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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올라오는 정치, 외교 등에 관한 고찰 따위를 적당히 한귀로 흘려야하는 이유

Bonny Lin, Brian Hart, Matthew P. Funaiole, Samantha Lu, Hannah Price, Nicholas Kaufman, Surveying the Experts: China’s Approach to Taiwan, CSIS Chinapower, 2022/10/03


이 글은 CSIS에서 아예 중국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Chinapower쪽에서 낸 전문가 조사 결과입니다. 총 64명으로 전직 고위 관료 출신 28명, 전직 분석가 출신 23명, 학계 및 연구원 소속 13명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8월 10일부터 9월 22일까지 응답을 받았다는데 여긴 아예 4차 대만해협 위기Fourth Taiwan Strait Crisis라고 표현한 게 눈에 띄네요. 사실 이 글 말고도 다른 좋은 글들 많은데, 문제는 이거 하나만 추려내는데도 생각보다 시간이 좀 걸려서 다른 글들은 따로 쓸 것 같네요. 여튼 하나씩 봅시다.

 

1. 북경은 대만과의 평화통일을 위해 구체적인 단계와 실현 가능한 다음 행동을 포함한 일관된 전략과 로드맵이 있는가?

전략이 있느냐? 부분에 대해서는 80퍼센트가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통일에 대한 대만 시민들의 여론도 그렇고, 사실상 반겨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중국은 주로 군사적 위협 등 강압수단에 의존하게 되는데 이게 평화통일을 위한 일관적 전략이 있는가에 대한 진지한 물음이 된다네요.


2. 북경에게 대만과의 통일 말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결과가 있는가?

응답자의 10퍼센트만이 가능한 빠른 기회에 중국이 대만과 통일을 추진할 것이라 봤습니다. 84퍼센트를 차지하는 대부분은 중국이 통일을 기다리겠지만 그것이 영원하진 않을 것이라 봤고요. 그 외에도 6퍼센트의 소수가 중국이 현 상태를 영구히 유지할 것이라고 봤지만, 그 누구도 중국이 대만의 독립을 인정할 것이라고 보진 않았습니다.


3. 북경이 대만 문제 해결을 위해 확고한 시한을 정했는가?

44퍼센트는 2049년까지 확고한 시한을 정했다고 봅니다. 2049년은 단순하게 임의로 뽑아낸 게 아니라, 중국은 2022년 대만 백서 등 다양한 공식 문서에서 대만과의 통일을 민족 부흥 등과 엮고 있다네요. 2049년은 실제로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이기도 하죠. 몇몇 전문가들은 2049년은 유연한 기준점이지 확고한 시한은 아니라고 합니다. 2049년에 동의하지 않는 전문가들 중 3퍼센트는 5년, 8퍼센트는 15년, 3퍼센트는 50년이 시한이라고 봅니다. 나머지 42퍼센트는 중국이 그냥 때가 무르익을 때까지 최대한 기다릴 것이라고 봤습니다.


4. 2022년 8월의 중국의 전례 없는 군사 행동은 근시일 내 대만에 대한 중국의 대규모 군사 행동을 가속화할 것인가?

80퍼센트가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을 분류했을 때 정부 고위 관료 출신들과 다른 전문가들로 분류하면 고위 관료 출신은 71퍼센트가 부정, 기타 전문가들은 86퍼센트가 부정으로 차이가 난다네요.


5. 언론과 일부 분석가들은 중국이 2027년에 대만에 대한 군사행동을 할 계획이 있다고 보았다. 이것을 사실이라고 생각하는가?

올해 10월부터 습근평 3기가 시작됩니다. 2027년은 습근평 3기 말년이자 인민해방군 건군 100주년이죠. 그래서 이런 말이 나왔는데 83퍼센트는 이에 대해 부정으로 답했습니다.


6. 20차 당대회 이후 습근평의 다음 임기 동안 대만에 대한 주요 중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위에서 그 때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한 것과는 별개로, 그렇다고 해서 중국이 가만히 있을 것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총 79퍼센트의 전문가가 중국이 평화통일을 추구할 것이라고 봤지만, 그 중 거의 반수인 41퍼센트는 습근평이 무력사용을 할 의지도 충분히 있다고 보았습니다. 13퍼센트는 대만의 독립을 막는 수동적인 목표를 가질 것이라 봤고, 9퍼센트는 더 이상 평화적 선택지가 없이 무력을 사용한 통일을 할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참고로 이 9퍼센트는 위의 대만 전략 부분에서 북경이 최대한 빠른 기회를 잡으려고 할 것이라고 응답한 전문가들과 거의 같다네요.


