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바람과나라 : 이고갱] 제 16화. 전쟁과 증오

제 16화. 전쟁과 증오.












가을뫼 일행은 예진의 집에 머물자, 사냥하러 나갈 때 


서영이를 혼자 두지 않아도 되는 게 너무 좋았다.


일행이 사냥을 나가면 서영이는 어수와 함께


어머니에게 글공부를 받고 쉴 때는 어수와 놀곤 했다.


예진의 어머니는 서영이의 착한 심성과, 귀여운 외모,


준수한 글 솜씨를 무척 마음에 들어했다.






"해골굴 보단 다른 곳이 낫겠는 걸?"


예진의 집에서 머물며 사냥을 한지 3일차, 


이틀 동안 가을뫼 일행은 레벨을 1 올렸다.




"흐음... 지금 우리가 고단자가 되어서 그런 것 아닐까요?


 지금, 이 승단 속도도 말이 안 되게 빠른 건데..."


예진이 말했다.


"승단도 승단인데, 얘네 잡고 나서 얻는 게 거의 없잖아.


 호박이라던지..."




"그러면... 오후에는 다른 곳에서 사냥해볼까요?


서유가 말했다.




주막에서 점심을 먹으며 논의한결과


도깨비굴을 가기로 했다. 


정식 명칭이 백륜동인 도깨비굴은


각 성마다 백륜동, 천륜동, 만륜동 등 다른 이름으로 불리었다.




도깨비들은 보물이나 금붙이들을 좋아해서 


그들의 소굴에는 금은보화가 가득하다는 소문이 많았다.


하지만 도깨비들은 강했고 사람을 홀리는 재주가 있어


상당한 고단자들이 아니면 백륜동 근처엔 얼씬도 하지 않았다.






졸본성 북서쪽, 일행은 꽤 긴 시간을 걸어 백륜동 근처에 도착했다.


해가 아직 중천에 떠 있을 시간이었지만 높은 침엽수들이 많아


다소 어둡고 스산한 기운이 돌고 있었다.






백륜동 입구에 다다르자 생각 외로 여러 사람이 입구 안에 있었다.


사람들은 곡갱이를 들고 땅과 벽을 파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가을뫼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뭘 하고 있는지 물었다.




"실례합니다. 혹시 지금 여기서 뭘 하고 계신 건가요?"


곡갱이질을 하던 여자는 잠시 동작을 멈추고 가을뫼를 쳐다보았다.


옆에 있던 남자는 힐끗 가을뫼를 쳐다보더니 다시 고개를 돌리곤 어깨너머로 말했다.




"댁과 상관없는 일이니 그냥 갈길 가쇼."


[빠직]


상당히 기분 나쁜 대답에 가을뫼는 화가 났다.


"아니, 사람이..."


"가을뫼씨, 잠깐만요."


예진이 가을뫼를 끌어당겼다.




"이 사람들... 혹시 도깨비한테 홀린 사람들 아닐까요?


 뭔 일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사냥을 하는 것도 아니고,


 어딘가 좀 이상하지 않아요?"
 


옆에서 서유가 거들었다.


"제가 봐도 좀 이상해 보여요..."


가을뫼 역시 뭔가 꺼림칙함을 느끼고 일단 밖으로 다시 나왔다.


입구에서 일행은 의견을 나눴다.




"저 사람들이 만약 진짜 도깨비에 홀린 사람들이라면..."


"구해야죠! 그런데... 아무런 대책 없이 우리도 홀리면 어떡해요..."


예진이 말했다.




"도깨비들은... 붉은 팥을 싫어한다고 들었어요... 


 팥을 뿌리면 도깨비들이 달아나고, 


 홀린 사람들도 정신을 차린다고들 해요...


 팥을 구해다가 다시 올까요?..."


서유가 말했다.




'흠... 홀리고 나발이고 도깨비들을 죽여 버리면 되지 않을까?


