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ㅆㄷ, 장문) 고대 그리스 연구자가 본 페그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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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튭에서 고대 그리스 연구자 후지무라 시신이

 

페그오에 등장한 그리스 출신 서번트들을 리뷰하는

 

영상과 해석을 가져와봄

 

 

내가 해석한거 아님

 

 

 

 

 

 

 

 

 

헤라클레스편

 

 

 

[캐릭터 상세 첫 줄의 '그리스 신화의 2대 영웅 중 하나' 라는 문장을 보고]

 

- 또 한명은 누구냐? 이거 중대사다. 일본으로 치자면 '전국시대 2대 무장' 이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 명은 오다 노부나가 고정이지만 나머지 한 자리 두고 토요토미, 도쿠가와, 우에스기, 타케다, 다테 등등의 팬들이 들고 일어날 거임.

 

- 이 경우 헤라클레스는 고정이지만 나머지 한 자리 두고 아테네 사람이라면 테세우스라고 할 것이고, 트라키아 사람이라면 오르페우스, 테사리아에선 아킬레우스 등등으로 전쟁 날거다.

 

 

[진행자가 페르세우스라고 답함]

 

- 페르세우스라면 헤라클레스보다 선배이고, 아르고스 지역의 영웅이지만 그리스 여러 지역에 관여했으니까 아테네를 제외한 지역에선 납득해줄 수 있겠다.

 

- 헤라클레스가 No.1인거야 다들 인정하지만 나머지 한 자리는 각 폴리스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웃음)

 

 

[프로필6의 갓핸드 설정을 읽고]

 

- 헤라클레스는 지나치게 강해서 작가가 써먹기가 힘들기 때문에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경우가 별로 없다. 아르고호 모험담 등도 그렇다.

 

- 이 게임에서 헤라클레스가 회화가 성립하지 않고 위태로운 버서커로 나온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지금까지 헤라클레스의 활용은 여전히 어렵구나(웃음)

 

 

[그리스 픽업때 소환 촉매 취급 받은 거에 대해]

 

- 내가 가챠 버튼 눌러서 뽑은 적 없는 것 같다. 마파두부 그림이 뜨고 좌절하는 사람들에게 '그리스의 영웅들은 이 정도로 포기하는 사람에겐 미소짓지 않으니까 힘 내' 라고 하곤 했다. 어쨌든 촉매 취급 당해서 가차 화면 하나는 많이 봤다.

 

 

[진행자 : 다들 자기 전공 분야의 영웅들 중심으로 뽑나?]

 

- '수용사(Reception history)'라는 학문 분야가 있다. '어떤 이야기나 전설이 그 나라에선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지는가' 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페그오도 영웅신화가 어떤 식으로 묘사되는가에 대한 연구의 최전선이다.

 

- 다들 자기 전공분야의 영웅이 엔터테인먼트에서 어떤 식으로 표현되고 일본에선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어떤 부분이 강조되고 있는지, 문헌의 어떤 부분이 픽업되고 어떤 새로운 해석이 더해지고 있는지를 궁금해 한다. 그래서 다들 학문으로도 게임으로도 즐기고 있다.

 

- 페그오에서는 유명한 영웅 뿐만 아니라 꽤 마이너한 영웅도 다루는데, 페그오에서 마이너한 영웅이 나오면 그 영웅의 지명도가 올라가서 구글 검색에도 나오게 된다. 그러면 그 쪽 연구자가 울면서 기뻐한다. '이 영웅이 이렇게 화제가 된 건 300년만이다' 같은 식으로. 관련 학술서도 팔리게 되니까 연구자들은 만만세다. 그래서 마이너한 영웅이 새로 실장되면 그 쪽 연구자는 '우오-!' 한다.

 

- 하지만 정작 뽑지는 못하더라(웃음)

 

 

 

 

 

 

오디세우스편

 

 

 

[소환 대사를 듣고]


- 지금 이런저런 감정이 생기는데, 그 중 내 안에서 가장 뜨거운 건 목소리다. 왜 '목소리가 좋다'라고 말하냐면, 오디세우스는 일리아스에서 목소리의 질에 대해 묘사가 있다.


