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구의 자리 - 2

 

 

 

 

 

' 어째서 모친은 자신을 낳자마자 어명에 의해 처형되었는가. '

 

오래토록 인회군의 의식에 자리한 의문이었다.

인회군의 모친은 금군별장의 딸이었는데,

왕의 서자인 자신을 낳자마자 자신의 아버지에게 끌려가

참수당했다. 

 

그리고 인회군은 모친에게 한번 안겨보지도 못한 채 데려가져

왕의 또다른 서자들과 함께 궁에서 보살펴졌다.

 

 

인회군과 같이 어미 없이 자란 서자들의 관계는 돈독했고,

왕의 명령으로 궁의 사람들은 그들을 서자라 차별하지 않고

마치 적자와 같이 대해주었다.

 

 

그 덕에 부족함 없이 자란 그들이었으나,

왕과의 만남은 극히 적었기에 부모에 대한 기억은 매우 적었고,

모친에 대한건 입에 담지 말라는 법칙에 그저

의문을 삭힐 수밖에 없었다.

 

' 내 목을 베어다오. '

 

인회군이 가진 얼마없는 부모의 기억도 오직 한마디 뿐.

성인이 된 인회군은 어찌하여 모친은 처형된 것인지

누구에게라도 묻고싶었다.

 

 

인회군은 궁을 돌아다닐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자마자

여전히 금군별장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조부와 만났다.

 

' 어째서 공은 저의 어미를,

본인의 딸을 자신의 손으로 죽인 것입니까. '

 

금군별장의 답은 짧았다.

 

" 어명이었습니다. "

 

짤막한 답이었으나 단호한 말투 속에서

인회군은 그 어떤 죄책감이나 후회를 찾아볼 수 없었다.

조부는 그저 따른 것일 뿐, 옳고 그름을 판단해보는 시도 조차 없이

밭을 가는 소와 같이 일을 했을 뿐임을.

 

그 뿐만이 아니었다. 군대도, 학자도, 어린 나인들까지도

전부 왕의 입에서 떨어진 소리를 주워듣고 움직이는 가축이었다.

 

고명하다는 대감이나 관리들도 자리를 지키며

천년의 태평성대를 이룩한 영원한 왕의 입에서 나온 말을

이의를 제기할 용기도, 생각도 없이

그저 따라말할 뿐인 앵무에 불과했다.

 

그것은 인간의 삶이 아니다.

하물며 이젠 명을 하는 것조차 왕이 아닌 요괴이다.

 

 

인회군은 병사들에 의해 강제로 무릎이 꿇려진

금군별장을 내려다보았다.

 

반란의 밤이라기엔 사방은 적막했다.

궁의 어느 곳에서도 칼이 부딪히는 요란한 소리와

전투로 고양된 함성이나 고통에 찬 비명이 울려퍼지지 않았다.

 

' 만전이라 할만하구나. '

 

하지만 여전히 벼랑 끝에 있음은 다르지 않았다.

모든 관리를 제압하기 전에 요괴. 신유가 눈치라도 챈다면

왕의 입을 빌려 난을 진압하라는 명령과 함께 

인회군의 세력은 수많은 병력에 분해될 것이 분명했다.

 

 

" 군은 무엇을 위해 이러한 태평성대에 난을 일으키는 것입니까?

얼굴 한번 보지못한 어미의 넋을 무고한 자들의 피로 기리기라도

하겠단거요? "

 

인회군은 여전히 무릎 꿇려져있는 금군별장.

자신의 조부를 내려다보았다.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 스스로 생각하길 포기한 가축의 모습.

인회군의 얼굴은 혐오감으로 일그러졌다.

 

" 공께선 손자를 출산한 자신의 친자식을 죽이라는

어명이 내려오는 시대를 태평성대라 보는 것입니까? "

 

" 그럼으로서 나라가 평온해진다면 못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하물며 당시 전하께선 지금과 달리 심신이 온전한 상태였습니다. "

 

그때, 금군별장의 뒤에서 검을 든 남자가 성큼성큼 들어섰다.

 

" 적어도 당신의 손으로 하진 말았어야지. "

 

서자들 중 둘째인 그의 손에 들린 검 끝엔 핏방울이

떨어지고 있었고 의복엔 피가 붓그림과 같이 휘갈겨져있었다.

 

둘째의 모습을 본 금군별장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었겠습니까? 이 궁, 아니 이 나라에서

어명에 거역할 자도, 어명을 거역할 이유조차도 찾을 수 없습니다.

내가 하지 않아도 벌어졌을 일에 대한 책임을 어째서

내게 묻고자하는겁니까? "

 

" 사실, 얼굴도 기억 못하는 모친의 죽음에 대해 너희에게

책임을 물을 생각은 없다. 너희는 생각이 없고

애초에 어머니에게 정을 붙일 새도 없었으니. "

 

둘째의 말을 이해하자 금군별장의 눈엔 두려움이 차올랐다.

감정에 휘둘린 반란이 아니다.

인회군이 자신을 찾아온 이유는 모친의 죽음에 대한 복수.

혹은 해명을 원해서가 아니었다.

 

그저 쓸모없는 가축을 팽하는 것이었다.

 

금군별장은 인회군을 보며 다급히 입을 열었다. 

 

" 전하께선 오직 어미만을

                                            처형하라... "

 

금군별장의 목이 인회군 앞으로 굴러떨어졌다.

병사들은 시체를 눕혀 인회군에게 피가 튀지 않게 하였다.

 

"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우리를 그저 날뛰는 불한당으로

취급한다니, 섭섭한 일이지 않느냐? 인회야. "

 

 

" 평생을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판단하지 않은 채 늙어버린 탓입니다.

목이 달아날때까지도 잘못됨을 깨닫지 못한 채 

비참히 죽게 되는 것도 그 요괴, 신유의 탓이지요.

그것이 궁을 축사로 만들어버렸습니다. "

 

자신이 태어나기 전부터 왕은 신유에게 홀려 지배당했을 것이다.

본디 왕의 총명함은 요괴의 비열한 내기를

꾀를 내어 속일 정도였고,

그렇게 얻은 불사를 개인의 탐욕이 아닌 나라를 위해

바칠 정도의 의인이라했다.

 

하지만 오랜 삶동안 왕은 지쳐갔을테고, 

내기에 진 화를 식히지 못한 요괴는

기나긴 영원의 세월에 벌어진 마음의 틈새를 노려

왕을 잠식해 정신을 지배해버린 것이다.

 

그 탓에 왕은 자신이 완전히 넘어가기 전에 서자들을 만든 것이고,

요괴는 서자들이 태어난 뒤에야 뒤늦게 눈치 채 처리하려했지만,

왕은 간신히 남은 정신력으로 서자들만은 구해내고,

신유에 대한 적개심을 심은 채 스러진 것이다.

 

결국 영원한 왕권을 손에 넣은 요괴는 궁의 모든 인간들을

자신의 가축으로, 궁은 축사로 만들어

인간이 스스로 생각치 못하게하고.

벗어날 수 없는 치욕에 왕은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글도 깨우치지 못한 어린 자식에게 자신의 목을 베어달라

간청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그때, 높은 휘파람 소리가 들려왔다. 어전의 방향이었다.

 

" 끝났나보다. 가자 인회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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