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개봉 앞두고 아는 친한 동생이 그러데요. 

  "그 영화 감독 필모그래피 보니까, 건달들 나오는 영화 주로 찍고 그러던데, 군사반란 사태를 너무 가볍게 극화하는거 아닌지 걱정된다."

  듣고보니 일리있는 걱정이다 싶어서 걱정하긴 했습니다만, 워낙 평단의 반응이 호평일색이라 오늘 밤에 싸게 한번 보고 나오는 길입니다.

  스토리는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상업영화다운 적당한 각색이 들어간, 그리고 뻔해보이는 스토리를 좋은 연기와 연출로 보완하는 수준입니다만, 얼핏 쉬워보이는 이야기같아도 이게 잘 안되는 영화들 참 많습니다. 감독이 그 간단하지만 어려운걸 꽤 잘 해냈습니다.

  앞서 적었던 감독의 그런 필모그래피가 오히려 그런 각색과 연출간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군 내 사조직이라는 조직의 생태를, 그 구성원들의 대가리에 들어있는 그 사상을 너무나도 설득력있고 적나라하며 공감되게 보여줍니다.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 낭만의 갱스터들은 영화에서나 나오는 치들이고, 그들의 민낯이 어떤지 다들 잘 아실겁니다. 뭉쳐다니며 서로가 서로를 형님, 아우로 챙겨주고 세를 과시하는 이유가 뭡니까. 그렇게 했을때 각자의 앞에 떨어지는 '이권'이 있기 때문이죠. 

  그 떡고물 챙겨먹겠다고 희희낙락해서, 최소한의 직업윤리마저도 내팽개친 극한의 실리주의자들. 정상적인 군 조직이 아닌 조폭을 방불케 하는 군 내 사조직 하나회의 성격을 아주 설득력있게 해석해서 극화했더군요.

  그런 점에서 개인적으로 특히 주목한 조연은 박해준 배우께서 연기하신 노태우 캐릭터였습니다. 작중에서는 6.25때 9사단 사단마크 비슷한걸 달고 노태건이라는 이름으로 나오는데, 가명을 쓴게 아쉬울 정도로 노태우 그 자체입니다.

  실제 노태우라는 인물의 12.12사태 당시 행적을 돌아보면, 사태 초기에는 병력 동원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나름 온건한 입장에 가까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상당히 초기에 휘하 실병력을, 그것도 전방을 담당하던 9사단의 병력을 서울로 진격시키는 초강수를 두면서 5공의 2인자 자리를 굳히게 되는데요.

  이런 역사적 사실에다가 앞서 말한 그런 하나회 멤버다운 정신상태, 그리고 '보스'의 동기이자 친구와 따까리를 오락가락하는 가까운 사이였다는 점이 엮여서 너무나도 그럴듯한 캐릭터성을 보여줍니다. 

  속으로는 일이 생각처럼 안 풀려 후달리지만 겉으로는 큰소리 뻥뻥 치고 다니는 양아치 무리들, 최소한의 직업윤리는 지키고자 했던 소신있는 장병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눈치를 보며 보신을 챙기던 대다수들. 

  그런 이들이 보여줄것 같은 모습을 그럴듯하고 긴장감있게 연출한 감독과 스태프들, 배우들의 열연까지. 손익분기점 못 넘으면 너무 억울해할 것 같은 잘 만든 상업영화입니다.

  P.S : 엔딩크레딧 선곡이 매우 훌륭합니다. 저절로 따라부르게 되는, 그래서 엔딩크레딧 끝날때까지 일어날수가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