 굴 안에 들어가서 도깨비를 다 쏴 죽이면 간단할 것 같긴 한데...'




문득 주작 누님의 말이 떠올랐다.




'내가 추모각궁을 가진 널 걱정하는 건, 


 오히려 그 활이 너무 강해서 그래.


 무기가 백날 강해봤자, 한순간 방심하면 아무 소용 없어. 조심해.'




그래...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 했지...


"좋아, 귀찮지만 주막에서 팥을 좀 얻어오자."




일행은 주막에 팥을 얻으러 돌아갔다.


"주모, 팥 좀 사려하는데요."




"엥? 팥은 뭣허게, 장터에 사는 게 훨씬 쌀텐데 왜 나한테 사려하는감?"


연실네는 의아해하며 되물었다.


"저희가 백륜동에 가서 사냥을 좀 하려는데 부적삼아 좀 가져가려구요."




"뭣이? 지금 백륜동에 가겠다고? 


 좀 있으면 어둑어둑해질 시간인데... 밤에는 백륜동이나 흉가는 가는 게 아니여."


연실네는 올라며 만류했다.


"왜요?"


"밤에는 음기가 훨씬 강해서, 햇빛에 약한 귀신이나 도깨비들이 더 판을 친다니까.


 그리고 백륜동은 얼마 전부터 흉흉한 소문이 돌아, 


 사람들이 미쳐서 곡갱이질을 한다나 뭐래나..."




"그건 저희가 직접 보고 왔어요."


"아니 그걸 직접 보고도 간다는겨? 미쳤구먼... 


 안 그래도 관아에서 곧 조사대를 보내기로 했다니


 좀만 기다려 봐아. 사냥이 중요한 것이 아녀, 목숨이 중하지"




"...그럼 그 미쳐 버린 사람들은 어떡해요. 관아에서 구해주기 전에 죽기라도 하면..."


"안타까운 일이지...  그렇다고 산 사람이 죽으러 갈 순 없는 게야...




"주모, 이 분들께 팥을 줘요. 제가 안내할게요."


탁상에서 술을 한잔 걸치고 있던 여자가 갑자기 대화에 끼어들었다.


"... 누구시죠?"


가을뫼가 물었다.


여자는 등 뒤에서 환두대도를 꺼내더니 말했다.


"나는 이 마을 유일한 도깨비 사냥꾼, 효지라고 해요."

 

자신을 도깨비 사냥꾼이라고 밝힌 효지는 짧은 머리에 동색 방울 귀걸이, 전사 복장을 하고 있었다.

"도깨비 사냥꾼?"




"백륜동, 물망동, 천륜동, 어디든 도깨비가 사는 곳을 털어먹고 사는 사람이죠.


 원래라면 사냥을 다녀야 하는데, 지금 내 언니가 좀 귀찮은 일을 맡아버려서, 


 부업 좀 하려는데, 얼마나 쳐줄래요?"




"...? 우린 이미 도깨비굴이 어딘지 아는데요?"


그 말을 듣자 효지는 비웃듯이 말했다.


"풋... 도깨비굴을 간다는 건 도깨비들이 


 꿀벌마냥 모아 놓은 금은보화를 챙겨보겠다. 이거 아닌가?


 근데 도깨비들이 금나르는 것만 꿀벌 같은 게 아니거든,


 집은 요상하고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도깨비불에, 


 길 같은데 막상 가보면 돌아가야 되는 헛길 투성이에


 나 같은 경험자 없이는 힘들 텐데?"


"흥, 그렇게 자신 있어요?"


예진이 물었다.




"이 환두대도를 보면 모르려나? 


 이건 사명비를 죽여 얻은 도깨비들의 무기라구.


 봐바 주모는 딱 알아보고 벌써 팥들고 나왔네"




주모가 한되 가득 팥을 가져온 것을 보고 효지는 팥을 3알 가져갔다.


