 없는 존재가 마을로 내려와 혼령을 거두어 간다는 이야기였다. 마을 사람들은 이 밤을 피하기 위해 집 안에 숨어있으며, 문을 단단히 걸어 잠갔다. 촛불을 켜고 불경을 외우는 이도 있었고, 오랫동안 내려온 부적을 문에 붙이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완벽한 방어책은 아니었다.

그 해의 검은 달의 밤은 유난히 어둡고 무거웠다. 마을은 숨죽인 듯 고요했고, 사람들은 불안에 떨며 시간을 보냈다. 그때, 한 젊은 승려가 마을에 도착했다. 그의 이름은 원현이었다. 그는 어린 시절 이 마을에서 자랐고, 사라진 가족의 행방을 찾기 위해 돌아왔다. 부모님과 형제가 모두 검은 달의 밤에 사라진 후, 원현은 그 진실을 밝히기로 결심하고 수행의 길에 올랐다.

원현은 마을의 어른들에게 검은 달의 전설에 대해 물었지만, 그들은 두려움에 떨며 입을 다물었다. 결국 그는 홀로 사찰로 향했다. 그의 마음속에는 두려움과 결의가 공존하고 있었다. 오래된 사찰은 잡초가 무성하고, 기둥은 부식되어 있었다. 그곳에서 원현은 오래된 경전을 발견했고, 그 안에는 검은 달의 밤과 관련된 의식에 대한 기록이 있었다.

의식의 핵심은 '정화의 불꽃'이었다. 이 불꽃은 순수한 마음과 강한 결의로만 점화될 수 있으며, 그것만이 검은 달의 저주를 풀 수 있다는 것이었다. 원현은 경전에서 지시한 대로 준비를 마치고, 사찰의 중심에 있는 큰 법당으로 나아갔다.

밤이 깊어가자, 사찰은 기이한 기운으로 가득 찼다. 원현은 마음을 가다듬고 경전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 순간, 법당의 중심에 위치한 커다란 향로에서 파란 불꽃이 솟아올랐다. 그 불꽃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춤추며 사방으로 빛을 뿜어냈다. 원현은 두 손을 모아 기도하며 불꽃에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나 불꽃이 강해질수록, 사찰은 기괴한 소리로 가득 찼다. 원현의 눈앞에 어둠 속에서 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혼령들의 집합체처럼 보였고, 원현에게 다가오려 했다. 그는 두려움에 떨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 가족의 얼굴을 떠올리며 용기를 되찾았다.

"이 저주를 풀고, 혼령들을 해방시키겠다!" 원현은 외치며 정화의 불꽃에 모든 정신을 집중했다. 불꽃은 더욱 강하게 타올랐고, 혼령들은 차츰 사라지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혼령이 그의 부모님임을 알아본 원현은 눈물을 흘리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원현아, 우리는 너를 항상 지켜보고 있었다. 이제는 평온하게 떠날 수 있겠구나." 부모님의 마지막 말과 함께 그들은 빛 속으로 사라졌다.

밤이 지나고, 마을에는 다시 평온이 찾아왔다. 사람들은 검은 달의 저주가 풀렸음을 알게 되었고, 원현을 영웅으로 여겼다. 그는 다시 길을 떠나기 전, 마을 사람들에게 사찰을 복원하고 기도를 계속해달라고 부탁했다. 그 후로 검은 달의 밤은 더 이상 마을을 위협하지 않았다.

원현은 자신의 여정을 계속하며, 어딘가 다른 마을에서 또 다른 전설과 맞서 싸울 준비를 했다. 그의 마음속에는 항상 가족과 마을 사람들의 감사와 평온함이 함께 했다.

ㅋㅋㅋㅋ신기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