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시선속에서 고통받는 남자의 이야기

 나를 바라보는 나사 두개. 추운 겨울, 차가운 표면이 시선만으로 느껴진다. 대체 뭐가 알고 싶은 걸까. 뭐가 그리 궁금해서 이리 빤히 쳐다보는 걸까. 인간의 눈동자처럼 시리게 느껴진다. 나사나 눈동자나 차가운 것은 똑같았으니 다른게 없지. 미칠 것 같아 저 나사를 뽑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팔이 묶인지 몇일이었지. 아마 4~5개월은 된 것 같다. 맞나? 내가 깨있을 때 해가 지고 뜨는 것을 샌 것이 그정도라 내가 아는 것은 그 정도 된다.
 
 더 되면 뭐 그런가보지. 아. 저 위로 인간 시선이 지나간다. 다행이다. 차가운 시선을 내게 돌리지 않았다. 아마 1개월 되었을 때 였나 그 때는 팔이 멀쩡했다. 그래서 난 그 시선이 역겨워 달려가 눈을 뽑으려 했다. 그랬더니 내 팔을 묶었다.
그래도 할만 한 희생이었다. 이후로 방금처럼 그들의 시선은 항상 옆만 보고 있으니. 약간의 패널티가 주어진 것 이외엔 나름 천국이었다. 더이상 시달리지 않아도 되었다. 내 심장은 안전했다. 내가 이리 단단히 보강하고 잠궈뒀으니 이제 누구도 내 심장을 찌르지 못할 것이다. 그랬어야 했지만 저 나사 두개가 언젠가 부터 날 보기 시작했다. 날 감시하려고? 의사가? 저건 의사의 눈인가?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렇군. 소리를 지르면 인간이 오는군. 이건 몰랐다. 어쨌든 저 의사의 눈을 뽑으라고 말했다. 왜지? 내 얘기는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빨리 저걸 뽑으라니까? 이렇게 감시하는게 맞는거라고 생각해? 너흰 정상이 아니야. 빨리, 빨리 저거나 뽑아 날 패지 말고 이 망할 놈들아. 대체 어째서 저 나사가 잘못한 건데 왜 내가 벌을 받지? 날 보지마. 그런 눈으로 보지마. 난 정상이야. 그래야만 한다고. 난 정상이야. 아아… 내 벽이… 내 심장이… 뛴다… 뛰면 안되는데… 거세게 뛴다… 괴롭다… 날 보지마… 제발… 인간들은 날 괴롭힌다.
 
 과거부터 그래왔다. 두 동그란 흰색 구슬 위 검은 구멍은 너무 깊었다. 내가 감히 헤아릴 수 없는 깊이를 가졌다. 그리고 속에서 엄청난 물길을 뿜어냈다. 그걸 맞는 나는 추욱 젖어 몸이 무거워지고 물은 심장으로 흘러들어가 불순물이 되어 심장박동을 망가뜨린다. 후에 그 인간은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나를 스쳐지나간다.
 
 대체 왜, 나에게 그런 가혹한 짓을 하고도 사과가 없을까. 어딜 가든 날 보지 말았으면 했다. 인간이 많은 곳이라면 슬라임으로 가득찬 워터파크에 다이빙한 기분이다. 그 곳을 지나칠 때면 몸은 무거워지고 머리에 있던 피가 희석되어 사라지는 느낌이 든다. 그래. 내 잘못은 없다. 아무생각 없이 나에게 물을 뿜어대는 저 인간들이 잘못한 것이다. 이 경험을 한 후에 나로부터 인간을 격리시켰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 나약한 자신을 감싸안았다.
 
 그거 아는가? 내가 나를 안더라도 겉의 차가움은 그대로 느낀다는 걸. 결국 보자기의 겉 표면도 내 껍질이라 모든 느낌을 받는 다는 것을. 그래도 그렇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나았으니까 그렇게 했다. 아무래도 썩 좋은 방법은 아니었던 것 같다. 어느날 먹을게 떨어져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심장이 너무 차가웠다. 몸이 시려왔다. 원인은 거기 서있던 인간이었다. 그래서 몸을 떨며 그 인간에게 갔고 정중히 날 보지 말라고 얘기했다. 그랬더니 몸이 더 추워졌다.
 
 그 시선… 북극의 얼음 자체가 되어 몸에 닿는 느낌이었다. 너무 추워서 나를 보지 말라고 소리쳤다. 그랬더니 미친놈이냐며 버럭 화를 냈다. 분에 못이겨 몸이 멋대로 움직였다. 정당방위라고 생각했다. 아니 오히려 내가 피해자다. 그랬지만 인간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나의 피해는 고스란히 심장에 남아있는데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렇게 지금 이곳에서 맞고 있는 것이다. 온몸이 얼얼하고 감각이 있는지 없는지 구분도 안갈 때쯤 주먹은 멈췄다. 침대에 다시 눕히고는 방을 나갔다. 아. 저 의사 눈 말했는데도 안뽑았네. 역시 한 통속이었어. 결국 의사와의 눈싸움은 계속됐다.
 