- 보통 사람들 앞이나 의회에 나가서 말을 하게 되면 손짓발짓한다. 마치 지금 나처럼 이런 저런거 말하며 꽤 열렬하게 열변을 토하잖나. 그런데 오디세우스는 그렇지 않고, 마치 겨울날 내려앉는 눈처럼 담담하게, 그리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말솜씨라는 문장이 있다.


- 그런게 글로 적혀있었어서 항상 '오디세우스의 목소리란건 어떤 느낌일까'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이 목소리가 차분하고 막히지 않지만 과묵한것도 아닌 느낌이 들어서 '오디세우스다'라고 생각이 들었다.

 


[진행자 : 헥토르, 파리스, 아킬레우스를 봐왔었는데 보구가 미래적인 느낌이 있었지않나.

사실 이게 이유가 있는데, 페그오에도 올림포스 12신이 등장한다.

페그오의 설정인데, 그 올림포스 12신이란게 외우주에서 날아온 기계의 신이란 설정이다.

외우주에서 온 기계신들이 성간항행선단 같은 느낌으로 돌면서 자신들의 생존 조건에 맞는 별, 지구를 만난다.
그리고 그리스로 불리는 토지에 기계신들이 강림했다는 것으로 되어서 거기서 인류와 기계가 만났다.
압도적인 기술이나 힘을 갖고 있으니 사람들이 신으로 숭배했고, 그게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땅에 뿌리내렸다는게 올림포스 12신 설정이다.]


- 지금 듣고 가슴이 뜨거워지는 건, 일단 기쁘다는 것이다. '사실 고대 문명은 우주인이 만들었다' 같은 느낌으로. 예를 들어 이집트 문명의 피라미드는 사실 우주인이 만들었다 같은 얘기가 있지 않나.


- 내가 (검열) 잡지의 사람과 이야기 할 때, '왜 우주인들은 다들 이집트만 가고 그리스에는 오지 않는건가요'라고 물어봤었다.

(* 뭔가 그런 찌라시로 유명한 잡지가 있어서 삐-처리 해둔듯)


- 대답으로 '피라미드는 엄청 크잖아요. 장대하고. 그리스는 꽤 아늑한 느낌의 문명이니까. 우주인이 만들었다는 느낌이 안 든다.' 라고 돌아왔다. 그래서 '뭔 소리임? 아늑한 느낌을 좋아하는 우주인이 있을 지도 모르잖아!' 라고 했다.


- SF 설정과 고대 신들의 콜라보적인 이야기가 있을 때 그다지 우주인이 그리스를 골라주지 않는 것이 3천년동안 이어져왔다. 그래서 지금 이야기, 외부에서 찾아온 우주의 기계 신들이 지구상에서 그리스를 골라준 것이잖나. '아, 드디어 왔구나'라고 생각이 든다. 그래서 기쁜 면이 있다.


- 나로써는 우주인이 다들 이집트나 마야로 가버리니까 아쉬웠다. 그리스 문명이 아무래도 인간 사이즈니까라고 말해지는데, 그게 역시 그리스의 특징 중 하나다. 인간 중심으로, 지금 우리들이 이해하기 쉬운 모양의 문명을 남겼다.


- 그러니까 그닥 수수께끼가 없다는 느낌. 그래서 우주인들이 오지 않은 것인가 생각했었는데 오늘 이야기로 내 마음 한가지가 성불했다. 드디어 왔어.

 


[캐릭터 소개를 읽고]


- 이 때는 정말 큰일이었으니까. 위험한 일들 많았지. 특별나게 위험했던걸 말하려 했는데, 대체로 다 위험했다.(웃음)


- 아, 인류 최초의 트롤리 딜레마라고 불릴만한 것이 있었다. 해마 스킬라의 해협이라는게 그거였다.

 

- 좁은 해협에 2가지의 위험이 있었다. 하나는 스킬라. 머리가 6개 있는데 거기엔 3열의 이빨이 있고, 몸 하반신이 12개 있다.
다른 한 쪽 해협은 엄청 큰 거대한 소용돌이가 있어서 한 번 들어가면 전부 끝장. 대신 빨아들이는 순간과 내뱉는 순간이 있었다. 내뱉는 순간에는 무사히 지나갈 수 있다.


