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바람과나라 : 이고갱] 12화. 원샷맨



제 12화. 원샷맨










긴 꽃바람이 걷히고 나자 일행은 왠 돌탑 앞에 서 있었다.




"우와! 우와아! 진짜 신기하다!"


긴 시간 동안 꽃바람을 처음 타본 서영이는 큰 소리로 감탄하며 주변을 뛰어 다녔다.


예진과 서유도 신기하긴 마찬가지였다.




"비서도 없이 이런 순간 이동을...  표식도 없는 곳 같은데..."




'지도'


『스악』


가을뫼가 지도를 켜보니 이곳은 졸본성 동쪽 주막에서 200m쯤 떨어진 곳이 었다.




'이상하다. 주막으로 보내주신 거라면 조금 더 가까이 보내 주실 법 한데...'




"언니! 언니! 여기도 문이 있어!"


돌아다니던 서영이가 돌탑 뒤에서 서유를 부르며 외쳤다.


다들 그쪽으로 가 보니, 


과연 부여진입로에서 봤던 것처럼 돌탑 밑 큰 바위에 뜬금없는 미닫이 문이 달려 있었다. 




'지도에도 이곳은 아무 표기가 안 되어 있는데, 뭐지?'


가을뫼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 보았다.


그러자 신수계로 이동했을 때와 똑같이 문 안에 새까만 어둠만 가득했다.




"여기 들어가도 되는 거 맞아요?"


예진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주작누나는 저번에도 딱 내가 가야 할 곳으로 보내줬거든,  그렇게 위험한 곳은 아니지 않을까?"


주작누나라는 말을 듣자 예진은 입을 삐죽거렸다.




가을뫼는 조심스럽게 어둠 속으로 손을 넣어보았다.  


아무렇지도 않았다.


가을뫼는 용기를 내서 안으로 들어갔다.




"가을뫼씨!"


"가을뫼님!..."




돌탑 안에 들어 온 가을뫼는 커다란 동굴 안에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가을뫼 앞에는 4개의 갈림길이 있었다.




'지도'


『스악』


[졸본성 인형굴]


'어라? 여기가 인형굴이 었어?... 근데 왜 밖에선 지도에 안 나왔었지?'




가을뫼는 우선 동굴에서 다시 나왔다.


그러다 들어 오려는 예진과 꽝 부딪히고 말았다.


"아야!"


"아으..."




"그렇게 상의도 없이 덥썩 들어가 버리면 어떡해요? 놀랬잖아요!!"


예진이 이마를 문지르며 외쳤다.




"미안, 근데 여기는 위험한 곳까진 아니고 인형굴 사냥터인 것 같아."


"...? 인형굴이 뭐예요?"


예진이 물었다.


뒤에 서 있던 서유도 모르는 눈치였다.




"응? 너희 인형굴 몰라? 커다란 목각 인형 같은 게 도끼를 휘두르는..."


예진과 서유는 고개를 저었다.


'뭐지?... 혹시 이쪽 세계 사람들은 인형굴에 대해 잘 모르는 건가?'




"나무 인형들이... 아?..."




문득 가을뫼의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옛날, 한창 바람과나라를 열심히 할 때 [인형굴]의 몬스터가 


[이랜시아]라는 게임 속 몬스터와 똑같다는 글을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다.




'그러니까 이곳 바람과나라의 세계에서도 유별난, 이세계 속 이세계 몬스터라는 거 아닐까?


 즉, 이 굴은 다른 세계와 이어진 일종의 비밀던전?


 그래서 주작누나가 여기로 보내줬구나. 


 지도에도 안 나오니까... 


 으휴 그냥 말로 설명 좀 해주지...'






"여기는 일종의 비밀 사냥터 같아. 우리 오후에 여기서 사냥해 보자."


"괜찮은 거죠...?" 


예진이 미심쩍은 듯 물었다.




"응. 1굴 까지만 가보고 여차하면 바로 나오지 뭐. 일단 숙소부터 잡자."


