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바람과나라 : 이고갱] 제 19화. 어서오세요 실력지상주의 왕궁에

19화. 어서오세요 실력지상주의 왕궁에












태왕의 친서가 도착한 다음날부터 광란의 사냥이 시작됐다.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점심시간만 잠깐 빼면 흉가 뺑뺑이의 연속이었다.




90단이 넘었으니 더 느리게 승단 할지도 모른다는 


예진의 염려와는 달리, 다행히 매일 1단씩은 올랐다.


그동안 호박과, 진호박도 많이 모아서 돈도 많이 저축했다.




늦은 저녁, 사냥이 끝나고 집에 와서 밥을 먹고 나면 예진은


항상 가을뫼의 방에 와서 잤다. 


물론 잠만 자지 않았다.




이제 남자를 알아버린 예진은 묘하게 색기가 흘렀고,


하루하루, 잔기술이 늘었다.


처음할 때 천박해서 못하겠다던 기승위는 이제 기본 코스가 되었고,


짐승 같다 말했던 후배위는 종종 먼저 요구하기까지 했다.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며 유혹하는 예진에게 


시원하게 한 발 뽑아내면, 서로가 만족해서


그날의 스트레스는 말끔히 잊고 푹 잠들었다.






"저 오늘은... 못...해요."


지존을 코앞에 둔 날 저녁,


하루 종일 왠지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이던 예진이 가을뫼에게 말했다.


"응?"


"저... 아침부터 그날이라..."


'아...'


평생에 여자 친구라곤 없었던 가을뫼는 이게 말로만 듣던 여자들의 그날인가 싶었다.


예진은 그날이어도 가을뫼 옆에서 잠들고 싶었지만


혹시나 밤중에 샐까 봐, 차마 같이 자자고 말하지 못했다.




며칠을 가을뫼랑 정을 나눌 수 없다는 생각에 예진은 더 울적했다.


"흑... 안아줘요."


가을뫼는 오빠 같이 웃으며 슥 끌어안아 줬다.


예진은 가을뫼를 꼬옥 안더니, 곧 자기방으로 돌아갔다.




방으로 돌아온 가을뫼는 조금 허전했다.


며칠을 계속 자기 전에 정을 나눴더니,


이제는 습관이 되어 버린 듯했다.




'서유한테 가 볼까...'


잠깐 그런 생각이 들었으나


스스로가 너무 쓰레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찾지도 않다가 이럴 때만 찾는 건 너무 구데기 같잖아...'


『똑똑』


"네?"


가을뫼가 답하자 문이 드르륵 열렸다.


"가을뫼님..."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서유가 가벼운 옷차림으로 다가왔다.




"오늘... 언니... 그날인 거죠?...."


"어... 알고 있었어?"


"여자들끼리는... 알 수 있어요..."




'...어떻게 아는 건데...'


서유는 가을뫼의 침상 위로 올라왔다.




"나빴어요... 가을뫼님... 언니를 두 번 안아주셨으면... 한번은... 한번은... 저한테 오셔야지요..."


서유는 옷을 흘리듯 벗으며 가을뫼에게 기대왔다.


안 그래도 적적함을 느끼고 있던 터라 가을뫼의 남근은 어느새 풀차징이 되었다.

 

 

 

 

 

 

 

(수위 조절로 인한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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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뫼는 미안 해하는 서유에게 팔베개를 해주며 살포시 안아주었다.


서유는 안아주는 가을뫼의 손을 붙잡더니 입을 열었다.


"저... 가을뫼님..."


"응?"


서유는 말하기 힘든지 한참 뜸을 들였다.


"저... 저도...밤..밤에... 서방님이라고 불러도 될...."


뒤로 갈수록 소리가 어찌나 작아지던지 목소리가 잘 안 들렸다.




"그래, 얼마든지."


『쪽』


서유는 살짝 고개를 들어 가을뫼에게 뽀뽀했다.    


"... 잘 자요 서방님..."








다음날 예진은 가을뫼가 서유와 잔 것을 눈치챘지만


의외로 심하게 뭐라 하지 않았다.


