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작년 8월에 페트로브라스 투자에 대해 주의를 환기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2주 사이에 주가가 15% 가까이 빠진건 기존 보유자든 신규진입이든 뼈아픈 현실이라고 생각함. 저도 쥐좆시드지만 2주 사이에 자산규모가 10% 가까이 빠져서 머리;털은 물론 꽈추;털도 같이 빠지는 느낌임.

아무리 개미가 지랄해봐야 시장이 당장 아니라고 하면 아닌거고 맞다고 하면 맞는 것이라 각자가 판단을 잘 해야 할 듯.

일단 들리는 이야기로는 이사회에서 특별배당금 논의할 때 룰라 측 이사들이 반대를 했고 프라테스(Jean Paul Prates) CEO가 기권을 해서 5:4로 지급이 무산되었다고 함. 프라테스는 룰라와 마찬가지로 브라질 노동자당 소속 정치인이었고 룰라가 페트로브라스 CEO에 임명하기 전까지 브라질 연방 상원의원이었음. (원래도 에너지 쪽에서 일했던 사람으로 알고 있음) 이 사람 임기가 23년 1월부터인데 이후 페트로브라스의 정책과 성과를 봤을 때 회사운영을 개판치는 사람은 아님. 오히려 유능하다면 유능한 편일지도. 다만 위 이사회 뉴스와 연관지었을 때 이게 룰라와의 갈등을 암시하는건지 뭔지 그건 모르겠음.

암튼 투자에 있어 한 가지 생각해볼 점은 페트로브라스라는 기업이 브라질에서 가지는 위상임.

페트로브라스는 브라질 시총 1위 기업으로 2위를 다투는 이타우(은행)나 발레(광물) 모두 시총은 페트로브라스의 2/3 수준 밖에 안됨. 간단하게 말하면 한국에서 삼성전자의 위상이 브라질에서는 페트로브라스임. 또 시총 순위권에 있는 기업들이 대부분 금융업/원자재 기업들이기 때문에 갑자기 다른 기업이 페트로브라스를 대체하기도 사실상 불가능함. 그런데 그러한 기업이 국영기업이라서 행정부의 영향령이 매우 강함. 다시 말해 브라질 내 우파든 좌파든 모든 정치인들에게 있어 페트로브라스는 정치싸움의 대상인 동시에 꿀통이고 행정부의 평가기준 중 하나가 될 수 밖에 없음. 석유기업답게 뒷구녕으로 엮인 이권도 많고 주식도 브라질의 기관이든 개인이든, 해외자본이든 누구든 수많은 사람들이 보유 중인 기업이기 때문. 당장 룰라가 감방갔던 스캔들이 페트로브라스를 중심으로 엮인 뇌물 및 비자금 사건이었음.

결국 정부 정책에 따라 회사가 어느정도 부침은 있겠지만 제정신인 정치인은 페트로브라스를 조질 수 없음. 페트로브라스가 경영이나 성과는 물론이고 주가차원에서도 부진하다는 소리는 브라질 경제와 증시가 부진하다는 소리고 동시에 본인을 지지하는 정치세력들과 일반 시민들의 이익도 망가뜨린다는 소리 밖에 안됨. 그리고 이는 정적들에게 좋은 먹잇감을 주는 일에 불과함. 실제로 이번 페트로브라스 폭락은 브라질 증시를 장중 2% 가까이 끌어내렸었고 당장 트위터에서 브라질 우파들은 공산주의자들이 브라질 경제 망친다고 울부짖는 중임. 룰라가 미친놈일 수도 있지 않느냐 하지만 우리는 이미 룰라 1기를 경험했음. 룰라는 남미 좌파계열에서도 온건한 편에 속하는데다가 노련, 노회한 정치인이고 본인 1기 때 브라질 경제와 증시 호황으로 커다란 정치적 이익을 누려봤던 사람임. 지금같이 브라질 내 좌우갈등이 여전히 심한 상황에서 브라질 시총 1위 기업을 폭락시키고 증시 흐름을 망가뜨린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충분히 알 사람임. 또 본인이 원하는 정책의 지속적인 자금수혈과 정권재창출을 위해서도 페트로브라스가 꾸준히 잘나가야할 필요가 있음. 

그리고 나는 룰라는 충분히 상식적 범주에 속하는 정치인이라고 생각함. (치매가 아닌 이상)

결론은 특별배당 무산 관련 시장반응과 별개로 룰라와 집권여당이 페트로브라스를 개판쳐놓을 것이라는 견해는 좀 아니라는 것이 내 생각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