일행은 근처에 있는 주막으로 가서 방부터 잡았다.




'부여보다 여기 물가가 좀 더 비싸네...'


가을뫼는 하룻밤에 40전이라는 문구를 보고 생각했다.




"방값이 쫌... 비싸네요?"


예진이 주모에게 말했다.




"아니 어디 부여에서 오기라도 했슈? 이 넓은 고구려에서 우리만한 곳이 없구만 뭔 소리래?"


연실네는 비싸다는 소리에 화를 냈다.




"같이 쓸까?"


가을뫼가 예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예진은 얼굴이 빨개져서 대답했다.


"아직... 천지신명께 예도 못 올렸는데 대놓고 한 방은..."


"엉?"


"그니까 일단은 방 3개 잡아요!"


그렇게 말하고 작게 덧붙였다.


"대신 자주 드나들고..."


"....넵"




그렇게 일행은 서유와 서영이가 묶는 방과  가을뫼와 예진이 각각 따로 묶는 방, 총 세 개를 잡았다.






"언니, 나도 따라가면 안 돼?"


간단한 짐정리가 끝나고 인형굴로 나서는데,


서영이가 서유를 붙잡고 물었다.


서유는 서영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달래 주었다.




"미안 해 서영아. 사냥터는 일반 사람들이 가기엔 많이 위험해. 방에서 기다려줘."


서영이는 시무룩해진 채로 방에 돌아갔다.


속상해 하는 서유를 보며 예진도 함께 아쉬워 했다. 


서영이를 볼 때마다 동생이 생각나는 듯했다.




***


"뭔가... 이질적이네요..."


가을뫼를 따라 인형굴 초입에 들어온 서유가 말했다.


"그러게 이런 식의 사냥터는 처음 봐."


예진이 말했다.




"좋아, 일단 오면서 얘기했던 것처럼 들어가자마자 가까이 있는 놈한테


 제일 강력한 기술을 써 보자. 


 우선 예진이 먼저 공격 해 보고 그다음 내가 바로 공격 해볼게."




가을뫼는 그렇게 말하고 4개의 갈림길 중 가장 왼쪽을 선택해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어둠을 지나고 곧바로 나온 꺾인 길을 따라 돌자, 


동굴 초입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의 대형 동굴이 펼쳐져 있었다.


죽이 끓는 것처럼 불규칙 하게 부글대는 용암들과 에메랄드빛 돌바닥이 끝없이 펼쳐졌다. 


가을뫼를 뒤따라 예진과 서유도 들어왔다.




"세상에... 졸본성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예진은 크게 충격 받았다.




'게임 속에서 봤던 디자인과 얼핏 비슷한 느낌인데, 


 실제로보니 훨씬 웅장하구나... 그런데 왜 몹이 한 마리도 없지?'


가을뫼는 일행을 이끌고 좀 더 굴 안쪽으로 들어가 보았다.




"그런데 여기서는 어떤 사냥감이 나오는거예요?"


예진이 잔뜩 경계하며 물었다.




"음... 목각 인형 아나? 


 나무로 대충 만든 인형 같은 게 도끼를 들고 나오는데..."


"근데 가을뫼씨는 여기를 어떻게 알고 있는 거예요? 주작님이 알려주셨어요?




[쿵!]


일행들 눈앞에 갈색 목각인형이 천장에서 떨어졌다.


가을뫼는 천장을 바라보았다. 


동굴 치고 매우 높은 천장이었지만 평범한 동굴의 천장이었다.




'뭐야. 그냥 이렇게 뿅 하고 젠 되는 거야??'


"가을뫼씨 저게 그???"


"맞아. 공격해 봐."


[진'자천무주]!!




[콰자작!]


[쿵!] [쿵!] [쿵!] [쿠궁!] [쿵!] [쿵!]


예진의 얼음이 소환되어 떨어짐과 동시에, 


대여섯 마리의 목각 인형들도 동시에 나타났다.




