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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나라 : 이고갱] 제 20화. 잊을 수 없는 얼굴

제 20화. 잊을 수 없는 얼굴










가을뫼의 손을 떠난 화살은 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1초... 2초...


시간이 느리게 흘렀다.




'어... 약간 빗나갈 것 같은데...'


화살이 바람을 타면서 서유가 들고 있는 


투구보다 조금 왼쪽으로 날아가는 듯했다.








서유는 대담하게도 날아오는 화살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서유의 눈에 화살이 조금 오른쪽으로 틀어지는 것이 보였다.


서유는 기민하게 움직였다.


투구를 조금 오른쪽으로 움직인 것이다. 


화살은 아슬아슬하게 투구에 꽂혔다.




『푹!』






"..."


태왕은 눈을 비볐다.


'내가 뭘 본 것인가...'


단궁으로 이 거리에서 화살을 정확히 날리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그 와중에 과녁이 된 여자는 투구를 움직여 화살에 맞췄다고?




"헤에에! 명중!! 명중이예요!"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뜬 예진은 멀리 화살이 꽂힌 투구를 보고 펄쩍펄쩍 뛰었다.


예진은 어전이라는 것도 잠시 잊은 채 가을뫼를 얼싸 안고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다.


태왕은 그런 예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리고 내관을 불러 일렀다.




"내일 있을 임명식에 유주자사 임명을 더하노라."


"예. 태하."


내관이 답했다.




예진은 얼싸 안은 가을뫼에게서 내려와 몸가짐을 바로 하고 태왕에게 예를 갖췄다.




"태하의 성은을 유주와 연노부 백성들에게 전하겠사옵니다."


 예진이 엎드려 절했다.


가을뫼도 눈치껏 따라 엎드렸다.




"내 임금으로써 한 입으로 두말할 수 없으니 보내는 게다.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하느니라."


"예. 태하. 명심 또 명심하겠습니다."




"그래. 내 연화전에 너희가 머물도록 말해 놓았으니. 들어가 쉬거라."


투구를 들고 돌아온 서유는 가을뫼와 예진이 엎드려 있자, 일단 같이 엎드렸다.






***






가을뫼 일행은 두 명의 궁녀에게 길을 안내를 받았다.


궁녀들은 수레를 권하였으나 예진이 거절하고 다 같이 걸어갔다.




"헤에, 어쩜 그 거리를 맞춰요? 진짜, 진짜, 대단해."


"그거 사실... 조금 빗나 갔는데... 서유가 투구를 갖다댔어."


"????...에? 정말요?"


예진은 서유를 쳐다 봤다.


"진짜야?"


"조..조금요..."


서유는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세상에 그게 가능해?"


"운이...좋았어요..."


"으유! 점잖아 가지고, 요 고양이 같은 게!"


예진은 서유를 쎄게 끌어안았다.


"읏! 언니, 못 걷겠어요...!"


그렇게 아옹다옹하며 걷다가 연화전 앞에 도착했다.




"예진이는 나이를 먹어도 품행이 여전하구나."


고급스러운 의상을 입은 한 여성이 연화전 입구 안쪽에서


예진에게 말했다.




"희라 언니??"


예진은 깜짝 놀라더니 


뿌에에앵 거리며 뛰어갔다.


그러곤 희라언니라 부른 여성을 덮치 듯 안았다.


희라는 예진을 안고 토닥이며 말했다.




"이 어린아이 같은 예진이가 참으로 그리웠지...


 보고 싶었다. 예진아."




희라는 사극에서나 볼 듯한 정말 참하고 단아한 느낌의 고구려 여성이었다.


"뒤에 계신 분들은 일행분들이니?"




"네. 언니, 저 결혼 했어요. 


 저기 저 남자가 제 남편이고 여자애가 제 친동생 같은 동료, 도사예요."


희라는 눈이 커졌다.




"네가 혼인을 했어? 어머나, 그래... 너가 언젠가는 혼인을 할 줄 알았지만..."


희라는 가을뫼를 쳐다보았다.




수려하고 부드러운 외모와 거기에 상반되는 남자다운 기운이 느껴졌다.


"그래. 네 고집을 꺾을 만한 분이구나."


"언니도 참..." 




"안녕하십니까. 6태녀 '고희라'라 합니다. 참으로 반갑습니다."


"예. 가을뫼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가을뫼가 가까이 다가와 인사하자 어딘가 좋은 냄새가 풍겼다.




"서방님. 절해야 해요 절!"


예진은 가을뫼를 숙이며 엎드리게 했다.


윽...


가을뫼는 반강제적으로 숙이며 옆을 돌아보니 서유는 이미 절하고 있었다.




"호호호, 예진아, 우리 사이에 무슨 그런 법도를 따지니, 


 매부와 도사님은 어서 일어나세요. 민망합니다."


