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뭘 쓰고싶은지 모르겠네

 남들처럼 사는거 참 힘들지. 아니면 남들보다 더 나은 삶을 사는거. 그렇게 되고 싶은데 막상 노력하는거. 그런거 힘들지. 그래서 죽은거지.

 생각하며 장례식장을 나서는데 싸락눈이 나렸다. 공허한 마음이었다. 담배 한 대를 피울 요량으로 장례식장 주차장 구석까지 가면서 패배나 포기 그리고 수용같은 단어들을 떠올렸고 방금 전 까지 보았던 너의 얼굴도 기억 저 편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덜컥 눈물이났다. 부고를 듣고나서도 너희 부모님과 오래 울었지만 갑자기 또 덜컥 눈물이. 정확히 이거다 싶은 이유없이 하염없이 흘러나와 쪼그려 앉아 한참 울었고. 그러고도 도무지 진정이 되지 않아서 얼마간을 세상에서 가장 서러운 일을 겪은 사람처럼 계속 울었다.

  나의 기억속 너는 착한 사람이었다. 세상 사람들의 의견이나 생각같은것 나야 알 수 없으니 적어도 내 안에서. 적어도 누군가 내게 네가 어떤 사람이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널 착한 사람이라고 말하곤했다. 남의 이야기를 자기 일 처럼 잘 들어주는 사람이라고 말 할땐 정말 그러함을 진심으로 느꼈고, 셈이빠른 사람들 사이에서 진심으로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이 잘 전해지는 인간이라고 말할땐 너를 친구로 둔 스스로가 뿌듯 할 만큼 착한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러한 네가 죽었다니. 

 도무지 말도 안 되는 일 이었다. 세상의 모든 불가항력을 따져보아도 그것만큼은 도무지 벌어질 수 없는. 생각조차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인지영역 밖에 일이었다 그런데. 죽었다니. 그런데 관 안에서 하얀 수의를 입고 보라색의 남색의 얼굴을 띄고 눈을 감고있다니. 몇 평방미터 안되는 화장터로 들어가서 뼛조각이되어서, 감정도 생각도 마음도 느낄 수 없는 곱고 하얀 유기물이된다니. 넷플릭스 아이디도 빌려주고 애견카페에서 커피도 마시고. 주말이면 인근산으로 가서 내려오는길에 막걸리를 마시던 내 친구가 갑자기. 갑자기 도자기 안에 보관되어 어딘가에 유치된다니. 나보고 그 사실을 믿으라고.

 별안간 사무실에서 점심을먹고 동료 직원과 아샷추를 먹고있는데 전화가 온다니. 모르는 번호지만 직업병으로 받았더니, 수화기 저 편의 익숙한 목소리가 너희 엄마일껀뭐고. 너희 엄마가 네가 죽었다고 말하는건 또 뭐고. 무슨소리야. 무슨소리세요 어머니. 어머니 무슨소리세요 어머니.

 이상한 일이었다. 속이 매스꺼워지더니 별안간 구역질이 올라오는 것 같았다. 동료가 무어라고 말했는데 숨을 들이쉴 시간이 필요해서 테라스 의자에 앉아 상체를 한껏 앞으로 숙였다. 동료가 등을 한참 두드리는동안 무엇인가를 떠올렸는데. 대게 마지막 양평 계곡에서 보았던 얼굴과 미소였다. 고기도 구워먹고 술도많이 마시고 화투도 치고. 아침에 내가 라면끓이기로 했는데 안 끓여서 같은욕을 다 하던 얼굴. 목소리. 나는 잘난게 없는데 그런내게 너는 내가아는 사람들 중 가장현명하다고 말해주던 친구. 근 십일년간 연락한 번 끊긴 적 없이 한결같던 내 친구 경황없이. 사무실에 들를 생각도 못하고 택시를 잡았다.

 그저 혼비백산이었다. 무엇하나 제대로 들리지 않았고 무슨말을 했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주소 불러드릴테니까 병원으로 가주세요. 기사가 뒤를 슬쩍 돌아보고 무어라 말했는데 울면서 병원으로 가 달라고했다. 어느병원이요 소리를 가달라는말을 몇 번 하다가 겨우 들었다. 어느 병원이지. 어느 병원인지. 나는 얼른 가야하는데 어느 병원인지. 택시 뒷자석에서 한참을 꺽꺽대었다 그게. 벌써 하루전인데 너는 떠났다고했다.

 어머니가 잘 걷지 못하셔서 옆에서 아들처럼 부축해드렸다. 같이 들었는데 사인을. 기도폐쇄같은 단어가 들렸고 현장에서 이송하는 도중에 생명의 불씨가 꺼졌다는 식이었다 어머니가. 아니라고했다. 우리아들 맞는지 확인을 좀 해봐야겠다고 말하셔서. 나도 우느라 정신이 없어서 말려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다가. 흰 천을 걷고 얼굴을 메만지면서 얼른 일어나라고. 왜.

 그랬던걸까. 나는 널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전조도 없었고 기색도 없었는데 갑자기. 그럴만한 이유가. 그럴만한 상황이. 그럴만한 일들이. 그럴만한. 그런느낌 같은거 느낀적이 없는데. 얼마나 철두철미하게, 속이려고 작정을해서, 왜 내색을 안 한거지. 아침이면 ㅎㅇ 하고 카톡을 먼저 보내는게 넌대 왜 나는 몰랐지. 올 해 생일도 잘 챙겨줬는데. 투자가 잘 안된다는 말을 몇 번 들은 것 같은데, 분명히 장난스럽게 말했잖아.

 근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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