예진에게 [진'자천무주] 맞은 인형은 아무렇지 않은 듯 새롭게 소환된 인형들과 함께


[삐걱삐걱] 소리를 내며 일행에게 다가왔다.




"가..가을뫼님..!"


서유가 당황해하며 가을뫼를 불렀다.


뒤를 돌아보자 족히 수 십기는 되어 보이는 목각인형들이 삐걱이며 다가오고 있었다.




[삐걱삐걱] [삐걱 삐걱][삐걱삐걱] [삐걱삐걱] [삐걱삐걱] [삐걱삐걱][삐걱삐걱][삐걱삐걱]
[삐걱삐걱] [삐걱삐걱][삐걱삐걱][삐걱삐걱] [삐걱 삐걱][삐걱삐걱][삐걱삐걱] [삐걱삐걱]


인간보다 큰 목각 인형들이 눈에 붉은 불을 켜고 도끼를 든 채 다가오는 모습은 공포 영화가 따로 없었다.




'미친... 폭젠 되는 것마저 게임보다 더 하잖아.' 


(바람과나라에서 인형굴은 순식간에 엄청난 수의 몬스터가 젠 되는 것으로 유명했다.)




"서유야! [차폐]부터!"  


( '차페' : 보이지 않는 벽을 세워 이동할 수 없는 대신 적의 접근도 막는 도사의 방어 마법)


[차폐]!!




'제발 한 방에 죽어라. 그래야 겨우 탈출구가 뚫릴 것 같은데..."


가을뫼는 여화에게 받은 추모각궁을 들고 온 힘을 다해 활시위를 당겼다.






[투혈영식 - 마염시]!!!
 

 

 

『쉬이이이이익』



[띠링 - '멸극염일시'를 외웠습니다.]


"엉?"






가을뫼의 손끝을 떠난 화살은 엄청난 화염을 일으키더니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을 태우며 날아갔다.


대충 세어 봐도 30기는 훌쩍 넘는 목각인형들이 싸그리 불타더니 재가 되어 사라져갔다.




가을뫼는 추모각궁을 쳐다보았다.


'뭐여... 뭐여... 이게...'


미친 듯한 추모각궁의 성능에 놀라 잠시 멍을 때렸다.


이상하게도 추모각궁은 스멀스멀 바람을 뿜어내고 있었다.




같이 넋이 나가 있던 예진은 정신을 차리고 가을뫼를 불렀다.


"가을뫼씨 반대쪽도 있어요!"


가을뫼가 뒤돌자 분명 5~6기 정도 였던 반대쪽 인형무리가 어느새 수십기로 불어 있었다.




'투혈 쿨탐이 아직 안돌았는데... 이게 월아일격처럼, 쏘면 그냥 나가는 건가?'


가을뫼는 마법을 외우지 않고 활시위를 당겨 쏘았다.




[띠링 - '멸극염일시'를 외웠습니다.]


반대쪽 무리들과 마찬가지로 수십기의 인형들은 순식간에 재가 되어 흩날렸다.




흩날리는 재들이 사라져갈 때, 레벨업을 알리는 금빛 휘광이 일행 모두에게 나타났다.


가을뫼와 예진에게는 두 번 연달아 휘광이 몸을 타고 올랐다.




"말도 안 돼... 2단 승단?


단 두 방의 화살로 일행은 레벨업을, 


그것도 가을뫼와 예진은 2연속 레벨업을 한 것이다.


서유는 63, 가을뫼와 예진은 56렙이 되었다.






"내가 뭘 얻은 거야..."


가을뫼는 추모각궁을 보며 중얼거렸다.




"가을뫼님 호박들이 떨어져 있어요..."


차폐가 풀린 서유는 가까이에 떨어진 호박을 주우며 말했다.


엄청난 숫자가 죽었던 만큼 호박들도 널려 있었다.




"그래... 우선 줍자."


감탄은 뒤로하고 일단 전리품부터 챙기기로 했다.