- 그 2가지 중 하나를 통과해야만 고향에 돌아갈 수 있어서 반드시 하나를 선택해야했다. 진행자는 어떤 걸 고르겠나? 물론 배에는 자신 뿐 아니라 동료도 잔뜩 타고 있다.

 


[진행자 : 뭐 어쨌든 전부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건 소용돌이니까 하늘에 맡기고 소용돌이로 갈 것 같다.]


- 그쪽은 오디세우스 루트가 아니었다. 오디세우스는 스킬라를 골랐는데, 왜냐면 소용돌이에 빠지면 전부 죽을 수도 있지 않나.

 

 - 그렇지만 스킬라는 머리가 6개밖에 없으니까, 6명 희생시켜서 가면 된다. 6명을 먹는 동안에 다른 인원은 빠져나갈 수 있은까 '6명 or 전멸'이라는 선택으로 스킬라 쪽으로 간다.


- 트로이 전쟁에서 이겨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데 10년 이상 방황했었고, 거기서 여기 써있는 퀴클롭스라던가 포세이돈의 분노라던가 키르케라던가 그런 판타지스럽고 공상적인 괴물들을 잔뜩 만난다.


- 그래서 오디세우스의 정신적인 성장이나 변화가 점점 나온다. 트로이 전쟁에서 오디세우스가 싸웠을 땐 정정당당한 타입이었는데, 이런 고난을 넘어서고 나니 점점 인격이 변한다. 좀 치사해진다던가, 더럽게도 하던가. 최종적으로는 꽤 교활한 타입의 캐릭터가 출력된다.


- 그래서 이 (페그오의) 오디세우스는 어떤 오디세우스일까 라는 궁금증이 있다.

 


[진행자 : 치사한 감은 없고, 주인공적인 캐릭터다]


- 그럼 아직 변하기 전 단계의 오디세우스인거네. 나중엔 교활하게 되니까.


- 여기서 대항해왔던 괴물들은 전부 죽음의 일면이다. 의욕을 꺾는 것이라던가 '계속 여기 있자. 너는 싸우지 않아도 돼.'라고 말하는 악마적인 여성의 존재라던가 남자를 먹어 죽이는 사람들이라던가.


- 그러한 심리적인 인생의 장애 같은 것들을 하나하나 클리어해서 그것들을 전부 넘어섰을 땐 '사람은 초심 그대로는 있을 수 없어' 같은 느낌으로, 한 인간의 성장과 변화를 표현하는 이야기가 있다.


- 단순히 괴물 때려잡는 얘기가 아니다. 본인이 가장 괴물에 가까워지는 느낌.

 


[진행자 : 그렇게나 뒤틀려버리는 건가?]


- 노회해져 버리는거지. 우리들도 사춘기 때랑 비교해보면 꽤 더러운 어른이 되었잖나 (웃음)


- 그러니 고대 그리스인도 오디세우스를 비난하기도 한다. '저새끼 너무 치사해서 싫어'라던가. 사실은 고대 그리스에서도 영웅에 대한 캐릭터에 유행 기복이 있다.


- 예를 들어, 아킬레우스같이 마음대로 행동하고 호전적으로 '내가 간다!' 같은 말을 하며 울부짖는 타입은 클래식하고 좋지만 (기원전 4세기 경 고대 그리스의) 현대인이 보면 좀 부끄럽다. 감정을 그대로 뱉고 앞뒤 안가리고 전부 말로 하는 놈이란 건 '멋있지만 낡은 타입이구나'라고 생각되니까.


- 현대인이 카마쿠라의 무사라던가 전국무장을 봤을 때 '이리 오너라! 나아말로 OO다'하며 나노리(싸움 전 이름을 대는 것)하는 걸 보면, 멋있긴 한데 지금 하라고 하면 부끄럽겠네 싶지 않나.


- 고대 그리스인들도 똑같아서, 아킬레우스가 멋있긴 한데 마음 속까지 전부 말해버리는 건 좀 부끄럽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디세우스같이 스마트한 영웅이 좋다는 걸로 대비되어 아킬레우스 vs 오디세우스 누가 더 좋냐 같은 이야기를 하곤 했다.


