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 방사장 절반은 비어있고 실내 관람장 절반은 가려져있고, 나와 있는 놈들의 태반은 쳐자고 있거나 멀뚱하게 있고. 쳐자도 좀 앞에 보이게 자던가 뒤로 벌러덩 자고 있거나 안 보이게 쳐박혀 자고 있어. 호랑이, 치타는 아예 없고 표범, 곰, 사자나 좀 나와있는데. 사자는 또 혼자서 실내방사장에서 지 몸관리나 실컷 하고 있고. 레서 판다도 오전에 가니까 소독 때문에 오후부터 전시한다고 해서 기다렸다가 가보니까 달랑 한 마리만 실내 전시관에 들어가서 밥쳐먹고 있고. 

힘들게 찾아가면 몸이 아파요, 적응 훈련 중이예요, 시설물 점검 중이예요 이지랄. 감히 만물의 영장 인간님께서 친히 납셨는데 당연히 냉큼 달려와서 가죽을 안 벗겨서 감사하다고 인사올리고 재롱을 부려야지. 가장 압권은 나무늘보였는데. 나무늘보는 당연히 쳐자겠거니 하고 갔는데, 이 시발놈들은 나무에 매달려서 자는 것도 아니고 나무로 만든 둥지에 쳐들어가서 자고 있어서 털밖에 안 보여. 어처구니 없어서 직원들만 없었으면 소리 질러서 깨우고 싶더라

그래도 앵무새는 귀엽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