하지만 인형굴의 젠 속도는 상상 이상이었다.




[쿵!] [쿠쿵!] [쿵!] [궁쿠!] [쿵쿵!] [쿵!]




호박을 줍고 있는 일행들 주위로 


어느새 방금 잡은 숫자 만큼이나 많은 목각인형들이 나타났다.




'아니 루팅할 시간은 줘야 하는 거 아니냐?'


가을뫼는 급하게 활을 들어 출구 쪽에 있는 인형들을 향해 화살을 쏘았다.




[띠링 - '멸극염일시'를 외웠습니다.]


출구 쪽의 인형들이 전멸하자 가을뫼는 외쳤다.




"일단 안전하게 출구 쪽으로 가자!"


서유와 예진은 호박들을 줍는 것을 뒤로 하고 가을뫼를 따라 출구 쪽으로 이동했다.


출구 쪽에 다와서 뒤를 돌아보니, 




인형들이 자가복제라도 하는지 얼핏 보면 100기도 넘는 수가 보였다.


'코즈믹호러 그 자체네... 어우...'


서유는 다시 차폐를 외치고 가을뫼에게 연신 태양의기원을 외웠다.




'이 멸극 뭐시기는 범위가 어느 정도지?'


가을뫼는 문득 이 많은 숫자도 한 방에 잡을 수 있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곧장 답을 알아 보았다.




[띠링 - '멸극염일시'를 외웠습니다.]






전멸이었다. 


100기도 족히 넘는 목각 인형들이 화살 한 방에 모두 불에 타 사라졌다.




또다시 금빛 휘광이 일행들을 타고 올랐다.




***




"주작님이 시조께서... 그 활로 나라를 세우셨다고 했을 때,  


 솔직히 과장인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진짜 그 활 덕에 나라 세우셨나 봐요..."


주막으로 돌아가는 늦은 저녁길. 예진이 말했다.




입구에서 마치 '3인 입구 막기' 게임을 한 것처럼 수백, 수천기의 인형을 몰아 잡은 결과


그들은 가을뫼 74, 예진 74, 서유 77 레벨이 되었다.


한나절만에 15,20씩을 올린 것이다.


미칠 듯이 많았던 인형들 만큼 호박도 말 그대로 쏟아 졌는데, 그 양이 어찌나 많았는지 


소지품 보따리에 다 들어가지가 않아 다들 가져올 수 있는 만큼만 가져 왔다.




"올해 안에 지존이 될 것 같았는데... 올해가 아니라 이러다 이달 안에 되겠어요..."


서유가 말했다.




다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게 레벨업을 하자, 


기분이 좋은 것을 넘어 뭔가 탈진한 느낌이었다.




"배고프다. 서영이도 많이 배고프겠지... 빨리 가자 다들."




주막과 인형굴은 워낙 가까워서 다들 빠르게 걸으니 순식간에 도착했다.




"주모, 호박들... 매입 하십니까?"


가을뫼가 주막에 들어서자마자 연실네에게 물었다.


"호박? 먹는 호박, 아니면 보석 호박?"


"보석 호박요."




"보석 호박은 언제나 환영이재, 


 개당 500전 쳐줄 테니까 주웠다 싶음. 나한테 가져오소."


일행은 힘겹게 매고 온 호박보따리를 주모 앞에 내려놨다.




"아니???"


보따리를 열어본 주모는 기겁했다.


"이거시 몇 개..."


주모 앞에서 일행이 호박 개수를 세어보자 총 597개였다.




주모는 이 많은 호박을 은전으로 값을 치르면 은전도 한 보따리 일 거라며 


금전을 가지러 금고로 갔다.




금전을 받은 가을뫼는 금액을 3등분으로 나눠 예진과 서유에게 주었다.




"이건... 너무 많아요. 가을뫼님... 가을뫼님이 혼자 다 잡으신거나 다름없는데..."


서유는 난색을 표하며 돈 받는 것을 망설였다. 


예진도 마찬가지였다.