7. 향후 10년 이내 중국이 태북을 장악하기 위해 상륙전을 펼칠 가능성이 있는가?

63퍼센트의 전문가는 이게 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이 가능은 리커트 5점 척도에서 3점에 해당하는 답변입니다. 29퍼센트는 부정(강한 부정 2퍼센트), 10퍼센트는 긍정(강한 긍정 2퍼센트)으로 다른 문항까지 확인했을 때 전문가들 대부분은 향후 10년간 중국이 대만을 적극적으로 침공하진 않을 것으로 봅니다.


8. 향후 10년 이내에 특정 행동의 확률이 어떻게 되는가?

이건 문항과 답변도 같이 봐야 좋을 것 같은데, 일단 두 분야로 나누어서 보면 각각 ‘침공을 제외한 무력 사용의 확대’와 ‘의도치 않은 군사적 충돌’ 분야입니다. 전자에 대해서는 44퍼센트가 가능, 30퍼센트가 긍정, 22퍼센트가 강한 긍정입니다. 후자는 39퍼센트가 가능, 34퍼센트가 긍정, 22퍼센트가 강한 긍정입니다. 두 분야 다 5퍼센트만이 부정적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9. 만약에 태북이 독립을 선언한다면 북경은 즉시(6개월 이내에) 대만을 침공할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해서는 77퍼센트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응답자의 출신에 거의 차이가 없이요. 23퍼센트는 부정했는데, 그 중에서도 일부는 대규모 무력 사용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10. 미국이 대만을 지키기 위해 전략성 모호성을 포기하고 전략적 명확성을 택한다면 중국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어떠한 응답자도 이것이 대만 침공을 즉발적으로 유발할 것이라고 보진 않았습니다. 다만 64퍼센트는 중국이 양안 위기나 미중 위기를 촉발하는 부정적 반응을 할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31퍼센트는 중국이 외교적 항의 등의 제한적 반응을 할 것이라고 봤고요. 딱 2명만이 전략적 명확성이 중국을 억제할 것이라고 봤고, 남은 1명은 미국이 무슨 정책을 추구하든 중국이 대응하진 않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이는 글을 계속 보면 확인할 수 있지만, 중국은 이미 미국이 대만을 지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정책 좀 바꾼다고 해서 중국의 군사적 행동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중국은 미국의 정책 변화를 도발과 대만 독립 지지 노력으로 볼 가능성이 높죠.


11. 미국의 대만 지원에 대해 중국은 어느 정도로 예상하는가?

중국의 인식에 관한 질문입니다. 모든 응답자들은 미국이 대만을 지원할 것이라고 답했지만, 지원 수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5퍼센트는 미국 본토 공격과 국제전을 각오하고서라도 모든 지원을 할 것을, 66퍼센트는 인도-태평양 지역에 한정하여 상당한 지원을, 30퍼센트는 그렇게 큰 지원을 할 생각은 없다고 봅니다.


12. 중국이 지금부터 2027년 사이에 대만을 침공한다면, 북경은 미국이 태북을 지키고 중국의 상륙작전을 막을 능력이 있다고 보는가?

마찬가지로 중국의 인식에 관한 질문입니다. 순서대로 2퍼센트는 북경은 미국이 중국을 막을 수 없다고 인식한다고 썼으며, 41퍼센트는 불확실하지만 북경이 군사적 능력 확충을 자신한다고 생각합니다. 55퍼센트의 전문가는 북경의 인식이 불확실하지만 아직 미국이 군사적 우위가 있다고 인식할 것이라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3퍼센트는 북경이 미국의 확실한 우위를 인식하고 있다고 봤네요.


이러한 조사 결과에 따라 Chinapower는 결론을 6가지로 압축했습니다.

첫째, 중국이 대만과의 통일을 확고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일관된 전략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둘째, 중국은 대만과의 통일을 기다릴 생각이 있으며 2022년 8월의 훈련은 중국이 통일을 가속화하려고 한 것이 아닙니다.

셋째, 습근평은 아직 평화적 선택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넷째, 그럼에도 대만해협에서 위기나 갈등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습니다.

