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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콘크리트 유토피아 후기

뭔가 좀 아쉽네.

기대만큼은 아니었음.

 

비공식작전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는데

콘크리트 유토피아도 비슷한 느낌을 받음.

 

캐릭터, 갈등 구도 같은 게 되게 전형적이야.

재난 영화, 아포칼립스물에서 무조건 나오는 캐릭터 3명이 그대로 주연 3인방으로.

이게 너무 식상하게 느껴져서 초중반 캐릭터 소개 끝날 무렵부터 이미 반쯤 심드렁해져버림.

 

 

 

그래도 '이병헌이 사실 외부인이다' 이걸 넣으면서 비틀 때는 흥미진진 기대감이 막 차올랐음.

이거이거 큰 사건이 벌어지겠구만, 싶었는데...

딱히 내 기대만큼 크게 펑 터지지는 않더라고.

 

펑 터져야 할 타이밍에 외부인이 쳐들어와서 묻혀버리는 게 나는 좀 별로였음.

 

 

 

 

내가 이거 보면서 좀 아쉬웠던 게

좀 더 극한까지 갔으면 어땠을까 싶음.

 

더 뭔가 사건이 치밀하게 탁탁탁 벌어지면서 인물들을 극한 상황으로 밀어붙였으면 좋았을 거 같은데

내가 느끼기에는 그냥 1절씩만 하고 넘어간 느낌이었음.

 

1절 2절 3절까지 지독하게 인물을 괴롭혀야

이런 극한상황에서 인물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더 와닿을 거 같은데 그게 좀 부족한 느낌.

 

 

 

 

예를 들면

초반에 외부인 내쫓을 때.

난 여기서부터 '엥? 이렇게 갑자기?' 하는 느낌이 들더라고.

 

외부인이 칼찌를 하고 싸움이 벌어지고

그런 묘사를 하긴 했는데

난 거기서 외부인을 쫓아내야 하는 이유를 좀 더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싶음.

 

아무리 극한 상황이라지만 외부인 내쫓으면 쟤네 무조건 얼어죽는 거 다들 알고 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내보내자는 게 좀 납득이 안 됐어.

 

이게 배경이 매드맥스도 아니고,

지진 이후 그리 오래 지나지도 않은 시점인데 도덕성이 너무 금방 휘발됐잖아.

 

칼찌, 싸움에 더불어 몇 가지 더 보여줬으면 더 좋았을 텐데.

 

뭐 몰래 남의 집에 들어가서 도둑질을 하다 걸린다든가,

의약품, 건전지 같은 중요한 물자를 몰래 꼬불치다 걸린다든가,

삼삼오오 모여 있는 외부인들에게서 언제라도 강도로 돌변할 거 같은 묘한 위협감이 느껴진다거나,

멸망 이전에 더 좋은 아파트 살던 사람들이 황궁아파트 집값도 쌌으면서 유세 부린다고 궁시렁대면서 슬슬 긁는다든가,

밤마다 새로운 외부인들이 몰려와 오만 집을 쾅쾅 두들겨대니 밤에 잠을 못 잔다든가.

 

그래서 인정을 베풀어 외부인을 용인해주던 거주민들도

'더는 못 참겠다! 이러다 다 죽는다! 쫓아내자!'

이런 흐름으로 막 들고 일어나는 느낌이 나는 더 납득이 됐을 거 같은데.

 

근데 생각해보면 이 부분은

그냥 그렇게 별거 없이 진짜 반상회 하듯이

'내쫓죠~ 귀찮잖아요~' 하고 틱 쫓아버려서 더 삭막하고 골계스러운 맛이 나는 거 같기도 하고.

 

 

 

아무튼 그래서 나는 전반적으로

사건은 아직 고조가 덜 됐는데, 인물의 언행이 앞서간다

이런 느낌을 많이 받았음.

인물의 반응이나 감정이 좀 과하게 느껴졌어.

 

 

 

 

그리고 결정적으로 가장 많이 거슬렸던 거.