그리고 그 팥들을 연속으로 공중에 던지더니 칼을 뽑았다.




[건곤대나이]!


3알의 팥은 정확히 6알이 되어 떨어졌다.




"글쎄... 실력은 잘알겠고, 보물 찾게 되면 그 보물의 3할을 주지. 이 정도면 됐나?"


"음, 좋아, 바로 출발할 거지? 일단 북문으로."


효지는 그렇게 말하고 비영사천문을 썼다.




"저 사람 믿을 만 할까요?"


예진이 말했다.


"음...실력이 있는 건 확실한 것 같은데..."


"처음... 가보는 곳이니까, 한 명 더 추가 해서 


 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흠..."


가을뫼는 주모에게 값을 치르고 팥을 받았다.


셋은 비영사천문을 써서 북문으로 향했다.




"뭐야 왜 이리 늦게들 오는 거야? 쫄아서 도망친줄 알았네."


"아니, 팥은 받고 가야 될 것 아냐?"




예진은 가을뫼가 들고 있는 팥을 조금 움켜쥐더니 효지에게 뿌렸다.




"아얏! 뭐하는 거야!"


효지가 화를냈다.


"혹시, 도깨비에 홀린 사람인지 확인해봤어요. 아닌가 보네."


예진이 새침하게 말했다.


'이야... 얘가 착해진게 아니라, 날 좋아해서 고분고분해진 거였구나,


 사람 긁는 건 여전히 월드클라스네."


가을뫼는 속으로 감탄했다.




"이걸 확... 어우..."


효지는 부들부들 참아내고 우선 일행의 이름과 나이부터 물었다.


가을뫼가 간단하게 소개해주자. 효지는 득의양양하게 말했다.


"내가 제일 언니네. 난 23. 가효지. 90단이야."


'호... 칼솜씨가 예리하더니, 고단자였네.'




일행과 효지는 백륜동으로 걸어갔다.


"백륜동의 정확한 위치는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다들 이 나라 사람인가?"


효지가 물었다.




"나는 좀 멀리서 온 사람이고, 여기 둘은 고구려 사람."


예진과 서유를 대신해서 가을뫼가 말했다.




백륜동 앞에 도착하자 낮에는 별 눈에 띄지 않아 지나쳤던


커다란 원두막이 불빛을 내고 있었다.


가까이 가 보니 수많은 사람들이 요를 깔고 누워 있었고,


한 여자 전사만 무장한 채 깨어 있었다.




"그분들은 누구야?"


놀랍게도 무장한 여자전사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응. 백륜동에 볼일이 있다고 해서 데려왔어."


효지가 대답했다. 


"저분은...?"


"아, 내 언니야. "


"안녕하세요. 가효선이라고 합니다.




"네. 안녕하세요. 저... 이 많은 사람들은 다... 어떻게 된 거죠?"


원두막에는 어림잡아 20~30명은 누워 있었다.


가효선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언제부터인지 백륜동 초입부에 도깨비들이 안 보여서,


 슬금슬금 사람들이 조사 차 나왔는데


 무슨 연유인지 도깨비 하나 없이 동굴이 텅 비어 있고, 


 값비싼 보물들만 남아 있었어요. 


그 비싼 보물들은 이미 다 수거해서 없고


 사람들은 도깨비굴에서 발견한 보물지도를 보고 표기된 곳의


 땅을 파기 시작했어요. 낮엔 땅을 파고 밤엔 이렇게 자는데, 혹시 몰라서 


 이분들이 고용한 게 저와 동생이랍니다. 


 도깨비들이 돌아와도 자는 분들을 안전히 지켜 줄 수 있을 만한 사람이니까요."




'뭔가 좀 이상한데...'




예진은 팥을 하나 들더니 효선에게 던졌다.


"아야!..."


"어머 죄송해요. 혹시 도깨비나, 홀린사람인지 확인해 보려고..."


"야! 너 나한테 던졌을 때는 사과도 없더니..."