다섯째, 대만이 독립을 선언하면 중국은 즉시 침공에 나설 것입니다.

여섯째, 중국은 미국이 이미 확실히 대만에 개입할 것이라고 가정 중입니다.

 

 

 

 

 

개드립 장작 1호 양안문제

 

가장 최근 설문조사는 23년 4월로 큰 변화는 없음

 

이 양반들 중 과반수가 2022년 1월 당시에 조만간 러시아-우크라이나 사이에서 전쟁이 날거라는 응답을 내놨다.

 

우리가 2027년 양안전쟁 죽어라 부르짖어봐야 결국 그때가봐야 아는거고, 최소한 작두탄 양반들 사이에선 2049년까지 두고봐야한다는게 대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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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국가의 전쟁수행에 관해서는 다양한 논문이 있는데 몇 가지만 추려내봅시다.


Bueno de Mesquita, Bruce., Morrow, James D., Siverson, Randolph M., Smith, Alastair. 2004. Testing Novel Implications from the Selectorate Theory of War. World Politics , Vol. 56, Issue 3

이 논문에서는 민주국가가 신중하게 전쟁을 택하며, 승전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알아차리면 더 많은 자원을 전쟁을 위해 소모하고 또 전후에도 국방비를 쉬이 낮추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에 비해 독재국가는 민주국가보다 상대적으로 쉽게 개전하고, 전쟁수행의지가 낮으며, 전후에는 지배연합에 사유재를 공급키 위해 국방비를 낮추는 경향이 있습니다.


Horowitz, Michael C., Simpson, Erin M., Stam, Allan C. 2011. Domestic Institutions and Wartime Casualties. International Studies Quarterly, Vol. 55, Issue. 4

이 논문에서는 민주국가가 독재국가를 상대할 시, 국가의 존망이 달린 전쟁의 경우 확실한 패배에 직면한다 하더라도 주권을 지키기 위해 대규모 사상자 등 그 어떠한 비용을 감수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합니다.


Bausch, Andrew W. 2014. An Experimental Test of Selectorate Theory. International Interactions, Vol. 40, Issue 4

이 논문에서는 민주국가의 시민들이 상대적으로 독재국가의 시민들보다 공공재로 되돌려 받는 것이 많기 때문에 전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또, 사회를 효율적으로 조직하려 한다 말합니다.


Bausch, Andrew W. 2015. Democracy and War Effort: An Experiment. Journal of Conflict Resolution. Vol. 61, Issue 4

이 논문에서는 민주국가의 지도자가 독재국가의 지도자보다 협상보다 분쟁을 택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합니다. 그 후 전쟁이 발발시 민주국가 지도자는 협상을 수락할 가능성이 낮고, 결정적인 승리를 위해 노력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Carter, J., Palmer, G., 2015. Keeping the Schools Open While the Troops are Away: Regime Type, Interstate War, and Government Spending. International Studies Quarterly, Vol 59, Issue 1

Carter, J. 2016. Leader Survival, Military Mobilization, and Interstate Conflict in Democracies and Dictatorships.

Carter, J. 2017. The Political Cost of War Mobilization in Democracies and Dictatorships. Journal of Conflict Resolution, Vol. 61, Issue 8

이 세 논문은 첫 번째 논문과 달리 민주국가의 지도자라고 하여 전쟁에서 더 노력을 하는 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이 논문들에서 민주국가의 지도자가 직위에서 쫓겨나는 것에는 전쟁보다는 사회적 공공재 공급의 영향이 더 큽니다. 그에 따라 민주국가의 지도자는 대규모 비용을 치러야하는 전쟁을 회피하고 비용을 최소화하며 이길 수 있는 전쟁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Graham, B., Gartzke, E., Fariss, C. 2017. The Bar Fight Theory of International Conflict: Regime Type, Coalition Size, and Victory. Political Science Research and Methods, Vol. 5, Issue 4

술집에서 싸움나면 누가 이길까요? 당연히 패거리가 더 많은 사람이 이깁니다. 논문 제목에 들어간 Bar Fight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이 논문은 보통 민주국가가 더 강력한 동맹을 끼고 싸워 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합니다. 민주국가는 연합을 형성하기 쉽고 이는 양에서 민주국가가 우월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민주평화론은 어느정도 알려져있을텐데 그 하위명제인 민주승리는 아마 잘 모를거임

