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개 사료가 될 뻔했지만 세상을 바꾸려합니다. 2


"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것 같아요..."

가로로 긴 눈동자를 가진 소녀가 말했다.

"누구? 혹시 저것들 말하는 거야?"

긴 귀를 가진 여자가 가리킨 곳엔 가면의 여자와 붉은 문장의 천사가 앉아있었다.

# # #

"블랑...! 단장이 불러요......!"

온 몸이 흰 털로 덮인 소녀가 가로로 긴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소파에서 골아떨어진 여자를 흔들어댔다.

"으음...... 여기 없다고 해......"
"그런 거짓말이 통할 거라 생각하나."

금빛 털을 가진 남자가 쏘아붙였다.

"단장, 또 무슨 일이에요......"
"일단 아랫층으로 내려와서 얘기하도록 하지."
"에잉......"

살짝 어두운 털을 가진 여자는 긴 귀를 쫑긋 세우곤 소파에서 내려왔다.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잘려나간 왼다리를 대신하는 인공신체가 절그럭댔다.

"최근 들어 D구역에서 실종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
"여기 있는 놈들 대부분이 범죄자들인데 보복성 범죄겠죠."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야. 벌써 10명 이상이 실종됐어."
"글쎄요... 저희는 그냥 용병인데 범죄자들까지 챙겨줘야 할 이유는 없을 것 같은데요."
"블랑, 이건 청소부가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별 관심 없다는 듯 담배를 꺼내물던 여자는 남자의 말에 잠시 얼어붙었다.

"청소부요?"
"그래, 네가 아는 그게 맞다."
"......알겠어요. 바로 준비할게요."

블랑은 복잡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블랑, 청소부가 뭐에요?"

흰 털의 소녀가 블랑에게 물었다.

"사람을 사고파는 놈들이야. 이런 걸 노리는 놈들이 대부분이지."

블랑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인공신체를 두들겼다.

"내 건 하도 낡아서 사탕값도 안 나오겠지만 값이 좀 나가는 걸 내다 팔면 꽤 짭짤하거든."
"......전부터 궁금했는데 왜 우리나라에는 그런 기계를 달고 다니는 사람이 많은 거에요?"
"오늘따라 궁금한 게 많구나. 이건 죽은 신 때문이야. 넌 죽은 신을 모르지? 참 이상한 놈이었어. 소원을 들어주는 대가로 몸의 일부를 요구했지. 누구는 오래 살게 해달라며 눈을 바쳤고 누구는 망가진 물건을 고치는데에 한 쪽 손을 바쳤지. 뭐, 그러다가 아예 죽어버린 놈들도 많고."
"그럼 블랑은......"
"나? 난 담배를 아무리 피워도 죽지 않게 해달라했지."
"저...정말요...?"

블랑은 장난기가 가득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소녀의 머리를 우악스레 쓰다듬었고 소녀는 잠시나마 속을 뻔했던 자신에게 화가 나 씩씩댔다.

"으... 괜히 궁금하게 하고! 나중에 제가 크면 꼭 알려주셔야해요!"
"그래, 약속할게 아이리스. 난 잠깐 나갔다 올게. 단장 말 잘 듣고, 알았지?"
"......네"

블랑은 문 밖으로 나와 물고 있던 담배에 불을 붙였다.

신을 잃은 수인들의 나라 브란다즈.

최대 규모의 기계화 시설이라느니 고도로 발달한 기술의 집약체라느니 이 나라를 찬양하는 말들이 가득했으나 용병단이 머무는 외곽에는 해당사항이 없었다.

길거리엔 쓰레기가 즐비했고, 심심치 않게 시체를 볼 때도 있었다.

"담배 한 갑 주세요."

블랑은 구역에 하나뿐인 낡은 가게에서 종류가 하나뿐인 담배를 사들고 천천히 주변을 둘러봤다.

잿빛 벽, 잿빛 바닥, 잿빛 안색

특별할 것이 없는 평소의 골목이었으나 거슬리는 점이 한 가지 있었다.

'비누 향'

비누 향이 아주 희미하지만 분명하게 블랑의 코에 스쳤다.

"멍청하긴."

후각이 예민한 브란다즈인들은 향이 나는 비누를 사용하지 않는다.

다시말해 다른 나라의 다른 신을 섬기는 인간들이 연관되어 있다는 소리다.

"아마 헤르타즈 놈들이겠지."

블랑은 담배를 문 입을 오물거리며 비누 향을 쫓아갔다.

냄새가 사라진 곳은 한 수돗가, 식수를 살 돈도 없는 이들이 물을 퍼가는 곳이다.

"씻은건가... 아쉽게 됐네..."

타앙 - !

이리저리 수돗가를 둘러보았지만 이렇다 할 만한 수확은 없었기에 돌아가려던 찰나에 총성이 울렸고 블랑은 맥 없이 쓰러져버렸다.

"그렇게 막 죽여버려도 돼? 대장한테 혼날 게 뻔하잖아!"
"이 년이 여기저기 수상하게 들쑤시고 다니는데 냅둘 수는 없잖아. 애초에 그 뺀질거리는 헤르타즈 놈이 이상한 걸 바르고 오지만 않았어도 이럴 일도 없었을 걸."
"에휴 됐다. 저거나 좀 확인해 봐 팔아먹을 만한지"

방독면을 쓴 사내는 블랑의 인공신체를 들어 눈 가까이에 댔다.

빠악 - !

순식간에 블랑의 무릎이 펴지며 금속 발이 사내의 얼굴을 짓뭉갰다.

"이런 미친......! 정신차려!"
"깐깐한 단장도 아주 가아끔은 도움이 되는구만"

블랑은 단장의 성화에 못 이겨 겉 옷 안에 대충 걸치고 나온 방탄복을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넌 가장 고통스럽게 죽을 거다."

또 다른 사내는 축 늘어진 친구를 끌어안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권총을 꺼내들었다.

"으휴...... 여기서 가장 흔한 게 총이다 이것아"

블랑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홀스터를 메어 둔 허리춤에 손을 가져다댔다.

"아, 까먹었네."
"머저리 새끼......"

타앙 - !

또 다시 총성이 좁은 골목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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