 그때였을까 얼굴에 구멍하나 없는 복면을 쓴 인간이 방에 들어왔다. 내게 뭐하냐고 묻더니 의사와 눈싸움 중이라 하니 꽤나 크게 웃더니 같이 가자고 했다. 당연히 싫다고 했다. 나가봤자 다시 개처럼 맞기나 할텐데 뭣하러 그러냐고 말했다. 한두마디 했는데 몸에 시린 느낌이 없었다. 얼굴이 없어서 그런걸까. 이런 편안한 대화는 오랜만이다. 그는 말했다. 시선이 고통스러운 사람에게 걸맞는 곳이 있다고. 세상에 그런 곳이 있으면 여기가 아니고 또 어디냐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따라오라고 했다. 뭐 여기말고 그런데가 있다면 나야 좋지. 따라갔다. 방을 나선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흠. 희한한 일이었다. 문에 달린 창에 지나가는 인간이 꽤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도 상관없나. 복도를 쭉 걸어 오른쪽으로 한번 꺾고 나오는 엘리베이터에 탔다. 그는 지하 2층을 눌렀다. 지하주차장에 도착하고 그의 차 옆자리에 앉았다. 이제는 어딜 가는 건지 말해줘도 되는 거 아니냐 물었다. 그는 아무말도 없었다. 아. 지금도 그는 복면을 계속 쓰고 있다. 그래서 내가 편히 얘기를 건냈다. 이런 밤의 거리를 본 것은 오랜만이었다. 건물에서 새어나오는 빛줄기들 마치 블럭 쌓기를 보는 것 같다. 반대편에서 달려오는 많은 차들 빠른 속도에 그들의 시선은 내게 닿지 않았다. 창밖을 바라보며 가로등이 지나가는 구경했다. 40개쯤 지나갈 때 이제 도착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창문이 하나도 없는 건물이 눈 앞에 서있었다. 그나마 오른쪽 구석에 문 하나는 있어서 건물이라는 것을 인지했다. 그는 문을 열고 내게 들어가라고 했다. 그 곳엔 불이 없었다. 완전한 어둠이 건물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난 아무것도 안보이는데 어떻게 들어가냐 말을 했다. 그는 해결해준다고 말해 어쩔 수 없이 들어갔다. 바닥에 있던 문 틈새 빛기둥이 사라지자 정말 완벽한 어둠이 공간을 채웠다. ‘스윽’ 옆에서 복면을 벗는 소리가 났다. 그는 자신이 어때보이냐고 말했다. 나는 안보이는데 어떤지 내가 어떻게 아냐고 반문했다.
 
 그 말이 맞다며 맞장구치더니 그가 나에게 계속 시선을 주던거 아냐고 말했다. 그 얘기를 들으니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돋고 추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이번에도 정중히 나를 보지 말아달라고 얘기했다. 그는 대답이 없었다. 다시 한번 나를 보지 말아달라고 얘기했다. 이번에도 그는 대답이 없었다. 이 차가운 어둠 속에서 계속 내게 시선을 두고 있을지 모르는 그를 찾기 위해 벌벌 떨리는 입술로 그가 어딨냐고 외쳤다. 그는 한참이 지나서야 대답을 했다. 나는 안도했으나 이미 목이 쉬어 그에게 말을 하지 못했다. 그는 어땠냐고 물었다.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는 지금까지 자신은 이 층이 아닌 4층에 갔다 왔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곳이 자신에 사무실이며 지금 갈 곳이라고 얘기했다. 나는 거칠게 갈린 목소리로 나를 속였느냐고 말했다. 그는 속인 적 없다고 말했다. 그가 내게 시선을 둔 것은 사실이고 자신이 자리를 떠난다고 얘기는 딱히 하지 않았으니 거짓은 없다는 논리였다. 그럼 지금까지 내가 받은 차가운 물줄기는 무엇이냐고 말했다. 그는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며 시치미땟다. 그러고는 언제부터 그 느낌을 받았느냐 말했다. 그가 나를 보고있다는 것을 들은 후에 갑자기 오한이 들었다고 얘기했다. ‘사실은’을 시작으로 그는 복면 안에서 계속 나를 보고있었고 다른 사람들도 숨어서 계속 나를 보고 있는 중이라고 얘기했다. 귀에 얘기를 담은 순간 온 몸이 얼어 붙는 느낌을 받았다. 손가락 한 마디도 심지어 혀도, 심장도 얼어붙어 움직이지 않았다. 감각은 거의 없지만 쓰러졌다는 것은 알았다. 그가 소리치며 나를 붙잡은 탓에 그의 손에서 온기를 느꼈기 때문이다.
 