옆에서 효지가 발끈했다.


효선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오해가 풀려서 다행이네요. 후훗. 


 백륜동에 들어가보시면 알겠지만, 


 이 근처에 도깨비가 자체가 없어요."




서유는 그래도 미심 쩍은지 자는 사람에게 팥을 몇알 흘려 보았다.


그 사람은 부시시 눈을 뜨더니 말했다.


"흐으음.. 누구요? 잘자고 있었는데.. 하아암."


그렇게 말하더니 다시 잠들었다.




"그런데 이미 보물을 다 수거해 갔으면 우리가 찾을 보물도 없는 거 아닌가?"


가을뫼가 효지에게 물었다.


"하하하. 나도 그럴 것 같으면 헛걸음 안 하지. 이 사람들은 전투력이 없는 초보들이라


9굴까지 밖에 안 들어갔어. 10굴에는 혹시나 도깨비가 있을까 봐."


"그럼 너는?"


"나는 하루살이가 아니야. 만약 도깨비가 10굴에 있다면. 


 사명비, 적명비 같은 중간 두목이 아니라
 
 도깨비왕이 있을 수도 있다고. 


 혹시나 그 녀석에다가 다른 도깨비들까지 잔뜩 있으면 


 나랑 언니 둘이서는 조금 무리일 수 있단 말이지."


"하... 그래서 숫자를 늘려서 10굴까지 가 보겠다?"




"그렇지. 도깨비굴의 진짜 보물은 10굴에 있으니까.


 잘만 터지면 100만전도 우습다고."


가을뫼는 생각에 잠겼다.


'염려 했던 백성들의 집단 세뇌?는 아니었고, 


 이 둘도 팥을 무서워하지 않는 거보면 도깨비는 아닌듯하고...


 아... 근데 왜 자꾸 뭔가 꺼림칙하지...'


그때 평소와 다르게 서유가 먼저 입을 열었다.


"가을뫼님... 우리한번 가 볼까요?"


"응?"


"저... 저... 실은 도깨비굴에서 구할 수 있다는 삼촉현창이 조금 탐나서..."


서유가 예전에 자기몫을 확실히 챙겼다는 말은 들었지만,


일행에 합류한 후로 물욕을 보인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서유가 무기에 욕심내는 말은 다소 의외였다.


'흠... 생각해 보면 나는 개사기 무기를 얻긴했는데 예진과, 서유는 쭉 그대로였지...'




"그래 까짓꺼 도깨비가 있으면 오히려 좋지 뭐 때려잡아서 승단도 하고. 가 보자!"


효선은 그대로 원두막에 남고 가을뫼 일행과 효지는 백륜동 안으로 출발했다.




백륜동 안에 들어가자마자 가을뫼는 지도를 켰다.


아무 말 않고 효지가 제대로 안내하는지 지켜볼 심산이었다.


효지는 정확하게 최단길로 다음굴로, 다음굴로 안내했다.


'호오... 정말 유능하잖아?'


그렇게 일행은 순식간에 9굴까지 왔다.


10굴 입구에서 효지는 잠시 멈춰 섰다.




"여기는 혹시 모르니 나와 가을뫼가 


 앞장서는 게 좋을 것 같아."


서유는 가을뫼와 효지에게 [보호],[무장]을 걸어 주었다.


"좋아, 가을뫼랑 먼저 들어가서, 안쪽이 괜찮다 싶으면 바로 너희를 부르러 올게."


효지는 그렇게 말하고 가을뫼를 재촉했다.


가을뫼는 어두운 입구를 지나 10굴로 나왔다.






10굴역시 텅 비어 있었다.


"휴우.. 여기도 비었네... 여기 졸본성 도깨비들은 다 어디 가버린 건가?"


가을뫼가 말했다.


"글쎄, 난 주술사랑, 도사 불러 올게."


효지는 그렇게 말하고 9굴로 되돌아갔다.