- 아킬레우스 최애는 '오디세우스 저 새끼는 약아빠져서 글러먹었음'이라 하고, 오디세우스 최애는 '아니 아킬레우스 왤케 야만적이냐'라고 하며 고대부터 최애 전쟁을 벌였고, 그 일환으로 말려들어가서 오디세우스가 비난받았다.


- 오디세우스가 인기있을 땐 평화적인 시대였다. 무력이나 폭력으로 해결하는 것 보다 지적으로 스마트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쪽이 오디세우스가 잘 팔리는 시대.


- 아킬레우스가 추구된 때는 전쟁 중이다. 호전적이고 어그레시브하게 솔직히 전부 자신을 이야기하는 클래식한 타입의 영웅이니. 전쟁 상태에 있을 때 아킬레우스가 인기있었다.


- 이런 연구가 고대 그리스부터 있고, 그 후의 시대에도 있고, 세계사에서 꽤 중요한 위치에 있다. 2차 세계대전 때와 일리아스를 비교한다던가도 있다.


- 기원전 8세기, 서양에서 제일 오래된 서사시인 일리아스의 단계에서 '전쟁은 정말로 어리석은 것이다. 이런 것은 인류의 세계에서 없어졌으면 한다.' '그래도 상대를 때려 눕히고싶다는 분노는 감미롭고 마치 꿀처럼 내 마음 속에서 끓어오른다. 이것은 참을 수 없다'라고, 이미 아킬레우스의 심정을 토로하고 있었다.


- 이미 일리아스에 적혀있는 걸 우리들도 아직 하고 있다. 오디세이아, 그리고 아킬레우스의 이야기는 항상 시대와 함께하는 이야기다.

 

 

[진행자 : 보구 설정을 문장만 봐서는 이미지를 떠올리기 어려울 테니 한 번 보자]


- 종언의 대목마? 좀 신경쓰이는데. 우주적인 해석이 되어있는 것일 텐데.


- OK. 기대된다. 3천년 정도 동안 늘 나무였으니까.

 

 

(오디세우스 보구 영상)

 


[보구 인게임을 보며]

 

- 목마로 나가..?

 

- 변형하고 있는데요(웃음)

 

- 잠깐 ㅋㅋㅋㅋ (웃음)

 

- 목마로 어택하고 있는데요 (웃음)

 

- 원래는 조용히 움직이는 이야기였다 (웃음) 목마에 전사를 넣어서 숨죽이고 들어간 싸움이었는데, 지금 본 건 '일격에 끝내버리겠어' 란 느낌ㅋㅋ


- 살금살금이 아니라 일격에 끝장내는 느낌으로 빔을 쏘는 느낌이었다니 (웃음)


- 확실히, 오디세우스가 타고 출격한 부분 까진 맞네 (웃음)

 

- 고대 그리스인이 말하는 '목마에 오디세우스가 탑승해서'라는 문장하고 지금 이 '목마에 탑승한다!'며 완전히 로보트에 탑승하는 것의 차이가 (웃음)


- 그래도 뭐 하나 틀린건 없다. 오디세우스가 '타고', 목마로 '나갔'으니까.


- 3천년간 목마가 로봇으로 변형하는 것은 처음 봤다. 헤이세이 레이와는 재밌는 시대구나. 살아있어서 다행이다.

 


[페그오의 올림포스 신들에 대해]

 

- (12신이) 우주인이구나 하고 생각하며 들었었는데, 기계의 신이란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C3PO같이 인간형인가 아니면 R2D2 같은 모양인가?

 

 

[진행자 : 2가지 패턴이 있다. 트위터 등에서 본 제우스는 커뮤니케이션용 인간형 단말. 본체는 완전히 기계인 느낌이다.]


- 아 알겠다. 본체는 다이슨같이 생겼고, 기능은 있지만 딱히 인간형이진 않은 기계여서 C3PO같은 인간형 단말은 아닌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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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 인간형 단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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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 본체)

 


- 진짜 인간형이 아니네


- 미안. 페그오를 좀 얕봤었다.


