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올바른 지식으로 살아남기 1. 누가 내 초콜릿을 옮겼을까? 16

 "아이 씨... 왜 나한테 화풀이야."

 진이 숙소로 향하며 궁시렁 거렸다.

 예상대로 협상이 잘 안풀렸는지 진에게 쌓인 스트레스를 몽땅 풀어버렸다.

 한참을 유즈에게 시달리다 받았던 권총과 단검을 반납하고 나오는 길이다.

 "그래도, 네가 있어서 다행이다."

 품안에서 존재감을 뿜어내는 초콜릿 2상자에 마음이 평온해지는 진.

 길거리 괴도에게 빼앗길라 소중히 끌어안고 걸었다.

 오늘하루 마치 행운의 여신이 미소를 짓는 걸까?

 코트 주머니에는 이끼 빵과 버터, 담배 케이스에는 담배 6개비, 속주머니에는 이끼 초콜릿 2상자.

 남들이 본다면 진은 걸어다니는 고깃덩이나 마찬가지다. 

 대뜸 진의 앞을 가로 막고서 실례지만 내 배가 고프니 당신 주머니이 있는 빵을 씹어야겠소, 라면서 총알을 선물 받을 수 있단 얘기.

 그러나 이 막장 도시에서 평생 살아온 이답게 요리조리 위험지역을 피해 다니며 숙소인 싸구려 호텔에 도착했다.

 와장창!

 탕탕!

 앙아아아악!

 "어째 밖보다 더 시끄럽냐."

 절레절레 고개를 흔든 진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꼼꼼히 잠금장치를 채결한 뒤에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돌아왔다. 오늘도 힘냈다."

 -짜식! 힘냈다!

 "눈치챙기자. 응?"

 여전히 방음이라고는 하나도 안되는 벽의 성능에 감탄하며 주머니에 있던 물건을 꺼내려고 했다.

 "아차~ 어디에 있지?"

 두근두근 떨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작은 방 곳곳을 살펴봤다. 미안이 제시했던 초콜릿과 담배, 코트를 찾기 위함이다.

 "찾았다."

 침대 밑 못 보던 상자를 발견한 진이 희희낙락하며 열자 보물이 보였다.

 낡았지만 지금 입고 있는 것보다 훨씬 좋은 재질의 코트 한벌과 담배갑 하나, 그리고 초콜릿 4상자가...?

 "내가 피곤해서 그런가? 왜 모자라 보이지?"

 본디 4상자여야 할 이끼 초콜릿이 1상자밖에 없었다.

 "흠..."

 일단 내용물을 모두 꺼냈다.

 무턱대고 화를 냈다간 동네방네 나 초콜릿 많이 가지고 있어요!하고 떠들어댈 뿐이니까.

 상자 안에 있던 것과 코트 안에 있던걸 따로 분류했다.

 상자를 살피는 것도 있지 않았다.

 쥐가 아직 이 도시에 있다는 걸 확인했으니, 그 귀엽고 끔찍한 사이버 찍찍이가 복수를 하기 의해 초콜릿을 무려 3상자나 훔쳐 갔을 수도 있지 않은가.

 상자는 멀쩡했다.

 종이로 만들어진 상자를 들어 뚫어져라 살펴봤지만 쥐가 갉아먹은 흔적은 없다.

  '용의자 1번. 로봇 쥐'

  그럼 사이버 찍찍이는 용의선상에서 제외.

 '용의자 2번. 방패 경호 회사 똘마니.'

 자연스레 진의 호텔 방문 따고 안으로 들어와 상자를 놓고 가는 간단한 심부름을 하면서 심통난 똘마니가 엿먹으라는 마음으로 초콜릿 3상자를 수고비로 가져갔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진은 주머니에서 한 장의 명함을 꺼내들었다.

 - 방패 경호 회사 1팀장 오미안

 이건 팀장과 직통으로 거래된 일이다. 그런데 똘마니가 그걸 낼름 뽀려간다?

 당장 미안의 연락처로 전화하면 그놈은 무조건 총맞는다.

 게다가 경호 회사 소속이면 하급 노동자보다 상위 노동자로 분류되니 보급품도 훨씬 좋게 나올터다.

