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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칵테일을 좋아하게 됐다면 마주치는 칵테일, 사이드카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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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오늘 할 이야기는 칵테일 사이드카에 대한 이야기야.

 

심플하고 고전적인 칵테일이지만 동양권, 특히 한국과 일본에서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칵테일이지.

 

칵테일이란 거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사람들이 꼽는 최애 칵테일이자, 맛있는 사이드카란 무엇인가? 를 고민하게 만드는 칵테일, 사이드카.

 

이 칵테일의 역사와 왜 인기가 있는지에 대해서 지금부터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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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사이드카라는 이름은 오토바이에 달아서 움직이는 차량에서 왔다고 해.

 

아직 자동차가 보급되지 않던 시기에 사람을 태우기에 꽤나 값싸고 편한 운송수단이었지.

 

물론, 이 이름이 붙은 이유로는 여러가지가 꼽히는데, 대부분의 칵테일이 그렇듯이 명확하게 알려진 사실은 없다고 봐도 돼.

 

또 다른 이야기로는 저 사이드카에서 유래한 바에서의 사이드카가 있어.

 

칵테일을 만들고 잔에 담고 나면 쉐이커에 남는 술이 있는데, 이걸 작은 잔에 담아서 나가는 걸 사이드카라고 부른다거에서 이 칵테일의 이름이 붙여졌다는 이야기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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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쓴 글들을 읽어봤다면 종종 등장하는 해리스 뉴욕바의 창시자, 해리 맥캘혼이 만들었다는 주장.

 

벅스 클럽이라는 런던의 바에서 펫 맥게리가 만들었다는 주장 등이 첨에하게 대립하고 있지.

 

확실한 건, 그들이 만든 칵테일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칵테일이 있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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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만들어졌던 칵테일 브랜디 크러스터가 바로 그 원조야.

 

사이드카의 주 재료는

 

브랜디

오렌지 큐라소

레몬

 

이고

 

브랜디 크러스타의 주재료는

 

브랜디

오렌지 큐라소

레몬

마라스키노

비터스

 

거든.

 

브랜디 크러스타의 주재료에서 마라스키노와 비터스를 제외하면 정확하게 사이드카의 재료가 나오지.

 

먼저 만들어져서 팔리던 브랜디 크러스타를 좀 더 심플하게 변형한 게 사이드카였고, 그 심플함이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져서 유행할 수 있었던 거라고 할 수 있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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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칵테일의 레시피의 첫 등장은 1922년이야.

 

해리 맥캘혼이 쓴 ABC of Mixing Cocktails 라는 책에 등장하는데, 초기에는 모든 재료를 1:1:1로 섞으라고 써있었어.

 

지금에 와서 보면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진 레시피지만, 초기에는 저런 식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는 거지.

 

1930년대에 나온 책의 레시피에는 브랜디 크러스타처럼 설탕을 두른 버젼도 소개되기도 했는데,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방법이야.

 

뭐 어찌됐든, 이 칵테일을 파리를 거쳐서 금주법 시대의 미국에도 퍼졌고, 금세 인기를 끌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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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1940년대부터는 일반적으로 오렌지 큐라소나 트리플 색보다 품질이 좋은 코엥트로를 사용하는게 기본이 됐지.

 

사용하는 브랜디도 꼬냑을 사용하는 게 당연한 걸로 변했어.

 

이 칵테일은 재료가 심플한 만큼, 재료의 퀄리티에 따라서 맛이 확 달라지거든.

 

그 덕분에 사이드카의 인기는 그후로도 꾸준히 지속되어 왔고, 현대에 와서도 클래식한 칵테일들 가운데 항상 인기 칵테일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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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카의 매력은 단순해.

 

꼬냑의 향

오렌지 큐라소가 가진 단맛과 오렌지의 느낌

레몬의 산뜻한 산미

 

이 3가지가 한데 어우러져서 도수도 적당히 있으면서 단맛과 신맛의 밸런스가 어우러진다는 거지.

 

사실 어지간하면 맛있는 칵테일이지만, 만드는 사람에 따라서 그 맛의 갭이 커진다는 게 특히나 사이드카가 인기가 많은 이유야.

 

바텐더들은 심플한 칵테일 일 수록 더 많은 고민을 하거든.

 

주재료는 어떤 꼬냑을 쓸 것인가? 오렌지 큐라소 브랜드는 뭘로 할까? 레몬은 어떤 상태가 좋을까?