효지가 9굴로 돌아간지 3초쯤 되었을까...


가을뫼는 오랜만에 소름 끼치는 비명 소리를 들었다.


"끼아아아아아아아악!!! 가을뫼씨!!!"


예진의 비명에 화들짝 놀란 가을뫼는 바로 9굴로 향했다.












『푹』




"헙......."


가을뫼는 9굴로 돌아오자마자 날카로운 칼에 배를 깊게 찔렸다.




"멍청한년 놈들, 하여간 돈 얘기만 나오면 정신을 못 차리지."


효지는 가을뫼의 배에서 칼을 뽑아냈다.




"우읍...." 


배에서 피가 미친 듯이 쏟아졌다.


눈앞에 예진과 서유가 쓰러져 있고,


언제 뒤 따라온 것인지 가효선이 쓰러진 예진 앞에 서 있었다.


서유가 쓰러진 바닥은 피가 흥건했다.


가효지, 가효선은 피 묻은 칼을 든 채 가소롭다는 듯이 가을뫼를 바라보고 있었다.


뒤에 수많은 존재들이 어렴풋이 보였지만, 


시야가 흐려진 가을뫼는


도깨비인지 인간들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일까...


 고구려 이 잡것들이 낳아 준 


 은혜는 모르고 부여에 칼을 꽂은 댓가다!"


가효지가 대답했다. 


가효선은 웃는 얼굴로 예진의 머리를 짓밟고 있었다.




"원망스러워? 원통스러워?


 아버지는 목이 잘려 죽고, 어머니는 노비로 끌려가다 죽은... 그게 원통이야


 이 고구려 앞잡이 새끼야."


가효지는 가을뫼를 걷어찼다.


"우으윽..."


가을뫼는 미칠 듯한 통증과 분노에 정신이 아득해져 갔다.




'안 돼... 예진이를... 서유를... 구해야 해...'


가을뫼는 이 악물고 일어서려 했다. 


하지만 또다시 이어지는 가효지의 발길질에 엎어지고 말았다.




"껄껄껄, 언제봐도 잔혹하구만 그하하하. 저놈은 노예로는 못 쓰겠군 


 먹이로 써야겠어... "


도깨비왕이었다.


가효선 뒤에 아른 거리던 수많은 형체들은 도깨비와 도깨비불이었다.




"여기 이 계집도 안 될 것 같아. 효지가 너무 쑤셔놨어."


예진을 발로 짓이긴 후 서유 위에 올라타 있던 가효선이 말했다.




"그년은 도사야. 폐를 쑤셔서, 마력을 확실하게 빼놔야 확실 하잖아."


"그흐흐흐. 그래. 그래도 저기 저 계집은 쓸 만하겠는데? 끌고 가서 세뇌 시켜라."


도깨비왕은 예진을 가리키며 부하들에게 말했다.




"음탕하기는..."


"어머, 오늘 밤은 나 아니었어?"


가효선이 말했다.


"그흐흐... 그래 네년 먼저 놀아주다가 뻗으면 저년을 후식으로 삼지." 


가을뫼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도깨비들에게 홀린 것 같지 않았는데...


팥도 뿌려봤는데...




"왜 이리 이 악물고 버티는 걸까, 편히 눈감으면 좋을 텐데...


 내가 이래 봬도 속정이 있거든.. 하하하. 아무리 네놈이 


 고구려 앞잡이 새끼라도, 반송장에다가 칼질하고 발길질하고


 이러는 거, 나 별로 안 좋아해. 응? 어서 푹 자."


효지는 쭈그려 앉아 가을뫼에게 말했다.


가을뫼는 안간힘을 다해 의식을 유지하려 했다.




'내가... 내가 지금 죽으면 안 돼... 절대 안 돼... 정신 차려... 화살...


 화살 한 방이면...'