다만 하루 종일 가을뫼 옆에 딱 붙어서 틈만 나면 팔짱을 끼고 다녔는데,


가을뫼는 그게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여복이 터진 댓가라고 생각하며 잘 견뎌 냈다.






이제는 흉가가 너무 익숙해져 어디로 쏴야


멸극염일시를 가장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지 통달했을 무렵.


서유가 가장 먼저 지존이 되었다.


평소보다 진하고 커다란 금색 휘광이 서유의 몸을 타고 올랐다.


서유는 두 손을 입에 대고 감격했다.




"저... 저.... 99단도사가 되었어요!"


"축하해!!!"


예진이는 달려가 안아주었다.


가을뫼도 서유의 어깨를 토닥이며 축하해 주었다.


서유는 너무 감격스러워 울고 있었다.


서유의 머릿속에선 그동안 천대 받았던 공증 못 쓰는 도사의 나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가을뫼님... 언니... 정말 고마워요... 감사해요... 흑흑흑..."


가을뫼와 예진은 서유를 달래주고 사냥을 이어 나갔다.




서유가 99단이 되었다는 것은 두 사람도 지존이 멀지 않았다는 것.


더 열정을 갖고 사냥했다.




또 한 번 큰 휘광이 일었다.


가을뫼와 예진이 동시에 99단이 된 것이다.


가을뫼는 멸극염일시가 아닌 다른 메시지를 오랜만에 머릿속에서 보았다.




[띠링 - 99단에 도달했다. 도호귀인을 찾아가보자!] 
[띠링 - 사자후 궁사를 배웠습니다.]
[띠링 - 사냥꾼의 징표를 배웠습니다.]




이미 서유가 99단이 되었을 때 울먹이던 


예진이는 엉엉 울었다.


겨우 울음을 멈췄던 서유는 예진이가 울자, 같이 울었다.




"흑흑흑...흐아아앙..."


"흐윽...흑흑... 언니...축하해요..."


둘은 서로를 끌어안은 채 한참을 울었다.






오후, 가을뫼처럼 자동으로 마법이 배워지지 않는 


서유와 예진은 지존(99레벨) 마법을 배우러 다녔다.


부활을 배운 서유는 평소와는 다르게 계속 싱긋싱긋 웃어댔고


지옥겁화를 배운 예진은 흥분을 주체하지 못해 반쯤 뛰듯이 걸었다.




"솔직히 5년이 지나도 못 이룰줄 알았어요, 그런데 3년도 안돼서 이루다니!"


예진은 가을뫼에게 다가오더니 얼굴을 붙잡고 찐하게 뽀뽀했다.


"축복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거예요. 고마워요!"




도호귀인의 집에 도착할 때까지 예진의 텐션은 내려올 줄 몰랐다.








『똑똑똑』


"계십니까?"


가을뫼는 문을 두드리며 물었다.


"들어오게."


안에서 나이 든 남성의 목소리가 답했다.




『끼이익』


문을 열고 들어가자 어둠 속에서


백발에 검은 얼굴을 한 도호귀인이 서 있었다.


서유와 예진은 가을뫼 쪽에 숨듯이 달라 붙었다.




"경험치를 팔러 온겐가.


  체력, 마력 중 어느 것을 원하는가?"


도호귀인은 가을뫼를 바라보며 물었다.




'어... 궁사 승급 기준이 어떻게 되더라...'




"고민이 된다면 내가 적당히 팔아주겠네."


"아.. 넵."


도호귀인이 가을뫼에게 손을 뻗자, 


가을뫼는 내면이 비워지는 듯한 요상한 기분이 들었다.


곧이어 체력과 마력이 성장했음이 느낄 수 있었다.


'호오...'


가을뫼는 손을 꽉 쥐어 보았다.




"거기 주술사와 도사 역시 같은 이유로 온 것이겠지."


"네..."


서유와 예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도호귀인이 가을뫼 때와 마찬가지로 둘에게 손을 뻗자 


두 사람이 은은히 빛났다.




"힘은 곧 책임이네. 


 분별 있게 사용하게나."