 용돈 삼아 가져간다면 이해할 수 있지만 팀장 얼굴에 먹칠을 할 정도는 아니다.

 그렇다면 똘마니도 용의선상 제외.

 '용의자 3번. 오미안 팀장.'

 처음부터 4상자를 넣지 않고 1상자만 넣었을 경우.

 "이건 좀 그럴 듯한데."

 고개를 갸웃거렸다.  직접 눈으로 살펴봤던 오미안은 그럴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으니까.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낼 수도 없는 노릇.

 오미안 팀장은 보류.

 "그럼 누구지?"

 - 나야.

 "조용히 안 해?!"

 그렇지 않아도 열받은 진이 소리쳤다.

 오미안 팀장에게 바로 연락하는게 베스트. 

 하지만 그렇게 돼서 해결이 된다면 좋지만 아니라면? 기껏 좋은 인상을 남겨놨는데 실같은 인연이 없어진다.

 일단 담배를 확인했다.

 "이건 맞고."

 담배 16개비는 확실히 있다.

 일단 2개비를 빼놓고 모조리 담배 케이스 안에 옮겼다.

 20개비 한 세트.

 담배 케이스를 품에 넣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흐읍! 후우."

 담배연기가 들어오자 진정 되면서 머리가 돌아갔다.

 곰곰히 생각했다.

 강제로 따낸 흔적이 없는 열쇠구멍, 출근할 때와 같은 엉망진창 더러운 집안, 침대 밑 숨겨져 있던 상자, 증거 없는 용의자들.

 단서아닌 단서들을 이리저리 조합하다 어느덧 담배를 다 피워버렸다.

 "......."

 한 가지 결론이 나버렸다.

 아주 교묘한 트릭에 당해버렸다.

 다시 담배를 물고 불을 당겼다.

 항생제와 진통제를 씹어먹었다.

 집안에 굴러다니던 빈 권총과 몽둥이를 집어들었다.

 "오늘 저녁은 이따 먹는다."

 문을 열고 나섰다.

 초콜릿을 다시 되칮기 의해서.

 

---------------------

 

1.챕터는 다음화에 끝.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추천 수 날짜 조회 수
32457 [음악] AI 창작 음악도 올려도 되나요? 김하울 0 1 시간 전 5
32456 [기타 창작] 블아 말고 썼던 노래 가사들 권주가 0 2 시간 전 8
32455 [기타 창작] 블루 아카이브 대사들 1 권주가 1 2 시간 전 21
32454 [기타 창작] 나예전에 블랜더로 춤하고 요가 만들었는데 3 aaaa1 2 1 일 전 82
32453 [그림] 핫도그 여우 6 뿔난용 3 3 일 전 203
32452 [그림] 로켓단 소니아 2 띠굼아 3 3 일 전 145
32451 [그림] ㄱㄹ 4 하츠네 미쿠 7 5 일 전 179
32450 [그림] 6장 12 2049 11 6 일 전 220
32449 [그림] 에라. 그냥 올림 8 rulru 13 8 일 전 323
32448 [그림] 호인 뿔난용 2 9 일 전 157
32447 [잡담] 8월 일페부스 같이나갈 개붕이있니 14 뀰강정 3 10 일 전 271
32446 [그림] 자세를 창작해서 그리는건 힘드네 뿔난용 3 11 일 전 197
32445 [그림] 코하루 모작 연습 3 뀰강정 5 11 일 전 218
32444 [기타 창작] 3D 븜 열심히 진행중 1 에오리스 4 11 일 전 134
32443 [그림] ddsdsdsds 7 구파 10 12 일 전 119
32442 [그림] 블렌더 배경연습 한장 6 끠자치킨 6 12 일 전 145
32441 [그림] 플러스터 토마+포세이혼 3 뿔난용 5 16 일 전 142
32440 [그림] 플러스터 토마+포세이혼(스케치) 뿔난용 1 16 일 전 66
32439 [그림] 오랜만에 샤프 낙서 장윈영 2 16 일 전 131
32438 [그림] 야밤 동탄 4 프로수간충 7 16 일 전 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