 

비율은 어떻게 할까? 단 맛을 강하게? 신 맛을 강하게? 꼬냑 맛이 좀 더 도드려져야 하나? 온도는 쨍하게 차가운게 좋을까, 적당히 시원한 정도가 좋을까?

 

사이드카에 대한 고민을 안하는 바텐더는 없을 거야.

 

그리고 다들 자기만의 사이드카를 완성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지.

 

사이드카를 마시면 바텐더가 원하는 칵테일을 방향성을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거든.

 

 

 

 

그래서 사이드카는 바를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사람일 수록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칵테일이지.

 

한 명의 바텐더가 자기가 원하는 사이드카를 만들기 위해서는 10병 정도의 꼬냑과 5병 정도의 오렌지 큐라소가 사라져야 할꺼야.

 

사실 일반적인 사람 입장에서는 이게 뭔데 그렇게까지 해? 라는 생각을 하겠지만, 바텐더들에게는 일종의 종교와도 같은 칵테일들 가운데 하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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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내가 아직 바텐더를 시작한지 얼마 안된 3년차 시절에 친한 형님과 있었던 이야기를 하고 싶네.

 

당시 나는 이직 이후 새로운 업장에서 적응해 가는 중이었고 거기서 일하기 전부터 가끔 마주치던 그 형님은 새로운 바텐더가 왔다는 말에 종종 놀러왔어.

 

그러던 어느 날, 나한테 사이드 카를 주문했지.

 

맛있는 사이드 카를 먹고 싶다면 사장님에게 주문했게지만, 새로운 바텐더의 사이드카를 먹고 싶다는 이유로 나를 지정해서 주문한거야.

 

내가 만든 사이드 카를 마신 형님은

 

"오 나쁘지 않은데?" 

 

라고 말을 해서 나름 기분이 좋았지. 업장의 스타일과는 좀 달랐지만, 제법 괜찮게 만든다는 이야기였으니까. 스타일은 적응하면 금세 따라갈거고 하는 생각에 기분이 좋던 나에게 그 형님이 질문을 했어.

 

"너는 사이드 카가 뭐라고 생각하냐?"

 

사이드 카는 사이드 카지 뭔데? 라는 생각을 한다면 그건 아마 별 생각이 없는 초보 바텐더거나, 정말 달관한 바텐더뿐일거야.

 

나는 당시 내가 가지고 있던 사이드카라는 칵테일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그 이야기를 들은 형님은

 

"아직 멀었구만."

 

이라는 이야기를 했어.

 

내가 했던 이야기는 사이드 카가 어떤 칵테일이고, 내가 생각하는 사이드 카란 이런 것이다 라는 지식의 나열 같은 거였거든.

 

그리고 몇 주 후, 다시 온 형님에게 다시 한 번 물어봤어.

 

"형, 사이드 카가 뭘까요?"

 

그때 그 형님이 한 말이 아직도 기억이 나. 본인도 사장님에게 들었던 이야기라고 했고, 자기가 말을 해도 내가 깨닿지 못하면 소용이 없으니까 그날은 말을 안했던 거라고 하더군.

 

"사이드 카는 너 혼자 만드는 칵테일이 아니라, 손님이랑 바텐더가 같이 천천히 맞춰가는 칵테일이야, 그래서 사이드 카(Sidecar)라는 거지."

 

그 말을 듣는 순간 깨달았어, 아 나는 내가 생각하는 칵테일을 전달할 생각만을 했지, 그 사람의 취향을 고려한 적이 없구나라는 사실을 말이야.

 

 

 

 

 

사이드 카라는 칵테일은 레시피가 심플한 만큼, 만드는 사람을 많이 타지만 마시는 사람을 많이 타는 칵테일이기도 해.

 

술은 어디까지나 기호품이고, 모두가 만족할 단 한 가지의 맛은 존재하지 않거든.

 

사이드 카라는 기본은 가지고 있으면서 각자의 취향은 또 다른 거란 말이지.

 

누군가에게는 좀 더 단 게 사이드 카고, 누군가에게는 좀 더 셔야 사이드 카라고 느낄거야.

 

자기 취향에 딱 맞는 사이드 카를 만드는 바텐더를 만나는 건 바를 다니는 손님들의 소소한 기쁨이지만, 자기 취향을 맞춰주는 바텐더를 만나는 건 더 큰 기쁨이라고 아직도 생각해.

 

 

 

 

이야기 하다보니가 좀 오글거린다.

 

그러니까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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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댓글

24 일 전

개붕이 바텐더 만화에 나올법한 에피소드 경험했네..

0
@채첨단

현실은 미디어보다 더 다채롭다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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