 

실제로 알려진 통계상 민주국가의 전쟁승률은 밸붕좆망겜 수준인 9할에 달하는데 여기에 대한 반론으로는 '그 민주국가 중에서 영국이랑 미국 빼면 뭐가 남는데?' 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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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o, M. M., Bolte, B., Huynh, N., Yadav, V., & Mukherjee, B. (2024). Right-Wing Populist Leaders, Nationalist Rhetoric, and Dispute Initiation in International Politics. Journal of Conflict Resolution, 0(0). https://doi.org/10.1177/00220027241247041


우파 포퓰리즘 지도자RWP는 외부 세력으로부터의 착취, 민족주의적 적대감 형성, 보복 정치Revanche Politics적 수사와 담론을 통해 국내 지지자를 결집시키며 대외정책에서 극도로 매파적인 성향을 갖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RWP가 집권한 국가는 유권자의 무력사용 지지도가 상승했으며, 참여 민주주의PAR-DEM적 특성을 보일수록 정부가 실제로 군사분쟁MID을 실시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본과 인도에서 실시된 설문조사 연구에 따르면 우파 포퓰리즘적 담론에 노출된 인도 실험자는 무력사용 지지율이 60.4%에서 89.4% 상승했으며, 일본의 경우 44.1%에서 64.5%로 상승했습니다. 또한 V-DEM의 PAR-DEM 지수와 RWP 집권 데이터를 결합해 회귀분석한 결과 PAR-DEM 지수가 표본 평균의 0.5 표준편차 증가한 처리집단에서 12% 더 높은 MID 확률분포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참여 민주주의의 특성상 시민단체의 정치참여가 매우 빈번하고, 우파 시민단체의 상향적 압박으로 인해 청중비용을 과대평가한 RWP가 MID를 시작할 더 많은 유인에 노출된 것으로 판단됩니다.


정리하면 RWP는 유권자의 무력사용 선호를 증가시키며, PAR-DEM은 청중비용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동하므로 이 두 요인이 결합될 경우 MID 가능성이 크게 상승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RWP는 세계적으로 증가추세에 있으므로 국제 평화에 매우 부정적인 요소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파 포퓰리즘이 군사분쟁 가능성을 증가시키는가? 에 대한 연구

 

'미친소리하는 미친놈이 정권잡으면 호전성이 강해지겠지! 당연한 소릴 하네?' 라고 생각했다면 사후 확증편향에 빠진게 아닌지 고민해보자

 

좆간끼리의 상호작용에서 비롯되는 것들은 수학 문제 풀이처럼 답이 정해져 있는게 아니고, 따라서 이렇게 실제로 까서 실증되기 전까지 무조건이란건 절대 없고, 실증이 되더라도 언제든지 뒤집어 질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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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ert A. Pape; Why Economic Sanctions Do Not Work. International Security 1997; 22 (2): 90–136. doi: https://doi.org/10.1162/isec.22.2.90


Robert A. Pape; Why Economic Sanctions Still Do Not Work. International Security 1998; 23 (1): 66–77. doi: https://doi.org/10.1162/isec.23.1.66


David A. Baldwin, Robert A. Pape; Evaluating Economic Sanctions. International Security 1998; 23 (2): 189–198. doi: https://doi.org/10.1162/isec.23.2.189


David A. Baldwin; The Sanctions Debate and the Logic of Choice. International Security 2000; 24 (3): 80–107. doi: https://doi.org/10.1162/016228899560248


Morgan TC, Bapat N, Kobayashi Y. Threat and imposition of economic sanctions 1945–2005: Updating the TIES dataset. Conflict Management and Peace Science. 2014;31(5):541-558. doi:10.1177/0738894213520379


Oechslin, Manuel. (2011). Targeting Autocrats: Economic Sanctions and Regime Change. European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36. 10.1016/j.ejpoleco.2014.07.003.


Dursun Peksen, “When Do Economic Sanctions Work Best?”


