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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30일 후기

큰 스토리는

이혼 앞두고 30일 조정기간 중이던 부부가

교통사고로 동시에 기억상실증에 걸리면서

잊고 지내던 서로에 대한 마음을 재확인해가는 이야기임

 

 

 

1. 너무 진부한 소재+뻔한 전개

이혼, 기억상실, 사랑의 재확인이라는 뻔한 요소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가다보니 관객들은 이미 해피엔딩을 예상하며 보게됨

제작진도 뻔한 전개를 뻔하지 않게 진행하려고 군데군데 애쓴 흔적은 보임

하지만 그 노력들은 중간에 한번씩 비트는 변주일 뿐, 결국 큰 흐름에 영향은 없고, 그냥 한번 반짝하고 지나가는 조미료에 불과함

게다가 뻔하지 않으려 넣은 그 변주들도 몇몇 장면을 빼면 방식이 뻔하고, 오히려 비슷한 식이 반복되다보니 후반부엔 관객도 학습이 돼서 이쯤에서 비틀겠지~ 충분히 예상할 정도로 타이밍도 뻔해짐

제작진조차 이건 아니다 싶었는지 자꾸 영화같은 일/드라마 속 이야기/뻔한 클리쉐라는 단어를 등장인물이 대사로 치는데 명량 호로새끼 언급 마냥 그때마다 몰입도를 확 깨버림

수시로 제3의 벽을 넘어 관객을 설득하려 들지만 빈약함만 드러냄

 

 

2. 언어의 실패

닥쳐, 개새끼, 존나, 빡침 같은 현실 언어를 쓰다가도 어느새 진중한 영화 언어를 쓰다가 다시 "입뺀이 뭩지 알아?" 같은 쌈마이 말장난을 치다가 "모기같은 존재죠. 존재의 이유를 모르겠는" 같은 작가가 정제해낸 어설픈 언어를 섞어쓰는데 이게 참 두서없고 혼란함

배우들의 딕션은 좋아서 귀에 매우 잘 꽂힘

문제는 한국 작가들 특유의 인싸처럼 보이려는, 동네 양아치 마냥 허세부리며 늘어놓는 깊이 없는 언어들과 해외에서 먹히지도 않을 말장난, 그리고 두 시간의 상영시간은 말장난으로만 채우기엔 너무 길다는 거임

때로는 침묵이 금인데 한국 작가들은 센스 "있어보이는" 대사 못 만들면 죽는 병에 걸렸는지 더 많은 대사 못 넣어서 안달났음

남의 아들 장난감 밟아서 망가뜨리곤 슬며시 가구 밑에 밀어넣는 토르나 꼬마가 평소하던 말버릇 따라하면서 "우린 한 팀이잖아요~"라며 비아냥 대는 아이언맨처럼 긴 말 없이도 충분히 관객 웃길 수 있는데 30일의 깊이없는 즉발대사들의 향연은 한두번은 몰라도 점점 관객을 지치게 함

우다다 쏟아내면서 하나만 걸려라 식의 말장난+슬랩스틱+오버하는 스킨십 묘사+양아치 말투는 연령대 구분없이 비호감 요소임

2023년 영화면서 섹드립/화장실개그/음식뱉기/먹고토하고/꽐라/나이트클럽 같은 쌍팔년도 문화를 담아낸 것도 부정적 요소, 그 수위가 과거 한국 영화들보다 좀 약해진건 그나마 긍정적 요소임

 

 

3. 인물과 텐션의 낭비

이것도 한국 영화 고질병으로 주인공들에게만 포커싱해서 주변인들을 병풍 만들어버림

정열, 나라의 친구들은 죄다 병풍이고 캐릭터성도 제대로 확립이 안됐고 인싸병 걸린 대사들만 뱉어댐

의사선생님은 그냥 힘빼고 텐션 내리고 설명충으로만 나와도 충분함

엄마도 웃기려 들고, 장모도 웃기려 들고, 장인도 웃기려 들고 죄다 의도적으로 웃기려 하니 무게를 잡아줄 사람이 없음. 그나마 장모님만 상식 수준...이지만 마지막엔 반복충

청소아저씨는 정열 뿐 아니라 관객들도 벙찌게 만듬. 웃기는게 아니고 그냥 벙찌게 만듬

동생 캐릭터도 그냥 "자매=치고받는 사이"라는 점만 부각시키려 해서 생각도 없고 속도 없고 막말만 지껄이는 인간언저리 무엇임

물론 영화가 전체적으로 뮤지컬처럼 과장되고 힘이 넘침. 그게 나쁜건 아님. 문제는 완급조절임

텐션이 기승전결, 약중강중도 아니고 강약강약도 아니고 처음 30분 동안 강강강 하다가 중반엔 중약중약 그후론 학습효과와 의미없는 서사들 때문에 약약중약임

언어와도 일맥상통이지만, 개그욕심으로 이거저거 계속 던지기보담 힘 뺴서 방심시키다가 훅 들어오는 한방이 더 웃긴거임

 

 

4. 감동의 부재

신파가 없는 점은 긍정적 요소임

하지만 영화라는게 메시지가 넘쳐나거나 강제주입하려 드는 것도 문제지만, 메시지가 아예 없거나 너무 얕은 것도 문제라고 보는데

30일의 경우 메시지가 없다시피 하다는게 문제임

기억상실 로코 영화인 첫키스만 50번째의 경우, 관객들 모두 해피엔딩 로코인걸 알기에 어떻게(HOW) 사랑을 성사시키느냐에 포커싱을 하고 남주는 기발하면서도 로맨틱한 해법을 제시함. 그러면서도 사랑의 본질은 이런게 아닐까하는 메시지를 남김

기억상실 중에 서로 사랑을 확인하는 계기가 평소하던 습관/말버릇/특정상황 하의 행동이 아니라 그냥 귀엽다+연애시절 장면의 우연한 재현 뿐임. 사랑이 아니라 반함이 꺼져가던 불씨를 살리는 트리거 였고 결국 그들은 서로의 소중함보다 순간 반해서 설레는 것만으로 섹스하다가 격정이 식으면 다시 헤어질 거란 생각만 들면서 극장을 나오게 됨

작가들이 제발 피끓는, 눈물나는 사랑을 해보고 사랑이란 걸 묘사했으면 좋겠음. 찌질이 공시생이 한눈에 반해서+웃는게 귀엽고 잘생겨서가 사랑의 시발점은 될 수 있지만 화무십일홍이고, 단지 그것만으로 지지고 볶으며 볼장 다 본 부부가 식어버린 불씨를 다시 지피며 서로를 다시 볼 요소는 될 수 없음

 

과거 왜 사랑하게 되었나? 는 그냥 야구공 빌드업의 소재로만 소비됨

현재 왜 싫어하게 되었나? 는 현실적이라 납득이 가지만

미래 왜 다시 사랑할 것인가? 란 질문엔 충분한 설득불가능

 

 

 

총평

- 기존 한국영화의 문제점을 대부분 답습하지만 많은 부분이 개선됨

- 참신함을 추구하지만 처음 30분만 지나면 지루함

- CF/뮤비 같은 카메라 구도와 색감, 초반에 라라랜드 같은 전개의 속도감은 장점

- 뇌를 비우고 보면 볼만 하지만 2시간은 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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