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하늘 선행보상부 수호천사 김한나

밤이 어느새 스르륵 곁에 머무르면 그때를 떠오르곤 한다. 너를 처음 만났던 날 유난히도 짙은 밤이 자욱했던 그때를 
 
내가 알바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너를 보았다. 주저앉아서 나를 멀뚱히 쳐다보는 너를 보고 나는 깜짝 놀라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런 나를 보고 목적이라도 달성했다는 듯이 엉덩이를 훌훌 털고 일어나 나한테 손을 뻗으며 말했다.
 
"김상욱 맞지? 나는 김한나야"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잠시 띄웠다가 앞에 놓인 손을 무시하고 일어났다. 내 이름을 어떻게 아나 싶어 기억 속을 잠깐 뒤져봐도 전혀 안면이 없는 사이였다.
 
제가 김상욱은 맞는데요 그쪽은 누구세요? 전 당신 모르는데 아니 그전에 늦은 밤에 그런 식으로 사람 놀래면 됩..
 
그녀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뭐가 재밌는지 얼굴에 웃음꽃이 핀 채 말꼬리를 낚아챘다.
 
"나는 너 앞으로 15일간 보좌할 서포터? 비슷한 거야! 참고로 이상한 사람 아니고 그동안 너의 선행에 하늘이 감동해서 준 선물이니깐 복권 당첨됐다고 생각해"
 
나는 순간 죄책감이 들었다. 분명 어딘가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고 내가 귀찮아서 유니폼을 입은 채 퇴근 중이라는 걸 깜빡한 거다. 
 
죄송해요 근데 제가 오늘은 진짜 피곤해서 집에 가야 하거든요 근처에 도와드릴 분 없으면 제가 집이나 보호자분께 연락드릴 수 있어요
 
그러자 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이해했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치 일반인인 김상욱 너는 내가 이상하겠구나 그럼 정식으로 소개할게 나는 수호천사 선행보상부 3팀 막내 김한나야! 지난 5일 전에 혹시 아이에게 부모를 찾아 준 적이 있지?"
 
방글방글 웃으며 말하는 한나라는 사람을 보고 이제는 무서워졌다. 분명 출근하는 길에 우는 아이를 버거 한참을 같이 돌아다니다 아이의 엄마에게 찾아 준 적이 있었는데 이걸 알 정도면 뭔가 싶었다.
 
뭐 새로 기업에서 시작한 마케팅인가 싶기도 했다. 대기업에서 의인상을 주고도 하니깐 그럼 돈이라도 차라리 주지 뭔 15일 동안 도와주겠냐는 둥 그런 터무니없는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앞에 서 있는 김한나 씨 복장을 보니 정장 차림에 들고 있는 서류 가방을 보니 내 생각이 맞나 싶기도 했다.
 
어디서 촬영 중인 거예요? 아니 그전에 뭐 연락을 주시고 그러셔야죠 아무리 상을 주신다고 하지만 이런 식으로 불쑥 나 타셔서 사람 놀래고 그러면 안 되죠
장난치지 마시고 어디 회사 소속이세요?
 
그러자 아직도 사태 파악이 안됐는지 싱글벙글 웃으면서 김한나 씨는 대답했다.
 
"나? 나는 하늘에서 왔다니깐? 상욱이 너 세계로 치면 음... 천국? 거기서 왔다고 하면 되나?"
 
이제 어이가 없었다. 천국에서 왔다면 이 사람이 천사일 텐데 뭐 머리 위에 링도 없고 겉으로 보기엔 대학 다닐 때 과에서귀엽다고 생각한 지은이랑 비슷해 보인 외모였다.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보니 어느새 12시를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 내일 오픈을 하기 위해선 이런 데에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었다.
 
장난치시지 마시고요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 귀찮게 하시면 도와주시려는 마음은 감사합니다만 경찰 부를 거예요
 
"아니 아니! 그럼 일단 소원 하나만 말하고 가! 하루 하나 원하는 걸 들어줘야 내 업무가 끝나!!"
 