 머리 속까지 어둠으로 가득찼다. 아무래도 기절했던 것 같다. 기절을 했을 때의 기억은 없고 눈을 뜨니 여전히 어두웠다. 그가 옆에 있었나보다. 괜찮냐고 물어봤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보인 것처럼 말을 이었다. 너무 성급했다고 좀더 심각했다는 것을 알아야 했다고 사과했다. 그리고는 천천히 나긋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저 내가 느끼는 모든 한기는 내 몸이 스스로 일으키는 것이고 그 명령은 나의 뇌가 스스로 내린다는 것이었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나는 정상이고 내가 이리 된 것은 인간들 탓인데 말이다. 그는 내 표정이 보이는지 설명을 덧붙였다. 나의 상상력은 남들보다 너무 뛰어난 나머지 타인의 뇌에 들어가 있는 것 까지 맘대로 생각해낸다고 했다. 그것이 옳은지 틀린지는 모른채 말이다. 알기 위해서는 그 사람과 대화를 해서 직접 끄집어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잘 이해는 안됐다 그러면 지금까지 이상한 것은 나란 얘기인걸까? 그 인간들이 아니라? 나는 반대가 아니냐고 물었다. 그는 그럼 왜 이 곳에 들어왔을 때는 멀쩡했냐고 말했다. 내게로 꽂힌 시선은 멈춘 적이 없다는 것도 말해주었다. 그야 아무것도 안보이니까… 아? 그럼 언제부터 몸이 추워지기 시작했냐고 이어서 말했다. 나는… 인간이 나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부터 그렇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 그 한기는 누구에게서 나오는 거였냐고 물었다. 나는 한동안 생각에 잠겨 대답하지 않았다. 그도 나를 기다려주었다. 시간이 지나며 왜인지 방이 조금 후끈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 방이 이렇게 따듯한지는 몰랐다.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도 모르는데 피부는 햇빛을 받을 때의 자극적이지만 온화한 따듯함을 느꼈다.
 
 그가 입을 열었다. 이제는 대답을 해 줄 수 있냐고 물어봐서 그렇다고 대답했다. 나는 인간들을 쉽게 판단하고 나를 모욕하고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었다. 그래서 인간의 눈이 나를 향한다고 느끼면 그때부터 몸이 굳어 심해지면 그 인간 속에 자리잡은 냉랭한 나를 향한 마음때문에 한기가 올라왔다고 말했다. 그는 가벼운 웃음과 함께 박수를 쳤다. 다시 그 차가운 한기의 원천은 어디냐고 내게 물었다. 그 차가운 물줄기가, 심장에 박히던 뾰족한 고드름들이 설마 나에게서 나온 것이었나… 나의 착각으로 모욕하는 인간을 저 밖에서 찾았던 걸까… 누워있다가 천천히 몸을 일으켜 고개를 숙이고 앉아 생각을 계속 했다. 내가 그 인간들과 대화를 했었나. 그 인간들이 날 욕했었나. 내 폭력이 있기 전 그 인간은 어떤 말을 했지? 아니 말을 하긴 했었나? 근데 왜 나는 모욕감을 느꼈지? 그 칠흑같이 어두운 구멍 속에서 나는… 비춰진 나를 보고 그 모든 혐오감을 드러냈던 걸까… 나 자신에게…. 내가 나의 적이었고 몸을 무겁게 젖히던 원인이었나… 머리가 복잡하다. 아니…내가 정상인데… 난 정상인데… 이게 아닌데… 그럼에도 피부로 느껴지는 뭔가 따듯한 느낌이 좋았다. 이건 그의 시선인가. 이게 따듯한 시선인가. 그가 한마디 보탰다. 나를 보고 있는 것은 본인 뿐만이 아니라고. 점점 온 몸이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아… 이게 다른 인간들이 살던 세계구나… 나는 정상이 아니었어… 다행이다 알아서…
 
 시간이 흘렀을까 그의 손을 잡고 천천히 문을 향해 나갈 준비를 했다. 이제는 정말 그 인간…아니 사람들에게서 다른 걸 느낄 수 있을까. 아니 차가운 느낌이라도 겪지 않아도 될까. 문은 열리고 한 낮의 밝은 빛기둥이 넓어져 갔다. 그렇게 디딘 한발. 고개를 들고 사람들을 쳐다봤다. 그 검은 구멍에는 내가 비쳐줘 있었다. 다만 이전과는 다른 밝은 웃음을 띤 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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