희라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언니, 저 정말 언니랑 나눌 말이 너무 많은데, 서근전에 잠시 다녀와야 되어요..."




"내 너를 누구보다 먼저 보려고 미리 이곳에 왔는데, 


 그 새 벌써 약속이 생겼니. 너도 참, 정말 고예진답구나."


"헤에... 금방 다녀올게요. 괜찮으면 언니, 우리랑 같이 저녁 먹는 건 어떠세요?"




"그래 이곳에서 나는 차 한 잔 하며 기다리고 있을 테니 다녀오거라. 너무 늦으면 미워할 테야."


희라는 웃으며 말했다.


예진도 웃으며 대답하고는 연화전 안에 짐을 풀러 들어갔다.








***


(*대모달 - 대장군, 무관의 최고 직위.)




"네? *대모달이 내일 바뀐다구요?"


연화전에서 나와 서근전으로 향한 일행은 이석과 만나 조용한 실내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예. 태녀 자가께서도 아실 겁니다. 최성배 장군 말입니다."


"엇... 그럼 그럼 홍현 장군께서는..."


"홍현 장군께서는 흑건적을 제압하지 못한 죄로 좌천 당하셔, 옥루 쪽에 당주로 가셨습니다."


"확실히 이제 제가 궁에서 아는 분들은 많지 않겠네요..."


"네.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특히 재사 형님께서 돌아가신 후 5년은 정말..."


이석은 말을 잇지 못했다.


"혹 *상가께선 아직 잘 계신가요?"


(*상가 - 지금으로 말하자면 국무총리 격. 문관 중에 가장 높은 직위)


"예. 감건 상가께선 여전히 잘 계십니다. 다만..."


"다만?"


"상가께선 내일 대모달에 오를 최성배 장군을 탐탁스러워하지 않습니다.


 지금 정세는 두 사람이 묘하게 대립하고 있지요... 감건 상가께선 최성배장군의


 임명을 반대했지만. 전쟁의 영웅인지라 그를 지지하는 세력이 많습니다.


 우선 홍현 장군께서도 말끔히 정리하지 못한 흑건적 무리를 하루아침에 가루로 만들어 버리자,


 그를 반대하는 말들이 쏙 들어갔지요."




"상가께서는 애초에 왜 최성배 장군을 탐탁스러워 하지 않으셨어요?"


예진이 물었다.




"눈빛에 탐욕이 있고, 군사를 다스리고 부림에 있어 


 잔혹함이 지나치다는 점을 싫어하셨습니다.


 실제로 부여의 한 고을을 점령할 때, 


 최성배 장군의 지시로 남자는 모조리 죽이고 여자는 전부 노예로 삼은 일이 있었지요."




"... 일반 백성들도요?"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가을뫼가 옆에서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전쟁 중이었고 


 그 고을은 부여군의 중요한 보급로 였기 때문에, 


 태왕께선 크게 문제 삼지 않으셨습니다."




"..."




"태녀 자가와 부마께서는 우선 어디에도 속하지 마소서... 


 제가 다소 식견이 부족하지만 오랜 군생활로 눈치는 있습니다.


 분명 머지 않아 한 번 이상의 피바람이 불 것입니다."
 




***




서근전을 나온 일행은 다소 무거워진 마음으로


연화전에서 희라와 함께 저녁 식사를 가졌다.




궁궐의 저녁상이라 그런지


주작누님의 거처에서 먹었던 식단 못지않게 호화스러운 요리들이 나왔다.




"언니, 언니 혼사는 어떻게 되었어요? 태녀들 중에 언니랑 저만 혼사가 좀 늦었잖아요."


희라는 자기의 귀걸이를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나도 나이가 차서 결혼을 했지... 최성배 장군을 아니?"


예진은 숟가락을 떨어뜨렸다.


"네?"


"내 서방님을 아니? 그분이 크게 이름을 떨친 건 


 너가 모험을 나선 이후라 잘 모를 수도 있겠다 생각했는데..."




"네... 얼핏 들었죠. 부여와의 전쟁을 사실상 승리나 다름없게 만들었고,


 흑건적 무리를 처단했다고..."


"그래... 그런 낭군님이지."


희라는 먼 곳을 보며 말했다. 그러곤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 예진이, 요즘도 술 마시면, 사람 끌어안고 그러니?"


"언니!... 제가 언제 그랬어요!!"




'아하.. 원래 그랬었구만...'


가을뫼는 술만 마시면 자기방으로 오던 예진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그럼 어디 확인해 볼까? 여봐라. 여기 동동주를 내오거라."


희라는 궁녀 무리에게 말했다.


이윽고 상에는 동동주가 채워지고


희라와 가을뫼 일행은 얼큰하게 두어 순배씩 걸쳤다.


