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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시간을 보내는 중

aff8445b 29 일 전 300

글 몹시 길고 우울한 똥글임

 

평소에 은인으로 생각하고 따르던 직장상사한테 고백받았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결혼하신 분이고 나는 이 사람 결혼식과 돌잔치도 참여, 최근에는 여행 후 배우자 분의 선물까지 챙겨드렸다.

당연히 미친놈이냐며 꺼지라고 했다. 그래도 몇 년을 함께 지낸 바가 있으니 일말의 정을 가지고 어디 알리거나 하지는 않았어. 그리고 배우자 분도 이걸 알면 얼마나 상처이겠나 싶었고, 그냥 내가 묻으면 끝이다 생각했다.

 

그런데 그 사람에게 내가 이런 식으로 행동할 줄 알았다는 말과, 미안하니까 기프티콘이라도 받을래? 하는 카톡을 보고 확 현타가 오더라. 대체 나를 무엇으로 생각했기에 이런 소릴 하나 싶어서, 내가 얼마나 하찮은 인간으로 보였기이 이런 망발을 하는가 해서. 방에 혼자 앉아 질질 짰다. 평소 우울증과 불안장애, 수면장애로 먹는 약이 있는데(생각이 나 덧붙인다. 내가 이런 병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그 사람도 알고 있었다), 그걸 먹으면 자니까. 와르르 먹으면 더 오래 깨어나지 않아도 될 텐데 하는 위험한 생각이 들어서 당장 친구한테 연락했다. 다행히 그 날을 넘길 수 있었음. 그리고 고민 끝에 다른 상사에게 이를 일렸고, 곧 본사 쪽에도 이야기가 들어가게 되었다.

 

그 후로는 상담, 진술서 작성, 또 상담. 그 사람은 멀지는 않은 지점으로 이동 배치되었다. 그리고 이게 끝. 내게 강압적으로 군 게 아니라서 처벌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구나, 하고 그냥 납득했다. 법적으로 그렇다는데 내가 뭘 어쩌겠나 싶어서. 그래도 이동 배치 상태는 유지된다니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다 했다.

 

이후 그 사람이 떠난 빈 자리를 채울 직원을 모집한다고 했다. 나는 이슈가 많은 인물이니 당연히 뽑히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신고에 도움을 주었던 상사 분이 그래도 넣어봤으면 좋겠다고 설득하셨다. 20대부터 30대가 되기까지 오래 일해서 경력도 많지 않느냐고. 믿져야 본전이다, 그래도 해봐라. 하셨다. 어떻게 서류를 보내보긴 했다. 결괴는 당연히 탈락. 서류는 그냥 붙여주기로 유명한데. 그리고 그 자리를 채운 것은 윗사람들 바로 아래서 일하던, 웬 뜬금없는 사람이었다. 허허.. 싶었지만, 그럴 수 있다고 여겼다. 나는 기대하는 게 죄스러운 일이었고, 이건 회사의 일이었으므로.

 

그리고 그 사람이 온 뒤로 고작 몇 주, 적지 않은 것들이 바뀌었다. 나는 여기서 일을 하다 조금 다쳤다. 질환 쪽에 속하는 거라 산재도 되지 않는 영역이다. 그 덕에 원래 꿈꾸고 있던 공부는 포기하게 되었고, 우울증은 심해졌으며 자신감은 모두 깎여나갔다. 할 줄 아는 것도 자격증도 하나 없이 다친 채로 나이만 먹었다. 이런 사정을 다들 알고 있었기에 업무 분장이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달랐다. 그렇다고 해서 내 일에 게을렀던 건 아니었고, 다른 직원들이 하려 하지 않는 일은 말하지 않아도 내가 전부 했다. 이렇게라도 해야 내가 여기 있는 이유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하지만 새로 뽑힌 상사는 그걸 마음에 들지 않아했다(내가 바쁘게 다른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라고 '심심하면 이 일도 해보실래요?'라는 말을 했었다). 갑작스레 더 위쪽에서 말이 내려왔다. 이제부터는 모두 공평하게 일하라고. 갑자기, 몇 년만에 그랬다. 여태까진 아무 말도 없다가. 신고에 도움을 주었던, 나와 오랜 시간을 함께했던 다른 상사는 미안함을 표하며 이걸 전달해주었다.