도호귀인은 일행들에게 그렇게 말하고 뒤를 돌았다.




일행은 감사 인사를 드리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는 일행의 단수를 알고 있던 어머니께서


미리 잔치를 준비해 놓으셨다.


어머니는 들어오는 일행들의 표정을 보고 이미 눈치챘지만 


짐짓 모른 척 예진에게 물었다.




"그래, 오늘 99단이 되었니?"


"네! 어머니! 이제 사자후도 쓸 수 있고, 지옥겁화도 쓸 수 있어요!"


예진은 한껏 신이 난 말투로 대답했다.


"서유도, 우리 서방도 99단이 되었습니까?"


"예, 어머니."


"네. 어머님."


어머니는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일행을 식탁으로 이끌었다.


식탁에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반찬이 준비되어 있었고,


식솔들 모두가 함께 먹을 수 있도록 상을 덧대어 크게 늘려 놓았다.


오늘은 특별히 동동주와 막걸리도 상 위에 있어, 서영이와 어수를 제외하고는


다들 한 잔씩 걸쳤다.






밤에는 여화도 가을뫼를 찾아왔다.


"을뫼, 99 됐다메? 응? 얘네는 왜 이러고 있어?"


여화는 가을뫼방 탁자에서 앉은 채로 잠들어 있는 예진과 서유를 보고 물었다.




예진과 서유는 가을뫼의 방에서 99단이 되기까지 


힘들었던 일들을 서로 나누며 동동주를 홀짝홀짝 마시다가,


예진이 먼저 잠들자, 서유도 고개를 파묻고 잠들어 버린 것이다. 




이 둘보다 먼저 잠자리에 들었던 가을뫼는 부스스 눈을 비비며 여화를 반겼다.


"흐아암.. 누나 오셨어요..."




"칫, 오늘같은 날에, 당연히 내가 올 것 같지 안디?"


"응?..."


여화는 손에 포도주처럼 생긴 술을 한 병 들고 있었다.


"축하주 한잔 같이 하려 했더니만 으휴..."




"하하... 거짓말... 이리 와봐요 누나."


아직 술이 덜깬 가을뫼는 여화를 잡아당겼다.


"야! 취해가지고는!"


여화는 못 이기는 척 끌려 갔다.




"누나 솔직히 이러려고 왔잖아요...하하하."


가을뫼는 그대로 여화를 덮쳤다.




중간중간 엉덩이도 실컷 때리고 가슴도 있는 힘껏 주무르며, 


거리낄게 없이 박다가 사정한 가을뫼는 곧바로 잠들었다.


그런 거친 잠자리에 앙앙거리며 만족해 버린 여화는 


멀쩡한 가을뫼를 보면 부끄러울 것 같아, 


아침이 오기 전에 돌아갔다.


하지만 막상 가을뫼는 이날 일을 기억 못했다.






궁궐로 출발하기 전날,


가을뫼 일행은 예진의 어머니가 손수 만들어 주신 정복을 입어보았다.


"다들 아주 잘 어울리는구나."


어머니는 자기가 만든 옷을 모두 잘 소화해 내자 몹시 흡족해했다.




"궁궐에 당도하면 이석 장군을 볼 수 있을게야. 내가 기별을 넣어놓았으니


 너희를 맞이해서 잘 안내해 주실 것이야."


"제가 어렸을 때 궁궐에서 종종 뵈었던 그 이석 아저씨요?"


"그래, 네게 종종 쌀과자를 주시곤했지. 


 그분은 네 아버지의 심복이자, 의형제란다.


 네가 나이가 좀 찬 이후로는 동쪽 소노부를 방비하러 떠나셨다가. 


 작년 즈음에 다시 중앙군으로 돌아오셨다. 


 돌아오시는 그 길로 내게 먼저와 인사를 하셨지..."




 "그 분이 절 많이 예뻐해 주셨던 기억이 나요."




"너도 알다시피 궁궐에선 아무도 믿을자가 없는데,


 이석 장군은 유일한 우리 편이니, 정중하게 대하거라.