Robin Wright, “Why Sanctions Too Often Fail”


Samuel Helfont, “Condemning Putin will make it harder to end the conflict with Russia”

 


일반적으로 제재는 경제적 수단을 사용하여 상대국의 정책 변경을 유도하는 것으로 정의됩니다. 실제로 제재를 맞은 국가들은 예외 없이 대부분 경제를 조져먹었죠. 근데 경제를 조졌다면 분명 굴복해야할 텐데 학자들이 연구를 해보니까 꼭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일단 제재를 맞을만한 국가들은 대부분 권위주의 국가들입니다. 이러한 국가들은 경제가 나락가고 민생이 파탄 나던 말던 지도층에 사유재만 공급할 수 있다면 정권이 안정적으로 유지됩니다. 설령 지도층에 사유재가 가지 않도록 표적제재를 취한다하더라도 그건 그냥 국민들을 쥐어짜 해결하면 되는 일이구요. 그렇다고 확실한 압박을 위해 더욱 더 강한 제재를 가할 경우 결집효과(Rally Effect) 때문에 오히려 상대국 정권의 지지도를 올립니다.


어차피 그렇다면 모두 범죄정권의 하수인으로 보고 다 굶어죽으라고 더 제재 강도를 올리면, 제정신 박힌 누군가는 이렇게는 못 살겠다고 나와서 시위하고, 어쩌면 더 나아가 정권 교체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러한 생각도 마찬가지로 환상이었습니다. 권위주의 정권 대부분의 몰락 요인은 민중봉기가 아니라 쿠데타였습니다. 그 외 다른 사례로 이라크 같은 경우를 봅시다. 걸프전이 시작되고 미국은 후세인을 두들겨 팬 후에 강한 제재를 가했습니다. 한 때는 전 이라크의 어린이 삼분지일이 영양실조였죠. 그런데 민중봉기가 일어났을까요? 아니요. 후세인 정권은 식량 배급을 통제해 누가 먹을지를 결정했고, 2003년에 미국이 다시 한 번 이라크를 친 후에야 후세인 정권은 붕괴했습니다. 성공적인 제재 사례 중 하나인 남아프리카에 대한 제재조차 사실 정권교체까지 근 한 세대가 걸렸습니다.


계속 강조치만 러시아 루블이 종잇조각이 되고 사람들이 설탕을 사재기하고 경제가 이미 사실상 모스크바강에 처박혀 있을 수도 있어요. 근데 그게 정책 변경이나 정권 교체로 이어지진 않습니다. 제재는 굉장히 장기적으로 보아야하고, 대부분은 그렇게 봐도 효율적이지 못합니다.


물론 제재를 그냥 사고친 놈에 대한 징벌적 성격으로 접근하는 학술적 연구도 좀 있긴 하다만, 그런 경우엔 저 위의 목표들과는 더욱 더 거리가 멀어집니다.

 

여튼 그래서 제재를 풀어야 한다는 거냐 그런 식으로 묻는 사람이 있어서 노파심에 말하는 건데 그게 아니라, 최소한 사태를 중장기적으로 바라보고 어떻게 해야 효율적으로 압박을 할 수 있을지 그건 알아야한단 겁니다. 당장 북한이나 이란 같이 제재 쳐맞을 거 실컷 쳐맞고도 트롤링하는 국가들 많은데 러시아라고 아니겠어요? 무지성으로 때려막으면 끝이다 이런 생각은 버려야 됩니다.

 

 

 

 

 

제재는 왜 비효율적인가? 에 대한 연구

 

마찬가지로 위에서 말한 사후편향을 고려해보자.

 

가령 '왜 천조국이라고 물고빨리는 국가가 좆만한 북돼지 하나 못잡아서 이리 생고생인가?' 하면 '그럼 전쟁하게? 당연한거지' 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근데 보통 거기에서 끝나고 그 '천조국이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북돼지가 주도권을 잡고 아주 좆같은 상황을 만들 가능성도 있을거란 생각은 못한채 그저 강경하게 나가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분명 있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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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우리는 왜 지정학에 의미를 두지 않는가?

 

답: 실증이 어려우니까.