- 사실 계속 인간형 기계라고 생각했었다. 영화 메트로폴리스같이 C3PO적인 외형을 가진 기계신이라고 생각했었다.


- 그래서 신=인간의 모습이라는 고대인의 선입견이 있었다. 이건 고대 그리스에서도 가장 중요한 가치관이었으니까, 그 노선 그대로 계속 이야기했어서 눈치채지 못했다.


- 이건 새롭네. 페그오가 이런저런걸 보여줬고 '아 이런 패턴인가'같이 생각하는게 있었는데 지금 이야기는 가장 새롭다. 그리스 문명은 신을 인간의 모습으로 하는것을 시작한 인간 중심의 사회니까 이게 가장 신선하다.


- 그 전까지는 '그냥 번개구나~' 하고, 자연 현상을 사람과 관계짓지 않고 의인화도 하지 않고 숭배해왔었다. 그걸 완전히 인간의 형태로 해서, 인간이 가진 분노의 감정을 이입해 번개가 치는 것은 제우스가 화나서 그렇다고 생각하는, 자연 형상의 의인화가 고대 문명의 가장 근본이었다.


- 인간과는 별개의 것, 즉 기계로 신을 표현한다는 건 한 바퀴 돌아서 원래 느낌대로 돌아왔다는 느낌.


- 고대 그리스인은 (자연 현상을) 한 번 전부 인간으로 번역해서 의인화를 통해 자연을 이해하려 했었는데, 그 전엔 원래 자연 그 자체를 숭배했었다. 3000년 정도 지나서 다시 인간 이외의 것으로 하는 것은 한 바퀴 돌았단 느낌.


- 어떤 의미론 태고적인 느낌. 굉장히 오래된 석기시대의 감각이 있다. 이것이 현대의 가장 최선단에 다시 보여지는 것에서 페그오가 정말 신선하구나 라고 생각했다.


- 미안하다. 완전 고대인의 감각이었다. 고대 그리스적으로 인간형인지 아닌지는 굉장히 중요하고 중대한 점이라.

 

 

 

 

 

 

아스클레피오스편

 

 

 

[아스클레피오스 일러스트 보고]

- 지팡이 중간에 한 번 굽은 부분이 있는 거에 1억점 준다. 원래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는 곧은 봉이 아니라 나뭇가지를 하나 꺾어서 그냥 가지고 다니는 거다.

 

- 지팡이에 뱀 한마리가 감겨있는 거랑 두 마리가 감겨있는 게 있는데, 한 마리가 감겨있는 게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 두 마리가 감겨있는 건 케뤼케이온이라고 하는데, '전령'이나 '연금술', '마술' 등을 의미하는 지팡이다. 두 마리가 감겨있는 거랑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를 많이들 혼동하는데 여기는 제대로 뱀이 한마리인게 대단하다.

 

- 그리고 전령의 지팡이는 왕의 대리임을 나타내는 물건이라서 왕홀처럼 봉이 금속으로 되어있고 끝에 둥그런 게 달려있다. 반면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는 그냥 나뭇가지에 뱀이 감겨있는 거다. 즉 왕권이 아니라 시민들의 생활 속에서 자연과 함께 치유해나가는 것이 고대 그리스 의사의 본질이다.

 

- 뱀 두 마리가 감겨있는 쪽이 멋있으니까 그 쪽을 쓰고싶은 기분은 이해하지만, 고대 그리스 기준으로 그 두 지팡이는 구급차와 택배차만큼이나 다르다.

권력과 관계 없이, 올림포스의 신들과 함께 있는 것보다 사람들 사이에서 의술을 펼치는 신화 속의 아스클레피오스의 포지션이 2천년 지난 현대에 여기서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에 감동하게 된다.

 

- 르네상스시대 언저리부터 곧은 봉에 끝에 둥그런 게 달리게 됐으니까 의술은 왕권에 가까운 것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굽은 지팡이로 표현된 건 원래의 아스클레피오스가 돌아온 것 같다.