"나도 차마 양심 상 이걸 다 받지는 못 하겠어요. 가을뫼씨..."




"서유는, 서영이 결혼 잘 시켜 주고 싶다며, 돈 잘 모아놔야지. 


 나도 운 좋게 이 활 덕에 이만큼 잡은거고, 
  


 뭣보다 너넨 어딘지도 모를 사냥터를 나만 믿고 함께 가줬잖아, 충분히 받을 자격 있어."


그리고 예진을 향해 마저 말했다.




"조만간 천지신명께 예를 드리려면 돈이 좀 들지 않나? 너도 챙겨야..."




"진짜! 능구렁이!"


예진은 가을뫼의 말을 막으며 입술을 덥쳤다.


서유는 부러운 듯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으 야... 사람들 있는 데서.. 일단 배고프니까 밥부터 먹자.  주모!!"


가을뫼가 큰 목소리로 주모를 부르자 서영이도 그 목소리를 들었는지 방에서 뛰쳐나왔다.




"오라버니! 언니들! 기다렸어요. 후에앵..."


혼자 너무 심심했는지 서영이가 울먹이며 뛰어왔다.




그 모습을 본 예진이 가을뫼를 쳐다보며 말했다.


"조만간, 저희 집으로 가요... 지존도 많이 가까워졌고... 어머님께 인사도 드리고...


 서영이도 매번 이렇게 혼자 두는 게 맘에 걸리구요..."




"그래, 그러자."


서유는 서영이를 자기 동생처럼 신경 써 주는 가을뫼와 예진이 무척 고마웠다.






***


늦은 저녁을 먹고 난 후 가을뫼는 씻고 방에 들어가자


엄청난 졸음이 몰려왔다.


활의 성능이 말도 안 되게 좋아서 쉽게 사냥하긴 했지만


워낙 많은 수의 인형들을 상대하느라 극도로 긴장 했었기 때문이다.


이불을 깔고 눕자마자 기절하듯 잠들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가을뫼를 찾아온 예진은 


벌써 잠들어 버린 가을뫼가 야속했다.


예진은 자는 가을뫼의 품속을 비집고 들어가 누웠다.


잠든 가을뫼에게 가볍게 입을 맞춘 예진은 가을뫼를 쳐다보며 뺨을 어루만지다가 스르르 잠들었다.






한밤 중 화장실이 가고 싶어 가을뫼는 잠에서 깼다.


언제 왔는지, 자기에게 꼭 붙어 안겨 있는 예진이 이제는 새삼 놀랍지도 않았다.


예진이 깨지 않도록 조심히 일어난 가을뫼는 변소로 가 볼일을 보고 나왔다.




초 여름 쯤 된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밤엔 좀 쌀쌀해서 몸이 부르르 떨렸다.


"어?"


방으로 돌아가던 가을뫼는 툇마루에 서유가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서유도 시선을 느꼈는지 가을뫼를 바라보았다.




"안자고 뭐 해??"


가을뫼는 서유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저는... 간혹 불면증이 있어요..."


서유가 말했다.


이곳에서는 시계가 없어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없었지만 


가을뫼가 느끼기에 최소 새벽 2시는 지났을 시간이었다.




"그럼 밤부터 계속 여기 앉아 있었던 거야??"


"... 서영이랑 글 공부하고, 재우고 난 다음에... 뒤척이다 나왔어요..."




허... 불면증이라니... 


"아무래도 환경이 많이 바뀌어서 그런가? 읍루성에 있을 때는 잘 잤어?"


가을뫼는 서유 옆에 앉으며 물었다.




"네... 그런데..."


가을뫼는 다음 이어지는 말을 기다리며 서유를 바라보았다.


서유는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원래도 종종 잠을 설치던 서유였지만, 가을뫼를 만난 후 그 빈도가 훨씬 많아졌다.


잠들기 전에 자꾸 가을뫼가 떠올랐던 것이다.