 잠깐 다녀오는 걸음이지만 호랑이굴로 들어간다 생각하고 항상 조심하렴."


"네, 어머니."
 






마침내 궁궐로 떠나는 날.


어머니는 국내성비서를 두 장 내주셨다.


"어머니, 한 장이면 되어요."


예진은 한 장을 반납하고 한 장만 바닥에 깔았다.


마법진이 그려진 바닥에 예진, 가을뫼, 서유 순으로 딱 붙어 섰다.




"다녀오겠습니다!"


가을뫼는 국내성비서를 밟았다.






띠디디디딩 휘이휘이이






국내성 동쪽에 도착하자 부여성에 도착했을 때처럼


한 무리의 병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명패를 꺼내보이시오."


서유와 가을뫼가 주섬주섬 명패를 꺼내려는데 예진이 막았다.


그리고 자기의 상아 명패를 꺼내 병사에게 비췄다.




"태왕 태하의 부르심을 받고 왔다. 길을 안내하거라."




명패를 본 병사는 즉각 무릎을 굽혔다.


"예. 자가, 곧바로 수레를 준비하겠습니다."




병사는 곧 수레 두 대와 호위 기병 넷과 함께 돌아왔다.


보아하니 수레 한대에 두 사람밖에 탈 수 없어서 2대를 준비해 온 듯했다.




"나는 말을 타고 갈게, 수레는 둘이 타. 저는 말을 한필 준비해 주시죠."


예진이 말릴 틈도 없이 가을뫼는 병사에게 말을 청했다.


병사는 힐끗 예진의 눈치를 보더니 말 한 필을 끌고 왔다.






***




멀리서 점점 다가오는 국내성은


얼핏 경복궁 같았다. 좀 크고 웅장한 경복궁이랄까...




궁궐 입구에서 중앙까지 


예진의 상아 명패를 비추면 프리패스 되었다.




'이제야 좀 얘가 공주인 게 실감이 나네...


 그 고집쟁이 아가씨가 이런 대국의 공주라니,


 밤마다 헐떡대는 얘가... '




가을뫼는 서유에게 이것저것 설명해 주고 있는 예진을 바라봤다.


뽀얀 피부에, 큰 눈, 부드러운 갈색 포니테일.


'오늘 밤 뒤졌다. 내 이세계 마누라'




"왜 그렇게 빤히 봐요?"


고개를 돌리다 자신을 빤히 보고 있는 가을뫼를 발견한 예진이 물었다.


"응? 아무것도 아냐."




예진은 서유와 가을뫼를 번갈아 쳐다 봤다.


자기를 본 것인지 서유를 본 것인지 의심하는 듯했다.




태왕이 기거하는 중궁에 당도한 일행은 말과 수레에서 내려 잠시 대기했다.






"혹시 태녀 자가 아니십니까?"


한 근엄하게 생긴 장수가 다가오더니 말을 걸어왔다.


"엇! 아저씨... 아니... 이석 장군님!"


예진이 외쳤다.


"어찌이리 세월이 빠른지... 숙녀가 되셨군요. 정말 못 알아 뵐뻔했습니다."


"너무 오랜만에 뵈는 걸요. 거의 10년은 되었겠어요."


"그런 듯 합니다. 형님의 부고때도 미쳐 못뵈었으니..."


이석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이석은 잠시 뒤 말을 이어 나갔다.




"형수님께 연락을 받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태하의 부르심으로 오셨다구요. 


 궁궐에 계시는 동안에는 제가 늘 보좌하겠습니다. 


 뭐든 궁금한 게 있으시면 제게 물으시지요."




그때 궁녀로 보이는 처자가 나와 말을 전했다.


"태왕 태하께서 들라 하셨습니다. 태녀 자가께서는 안으로 들어오시지요."




"저는 서근전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심복을 여기 대기 시켜 둘터이니


 말씀이 끝나시면 그리 오시지요."


"네. 장군. 이따 뵙겠습니다."




궁안에 들어가기 직전, 일행은 무기를 벗고 들어가야 했다.


일행은 이석 장군의 심복에게 무기를 맡겼다.