 

- 고대 그리스에서 아스클레피오스는 대체로 허연 수염을 기른 할아버지이지만 가끔 아폴론의 아들 답게 젊은 미청년으로 그려질 때가 있다. 이 아스클레피오스는 그 연장선인 것 같다. 그런 점까지 아스클레피오스는 변한 게 없구나(웃음)

 

 

[게임에서 의술에 환장한 매드사이언티스트 라는 설명을 듣고]

 

- 원본 그대로의 성격이다. 원래 치료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는데, 수술 한다고 환자를 매달아버리기도 했다. 이 사람의 신역에 가면 '무슨무슨 병 환자를 이렇게 저렇게 치료했다' 라는 식의 차트 모음집 비석이 잔뜩 있는데, 그 중에 '매달린 남자'라는 이야기가 있다.

 

- 남자가 배가 아파서 신역을 찾아왔지만 죽는 한이 있어도 수술은 싫다고 했다. 그런데 아스클레피오스가 부하 의사들에게 '묶어서 매달아' 라고 했고, 부하들이 남자를 묶어서 문 앞에 매달자 아스클레피오스가 그대로 배를 갈라서 수술을 했다. 남자는 아프다고 비명을 지르다가 눈을 뜨고 '아, 다행이다. 꿈이었구나.' 했는데 바닥을 보니 피가 흥건했다는 이야기다.

 

- 그거 말고도 비석들을 보면 목이 잘린 사람의 목을 다시 꿰메어 붙여서 살렸다든가, 그런 매드사이언티스트 일화가 얼마든지 있다. 역시 '죽음을 극복하고 싶다' '모든 사람들을 신들과 대등한 행복에 도달하게 하고 싶다' 라는 게 아스클레피오스의 소망이었고, 고대 그리스인들의 소망이었다. 의술이 마법이나 다름없던 시절에 아스클레피오스는 최고의 의사라는 것이 어떠한 것인가 하는 모델 케이스를 의사들에게 제시했으니 인상 깊은 영웅이다.

 

 

[2스킬, 아폴론의 아이 라는 스킬명 보고]

 

- 난 신들 중에서 아폴론이 최애다. 그러니까 아스클레피오스는 최애의 아이다(웃음)

 

- 고대 그리스에서 신과 인간의 차이는 죽음 뿐이다. 모습도 감정도 다를 바 없지만 신은 죽지 않고 인간은 죽는다. 그런데 아스클레피오스는 의술의 신 아폴론의 힘을 이어받았지만 인간을 죽음으로부터 구하고 싶다는 인간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이 '죽음을 초월하고 싶다'는 소망이 아스클레피오스의 특성이고, 따라서 그는 신의 성질과 인간의 성질을 겸비한 최고의 의사다.

 

- 한편 아폴론은 신이니까 아스클레피오스보다 뛰어난 의사이지만 닥터 키리코(데즈카 오사무의 만화 '블랙잭'에 나오는 안락사 전문 의사) 타입이다. 아프다는 환자에게 '내가 죽여서 편하게 해주마' 하고 죽여버리는 타입이다. 신이라서 인간따위가 죽건말건 상관없으니 '편해지고 싶어' 라고 하면 죽여서 편하게 해줘버린다.

 

- 그에 비해서 아스클레피오스는 어떻게든 살릴려고 하는 블랙잭 타입이다. 그래서 인간 편에 서는 아스클레피오스의 신앙이 번성하게 되었고, 나중에는 아폴론 신앙이 아스클레피오스 신앙에 세력에서 밀리게 되어버렸다. 복잡한 관계다.

 

 

[캐릭터 상세를 읽고]

 

- 아스클레피오스는 의술에 대한 열의가 지나쳐서 인간과 신의 경계를 넘어버렸다. 인간에게서 죽음이 사라지는 건 세계의 법칙을 위반하는 것인데, 이것에 대해 제일 크게 항의를 한 것이 하데스다.

 

- 하데스가 '신인이 안들어오는데 이거 어떻게 된거냐. 제우스, 네 손자 때문에 명계의 인구가 줄고 있다. 어떻게 좀 해라' 해서 제우스가 신의 벼락으로 아스클레피오스를 죽였다. 그랬더니 이번엔 아폴론이 '아니 내 아들을 왜 죽여요!' 하고 항의를 해서 제우스가 명계에서 아스클레피오스의 영혼을 하늘로 올려서 뱀주인 자리 별자리로 만들었다.

