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올바른 지식으로 살아남기 1.누가 내 초콜릿을 옮겼을까.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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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발, 시발!"

 진이 길을 걷다가 대뜸 욕을 외쳤다. 물론 주변 누구도 반응하지 않았다.

 누가 봐도 꼬질꼬질한 행색을 지닌 노동자로 보였으니까.

 노동자는 언제나 고달프고 배고프고 어리석은 존재였으니까.

 정작 주변 사람들도 노동자와 같이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이지만.

 "너만 시발이냐? 나도 시발이다!"

 "나도! 시발!"

 "시발! 시발!"

 재미있어 보였는지 번져나간 욕은 순식간에 저 너머 앞뒤로 퍼져나갔지만 정작 당사자인 진에게는 의미없는 메아리다.

 "후우. 진정하자. 진정."

 '그 망할 년의 주둥이에 주먹을 쑤셔넣고 담배를 빼앗아야 했어!'

 이 순간 필요한 것이 담배였지만 아까 너무 열받아서 다 피워버렸다.

 "내 피같은 연차를 이렇게 어이없이 소모해야 한다고?"

 쥐꼬리만도 못한 회사복지 중에 그나마 쉴 수 있는 연차를 이렇게 허무하게 날릴 수는 없다.

 "어림도 없어. 반드시 오늘 안에 해결한다."

 회사를 나오기 전 보급처에 들러 오늘 수령한 물품을 챙겼다.

 이끼 통조림은 신경도 안 쓰고 주머니에 넣었다. 하수도에서 급할 때 던지기 위함이다.

 "오 이끼 빵."

 양 손바닥 보다 좀 더 큰 이끼 빵을 들고 살펴봤다.

 전체적으로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갈색이다. 살짝 굳어서 손가락으로 두드리면 퉁퉁 소리가 난다.

 아무것도 없이 맨 빵만 먹으면 그만큼 슬픈게 없기에 진은 통조림 반대쪽 주머니에 빵을 집어 넣었다.

 "그리고 담배."

 소중하디 소중한 이끼 담배 5개비.

 싸구려 티를 팍팍 내는 엉성한 마감. 내용물도 부실하지만 재미없고 인심 역시 팍팍한 이곳에서 담배는 유일한 위안거리다.

 진은 담배를 조심스레 직접 마련한 케이스에 넣고 안쪽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워낙 어려운 곳이라 낚아채려는 녀석들이 많으니.

 '아. 통조림은 언제든지 낚아채도 됨.'

 회사를 나와 꽉 막힌 천장을 바라 본다.

 암울한 시기 답게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 우후죽순처럼 솟아난 빌딩 숲. 어디선가 들려오는 총소리까지.

 "완벽하군."

 229-11 구역에서 숙소까지 왕복으로 4시간.

 사건 해결 시간까지 생각하면 잠잘 시간도 빠듯하다.

 뜬눈으로 일할 생각이 아니라면 서둘러서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단말기로 전철 경로를 파악하며 정거장에서 기다리자 역시 낡아빠진 전철이 굉음을 내며 들어온다.

 '이 고철에 안전을 맡겨야 하다니.'

 그래도 전철에 몸을 싣고 좌석에 앉았다.

 - 작업반장

 유즈에게서 연락이 왔다.

 - 229-11 구역 지도와 의뢰내용 및 주의사항

 

82_a_cyberpunk_city_Paper_map._Important_point_check._an_old_c5aafef8-4189-4237-9538-fa505dab618a.png - 정식 지도는 보내줄 수 없고 노동자들이 직접 그려 유통되는 걸 보냄.

 - 일단 부탁한 내용은 장비를 파손시키는 원인 파악.

 - 물론 원인과 직접 조우하면 처리하는 거 잊지마.

 - 상대방네 윗선에서 사고 원인 찾으라고 닦달하고 있으니 신속하게 처리해.

 - 임시 신원 코드 보냈어. 이걸로 움직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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