예진은 가을뫼와 서유를 데리고 중궁으로 들어갔다.






궁안에 들어서자 넓은 실내에


좌우로 열댓 명의 궁녀와 내관들이 서 있고, 높은 단상 위에


태왕이 왕좌 위에 앉아 있었다.




"7태녀 예진, 태왕 태하를 뵈옵니다."


예진이 절하며 외쳤다.


가을뫼와 서유도 곧 따라 절했다.




"내 몇년 만에 너를 보는지 모르겠구나.


 내 너를 그리 아꼈거늘 어찌 소식 한번 듣기 이리 힘들더냐."


"소녀, 변명조차 할 수 없을 만큼 황공할 따름 입니다."




"옆에 같이 온 자들은 누구인고?"


"저의 동료와 낭...군  이옵니다."




"으응?"


태왕은 크게 놀랐다.


"네가 시집을 갔다고? 어허이 이런. 


 내 너의 혼사자리를 봐주려 했거늘 이미 배필을 잡아 오다니,


 그래, 그대는 어디서 온 누구인가?"




'그래 예진이랑 연습했던 대로...'




"저는 마한 땅에서 올라온 궁사, 가을뫼라고 합니다."


태왕은 가을뫼를 유심히 보았다.


수려한 외모에 곧게 뻗은 팔다리, 뚜렷한 음성, 젊은 기운이 느껴졌다.




"과연, 내 부마로 삼을 만 하도다. 그래 궁사라면 지금 몇단인가?"


"최근에 99단이 되었습니다."


"허허...그래 우리 예진이를 데려가려면 


 못해도 그 정돈 되어야지. 승급자가 아닌 건 아쉽다만 


 충분히 젊어 보이니 현궁 정도는 이를 수 있지 않겠는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그쪽은..."


태왕이 서유를 바라보며 말했다.


"도사 신서유라고 합니다."


서유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태하, 이 아이는 저의 동료이자 의자매입니다."


예진은 혹시나 태왕이 서유를 탐낼까 의자매라고 소개했다.




"허허... 내 솔직히 네가 모험가로써 여정을 떠났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제대로 승단이나 할까 싶었는데, 이렇게 어엿히 일행을 꾸린걸 보니 


 참으로 기특하구나. 너는 몇단이 되었느냐?"


태왕이 예진에게 물었다.




"소녀도 얼마 전 99단이 되었습니다."


"아니, 그래? 벌써 그리 되었어?  네가 소질이 있구나!"


태왕은 예진을 바라보며 흡족하게 웃었다.




"내 숙모께는 이미 서신으로 여쭈었으나,


 너에게 다시 한번 물으마,


 숙모와 어수를 데리고 다시 궁궐로 와서 살 생각은 없느냐?"




"태하, 소녀, 사실 태하께 간곡한 청이 있사옵니다."


"무엇이더냐? 말해 보거라."




"소녀가 모험을 떠난 후, 


 고구려와 부여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느낀바가 많습니다.


 그중 여실히 느낀점은 국경을 튼튼히 방비해야 백성들이 


 안심하고 살며 곡식을 늘리고, 나아가 인구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래전부터 서쪽 연노부 지방에서 선비족의 노략질이 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소녀와 낭군을 부디 그곳의 자사로 삼아 그곳을 방비하게 하여주소서."
 


"..."


확실히 연노부 지방은 흉노와 선비족의 침략으로 연일 지원요청이 들어오고


신하들이 발령 받기 꺼려하는 곳이었다.




"그곳은 하루하루가 전쟁터이고 전투가 곧 삶인 곳이다.


 내 그런 곳에 너를 보내고 싶지 않다."


태왕이 말했다.


예진은 엎드려 절하며 답했다.




"왕족이란 백성을 지키고 


 나라의 근간을 보호할 사명이 있다 배우며 자랐습니다.


 소녀는 나라 녹을 먹으며 자랐고 이제 장성하여 갚을 때가 되었습니다.


 태하께 이 말씀을 드리는 날만 생각하며 그동안 모질게 단련해왔습니다.