집으로 가는 데 계속 귀찮게 쫓아왔다. 이런 일에 바쁜 신 분들의 공권력을 사용하기 싫었는데 이대로 가다간 집까지 쫓아올 기세여서 무서워졌다.
 
뭐 이 사람은 무서워 보이긴커녕 퍽 귀여워 보였지만 혹시 뭐 사이비교 같은 이상한 단체라면 내가 사는 곳을 들켜선 안되는 거 아닌가 계속 거리를 유지하며 쫓아오면서 소원 하나만 말해봐 빨리 나 초과근무하기 싫어 진짜!라고 시끄럽게 하는 저 사람을 떼어 놓고 싶었다.
 
 
역시 경찰분들은 빠르셨다. 집에 거의 다 도착하기 전에 신고를 해 귀찮게 하는 이 여자를 무시하며 기다리기 10분도 안돼 저 멀리 오는 경찰차가 보였다.
 
차에서 경찰 두 분이 내리셨는데 한 분은 사수로 보이는 중년의 경찰분과 내 또래로 보이는 여경분이셨다.
 
"예 신고하신 분이시죠. 그 계속 귀찮게 하신다는 여성분은 어디 계실까요? 이제 가신 건가요?"
 
사수 경찰이 말했다. 근데 경찰을 멀뚱멀뚱 쳐다보는 김한나 씨는 어디 안 가고 내 옆에 있었다.
 
예? 여기 옆에 이 사람이에요 뭔 자기가 천사라는 둥 이상한 소리만 한다니깐요
 
그러자 사수 경찰은 부사수를 보며 이상한 표정을 짓고는 다시 시선을 돌리며 나에게 다시 말했다.
 
"선생님 지금 혼자 계시잖아요.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장난 전화 거시고 그러시면 안 돼요. 저희 바쁩니다"
 
장난기 없는 진지한 표정이라 나는 내가 이상한 건가 싶어 옆을 보고 다시 경찰을 봐도 분명 내 옆에 김한나 씨는 있었다.
 
아니 안 보이세요? 여기 옆에 있잖아요 정장 입고 키는 한 160도 안 돼 보이는 여자애요
 
그러자 김한나 씨는 아니거든 161이거든 하면서 나한테 딴죽을 걸었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선생님 지금 여기 선생님 혼자 계세요. 혹시 보호자 연락처 없습니까? 이상하신 분은 아니신 거 같은데 헛것을 본거 아니십니까?"
 
"앗 선배님 이분 그분이에요! 얼마 전 미아 아동 찾아 주신 그분!"
 
사수 경찰이 귀찮다는 표정으로 한 말이 끝나게 옆에 있던 부사수가 아 맞다 하며 말했다.
 
아이를 찾아주고 이틀 뒤 경찰서에서 뭐 상을 주겠다며 연락이 와서 가보니 기자며 플래카드를 걸어 놔서 질색한 적이 있었다.
 
세상에 관심받는 걸 원하지 않는 성격이라 인터뷰는 한사코 거절했지만 상장을 괜찮다 싶어 받아 왔는데 그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경찰분이셨나 보다
 
"아 그러네 선생님 복장을 보니깐 퇴근길이신 거 같은데 많이 피곤하신가 봅니다. 혹시 태워서 댁까지 모셔다드릴까요? 저도 가끔 피곤하면 헛것이 보이고 그래요 허허"
 
사수 경찰은 갑자기 태도가 공손해지며 나한테 말했다. 그러자 한나 씨는 이해됐다는 듯 나한테 귓속말로 아 나 너한테만 보여 이렇게 말했다. 그마저도 내가 소스라치며 떨어지라고 했지만 말이다.
 
일단 경찰분들은 도움이 안 되는 거 같아 90도로 인사하며 실례했다고 집이 근처라 괜찮다며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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