 

또 참으로 재밌는 것은 다른 직원의 갑작스레 바뀐 태도이다. 새 상사가 와서 업무 분장을 조정하자 '나는 xx씨(나) 원래 마음에 안 들었어' 하며 내게 인사도 하기 싫어하거나 내가 말을 하면 자리를 떠나기도 하고 등을 돌리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내가 일을 적게 하는 것 같아서 싫다고 했다. 힘든 일은 자기가,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다 하지 않느나고 했다. 이 사람과 나는 근무시간이 30분 밖에 겹치지 않는다.. 하지만 정치력은 그 이상인 거겠지.. 하하, 이제 내가 끈 떨어진 연 같은 걸로 보이는지 태도가 확 바뀌었다. 다른 사람들은 내가 하는 일을 하지 않으므로 어떤 식의 일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리라 생각해서 이런 뒷말이 나올 수 있다는 걸 이해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타인의 등 돌린 모습을 눈 앞에서 보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마음이 힘들어 퇴사를 하려니 서비스업 물경력, 나이는 30대고 가진 자격증은 없으며 별 대단치도 못한 대학 졸업장과 사회공포증만 있다.

 

예전에 고민 판에 글을 올린 적이 있다. 무기력한 내게 다들 그래도 조그마한 행동이라도 해봤으면 좋겠다며 마음을 울리는 조언들을 해주었다. 그에 힘을 얻어 컴활 2급이라도 따야지(소소한가?) 수험장에 갔다. 필기 시험을 치고 나오던 도중 공황을 겪었고, 다행히 합격은 했으나 실기 시험은 치러 갈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최근 새로운 루틴을 만들고 치료 의지가 생기고 있던 터라 1년 반만에! 실기에 응시하게 되었는데, 전술했던 사건의 한가운데서 시험을 치르게 되었다. 탈락입니다. 굉장했다. 문득 나는 『지하생활자의 수기』 주인공과 같다고 느꼈다. '그래도 머리는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한심한 허영일 뿐이고 실제론 한심이일 뿐인', 필체는 쓸데없이 문학체이며 세상에 대한 원망과 두려움 속에서 책읽는 것 말곤 하고 싶은 것도 위로가 되는 것도 없는 그런... 그리고 결국엔 지하라는 나만의 세상 속에서 나오지 않는..... 

 

이것들이 전부 고작 한 달 안이 있었던 일이다. 정신적으로 조금 나아지려나 싶었더니 갑자기 훅하고 터졌다. 답답해서 본 사주에는 만으로 30대가 되어야 그나마 풀릴 사람이라고 한다. 이번해 생일이 지나면 딱 만 서른이다. 물론 나 스스로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뭐가 되고 뭐가 풀리겠냐 싶다. 그리고 하고 싶은 거나 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일은 없다. 평생을 이런 마음으로 살았는데 갑자기 그렇게 변하겠냐 싶고 그냥 부정적인 생각들이 온몸을 꽉 채운 것 같다.

 

그래서 고민이 뭐냐면...

그냥 이걸 어디다가 말하고 싶어서 올렸다..

친구는 한 명인데 자꾸 한탄하기 미안하고 어디다 말할 곳은 없고 스스로 너무 답답해서.. 마음을 좀 털어놓고 싶었다

일기는 익게에 써야 한다지만... 뭔가 주제가 아닌 것 같아서...

긴 넋두리였다

다 읽은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고맙고 미안하다. 이런 인생도 있거니 해주라.

출근한다..

 

6개의 댓글

3c91da27
29 일 전

흠...이직해야될거 같은데

0
40bd3da6
29 일 전

컴활 실기 합격률 원래 좀 낮은편임

그래서 시험 치기 전에 4일 간격으로 두번잡는거야

개붕이가 특별히 바보같은게 아니라

0
66a9da6e
29 일 전

개붕아 힘내

0
3b98bf50
29 일 전

어휴 고생많네

자존감깍아내리는 회사를 어서 벗어나 좋은곳으로 가길 바란다

0
fcfdd17e
29 일 전

꼭 힘내라

0
b7574424
29 일 전

너는 잘못한게 없다

남들이 병신같은 짓을 한걸 너의 탓으로 돌리지 마라

나도 우울증 약 오래 복용했었다.

정신과 상담은 도움이 된다. 약의 도움도 고려해보자. 기록같은거 남는것도 아니다.

다시한번 얘기하자면 남들이 나한테 해를 끼친 병신같은 짓은 너가 병신이라 그런 것이 아니다.

그 새끼들이 병신인걸 너가 대신 고통받지 마라

너는 소중한 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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