 

 

[프로필1 문진표의 신장과 체중을 속이는 사람은 용서하지 않는다 라는 부분 읽고]

 

- 에피달로스에 있는 아스클레피오스 신역에 있는 차트 비석들 중에 비슷한 에피소드가 있다.

 

- 불임을 고칠려고 신역을 찾아온 여성이 있었다. 꿈에서 아스클레피오스를 만나서 '임신하고 싶다' 라고 하자 아스클레피오스가 '알았다. 임신하고 싶단 말이지. 깨어나면 임신할 수 있게 해주마' 라고 했고 꿈에서 깨어난 여성은 얼마 후에 실제로 임신을 했다. 여기까진 좋았는데, 5년이 지나도 출산을 하지 못했다.

 

- 그래서 여성이 다시 신역에 찾아가서 꿈을 꿨더니, 아스클레피오스가 나타나서 '어 왜 또 왔어? 내 의료에 뭔가 미스가 있었나?' 하고 물어왔다. 여성이 '저기, 5년이나 출산을 못하고 있는데요' 라고 하자 아스클레피오스는 '응? 뭔 소리야. 너 저번에 임신하고 싶다며. 출산하고 싶단 말은 한 마디도 안했잖아. 난 문진표 대로 치료를 하니까 그런거 말을 똑바로 했어야지. 그래서 뭐냐, 출산이 하고 싶은 거냐?' 라고 물어와서 여성이 그렇다고 하자 '알았다. 그렇게 해주마' 라고 대답했고, 여성이 꿈에서 깨어나자 금방 진통이 와서 출산을 했다고 한다.

 

- 의사에게 문진을 할 때는 정확하게 말해야 한다는 건데, 이걸 보니 아스클레피오스는 변한 게 없구나(웃음). 체중 3킬로쯤 속였다간 '그 3킬로그램이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지 아느냐' 라고 한 소리 들을 것 같다(웃음)

 

- 흔히 '의사에겐 정확하게 말해야 한다' 라고들 하는데, 에피달로스의 아스클레피오스 신역에서 비석에 적힌 걸 읽으니 2300년이나 옛날부터 지금까지 문진은 중요하구나 하고 느꼈다.

 

 

[프로필2 아스클레피오스의 어머니가 죽은 이야기 읽고]

 

- 아폴론의 연인이었던 어머니 코로니스는 바람을 피다가 까마귀의 고발로 아폴론에게 들켜서 죽었는데, 여기 괄호 안에 '까마귀의 거짓말이었다는 이야기도 있다'는 부분은 일본의 독자적인 해석일거다.

 

- 원래 그리스 신화에서는 코로니스가 바람을 핀다는 사실을 까마귀가 아폴론에게 고발하자 아폴론은 코로니스를 쏘아죽이고 까마귀에게도 벌을 줬다. 까마귀가 무슨 죄가 있나 싶지만, 쓸데없는 소릴 했다는 벌로 하얗던 까마귀를 검게 만들었다.

 

- 그래서, 까마귀가 거짓말을 했다는 버전은 까마귀가 벌을 받을 이유를 생각해서 추가된 것 같은데, 고대 그리스 신화에는 없는 내용이고 외국인들은 말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일본에서는 메이저한 거 보면 옛날 일본 작가의 동인 창작일 것이다.

 

- 신화는 이렇게 재해석이 추가되면서 퍼져나가는 법이다. 원본 대로라면 다른 간부가 횡령을 한다고 사장님한테 보고 했더니 사장님한테 '이 수다쟁이놈!' 하고 야단 맞고 좌천 당하는 격이니까, 현대인의 시각으론 아폴론이 이상하잖나. 현대인이 무엇을 합리적이라고 여기는가에 따라 변해가는 것.