가을뫼는 화살을 꺼내려 손을 등 뒤로 뻗었지만 




옆으로 매어 놨던 팥주머니에 손이 걸렸다.




"푸하하하. 왜? 팥이라도 뿌리려 그러는 거야?


 어우 너무 안 됐다.  그 팥, 내가 애초부터


 검은 팥들로 덮어 놨거든? 내가 팥알을 꺼내서 


 공중 자르기 했던 거 기억나지? 그거 그냥 장기자랑 아니었거든...


 열심히 뒤섞지 않으면 붉은팥은 꺼내지도 못할걸? 


 불쌍해라... 그리고 뭣보다, 우린 도깨비한테 홀린 게 아니야.


 동업을 하는 거지, 이 같잖은 고구려년놈들을 티 안 나게 조져 주잖아."




그리고 마지막 말을 가을뫼 귀에 속삭였다.


" '도깨비들이 죽였다.' 그러면 우린 아무 죄도 없어, 


 뒤늦게 사람들이 몰려와서 도깨비들 조져 봤자, 


 시간만 지나면 새 도깨비들이 나오고...


 너무 편리한 고구려인 학살 방법이지 히히힛."


효지가 떠들어 대는 사이 부하 도깨비가 예진을 일으켜 끌어내고 있었다.




서유는 너무나 괴로웠다.


숨조차 제대로 못 쉬게 찔린 끔찍한 상처보다,


자기가 일행을 여기로 이끈 것이나 다름없다는 사실이 


더 괴로웠다.


자기 잘못이니 스스로는 구하지 못할지라도, 


가을뫼님과 예진 언니라도 살아 돌아갈 수 있다면...




서유는 마지막 기력을 짜내서 


동동주가 담긴 호리병을 꺼내 입술을 적셨다.




'동동주 한 모금 정도로는 아무것도 못 해... 가을뫼님... 가을뫼님...'






'서유야. 넌 든든한 도사야. 자신감을 가져.'






[............증...강]!!






서유의 마력이 순간적으로 모두 회복되었다.


하지만 폐에 구멍이 난 서유는 순식간에 마력이 줄줄 새기 시작했다.


"이런 미친년이!"


가효지는 마법을 외우는 소리에 가을뫼를 내버려 두고 칼을 뽑아 서유의 숨통을 끊으러 왔다.




"[금강...불체]"


『캉!』


서유의 몸이 칼날을 튕겨 내었다.


짧은 찰나의 시간. 서유는 무적이 되었다.


일순간 불사의 몸이 된 서유였지만 마력이 새어 나가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일어날 기력도 없었다. 


서유는 쓰러진 채로 손을 뻗어 우선 가을뫼에게 마법을 외웠다.




[생명의 기원]!




남은 마력은.. 이제 고작 마법 한번 외울 만한 정도... 그마저도 빨리 외우지 않으면


밑 빠진 독의 물 마냥, 바닥날 마력이었다.


눈물이 흘렀다.


'다 내 잘못이야...'




"가을뫼님...! 공격을..."


서유는 마지막 남은 마력으로 자신을 회복하지 않고 예진을 끌고 가는 도깨비에게 


[지진]을 날렸다.




『쿠구궁...궁구..』


예진을 끌고 가던 도깨비들은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슈우우우우웅』






[띠링 - '멸극염일시'를 외웠습니다.]






『화르르르르륵』




서유가 만들어 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가을뫼는 아직 덜 회복된 몸을 일으켜


멸극염일시를 날렸다.


도깨비왕과 그 옆에 붙어 있던 가효선, 


그리고 그 뒤에 있던 수많은 도깨비 무리가 어느 때보다 붉은 화염에 불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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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이!!!!!"


서유가 금강불체이건 뭐건 마법이 풀리자마자 죽일 작정으로


서유을 칼로 마구 찔러대던 가효지는 악을 질렀다.




『쉬이이익』


『푹!』


빠르게 날아온 화살이 가효지의 등에 박혔다.