***




얼마 전 신수계에서 대주작님을 처음 뵈었을 때, 


어딘가 가을뫼와 닮은 따스한 기운에 놀랐었다.


가을뫼에게는 마치 아침햇볕 같은 기운이 있었다.


마법을 쓸 때마다 쌓이는 차가운 현무의 기운을 가을뫼가 녹여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의 옆엔 예진 언니가 있었다. 


예쁘고, 귀엽고, 신분도 높은 언니... 


하지만 그럼에도 가을뫼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멀게만 느껴졌던 지존 도사의 길을 이제는 눈앞에 아른거리게 만들어 줬으며


자상하고 잘생겼고, 무엇보다 공증도  못 하는 못난 도사를 내치지 않았던 가을뫼님...




가을뫼 때문에 서유는 '젖는다'라는 걸 처음 느껴보았다.


주막과 사냥터에서 주워들은 야한 수다가 성지식의 전부였지만.


남자의 그것이 여자의 그곳으로 들어온다는 건 알았다.


가을뫼의 것이 자기에게 들어온다는 상상만 하여도 부끄러울 정도로 그곳이 축축해졌다.


그렇게 잠 못 이루는 밤이 늘어만 갔다.


신수계에서 머물던 때,  예진이 가을뫼와 한 방에서 잔 날.


서유는 한눈에 둘에게 그런 일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예진이 부러워 죽을 것 같았다.


못된 질투와 욕망이 마구 끓어 올랐다.


그럴 때면 서영이를 보며 마음을 다잡곤 했다.


나는 이 아이의 언니이자, 엄마가 되기로 맹세 했잖아...

 

 

좋은 본이 되어야지... 천박해 지지 말자...


그래도... 그래도... 


나도 안아줬으면...




주작님의 말씀이 자꾸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가을뫼가 너의 마음도 알아줄 날이 올 거란다. 아가.'


부디... 부디... 그 말씀이 사실이길... 꼭 이루어질 예언이길...


오늘도 그런 생각과 상상을 반복하며 뒤척이다, 


툇마루에 나와  달 구경을 하고 있었다.


잠을 못 자는 것은 참 괴로운 일이었다.


그런데... 불면증의 원인이 갑자기 눈 앞에 나타나 말을 걸어왔다.


'안자고 뭐 해??'




***




서유는 자기 옆에 앉은 가을뫼에게 머리를 기대었다.


'응?...'


가을뫼는 다소 당황했다.




'이거 이거... 요즘 신호등이 고장 났나... 그린라이트만 뜨네...


 우짜냐... 이거 예진이가 보면 또  드랍 더 비트... 하...


 아니 그래도 잠도 못 잔다는 애를 밀쳐 낼 수는 없자너...'






가을뫼에게 기댄 서유는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었다.


차가워진 기운이 녹아 내리며 몸이 나른해지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좀 더... 좀 더  오래... 좀 더 진하게 가을뫼와 같이 있고 싶었다.


서유는 가을뫼를 조심스레 파고들어왔다.


"서...유 야?"


"가을뫼님... 조금만... 저...저... 좀 재워 주시면 안 될까요..."


가을뫼에게 파고든 서유는 엄마 품에 안긴 아기처럼 가을뫼에게 안겼다.


청순한 느낌의 미소녀가 몸을 들이 밀며 안겨 오자 가을뫼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냥 조용히 서유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서유는 눈을 감았다.


행복해...


매일 이렇게 잠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동안 미뤄왔던 졸음이 밀려왔다.








서유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던 가을뫼는 서유가 잠든 것을 보고 손을 멈췄다.


쌔근 쌔근 잠들어 있는 미소녀는 인형같이 예뻤다.


단단하게 솟아 오르는 자기 몽둥이에 서유가 깰세라, 


얼른 일어나 서유를 안아 들고 방에 뉘여 줬다.

 

 

조용히 자기 방에 돌아온 가을뫼는 

 

잠꼬대를 하며 자고 있는 예진 옆에 누워 남은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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