 

 

[진행자 : 그리스 신들은 어느 포인트에서 급발진할지 모르니까 좀 무섭다]

 

- 맞다. 급발진 한다. 이 이야기만 해도 기원전 5세기경 핀달로스라는 사람이 쓴 이야기를 보면, 아폴론은 우선 코로니스의 바람 상대인 남자를 쏘아죽였다. 그리고 같이 온 쌍둥이 아르테미스가 '내 동생을 두고 바람을 펴?' 하고 코로니스를 쏘아죽이는데, 이 때 근처에 있던 그 동네 사람들을 다 쏘아죽여 버린다. 관계도 없는데(웃음)

 

- 그래놓고 아폴론이랑 아르테미스는 '후- 뿌듯하다' 하는 식이고(웃음) 핀달로스가 쓴 걸 보면 마무리도 '보았느냐 인간들아. 신들에게 반항하면 이렇게 된다. 명심하도록' 이란 느낌으로 끝난다.

 

 

[아폴론이 코로니스를 죽인 걸 후회해서 뱃속에서 아스클레피오스를 꺼내 케이론에게 맡겼다는 문장을 읽고]

 

- 이건 기원전 1세기 로마의 오비디우스가 쓴 신화일거다. 아까 기원전 5세기 버전에서 신들이 동네 사람들 다 죽여놓고 '아 뿌듯하다~' 하던 이야기가 기원전 1세기 로마까지만 와도 벌써 '얘들 이거 뭐냐' 하게 된거다(웃음)

 

- 이 오비디우스는 고대 로마의 벽서클 대형 동인작가인데, 우리가 아는 고대 그리스 신화는 대부분이 이 오비디우스 버전이다. 여기선 아폴론이 코로니스의 외도를 알았을 때 월계관과 활을 손에서 떨어뜨릴 정도로 놀랐고 쏘아 죽인 뒤에는 굉장히 후회하면서 코로니스를 쏜 자신의 손도 활도, 그리고 이 사실을 알려준 까마귀도 모두 원망스러워 한다.

 

- 이 편이 '아~ 일 잘 했다' 하는 것보다 훨씬 인상깊고 설득력 있잖나. 그래서 2000년이 지난 지금도 이 오비디우스의 동인판이 부동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인 입장에서는 '그건 로마의 동인지인데' 싶겠지만.

 

 

[보구 설명을 보고]

 

- 신의 힘을 빌리지 않고 순수하게 인간의 힘만으로 완전한 소생약을 만들기 위해서 연구중인 거구나. 설정에 현대적인 각색은 들어가있지만 본질적으론 변하지 않았네.

 

- 아스클레피오스는 아마 어머니를 가장 구하고 싶었을 것이다. 고대 그리스에선 드물게 여성의 의료에도 관련되어 있는 신이다. 당시는 남성 중심 사회여서 여성이 의술에 접할 기회도 적었고 남성 의사에게 몸을 보이기 싫었던 것도 있어서 여성은 의료를 접하기 힘들었다. 그런 중에 아까 불임 얘기도 있었지만 아스클레피오스의 신역에선 여성의 치료도 했기 때문에 인기가 높았다.

 

- 오는 자는 모두 환자로 봤는데, 인간이 아니라 깨진 항아리까지 환자로 봤다. 그것도 비석에 쓰여있다(웃음)

 

- 하지만 돈은 반드시 지불해야 한다. 이 부분은 철저했다. 특히 가난하지도 않으면서 먹튀한 사람은 성역을 나가면 오히려 병이 더 나빠졌다고 한다. 돈은 중요하다는 점까지 블랙잭같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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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 본인이 직접 그려 올린 트윗)

 

이후 아스클레피오스는 저 연구자의 최애캐가 됐다고 함

7개의 댓글

12 일 전

그림도 잘 그리네 ㄷㄷ

0
12 일 전

완벽히 이해했어

0
12 일 전

재밌는 분이시네

0
12 일 전

한중일특: 엘리트가 게임이랑 만화를 좋아하면 그림도 잘 그림

0
12 일 전

오디세우스가 가슴팍을 열고 다니는 것도 고증인가요

0
12 일 전
@Gintama

파이즈리구멍입니다

0
12 일 전

몇백년 뒤 학자들은 패그오 같은걸로 21세기에 고대 신화는 어떻게 받아들여졌는가를 주제로 논뮨같은거 쓰겠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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