이거는 어떤 개붕이가 쓴 리뷰에서 쌉공감한 멘트인데

 

'감독이 편파판정을 한다'

 

이거 진짜 너무 느껴져서 거슬려.

 

이병헌을 필두로 한 거주민이 틀렸고

박보영이 옳다.

이거를 작품 극초반부터 존나 쎄게 깔고 감.

 

아니 우리 다 이미 알고 있긴 하지.

평범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으로서 도덕성, 인류애, 희망, 사랑, 지켜야 하는 거 다 알지.

예술에서 '도덕 좆까! 강간해 살인해 이게 무법시대의 새로운 룰이야! 순응해 병신들아!' 이딴 주제 놓고 끝나는 작품이 어딨어.

당연히 무조건 '인류애 소중해, 도덕과 존엄을 지켜보아요~' 하고 끝나지.

 

근데 여기서는 저 주제를 초장부터 너무 쎄게 깔아.

 

어차피 저런 주제로 가더라도

적어도 영화 후반이 올 때까지는 온갖 인간 군상들의 길항을 조명하면서 중립적인 척이라도 해야지.

그러다 막판에 이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 공존, 유대를 설파하는 게 맞지 않냐구요.

 

이병헌, 거주민은 악

박보영, 외부인은 선

이렇게 포커스를 콕 박아두고 시작하니 영 찜찜해.

과장 좀 보태면 거의 뭐 독재자에게 저항하는 독립투사처럼 나와.

 

난 이거는 감독이 좀 선을 넘었다고 봄.

이렇게까지 해버리니까 오히려 어거지로 느껴져.

 

이렇게 선명한 공존vs독립 선악구도는 엑스맨에서나 하는 거 아니냐구요.

엑스맨에서는 어차피 이렇게 박아두고 뿌슝빠슝 악당 때려잡는 게 중심이니 상관없지만

이런 영화에서까지 이럴 필요가 있었을까.

 

그러면 유치하더라도 유대가 희망인 이유를 뭐 어떻게 직접적으로 좀 보여주든가.

박보영이 마냥 이상적으로 찡찡대는 게 아니라는 근거가 뭐 좀 있어야지.

 

근데 그런 거 개뿔 하나도 없이 갑자기 엔딩에 하하호호 들꽃배급소 같은 걸 틱 던져줌.

 

??? 뭔데?

쟤네 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데?

황궁아파트는 옘병 한강 너머까지 먹을 걸 구하려다녀도 굶주리는 판국에 쟤네 뭔데?

왜 갑자기 훈훈한 공동체 보여주면서 '같이 살아가면 행복해져요~' 공익광고 찍는데.

이게 말이 되냐고.

 

박보영식 유대가 옳은 이유를 설명을 못 하니까 갑자기 막판에 억지 훈훈 엔딩을 내잖아.

 

프로페서X는 미국정부랑 딜쳐서 뮤턴트 권리 증진 협정이라도 제손으로 일궈냈잖아.

그걸 근거로 폭력이 아니라 평화적으로 우린 진보할 수 있다, 딱 메시지 걍 직접적으로 던지면서 끝내잖아.

 

근데 이건 뭐냐고 갑자기.

박보영이 뭘 했다고 갑자기 희망측이 이기는데.

 

사실 '더 로드' 결말도 이런 식이긴 하지.

힘겨운 여정이지만 그래도 희망을 잃어선 안 돼, 불을 옮기는 거야, 그러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끝.

 

근데 느낌이 너무 다르잖아.

이건 좀 아닌 거 같어.

엔딩은 진짜 별로야.

 

 

 

 

아 또 뭐 있었는데 결말 생각하다 까먹었네.

 

아무튼 밀수, 비공식작전, 콘크리트 유토피아 셋 중에는

그래도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제일 깔끔한 거 같긴 함.

 

근데 위에서 말한 결말이랑 선악구도 강요하는 거 때문에 개취에서는 많이 밀림.

주제 강요하는 거 너무 별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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