 우선 선비족을 평정하여 태하께 믿음을 드리겠습니다.


  한 번만... 한 번만 소녀를 믿어 주시지요."




"후... 내 너를 편하게 살라고 부른 것이거늘..."


태왕은 한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자네 궁사라 했지..."


한동안 머리를 감싼 채로 가만히 있던 태왕이 가을뫼를 보며 말했다.


"예. 그렇습니다."


"맹세코 예진이를 지킬 수 있겠는가?"




가을뫼는 순간 모두가 자기를 바라보는 것을 느꼈다.


"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최선... 최선 가지고는 안 되지... 실력, 그리고 기개, 대운...


 이 모든 것이 필요하다.


 여봐라 밖에 호위 병사를 한 명 들여보내라."


 
태왕의 외침에 밖에서 병사 한 명이 급히 들어왔다.


"너의 투구를 벗어, 문밖으로 나가 200보 밖에 투구를 세워 놓거라."


"예. 폐하!"


병사는 신속히 나갔다.




"그리고 서유라 했던가? 자네는 저 병사가 세워 놓은 투구를 들고 그 자리에 서 있게."


"태하?..."


"너의 서방이 200보 밖의 저 투구를 쏘아 맞추면 내 너의 청을 허락하마."




"하오나 태하! 너무 위험하옵니다!


 화살이 머리에 적중하면 부활도 힘들 것인데..."




"네가 나에게 청한 것은 그보다 백 배는 더 위험한 것이다! 


 그 정도의 실력과 운이 없는 자라면 난 너를 맡기지 않을 것이야.


 결정해 보거라 하겠느냐!"


태왕은 가을뫼를 쳐다보며 외쳤다.


하지만 대답은 서유가 하였다.


"예. 하겠습니다!"


가을뫼를 포함한 모두가 서유를 바라보았다.




"저는 저의 서... 저희 궁사를 믿습니다. 


 저희 일행은 그간 이러한 시련을 여럿 넘어왔습니다.
 
 우리의 궁사가 분명 투구를 맞추리라 믿습니다."










'아니 난 자신 없다고!'


가을뫼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태하... 제발 명을 거둬 주소서, 태하..."




"제법 신뢰를 쌓았군."


태왕은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일으켜 문밖으로 향했다.


일행도 자연스레 태왕을 따라나갔다.


'아씨 거절할 타이밍을 놓쳐 버린 것 같다. 아...'




문밖을 나가니 저 멀리 병사가 창 끝에 투구를 꽂아 논 것이 보였다.






존나 멀어 보였다...




서유는 당돌하게 투구를 향해 걸어갔다.


가을뫼는 입이 바짝바짝 말랐다.


"이 자에게 활을 내주어라."


태왕이 명했다.


이석 장군의 심복은 재빨리 다가와 활을 두 개 내밀었다.




'여기서 추모각궁 쓰면 좃 되잖아.. 단궁, 단궁...'




가을뫼는 이세계로 넘어와 목표물을 빗 맞춰 본 적이 없었기에


조금 자신감도 있었지만, 이렇게 먼 거리를 쏘아본 적은 거의 없었고


무엇보다 잘못 쏘면 서유를 맞춰버릴 수 있다는 생각에 손이 떨려왔다. 




"이 거리를 단궁으로 쏜다라..."


태왕이 말했다.


'지금이라도 못 하겠다고 말할까?...'


예진은 태왕에게 애걸하는 것을 멈추고 가을뫼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기도하듯 양손을 모았다.


'아 스벌,,, 궁 안에서 말할걸... 지금 못하겠다고 하려니까 미치겠네...'




투구에 당도한 서유는 창에서 투구를 뽑아 머리 위로 높이 들었다.




'평소 쏘던 대로 쏘면 될 것 같긴 한데...'


가을뫼는 심호흡했다




"후우..."




'서유를 다치지 않게, 서유를 다치지 않게, 서유를 다치지 않게.'




가을뫼는 활시위를 당겼다.






『팅!』


활시위를 놓는 소리와 함께 화살은 날아갔다.




『쉬이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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