학문이라면 모름지기 올바른 방법론으로 검증을 할 수 있어야하기 마련이고 그러지 못하면 그건 학문이 아니라 항문이에요. 제가 만날 말하자너요. 요즘 현실주의 자유주의 이딴 거 아무도 안 한다구요. 이게 왜 그러냐하면 그런 거형이론은 실증이 어렵기 때문이에요. 당장 2000년대 초에 바스케즈가 '현실주의는 죽었다!' 해서 월트랑 멱살 잡고 싸울 때 바스케즈한테 동의 안 하던 사람들도 '근데 솔직히 현실주의 쓸모 없는 건 맞잖아.' 한 게 다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당장 크게 현실주의라고 묶는 것들마저 서로 기초적 가정이 다른데 이걸 어따 쓰겠냐 이거죠. 그래서 옛날 논문들 보면 거형이론 하나 있고 그에 따른 사례분석 하나 있는 형식의 논문들 많은데 이건 사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이런 식일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통계 이빠이 때려서 경험적 검증하는 양적 방법론이 요즘 대세죠. 많은 사람들이 비웃는 민주평화론이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도 그런 이유예요. 이론에 대한 대부분의 도전을 '아닌데? 통계적으로 실증해보니까 맞던데?' 하고 다 모가지 꺾어버려서 그런 거죠.


지정학도 똑같습니다. 지정학적 중요성이 뭔지, 그걸 어떻게 판단하는지 이런 거 아무도 뭐가 어떻다고 말 안 해요. 당연히 그런 거 있기야 하겠죠. 근데 수사로만 쓰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그걸 진지하게 학술적으로 가져오면 문제가 되는 거죠. 보통 지정학 넣는 곳에 국익, 안보상황, 경제적 위치, 주변국 정책결정자의 인식 그런 거 한 번 넣어보십쇼. 대부분 말 됩니다. 이러면 사실상 학문적 유용성이 전혀 없어요. 다분히 자의적이고 정확성, 정밀성은 기대할 수도 없으며 반증가능성이 전혀 없는 그냥 마법의 단어니까요. 이걸 가지고 무슨 분석을 해요. 단어 하나 넣으면 다 말 되는데요. 지정학 한다는 사람들이 만날 들고 오는 것도 결국 그걸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양적 방법론이 아니라 하트랜드 림랜드 같은 낡은 구닥다리 이론들인데 계속 강조하지만, 이런 건 우리에게 전혀 의미가 없어요. '암튼 지정학적 이해 때문에 그랬음' 은 사실상 찍어맞추기나 다름이 없고 이렇게 할 거면 차라리 점성술을 하러 가는 게 더 낫습니다.


여튼 거기에 이거 중요하게 다루는 사람들은 대부분 학자들이 아니라 약팔이들이에요. 허구한 날 두긴이 어쩌구 자이한이 어쩌구 이러는데 이런 거 볼 때마다 솔직히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런 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모두가 납득할 수 있게 검증을 해야지 '암튼 제2의 라스푸틴이 푸틴을 조종했음' 이런 식으로 쓰면 이건 시벌 '퍼레이드 첫번째 줄에 누구가 앉았으니 누구 권력 강화의 신호다!' 하던 크렘린놀로지보다도 못 한 수준이에요. 아무리 우리끼리는 유사학문이라고 놀리면서 잘 나가면 맥도날드 점장될 수 있음 한다지만 어쨌든 IR도 당당한 학문이고 몇몇 분야에서는 통계학이나 경제학보다도 우위를 갖는 부분도 있어요. 그런 상황에서 이런 거 주워먹으면서 자기 얼굴에 먹칠하믄 안 되겠죠?

 

 

 

 

 

이 사회과학 분야에서 정의라는게 정말 모호하기 짝이 없다.

 

가령 '합리적'이란게 무슨 '가스라이팅' 같은 단어 수준으로 왜곡되어 쓰이고 있는데 선호체계의 4가지 공리 중 이행성과 완비성만 충족하면 되는게 합리성이다.

 

근데 이걸 고대로 대입하면 우리가 쓰는 '가장 좋은 선택지를 고르는게 합리적 선택'이 아닌 '우리가 하는 모든 선택이 합리적임'이 되어버리걸랑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던 선택지가 그 선택을 할 당시 정보가 부족했던 고로 사실 삽질이었던게 될 수도 있는거고, 남들이 보기엔 삽질처럼 보이지만 당사자는 원했던 결과일 수도 있걸랑

 

'현실주의' 역시 이런 부류에 속하는 단어라고 본다. 그냥 코에 붙이면 코걸이, 귀에 붙이면 귀걸이라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는 소린데 우린 무슨 냉혹하한 지도자의 덕목인 대의적 사상 따위로 쓰고있는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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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vid Bell and Dana Wolf, “Is a Ceasefire Agreement Possible? A Negotiation Analysis of the Russia-Ukraine War”


Benjamin Jensen, “How Does It End? What Past Wars Tell Us about How to Save Ukraine”


Natasha Hall and Will Todman, “Russia waged a cheap war in Syria. Here’s what those tactics might look like in Ukraine.”