서유는 은근 술이 약해서 몇 잔 마시더니 가을뫼 옆에 기대어 잠들었다.




가을뫼는 서유를 안아 들고 방안에 눕히고 나왔다.


"여기선 나만의 신랑인데, 그런 행동을 하면 어떡해요?"


예진이 돌아온 가을뫼 귓가에 속삭이며 화를 냈다.


"... 궁녀가 나르는 것도 좀 그렇잖아...? 어차피 사람들은 우리를 함께 구르던 동료로 생각할 텐데 뭐..."


"으이그!"


예진은 가을뫼의 옆구리를 쿡찔렀다.


"윽!..."


가을뫼도 지지 않고 예진의 옆구리를 슬쩍 찔렀다.


"꺄악!"




"호호호호. 부부끼리 참 금슬이 좋아 보이는구나."


희라가 웃으며 말했다.


"언니 이건..."


희라는 취기어린 눈으로 예진을 빤히 바라보았다.


"예진아... 너가 부럽구나. 매부가 널 바라보는 눈빛이..."


"네?"


"내가... 너보다... 아주 조금 더 살았지만...


 그래... 여자는 사랑 받을 때 가장 행복하다..."


희라는 고개를 푹 숙였다. 


"언니...?"


"내 더는 술을 못 이기겠구나... 내일 또 보자꾸나.


 여봐라 수레를 준비하거라."


희라는 힘겹게 몸을 일으키더니 비틀거렸다.


가을뫼와 예진은 벌떡일어났다.


행동이 더 빠른 가을뫼가 넘어지려는 희라를 붙들었다.




"으음... 좋은 향을 지녔네요. 매부는..."


희라의 전속 하녀들이 황급히 다가와 가을뫼로부터 희라를 인계 받았다.


희라는 반쯤 실려 가다시피 연화전을 떠났다.




"으으으.. 외간 여자를 그렇게 쉽게 만지다니!"


예진은 볼을 잔뜩 부풀리며 가을뫼에게 따졌다.


"아니... 그냥 자빠뜨릴 순 없잖아..."




 "흥이네요!"


예진은 휙 돌아서며 방으로 향했다.


가을뫼는 쫓아가다가 말고 화장실로 향해 소변부터 보았다.


'일단 방광부터 비우고... 오늘... 진짜 안 재운다."




가을뫼가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 


예진은 기다렸단 듯이 달려들어 가을뫼의 입술을 훔쳤다.


격렬히 서로의 입을 탐닉하며 상대의 옷을 벗겼다.


"읍..으음... 이 난봉꾼..."


"너야말로 음탕해가지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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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위 조절 삭제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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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어요?"


예진이 물었다.


"좋았어."


"누가 제일 좋아요?"


"응?"


"누굴 제일 사랑하냐구요..."


"...고예진"


"헷..."


예진은 가을뫼 가슴에 얼굴을 파묻어왔다.










이튿날 아침. 


시원한 식혜로 해장을 하는 일행에게


중궁 내관이 찾아왔다.




"점심 후 미시(未時)에 임명식이 있을 예정이옵니다. 


 태녀 자가 일행께서는 미시 전까지 준비를 마치시고


 중궁 앞으로 오시지요."


"그리하겠네."


예진은 점심 먹기 전까지, 가을뫼와 서유에게 궁중 예절에 대해 열심히 가르쳐 줬다.


특히 이곳 예절에 아직 어색한 가을뫼에게 집중적으로 학습 시켰다.




***




미시(未時)


가을뫼 일행은 궁녀들의 안내를 받으며 중궁 앞에 도착했다.




중궁 앞 넓은 터에는 신하와 왕족들이 가득했다.


예진의 설명대로 왕과 가장 가까운 곳에는 왕족들이


그 뒤로는 문관과 무관이 좌우로 나뉘어 도열해 있었다.




태왕이 중궁전에서 나와 자리하자 모두가 엎드려 절했다.


인사가 끝나고 모두 일어나자 태왕 옆 


내관이 한 발자국 앞으로 나와 크게 외쳤다.




"당주 최성배는 앞으로 나와 태왕 태하께 명을 받으라!"


무관들이 서 있는 자리에서 가장 앞 부분에 서 있던 장수 하나가


위풍당당한 걸음걸이로 뚜벅뚜벅 중앙 계단을 향해 걸어 나갔다.








"!!!!!!!!!!!!!!!!!!!!!!!!!!!!!!!!!!!!!!!!!!!!!!!!!!!!!!!!!!!!!!!!!!!!!!!!!!!!!!!!!!!!!!!!!!!!!!!!!"




가을뫼는 까무러치게 놀랐다.




최성배...




이름은 몰랐지만 절대 잊을 수 없는 얼굴...




그는 지난날 가을뫼가 처음 이세계로 넘어와 '현천문'이었던 시절,


그의 목을 자른 장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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