어느새 낡은 단궁으로 활을 바꾼 가을뫼가 쏜 화살이었다.




『쉬이익』 『쉬이익』


연달아 두 방의 화살이 더 날아왔다.


각 화살은 가효지의 뒷목과 뒤통수에 꽂히며 가효지는 그대로 즉사하였다.


가을뫼는 멈추지 않고 예진과 함께 넘어져 멸극염일시를 피한 도깨비에게


화살을 퍼부어 대었다.


[투혈일식]을 연이어 사용해서 이미 체력은 바닥이고.


서유의 [생명의 기원]덕에 겨우 아문 상처도 다시 벌어질지경이었지만


도깨비가 확실히 죽을 때까지 화살을 쏘아 댔다.


도깨비가 움직이지 않는 것을 확인한 가을뫼는 서유를 향해 뛰어왔다.




"서유야!!"


서유는 금강불체의 기운이 다 되어 가는 것을 느꼈다.


이 마법이 끝나면, 틀림없이 자신의 삶도 끝날 것이다...




"가을뫼님... 죄송했..."


서유는 말을 잇지 못했다.
 

 



"서유야!!!!!!!!!!!!!"


가을뫼는 정신이 무너져 내렸다.


서유가 숨을 쉬지 않았다.


목에 손을 대어봐도 맥박이 느껴지지 않았다.




가을뫼의 고함 소리를 들은 것인지 예진이 흐릿하게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켰다.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직 아직... 포기하지 마!'




가을뫼는 예진에게 뛰어갔다.


"예진아!  예진아!! 정신 차려! 괜찮아?"


"으으... 가을뫼씨..."


"정신 차려! 서유가 죽었어... 서유를, 서유를 부활시킬 도사가 필요해!"


"네...? 서유가?"


"난 서유를 데리고 입구로 내려갈게, 넌 주막이든 어디든 최대한 빨리 도사를 데려와!"


"그러면 너무 늦..."


"빨리!!!"


가을뫼는 악을 썼다.


예진은 화들짝 놀라며 일단 비영사천문을 썼다.


가을뫼는 서유를 들쳐 업고 1굴을 향해 뛰었다.


속에서 구역질이나고 심장이 터질 것 같았지만 이 악물고 뛰었다.






'죽고 나서 얼마 안에 부활을 받아야 살 수 있는 거지?


 서유는 예전에 늦지 않아서 되살아났다 그랬는데, 그게 어느 정도인 거지?


 이미 늦은 건 아닐까? 제발... 제발...!!!'




가을뫼는 미친 듯이 뛰었다.


서유를 업고 있는 손으로 서유를 꽉 잡았다.


마치 도망가는 영혼을 붙잡을 것처럼.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그래도 쉴 수 없었다.


폐가 터져도 좋다.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가을뫼가 뛰고 또 뛰어 3굴을 주파할 때, 입구 초입에서 사람들이 보였다.




병사 무리였다. 그들이 왜 여기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가을뫼는 한줄기 희망을 느꼈다.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부활 도사가 계십니까!!"




제발...제발...제발...


병사들이 수군거리는 사이  무리 뒤에서 한 여자 도사가 나타났다.




"제가 보겠습니다. 얼마나 위급한 상태죠?"


"숨이.. 숨이 멎었어요..."




가을뫼는 도사 앞에 서유를 내려놓았다.


도사는 서유의 가슴팍에 손을 넣어보더니 일어났다.




"다행히... 영혼이 남아 있네요.


 영은 생을 얻을지어니... [부활]!!"




그리고 도사는 연이어 생명의 기원을 외워주었다.


가을뫼는 서유 옆에 무릎 꿇고 앉았다.






서유의 가슴이 천천히 움직이고 숨소리가 들렸다.




"서유야... 서유야!"


서유는 눈을 뜨더니 곧장 눈물을 흘렸다




가을뫼도 눈물이 터져 서유의 옷을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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