 

웁살라 분쟁 데이터 프로그램을 봤을 때 1946년부터 이러한 국가간 전쟁의 26퍼센트가 1달 이내 종전, 25퍼센트가 1년 이내 종전됩니다. 전자는 평균적으로 8일 정도의 전쟁 기간을 가지며 44퍼센트가 휴전으로 끝났으나 후자는 휴전으로 끝난 경우가 24퍼센트에 불과합니다.


한 달을 채우기까지 아직 열흘 정도 남았지만,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 상태에서 협상이 가능할 거라고 보진 않아요. 가능성이 없진 않은데 아주 낮다고 봅니다. 불가분적 재화 문제도 있고, 전쟁 수행 의지 문제도 있습니다. 민주 국가는 주권에 관련된 문제라면 그 어떠한 비용을 감수하는 경향이 있으며, 지도자는 결정적인 승리를 위해서 노력합니다. 마찬가지로 푸틴 또한 전쟁 이전의 완전한 이상점까지는 아니더라도 현재의 목표를 위해서는 거리낌 없이 자원을 투자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에 따라, 이 전쟁이 1달을 넘어 1년을 향한 전쟁이 되기 시작한다면 이제 전쟁의 진행은 누가 잘 싸우냐가 아니라 누가 잘 버티냐하는 국가의 내구도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이미 러시아는 기동전을 때려치우고 시리아에서 하던 대로 도시를 포위하고 잔혹행위를 거리낌 없이 행하는 소모전으로 전략을 바꾸었고, 이는 젤렌스키에게 우크라이나의 초토화보다는 협상에 나오는 게 좋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냅니다.


물론 러시아 또한 엄청난 제재와 부족한 군사적 능력에 허우적대고 있고 마찬가지로 강력한 스트레스 테스트에 들어간 것과 다름은 없다만 만약에 이 스트레스 테스트를 어떻게 넘긴다면 정말로 어떠한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어쩌면 리비우까지 깃발을 꽂으러 가려고 할 수도 있어요. 제재는 보통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기 마련이고, 러시아 시민들은 실질적으로 푸틴을 갈아치울 능력이 없거든요. 핵과 상임이사국 자리를 가진 파탄국가의 탄생이죠.


러시아군의 추태나 우크라이나군의 승리를 가지고 전쟁을 좀 단순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던데 제 보기에 이 전쟁은 승패를 떠나서 잿더미만 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것도 단순히 잿더미로 끝나는 게 아니라 또 다른 재앙의 전주곡이 될 수도 있고요.

 

 

 

 

 

이건 우러전쟁 발발 3주차에 올라온 글임

 

이후로 지난 2년간 온갖 군들갑을 떨었지만 결국 예측과 크게 달라진건 없었다

 

저 웁살라 분쟁 데이터 프로그램이란 부분이 우리한테 시사하는 바가 큰데 사회과학 역시 맨날 석박들이 내 생각 이래요~ 하며 쓰는 칼럼들 대신 최근 비약적인 기술발전에 힘입어 이공계마냥 방법론을 이용해서 통계를 분석하고 결과를 추론하며 그걸 증명하는 과정이 생겼다는거임

 

그러니까 21세기 시점에서 함부로 정치, 사회 뭐 이런 이야기를 진지하게 한다는건 '나 수학 잘 모르는데 1+1 = 3 같음' 하는거랑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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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짝 전공이 아니라 별 생각 없었는데 이렇게 사회과학조차 기술발전에 힘입어 체계적인 통계분석으로 넘어가서 '과학'으로 편입시키려는 경향을 보고 어떤 문제에 대해 확고불변한 답을 내길 주저하는 버릇이 생김

 

너나우리 모두 인지적 종결 욕구의 노예라는걸 잊지말자구

3개의 댓글

14 일 전

미안해!

3줄 이상 못 읽어!

0
VTI
14 일 전
@3대만물론자

쿨탐 지나면 읽판으로 가져갈라고

 

유게엔 걍 던져본거임

0
14 일 전
@VTI

앞에 몇문단 읽었는데 흥미롭네

오늘 운동 끝나믄 읽어바야게딴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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